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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일본의 천황제, 스즈키 마사유키
"근대 일본의 천황제, 스즈키 마사유키" 내용보기
도대체 지금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사는가. 이 세상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두 가지 물음에 답하기란 쉽지 않다. 굳이 답해야 할 이유도 없고. 그럼에도 중학교 때부터 시종일관 드미트리 뇌에서 떠나지 않았던 게 저 두 가지 물음이었고, 그 답을 찾고자 책을 읽었다. 독서의 대부분을 이런 질문과 관계 없는 책으로 채우긴 했으나 인생에 꽤 많은 시간을 저 답을 찾는 데 썼다. 사실 답은
"근대 일본의 천황제, 스즈키 마사유키" 내용보기

도대체 지금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사는가. 이 세상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두 가지 물음에 답하기란 쉽지 않다. 굳이 답해야 할 이유도 없고. 그럼에도 중학교 때부터 시종일관 드미트리 뇌에서 떠나지 않았던 게 저 두 가지 물음이었고, 그 답을 찾고자 책을 읽었다. 독서의 대부분을 이런 질문과 관계 없는 책으로 채우긴 했으나 인생에 꽤 많은 시간을 저 답을 찾는 데 썼다. 


사실 답은 간단하다. 우리는 근대에 산다. 모던한 사회. 모더니티가 지배하는 세상. 문제는 이 간단한 답에 관한 해설이다. 수험서에도 답안지보다는 그 답을 해설한 해답지가 훨씬 두껍지 않나. 근대란 무엇이고, 어떻게 형성되었나.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근대는 유럽이 주도했다. 유럽이 주도했다고는 하나, 유럽의 형성에는 중동과 동아시아 문명과 교류가 한몫했다. 그러다면 중동과 동아시아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뭐, 이런 질문을 하자면 수천 쪽이 넘는 장황한 서사가 나올 테니, 생략. 이글은 『근대 일본의 천황제』라는 책을 다루는 자리니, '근대 천황'에 왜 관심이 생겼는지에 관한 개인적인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자.


흔히 근대라고 하면, 프랑스대혁명과 산업혁명이라는 이중혁명으로 시작한 시대로 그려진다. 이는 홉스봄이 그린 장기 20세기의 모습인데 프랑스대혁명으로 민족주의에 기반한 대의민주주의가, 산업혁명으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전세계로 퍼져나간다. 신분제 사회에서 만민평등을 주장하는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대의민주주의는 비록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선의 시스템으로 평가받는다. 그냥 까놓고 말하자면,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냐, 태어날 때는 모두 동등하다는 게 근대정신. 


희한한 예외가 있다. 영국. 그리고 바로 이웃나라 일본. 일본에는 천황이 존재한다. 우리보다 훨씬 일찍 근대화에 성공하여 제국으로까지 발전했던 일본. 모더니티 수입에 동아시아 그 어떤 나라보다 열정적이었던 나라에 천황이라는 다소 전근대적인 장치가 있는 셈이다. 물론 영국 등 유럽의 일부 나라에도 국왕이 있으나, 일본은 2차대전 이후 패전국이었지 않나. 미국은 종전 이후 패전국에 자유민주주의 도입을 강제했다. 한국도 패전국으로써, 절차적 민주주의가 빨리 도입된 데에는 미군정의 역할이 컸다. 그런데 왜 일본에는 천황제를 존속시켰나.


의문은 올해 읽은 『기타 잇키』로 증폭되었다. 기타 잇키 평전을 읽으면서 천황이 19세기 말부터 문제가 된 개념이라는 점을 접했다. 기타는 천황 국체론을 부정하고 기관론을 주장하며 카리스마적 사상가 위치에 오른다. 그를 따르던 젊은 장교들이 2.26 사건을 일으켰고, 이 사건은 이후에 박정희 전 대통령에 큰 영향을 미쳐 후일 5.16으로 이어지게까지 만들었다. 이런 에피소드만 봐도 '천황제'를 일본의 독특한 정치 시스템으로 사고하고 말 게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로 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근대 일본의 천황제』를 읽었다. 드미트리가 좋아하는 이산출판사가 낸 책. 믿고 샀다.


제목에서 나타내듯, 이 책은 '근대'를 다룬다. 천황이 만세일계의 신성한 존재라고 주장하나, 사실 천황의 중요성이 부각된 건 근대다. 저자 역시 교양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품을 만한 의심으로 이 책을 썼다.


근대 천황제가 절대주의적 군주제라고 할 때, 왜 일본 국민은 전근대적인 천황제를 창출했으며, 게다가 패전 때까지 이를 유지 재생산해 온 것일까? (10쪽)


현대의 천황과 황실이란 대부분이 근대사 전전사를 전제로 성립된 것이며, 근대와 현대 사이에 단절과 연속이라는 복잡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17쪽)


유신 이전 일본은 막부 체제였다. 천황은 유명무실했고, 중앙의 막부가 지방의 번을 다스리는 구조였다. 그러다 서구 제국주의가 일본에 밀려오면서 사회가 불안정해진다. 막부는 외세의 침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메이지유신을 기점으로 막부의 권위가 무너진 자리에 천황이 우뚝 선다. 천황제를 무너뜨리려 했던 기타 잇키도 메이지 천황을 향한 흠모를 숨기지 않을 정도로, 메이지천황이 일본 근대에 미친 카리스마적 영향은 막강하다.


하지만 수백년 동안 변방에서 칩거하던 천황이 권력의 정점에 올랐다고 그 권위가 일본 사회 전역에 즉시 미친 건 아니다.1876년에 이루어진 천황의 지방 순행 모습이다.


(천황의 행렬이) 산과 들판을 지날 때 이를 배알하기 위해 나온 이들도 곳곳에 있었으나, 이들 대부분이 속옷차람의 여자아이들이거나, 낫과 곡괭이 다위를 손에 든 농부들로, 흙 묻은 발을 논두렁에 올리거나, 풀숲이나 바위에 걸터앉아 구경하는 정도였다. - 동경일일신문 1876년 7월 5일자 (30쪽)


이렇듯 미미한(?) 존재였던 천황이 일본 사회의 중심으로 우뚝 선 계기는 청일전쟁이었다. 전쟁 초에 천황은 청일전쟁에 반대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자, 천황은 밤을 새가며 전쟁을 진두지휘했고 이런 모습이 언론으로 알려지면서 천황을 향한 일본 국민의 사랑과 지지가 높아간다. 러일전쟁마저 승리하며 일본은 군국주의로 달려가면서 그 정점에는 천황이 위치하게 된다.


청일전쟁 후부터 황실은 일본 국민의 총본가이므로 분가ㆍ말가인 국민은 총본가의 가장인 천황을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국체론은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89쪽)


국민의 지지만으로 천황제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제도로 뒷받쳐줘야 한다. 일본은 1889년 2월 11일 메이지헌법을 공포하면서 황실전범을 비공식적으로 신문지상에 싣는다. 이토 히로부미 등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메이지헌법은 일본이 만세일계의 천황이 통치하는 나라임을 주창하는 동시에 천황은 신성불가침하며 통치권을 총괄하는 자임을 명시했다. 저자인 스즈키 마사유키는 "이 헌법은 자유민권운동에 대항하여 작성된 것이므로 군주권의 옹호가 그 첫 번째 취지였다(48쪽)"고 본다.


황실전범에는 황위계승과 섭정 그리고 황실경비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렇게 제도화된 천황제이나 세계사적 흐름은 천황제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1917년 러시아 혁명 발발로 짜르가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1918년 독일이 1차 세계대전에 패하며 황제가 퇴위하고 공화정으로 바꼈다. 영국와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군주제가 붕괴하고 공화제로의 이행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메이지말 - 다이쇼 초기에는 천황은 신성불가침이 아니라 최고기관에 불과하다는 천황기관설이 등장했다. 미노베 다쓰키치는 1918년에 천황기관설이 일본 국체에 저촉되지 않고 오히려 국체의 존귀를 발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때를 맞춰 농민운동과 노동운동이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1925년 일본에서 치안유지법이 제정되며, 사회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된다. 기본적으로 치안유지법은 사회주의자를 탄압하기 위해 제정되었으나,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남용될 소지가 있었다. 치안유지법의 1조를 보자.


국체를 변혁하거나 사유재산제도를 부정할 목적으로 결사를 조직하거나, 이에 동조하여 가입하는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에 처한다.


법률에서 '국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국체란 일본인에게는 익숙하겠으나, 드미트리는 기타 잇키 평전에처 처음 봤다. 대충 '민족혼' 정도의 의미를 지닌 추상적인 단어로, 이 추상성 때문에 만주사변 이후 각종 운동을 단속하는 데 활용된다.


한편 1929년 세계 대공황 이후 내수가 취약했고 시장이 좁았던 일본은 타격을 받는다. 군국주의로 향하는 일본은 초강대국 미국과 전쟁을 벌여 자멸에 이른다. 전후 미국은 천황이 정치 1선에서 후퇴하기를 요구했고, 새로운 황실전범이 제정된다.


책은 여기에서 끝난다. 스즈키 마사유키는 연대기 순으로 천황제가 어떻게 정립되고 발전됐으며 지금에 이르렀는지 그리 길지 않은 분량으로 기술했다. 독자로서 더 알고 싶은 내용이 많았으나, 그건 다른 책으로 채워야 할 듯하다. 책 전체적으로 저자만의 독특한 주장을 펼치기보다는 사료로 자신의 서술을 입증하는 책인데, 흥미로운 대목이 있었다. 일본 천황제가 전근대 일본사회에 존재했던 이에사회를 내셔널리즘적으로 구현했다는 지적.


드미트리가 보기에는 이에사회가 일본 고유의 시스템은 아니다. 종법 질서를 근간으로 하는 장자상속 원칙은 서자와 여성을 배제하는 질서인데, 이는 일본 고유의 시스템이라기보다는 주자학이 그리는 이상 사회다. 그런 면에서 일본 천황제와 함께 성리학적 질서에 관해서 좀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빈 칸이 너무 많다.


끝으로, 몇 마디 덧붙이자면. 이 책을 읽으며 줄곧 떠오른 사람이 나폴레옹이었다. 프랑스의 민주주의를 수출하려 했던 그는 스스로 황제가 된다. 기타 잇키나 히틀러 등, 근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유달리 카리스마적 인물이 눈에 띈다. 베버는 지배 유형으로 합리적 지배, 카리스마적 지배, 관습적 지배가 있다고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관습적 지배에서 합리적 지배로 바귀는 경향이 있다고 했으나, 일본 천황제를 설명하기에는 적합한 틀이 아닌 듯싶다. 천황은 만세일계라는 용어에서 보듯, 관습적 지배 위에 메이지 천황처럼 카리스마적 지배, 다이쇼 데모크라시 시대에 열렸던 다양한 담론에서 보듯 합리적 지배 모습도 보이니까.


그래서 다음 책은 『화려한 군주』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l****i 2013.10.09. 신고 공감 1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역사,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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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수많은 정치 시스템이 그동안 있어왔지만, 그 중에 일본의 천황제는 매우 유니키한 정치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 일본 천황제가 일본 역사에서 어떻게 태동하였고 어떠한 역할을 해왔는지를 정치적 그리고 사회적인 관점에서 일목요연하게 다룬책이라 할 수 있다. 얇지만 실속있고 무게감있는 이슈를 잘 다룬 책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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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수많은 정치 시스템이 그동안 있어왔지만, 그 중에 일본의 천황제는 매우 유니키한 정치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 일본 천황제가 일본 역사에서 어떻게 태동하였고 어떠한 역할을 해왔는지를 정치적 그리고 사회적인 관점에서 일목요연하게 다룬책이라 할 수 있다. 얇지만 실속있고 무게감있는 이슈를 잘 다룬 책이라 할 수 있겠다.

YES마니아 : 골드 c***b 2015.04.0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