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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미에 담은 열정의 예술적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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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즐겨듣진 않아도 가끔 오르간 음악을 듣고 싶을 때가 있다. 오르간곡이라면 단연 20대쯤의 바흐가 떠오를 것이고, 알맹이만 담는 클래시컬 초이스 시리즈 이 음반에 '토카타와 푸가'부터 '(그로스) 판타지~', '전주곡~'에 이어 앞에 BWV 565 '토카타~'와 D 단조라는 것까지 같은 '도리안', 그리고 비발디 등을 건반용으로 편곡하면서 더욱 발전했던 걸 상징적으로 담은 듯한 '오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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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즐겨듣진 않아도 가끔 오르간 음악을 듣고 싶을 때가 있다. 오르간곡이라면 단연 20대쯤의 바흐가 떠오를 것이고, 알맹이만 담는 클래시컬 초이스 시리즈 이 음반에 '토카타와 푸가'부터 '(그로스) 판타지~', '전주곡~'에 이어 앞에 BWV 565 '토카타~'와 D 단조라는 것까지 같은 '도리안', 그리고 비발디 등을 건반용으로 편곡하면서 더욱 발전했던 걸 상징적으로 담은 듯한 '오르간 협주곡 2번'과 쉬플러, 라이프치히 코랄들이 담긴 구성대로 들으면 딱 좋을 것 같다. 순서를 정확히는 알 수 없더라도 왠지 역사성이 밴 것 같아 마음에 쏙 든다.

 

워낙 유명한 '토카타와 푸가'와 '그로스 판타지' 등을 지그몬트 자트마리 LP로 들으면 강하게 울리고 장엄한 느낌인데, 여기 사이먼 프레스톤 연주는 울림이 적고 음 하나하나 또렷해 경쾌한 느낌이 녹음만 그런 게 아니라 연주자부터가 치장을 피하고 마치 푸가의 음형을 제대로 들려주려는 듯하다. 전자가 감정선을 타고 가보고자 할 때 좋다면, 후자는 형식미를 느끼고자 할 때 더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매체는 난 오르간도 LP가 나은 것 같다. (앞으로도 쭉 들으려고 최근에도 바늘 갈았는데 원래 부품 이젠 안 나온대서 좀 비싸게 갈았다.ㅠ) 오르간끼리만 다른 연주 말고도, 트랙1~2 '토카타와 푸가'는 관현악 편곡으로, 트랙9~11 '오르간 협주곡 2번'은 원곡인 '조화의 영감 8번', 번역 제목이 워낙 다양해 어떤 걸로 적을지 모르겠는 트랙12 쉬플러 코랄(BWV 645)은 요요마 첼로 연주도 있어서, 곡마다 비교해 듣는 재미도 쏠쏠했다.

 

어릴 땐 오르간 음악이 시끄럽고 괴기스럽다고 안 좋아했다. 초등학교 땐 누구나 한 번쯤 그랬듯 페달을 마구 밟아보는 장난을 치다가 건반을 누르면 그렇게 들어갔던 공기가 빠지면서 소리를 낸다는 것을 알게 되자 이 '토카타와 푸가' 같은 음악을 치려면 도대체 얼마나 힘들까 생각이 들어 더욱 범접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더 커서 세종문화회관에 그것을 처음 봤을 땐 바로 그게 오르간일 거란 생각도 못했지만, 신비한 신과 같은 느낌은 덜고 인간이 연주할 수 있다는 현실로 와 닿았으며, 결정적으론 영화 <해저2만리>에서 선장의 오르간 연주가 오래 잊히지 않아 바흐의 오르간을 다시 찾아 듣게 했다.

 


바이마르 Stadtschloß

 

별다른 동력원도 없던 18세기 초에 이런 오르간 음악을 작곡한 바흐는, '초절기교 연습곡' 같은 것도 작곡했던 리스트와 같은 바이마르긴 했지만,ㅋ '어디, 연주자 스태미나가 이 정도 되나 보자!' 같은 심보는 아니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고생했던 바흐는 그 자신이 오르가니스트가 되기를 바랐었기 때문에 스스로에 맺힌 한의 분출 아니면, 내적으로 어딘가에 악마가 있(었)는데 그 악마와 싸워 승리해 성취의 기쁨으로 승화한 느낌으로도 다가온다. 아름다움은 푸가의 형식적 완성미에도 있지만, 절제된 분노가 포함된 열정의 감정 표출이 예술적으로 승화했음이 더욱 큰 것 같다.

 

저가 시리즈라 속지 내용이 부실한 한계는 있지만, 음질 오점 하나 없는 품질 보증 DG 레이블에 알찬 구성이라 초보에게도 추천이다.^^

b*****r 2011.06.30. 신고 공감 2 댓글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