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 또는 환경보존은 그 심각성이 전지구적 위기로 인식되기 전에 어느덧 진부해졌고 빛이 바랜 느낌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그것은 선진국의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자세나 '느이들도 했는데...'라며 발전에 무게를 싣는 개도국의 서슴없는 근대주의 이데올로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대다수 온대지역 선진국들은 개발을 일단락지은 후에도 여타 생물들의 서식지를 변형시켜놓고도, 열대지역 개도국들의 우림 파괴엔 한 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내는 데는 그 '위선'이 역겹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미국 뉴욕 자연사박물관의 지난 1998년 전시회 를 준비하며 나온 또 하나의 성과물이다. 저자는 시종일관 생물다양성이란 화두를 놓지않고 그 가치와 의미를 조명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조목조목 들려준다. 독자는 원시생태계를 방문한 조심성많은 관광객처럼 각 장마다 펼쳐지는 생태계 파노라마를 쫓아가면 되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 되겠는데, 저자는 박물관의 큐레이터답게 나같은 아마추어들도 소홀히 하지 않고 따뜻한 시선 속에 끌어 들인다.
저자의 매력적인 글쓰기는 이런 식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많은 경기자들을 만나보았"고 이제는 바야흐로 "생명의 게임이 실질적으로 펼쳐지는 경연장인 주요 생태계를 방문할 차례"이며, 이쯤에서 "다시 한 번 상기"할 것은 무엇무엇이라는. 해당 페이지마다 표시된 각주도 책의 흐름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어서 책의 뒷쪽을 넘겼다 도로 읽던 곳으로 되돌아와야 하는 번거로움을 댈 바가 아니다. - 검은 대륙으로만 알던 아프리카 보츠와나 오카방고 삼각주가 간직한 원시 생태계의 경이로움에 대한 찬탄. - 계, 문, 아문, 강, 목, 과 등등의 생명의 계통수에 대한 초보적인 이해. (쥘 베른의 <해저 2만리="">에 나오는 콩세유가 해저 생물들에 관등성명대듯 하는 즐거움에 비로소 공감한다.) - 6500만년전 공룡들로부터 물려 받은, 식물을 먹이로 하는 니치(niche:생태학적 지위)의 인간. - 1만년 전 농업을 통해 "국부 생태계(local ecosystem) 바깥으로 걸오나온 유일한 종"인 호모 사피엔스. - 그럼에도 여전히 "자연계의 구속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시에 "임박한 제 6의 멸종"의 근본적인 원인인 60억에 달하는 인류.
결국 나 자신에 대한 겸허한 반성.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것들이 되겠다. 나 자신 파나마운하 건설과 새만금 간척사업 등은 "공학의 경이"일 뿐 "생태계에 대한 약탈"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린피스를 제대로 알기 전에 그들의 이색적인(?) 시위방법에 초점을 맞춘 신문기사를 일견할 뿐이었고 "산업혁명, 그리고 인구의 폭증과 부와 소비 패턴의 불평등"은 이미 나 태어나기도 전에 고착되어 버려서 새삼스러웠다. 그렇고 그런 내가 이 책의 도덕적 지상명령에 따라 "생각은 전지구적으로 하고, 행동은 지역적으로 하라"는 말을 되새기고 있다. 저자가 낙관했듯이 "우리가 우리 자신의 영리함 때문에 현재의 고귀하고, 문제가 많은 상태에 처했다면, 틀림없이 우리는 스스로 멈추어서 안정을 찾고 균형점을 모색할 수 있을만큼 영리할 것이다."
사족이지만 노파심에서 밝혀두고 싶은 몇가지. 저자는 "미국이 지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하며 "일치된 전지구적 운동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생물다양성의 위기와 여러 위협을 논하면서 "생물계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에게 소중"한데 "특히 우리 식량과 의약품에 이용되는 생물의 경우, 우리는 여전히 야생종에 의존한다"고 쓰고 있다. 이는 미국인으로서의 오만함 또는 생물다양성에 대한 효용 가치에서 쓴 것이 아니다. 저자는 미국이 지난 92년 리우회의에서 출발한 생물다양성협약에 서명하지 않고 있음을 비판한 것이며 인간은 한낱 종속영양생물임을 강조한 것이다. 본인이 이렇게까지 저자를 두둔하고 나서는 것은 책에 일관된 저자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태도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또 하나, 작년 말인가 어느 TV프로그램에서 몇손가락 안에 꼽혔다던 <핀치의 부리="">에 관한 언급이 나온다. 그 책을 읽었다면 이 책 또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감히 생각해 본다.
[인상깊은구절] 앞에서 우리는 세계가 멸종의 파도 속에 휩쓸려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살펴 보았다. 지구상에서 매년 2만7천종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 대부분은 사람들이 찾아내서 연구하고 명명하고 그 가치를 이해하기도 전에 멸종하고 있다.핀치의>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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