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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이 유명세를 탄 이래 남산에 관한 책이 몇권 나왔다. 이 책의 말미에 있는 수백권의 참고문헌 목록을 보며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지만, 일반적으로 서점에서 구할 수 있는 책이라면 십수년전 열화당에서 나온 "경주 남산"과 흔히 볼 수 있는 대원사의 빛깔있는 책들 "경주 남산 하나, 둘" 그리고 얼마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나온 "경주 남산"이 있다. 그 중 순수하게 대중을 위하여 발간된 빛깔있는 책들을 빼면 나머지 두 책자는 대형 화보 위주의 사진첩으로 10~2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서적들이라 정말 그림의 떡이었을 뿐이다. 그나마 빛깔있는 책들은 그 저렴한 가격에 비하면 잘 만들었다는 생각은 들지만, 남산의 불교유적 중심의 간략한 설명밖에는 접하지 못해서 자주 남산에 들르는 사람으로서 항상 아쉬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 이 와중에 한길사에서 발간된 "신라의 마음 경주 남산"은 나같은 일반독자를 위한 가장 최적의 남산 해설서라고 할 만하다. 일단 가격이 적당하고, 들어가 있는 사진 도판이 값비싼 대형 사진첩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그런대로 볼 만하며, 무엇보다 경주남산 근교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저자의 애정이 깊숙히 녹아있는 해설문장은 너무 무미건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화려하지도 않거니와 꼭 경주 남산을 닮은 듯한 투박하면서도 구수한 맛을 풍겨 문화재 해설의 또다른 典範을 보는 듯하다.
일단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신선암 마애보살상을 보자. 깍아지른 듯한 암벽위에 부조되어 있는 불상을 마치 구름 위에 떠있는 것처럼 구도잡은 사진이 일단 일품이다. 해설을 보면 학자들이 '물끊기 홈'이라고 해석하는 불상 위쪽의 긴 홈통을 불상을 보호하는 목조건물의 흔적(p156)이라고 저자는 힘주어 주장한다. 이렇듯 저자는 지금 현재 잔존하는 남산의 모습만 볼 것이 아니라 신라의 최전성기 때 남산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졌을 각종 佛事의 원형을 상상해 볼 것을 강조한다. 이것은 정말 당연한 일이었지만 여태 남산에 대하여는 엄격하게 견지하지 못했던 시각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유홍준 교수의 그 유명한 "답사기"에서 남산을 다룬 대목을 보면 이제는 너무나 친근하게 되어버린 불곡 감실여래좌상을 '마음씨 좋은 하숙집 아주머니'로 표현하고 있다. 반면 저자는 천년이 넘는 세월에 모난 곳이 닳아서 그런 것이지 조성 당시로 되돌아가면 '치열한 구도자'의 모습이 아니었겠는가 상상한다. 아! 정말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가 아니겠는가? 정말 이 책은 그냥 무미건조한 문화재 해설서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너무나 잘 알려져 있고, 통속적인 해석이 확립된 부문에 관해서도 신라인의 마음으로 되돌아가 그 適否를 확인하고자 한다. 조금 미진한 것을 '자연미를 살린 것이다'라는 해석대신 '어떤 부분이 부족하다'고 분명히 지적하면서 문화재 국수주의를 배격한다. 세계인을 자처하며 조상들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강조하는 오늘날의 우리들이 꼭 지녀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중심은 물론 남산의 특성상 불교 유적이 주를 이루지만 그 외에도 남산의 지석묘, 산성, 창고 등 신라시대 불교유적 이외의 남산이 품고 있는 여러 유적지를 다루고 있으며, 주변의 최지원 집터, 羅井, 포석정, 끝으로 현존하는 古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망라하고 있다. 조금 깊이는 얕을 수 있겠으나, 저자의 기본 철학과 남산에 대한 애정을 염두에 두고 읽어 나간다면 남산에 대한 지식과 신라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책 말미에 사진작가의 後記가 따로 있는데, 남산의 유적에 대하여 일자, 시각까지 맞추어서 남산 10景을 꼽아 놓았다. 예를 들면 "동짓날 전후 11:40 불곡 감실불상 표정" 등과 같다. 사진작가에 대하여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이정도의 내공이라면 어느만큼의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조금 아쉬운 점은 남산 상세지도가 빠진 것인데(유적약도만 표지 내면에 있음), 지도라는 물건이 워낙 공력이 많이 들어가는 영물이라 무상으로 제공하기는 어려웠겠지만, 가장 권위있는 남산지도인 신라문화원의 남산지도 축쇄본이라도 부록식으로 끼워져 있었으면 남산 개설서로 부족함이 없었을 터인데 안타까운 일이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서적은 지도 인심이 좀 박한 듯하다. 간절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뜻인가...... 하여간 이 책은 남산에 가까이 살면서 자주 갈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답사시 항상 옆구리에 끼우고 다니면서 참고할 만하며, 멀리 있으면서 '한번 가봐야지' 늘상 벼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사전에 일독함으로써 전체적인 조망을 갖게 해주는 데 부족함이 없는 남산의 새로운 교과서라 칭함을 받을 만 하다. [인상깊은구절] "신라시대의 경주 남산에는 나무가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산 밑에서 올려다보이는 곳, 그럴싸한 자리에는 크고 작은 가람들이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리하여 요사채의 불빛도, 석등이 불빛도 사방으로 비춰져 일대장관을 연출하였을 것이 틀림없다. 그 광경은 돈황석굴의 풍광과 흡사하였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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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가장 중요한 산이 있다면 경주 남산이 아닐까 한다. 신라시대의 수도이자 서라벌이었던 경주 사람들도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일까. 당시 불교국가였던 신라는 경주에 다양한 불상들을 바위에 새겨 놓거나 화강암 돌을 정성스럽게 깎아서 불상을 세워 놓았다. 지금도 불상이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통일신라시대에는 지금보다 훨씬 많이 불상이 있었을 것이다. 그시대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 남아있는 불상도 더 소중히 보호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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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고 경주 남산에 오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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