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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와 함께하는 커피 시리즈 책을 두 번째 구입했다. 한 인물의 생애와 사상을 개관하는데 참 좋은 책인 것 같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전문가인데다가 시종일관 아리스토텔레스의 캐릭터를 살려가며 농담까지 곁들였는지라 재미있게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추상적이었던 플라톤과는 달리 사실을 관찰한 후에야 이야기하고 싶어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이다. 투박하게 비유하자면 플라톤은 말을 번지르르하게 잘하는 문과 학생, 아리스토텔레스는 까칠한 이과 학생 쯤으로 분류하면 어떨까 싶다.
이 책은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요 관심 분야를 논리학과 동물학에 두고 있다. 학문을 범주화하기 위해 워낙 다른 분야들도 섭렵했지만 말이다. 논리학과 동물학 둘 다 오감을 활용하여 철저하게 관찰한 후에 만들어낸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제1철학은 잘 모르겠다며 설명을 아끼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사실과 현세 또한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아마 그는 플라톤에게서 위와 같은 부분에 대해 한계를 느꼈을테니.
특히 인본주의와 상대주의가 난무하고 교육에서 구성주의가 너무 많은 지분을 차지한 현대 철학적, 교육학적 분위기에서 옛사람이 말하는 지혜는 새겨들을만 하다. "아마 우린 아무것도 모를 거야." "모든 지식은 상대적이다." "과학은 사회적 구성체다." 그래, 철학자들이 그런 생각을 해냈단 걸 알아. 그런데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난센스야. 회의적인 철학자들에게 한번 물어보라지. 자기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면 왜 아카데미로 가려고 할 때 우회전이 아니라 좌회전을 한대? 주관주의 철학자의 부인을 데리고 달아난 다음, 자네 관점에서 보면 그녀는 더 이상 그의 부인이 아니라고 그 사람한테 말해봐. 그 정도로 해두지. 그런 얘길 들으면 피가 끓는다니까. 너무 말도 안 돼서 논의할 가치도 없어.(책 p.65 중) 요즘 사람들은 세상에 진리란 존재하지 않으며 사회 안에서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주장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우리가 알 수 없으므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버리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지 않은가. 그런 무책임한 철학자들에게 던지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문제 의식이 너무 명쾌하다.
그에게 있어 윤리학은 마치 시민인 젊은 남성의 자기계발 처세술 같다. 본인도 그리스에서는 외국인이었으면서도 노예제와 여성 차별에 대해 상당히 옹호하는 입장을 취한 것은 그의 사고방식이 그가 살았던 시공간에 갇혔기 때문일까. 그는 식물(영양, 생식)- 동물(욕망, 운동)- 인간(이성)의 본성과 그들의 목적을 차이가 있다고 규정하고 인생의 최대 목적을 이성에 의한 행복으로 보았다. 왠지 베르베르의 소설에서 만난 것 같은 이런 분류법에 대해 식물이나 동물이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을 가졌다면 뭐라고 말할까?? 우리가 지금 노예제와 여성 차별에 대해 분개하듯 동식물도 인간이 우리보다 나은 게 뭐냐며 분개하지는 않을까?? 어쨌든 그에게 있어 윤리학과 이성은 함께 가는 것이다. 본인이 이성을 가진 인간이라면 이성을 따라 윤리적으로 살아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