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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지 나무 같은 사랑을 뒤로 한 채 스러져간 두 영혼 (파블 11기 9-7)
"연리지 나무 같은 사랑을 뒤로 한 채 스러져간 두 영혼 (파블 11기 9-7)" 내용보기
미술 책에 나온 사임당 신 씨의 그림에 곁들여 들려준 일화는 35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재능이 출중하였던 사임당은 메뚜기를 그린 그림을 말리기 위해 마루 끝에 둔 것을 본 닭이 그림 속 메뚜기를 콕콕 쪼았을 정도로 사실적이었다고 한다.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 널리 알려진 그녀는 현모양처의 대명사로 불리며 오래된 여고 교정에 동상으로 자리할 때
"연리지 나무 같은 사랑을 뒤로 한 채 스러져간 두 영혼 (파블 11기 9-7)" 내용보기

  미술 책에 나온 사임당 신 씨의 그림에 곁들여 들려준 일화는 35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재능이 출중하였던 사임당은 메뚜기를 그린 그림을 말리기 위해 마루 끝에 둔 것을 본 닭이 그림 속 메뚜기를 콕콕 쪼았을 정도로 사실적이었다고 한다.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 널리 알려진 그녀는 현모양처의 대명사로 불리며 오래된 여고 교정에 동상으로 자리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교정을 드나들며 교육에 정성을 다하는 어머니를 꿈꾸는 친구도 있었다. 결혼한 여자는 가정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남편 뒷바라지와 시부모 봉양, 자녀 양육에 온힘을 쏟는 것을 금과옥조로 여기라는 듯해 가슴이 답답해졌던 것도 사실이다.


  공무 수행에 나선 아버지를 따라 원행에 나선 두 아들이 집에 도착했을 때는 어머니 신사임당은 모란꽃이 만개한 화려함 속에 이승을 등지고 말았다. 죽음을 운명으로 여기며 자신의 숨통을 조여 오는 죽음조차 몰입하였을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는 생전에 어머니가 몰래 간직해왔던 붉은 비단 보따리를 떠올렸다. 현신의 그림자처럼 달라붙어 어머니 마음을 붙들고 있었던 붉은 비단보에 싸인 것들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는 과정은 사임당신씨의 내밀한 삶의 자락을 풀쳐내는 목소리로 견디기 힘들었던 시간을 감내할 수 있었던 정인을 만나고 오는 길처럼 보인다.


  무남독녀로 친정살이하는 어머니를 이해하고 아내와 떨어져 지낸 아버지는 줄줄이 딸만 낳는 어머니를 달래며 집으로 오는 길에는 둘째 딸 인선의 화구(畵具)를 사 선물하는 자애로운 모습이었다. 자식들과 떨어져 지내며 이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아이들 선물에 담겨 있었다. 막내 동생 출산을 앞둔 겨울 눈 내리던 날, 동생을 돌보던 인선은 대숲에 걸린 까치 연의 행방을 찾아 온 준서와 마주친다. 첩의 자식인 초롱과 준서는 출생에서부터 번외자로 살아야할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다. 자신의 뜻과는 달리 정해진 운명을 개척하며 살아가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에서 기혹한 운명은 마음 편히 지상에 발을 딛고 살아갈 수 없는 세계로 밀어 넣었다.


  거문고를 타고 시를 읊으며 서자라는 신분의 굴레에서 자유롭고 싶었던 준서는 말을 타고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바다를 찾았다. 서화에 능한 인선이 춤꾼 초롱, 글재주 있는 가연과 소통하며 정을 쌓는 시간 속에 준서 역시 한자리를 차지하고 가슴속에 들어앉았다. 주린 늑대의 밥이 될 위기에 처한 인선을 구한 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연모의 정은 깊어갔다. 선연한 늑대 핏자국을 모란꽃으로 그려 간직한 인선은 준서에게 향하는 마음을 고이 간직하기로 마음먹었는지도 모른다. 우연한 만남은 필연을 낳아 서로 연모의 정을 느끼며 함께 운우지정을 나누고 싶은 마음까지 이어져 서로의 머리카락을 잘라 동심결을 완성한 뒤 가약을 맺었다.


  “인선네 집에서 오빠를 사위로 삼을 것 같냐고?”

  형형한 눈빛으로 언성을 높이던 초롱의 말대로 인선과 준서의 결합은 시대적 관습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가시를 품은 채 한 몸이 되어 꼭 그러안은 연리목처럼 살고 싶었던 둘의 바람과는 달리 금강산으로 도를 닦으러 떠난 준서의 소식-죽음-을 듣고 인선은 혼인을 서둘러야 했다. 사랑을 죽이고 인선의 재주와 삶을 살리는 길을 택한 준서를 생각하며 신사임당은 아녀자가 걷는 삶의 윤리를 따르며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작품에 매진하였다. 생활의 굴레 속에 자신을 방기하는 게 나을 것이라 여긴 사임당은 서화의 세계로 도망쳤다. 무골호인인 남편은 어머니에게 의존하는 삶을 잇고 있어 십 년 공부를 권하며 독하게 학문에 정진하라고 부탁하였지만 허사였다.


  초롱이 역적으로 몰려 관비가 되었다 이름난 기생으로 높은 벼슬아치의 첩실로 들어가 살고, 가연이 곽 속에 갇힌 인형처럼 지내다 문벌귀족의 자제와 결혼하였으나 몹쓸 병까지 얻어 요절하였다. 슬하에 사남 삼녀를 둔 사임당은 보이지 않는 준서의 존재를 묵향에 담아 서화로 남기며 허전함을 달랬다. 영민한 아들 이이의 최연소 장원급제, 자신의 성품과 재주를 빼닮은 매창이 있어 든든하였지만 마음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초롱을 만나 준서가 전한 편지의 내막을 알고 아연실색한 사임당은 삶의 의욕을 조금씩 잃어갔다. 남편이 지천명의 나이에 벼슬에 올라 경제적으로 조금 살만해지니 병이 스멀스멀 기어들어 생기를 잃어가던 사임당은 사랑의 조각들을 완전히 지우지 못한 채 영면하였다. 매인 데 없이 연줄을 끊고 하늘을 훨훨 나는 까치가 되었을지도 모를 준서를 마음에 그리며 살아온 사임당은 죽음마저 달게 받으며 상처를 끌어안고 이세상과 결별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온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n*****9 2016.09.19. 신고 공감 8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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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의 붉은 비단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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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에 따르면, “나의 소설 <붉은 비단보>는 조선시대 대표적 여성 예술가인 신사임당의 외면적 생의 조건이 주요 모티브가 되었다. 그러나 소설 속의 여주인공 항아는 작가의 상상 속에서 탄생한 전혀 다른 영혼이다. 또한 소설 속에서 동시대 친구로 등장시킨 가연과 초롱에게서 허난설헌이나 황진이의 모습을 언뜻 발견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그들은 모두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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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에 따르면, “나의 소설 <붉은 비단보>는 조선시대 대표적 여성 예술가인 신사임당의 외면적 생의 조건이 주요 모티브가 되었다. 그러나 소설 속의 여주인공 항아는 작가의 상상 속에서 탄생한 전혀 다른 영혼이다. 또한 소설 속에서 동시대 친구로 등장시킨 가연과 초롱에게서 허난설헌이나 황진이의 모습을 언뜻 발견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그들은 모두 내가 가공한 소설의 캐릭터로 허구의 인물일 뿐이다. "(433쪽)

 

그렇다면 이 소설의 텍스트는 ‘준서’와 ‘인선(항아, 사임당)’의 ‘시린 사랑’으로 풀어내도 무방하리라. 그들의 인연을 ‘어긋난 사랑’이라 부르기엔 가혹하지 않을까. 그것은 단 한 번도 제대로 꿰맞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맞출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앉았던 것이다. 문득 사랑에는 국경도 없고, 조건도 없다는 흔하디흔한 비유 한 줄이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그도 그럴 것이 준서는 정 대감댁 도령으로 첩실의 자식이다. 아버지는 양반가 자손으로 높은 관직에 올라 있지만 어머니가 첩실이다. 그것도 기생첩실이니 준서의 미래는 먹물을 뒤집어 쓴 백지와 같다. 투명한 빛이라곤 한 줄기도 투과할 수 없는 층층이 두텁고 새까만 어둠 말이다. 조선중기, 당시 우리사회는 반상의 차별뿐 아니라 서얼의 차별 또한 혹심하던 때이다. 그러다보니 준서는 과거시험을 치를 자격이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는다. 구만리 같은 사내대장부의 앞길이 턱하니 막혀버린 것이다. 출세는 고사하고 사랑조차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준서의 운명은 그저 막막할 뿐이다.  

 

반면 인선은 양반가문의 자손으로 뛰어난 글과 그림솜씨를 인정받으며 강릉장안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때 되면 서울의 권문세가 자제들과 혼담이 오가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세상 일이 정해진 규칙대로 착착 들어맞기만 하던가? 종종 삐뚜름하게 틀어져서는 속을 태우지 않던가. 인선 역시 탄탄하고 반듯하게 뚫린 길을 스스로 거부한다. 그것들을 망설임 없이 밀어낸다. 그저 사랑이라는 이름 하나로 자신과 정반대의 운명을 타고난 준서를 마음에 품어버린 것이다. 인선의 나이 열여섯 살이고 준서는 열여덟 살이었다.  

 

“준서의 말을 타다니, 그렇게 피하려 했건만, 이 산중에서 이렇게 그의 등을 부여안고 말을 타다니, 말발굽 소리 때문에 심장의 박동이 들리지 않아 더없이 안도가 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 산중에 그때 그 시각에 준서가 나타났을까. 그게 신기하기만 했다. (…중략…) 기이하게 생긴 나무였다. 굵은 줄기부터 꼬여 붙어버린 나무, 이파리마저 떨어져 나신의 두 몸이 한 몸으로 얽혀 부둥켜안고 있는 형상의 나무, 남녀가 서서 애타게 끌어안은 형상이었다. "(169~171쪽) 

“나와 화전 삽시다. 언젠가 그대가 그랬지. 그림을 그리는 순간이 행복하기 때문에 그리는 것이라고. 내 몸이 흙이 되어도 그대 하나 편히 그림이야 그리도록 못 해주겠소. 세상 미물처럼 법도 도덕도 없는 곳에서 사랑 하나만으로 지아비 지어미 되어 삽시다. 하늘 제일 가까운 곳에서. "(200쪽)

 

“낮에는 의젓하게 집안일에 간여하면서도 밤이면 밤마다 도망치고 싶었다. 잠 못 드는 밤, 붉은 비단보를 꺼내어 보따리를 꾸려보았다. 옷가지와 그림들 그리고 수를 놓은 비단 천들, 그러다 첫닭 우는 새벽이 되면 다시 풀어 옷장과 문갑에 짐을 넣었다. (…중략…) 그림을 그리지 않을 거야! 나는 왼손에 가위를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오른손 손등에 힘껏 찍어 눌렀다. (…중략…) 담장 밖에서 사랑방 들창을 향해 조약돌을 던졌다. 아무 기척이 없었다. 잠시 후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꿈에도 그리던 준서의 목소리였다. (…중략…) 두 사람의 머리칼을 엮어 만든 동심결(同心結)이 완성되었다. "(203~214쪽)

 

인선과 준서는 각각 머리칼 한 모숨을 잘라 동심결을 만들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준서가 금강산으로 떠난 후, 기묘사화에 연루된 준서의 아버지는 사약을 받는다. 이제 준서는 기생첩의 자식으로도 모자라 역적의 자식이란 굴레를 하나 더 쓰게 된다. 인선의 가슴은 뻐개질 듯 아팠다. 그렇게 금강산으로 들어간 준서는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세상 밖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인선은 매일 밤 정화수를 떠 놓고 준서의 무사안일(無事安逸) 기원한다. 그런 인선의 마음을 눈치 챈 어머니는 인선의 마음을 돌리려 애쓴다. 그러다 결국 서울의 이원수와 혼인을 치르게 된다. 준서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편지 한 통을 받은 후 인선의 마음도 흔들렸던 것이다. 훗날, 그 편지는 모두 조작된 것임을 알고 인선은 한탄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그동안 내 마음 속에 현모양처로만 또렷하게 새겨졌던 인선(이하 사임당이라 쓰기로 한다)의 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남아선호사상이 깊이 뿌리 내린 조선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고, 타고난 재능을 꾸준히 키워나간 사임당,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늘 능동적이며 주체적인 삶을 살았던 사임당, 사랑하는 사람까지도 스스로 선택했지만 당시 사회구조에 발목을 잡힌다. 실패다. 부모의 능력이 대대손손 세습되는 불합리한 사회 구조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멍들게 했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고 저린다.

 

m****0 2016.09.19. 신고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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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의 붉은 비단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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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의 붉은 비단보     사임당의 어머니는 무남독녀 외동딸이다. 형제자매가 없었던 인선의 어머니는 시댁 어른들의 배려로 친정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된다. 천지간에 무남독녀 외동딸인 어머니는 부모를 봉양하느라고 지아비를 곁에 두지 못했다. 인선의 아버지는 한양에 관직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아비와 어머니의 둘째 딸로 태어난 인선은 어려서부터 글과 그림에 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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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의 붉은 비단보

 

 

사임당의 어머니는 무남독녀 외동딸이다. 형제자매가 없었던 인선의 어머니는 시댁 어른들의 배려로 친정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된다. 천지간에 무남독녀 외동딸인 어머니는 부모를 봉양하느라고 지아비를 곁에 두지 못했다. 인선의 아버지는 한양에 관직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아비와 어머니의 둘째 딸로 태어난 인선은 어려서부터 글과 그림에 재주가 남다르고 뛰어났다. 고을에서 알아주는 재주꾼이었다.

 

강릉 땅에 사임당과 필적할 만한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그 아이는 시문에 아주 뛰어났다. 신동이라고 소문이 날 정도였다. 삼대째 판서를 지내고 있는 청송 심씨 집안의 여식 심가연이 그 주인공이었다. 대대로 벼슬을 한 집안으로 사는 형편도 넉넉하였다. 아흔아홉 칸짜리 집에서 사는데, 집 안에 독선생을 모셔놓고 글을 가르칠 정도였다. 조선중기에 여자에게 독선생을 붙여가면서 공부를 시켰다는 것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어찌되었든 인선과 가연은 친구가 되었다. 또 한 친구는 초롱이라는 아이였다. 세 사람은 아주 친하게 지낸다.

 

“네가 아들 같으면야 당연한 일, 무슨 걱정이겠느냐. 마음으로는 너를 이미 아들로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고 네 마음에 짐을 지우는 일은 이 애비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내 딸이라 그런게 아니라, 계집으로 태어나 좁은 세계에 살다 가는 것이 가련하기도 하다. 여자도 사람인데 너한테만은 세상 구경을 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학식과 견문이 넓으면 오히려 여자의 팔자가 기구하다고 한다만 여자도 여자 나름, 그릇이 커서 다 포용할 수 있으면 그런 것들이 자신의 인생뿐 아니라 후대 자손들의 삶에도 깊은 영향을 줄 것이다. 어찌 보면 아녀자의 인생은 단지 학생으로 끝나는 건 아니야. 어머니가 훌륭해야 자손이 훌륭한 법.” -p.144~145

 

집안 어른들은 인선을 아들처럼 생각한다. 아버지는 한양에서 강을 집으로 올 때마다 인선에게 줄 화구를 비롯해서 그림 그리는데 필요한 도구들을 사다준다. 그런 아버지 덕분에 인선은 타고난 재주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 그러면서 가연이네 집으로 가서 함께 독선생 밑에서 공부를 할 때도 있다. 또 춤을 잘 추는 초롱이하고도 친하게 지낸다. 초롱이한테는 두 살 많은 준서라는 오빠가 있다. 준서와 인선은 머리카락을 잘라서 동심결을 맺을 만큼 좋아한 사이가 된다. 서자의 자식으로 출세 길이 막힌 준서였지만 마음만은 한없이 너그러웠다. 좋아했지만 갈 길이 달랐다. 준서는 금강산으로 들어가고 인선은 한양에 사는 이원수와 결혼식을 치른다. 한편 초롱이는 자신의 엄마처럼 영의정 대감의 첩으로 들어가서 살고, 가연이는 자살한다.

 

인선은 결혼을 하면서 이름 대신 부를 수 있게 사임당이라는 칭호를 스스로 짓는다. 그리고 4남 3녀라는 7남매를 낳고 살아간다. 비록 마흔여덟의 짧은 생을 살다갔지만 신사임당의 인생은 굵직했다. 한 사람의 여인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글공부와 그림공부를 하면서 살았다는 것이 대단하다. “저 부인의 학식과 재주가 보통 아니라네. 경서면 경서, 글씨면 글씨, 그림이면 그림, 모두 다 통달했다네. 치마를 두르긴 아까운 인재라네, 여중군자지, 여중군자. -p.370” 신사임당은 아주 어려서부터 이렇게 여중군자 소리를 들을 정도였으니 그녀의 재능이나 성품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g****0 2016.09.19.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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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비단보는 내 한 점 붉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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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계가 5:48를 가리키고 있어 좀 더 읽어도 되는 여유가 있어 좋다. 정말일까?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어쩌지 오만원 짜리를 꺼내서 다시 본다. 눈 밑에 주름살이 있는지 입주위에 팔자주름이 새겨졌는지... 항아, 가연, 초롱은 각자 다른 예술적 재능을 타고났으며, 오십년 전후의 격차를 두고 생몰했던 허날설헌과 황진이의 모습으로 보일수도 있을 것이다.   인선은 나이 여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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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계가 5:48를 가리키고 있어 좀 더 읽어도 되는 여유가 있어 좋다. 정말일까?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어쩌지 오만원 짜리를 꺼내서 다시 본다. 눈 밑에 주름살이 있는지 입주위에 팔자주름이 새겨졌는지... 항아, 가연, 초롱은 각자 다른 예술적 재능을 타고났으며, 오십년 전후의 격차를 두고 생몰했던 허날설헌과 황진이의 모습으로 보일수도 있을 것이다.

 

인선은 나이 여덟에 항()()란 이름으로 스스로 개명을 하고, 열아홉에 혼인하였으나 준서를 잊지못하여 온마음으로 남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실성하여 스스로 목을 맨 가연을 두고 안타깝기도 한편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가연의 불행이 스승이 되어 남편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밝고 지혜롭게 살기로 다짐한다.

 

까치연이 대나무에 걸리면서 준서와 항아의 만남이 시작되었고, 만남이 이어지면서 백년해로를 기약하고 둘은 머리칼로 동심결 매듭을 만들어 간직하는데 ... 준서의 출생과 처지 때문에 항아 부모의 거짓으로 헤어지게 되고 금강산에서 도를 닦기도 하고 서자들만 모여 화전을 가꾸며 공동생활하는 것이 반역죄라하여 처형을 당하고 만다.

 

서녀인 처지를 비관하는 초롱이는 본가 정실마님의 미움을 피해 오누이가 낯선 강릉땅에 정착하여 살지만 몇해 되지 않아 어머니를 잃고 만다. 초롱의 몸은 새봄의 물오른 버들가지가 봄바람에 간드러지게 휘날리는 것 같고, 타고난 애교가 넘치는 초롱은 기생인 어미의 팔자를 이어 우의정의 첩실이 된다.

 

살집이 있는 둥그스름한 얼굴에 이마가 넓고, 동글동글 편안해 보이는 코와 수다스러워 보이지 않는 꼭 다문 얇지 않은 입술 그리고 깊이 있는 눈매가 총명해 보이고 사람을 꿰뚫는 것 같은 날카로움이 느껴지는 가연. 열다섯에 영의정댁으로 시집을 갔지만, 시어미와의 갈등 한량 남편 계속되는 유산으로 실성하여 제명을 다하지 못한다.

 

눈을 이고 있는 오죽 숲에 연을 걸어놓고 간 까치연 소년. 수년전, 정월 대보름날 밤 다리위에서 시를 읊던 소년. 작년에 어미를 잃고 상복을 입고 슬픔에 잠겨 있던 소년. 지금 걸어오고 있는 사람은 소년이라기보다는 사내에 가까운 기골을 갖추고 있다. p131 인선이 기억하는 준서의 모습이다. 멋지게 잘 자란 대장부답다. 산삼을 전해준 이는 중인지 도산지 허름하게 입은 삿갓쓴 이가 준서이기를 ...

 

인선은 부귀영화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지켜내고 살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주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며 하찮은 미물도 우주의 중심이라 생각하고 표현하며 그림은 감정을 단속하거나 자유롭게 풀고 싶을 때만 그렸다.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추억 할 수 있는 이가 있어 더 인간다운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j*****7 2016.09.20.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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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사임당의 붉은 비단보-권지예
"[서평]사임당의 붉은 비단보-권지예" 내용보기
이황, 이이, 세종대왕, 신사임당. 모두 지폐에 초상화가 있는 위인들이다. 이 중 특히 신사임당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가장 나중에 만들어진 지폐의 주인공이면서 유일하게 여자다. 아마도 예전에는 여자를 돈의 인물로 설정하는데 무리가 따를수도 있었겠지만 여자대통령까지 나온 지금은 여자인물이 하나도 없었다는게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여자 중에서도 훌륭한 사람
"[서평]사임당의 붉은 비단보-권지예" 내용보기

이황, 이이, 세종대왕, 신사임당. 모두 지폐에 초상화가 있는 위인들이다. 이 중 특히 신사임당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가장 나중에 만들어진 지폐의 주인공이면서 유일하게 여자다. 아마도 예전에는 여자를 돈의 인물로 설정하는데 무리가 따를수도 있었겠지만 여자대통령까지 나온 지금은 여자인물이 하나도 없었다는게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여자 중에서도 훌륭한 사람은 많았을텐데 신사임당이 뽑힌 이유는 무엇일까. 일곱아이의 어머니이면서 글과 그림에 모두 훌륭한 재주를 가졌던 분, 여자라는 이유로 관직을 얻거나 할수는 없었지만 그 모든 것을 떠나 '엄마'라는 존재만으로도 가장 훌륭한 분으로 꼽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이 책에서는 그런 사임당을 한 여자로 그려내고 있다. 역사적 인물이기는 하지만 허구의 이야기가 전면에 깔려있는 셈이다. 실제로 사임당이 지아비가 아닌 다른 한 남자를 평생동안 그리워했다는 것은 모를 일이다. 그 당시에 살고있는 사람만 알 뿐 그저 우리는 사임당을 주인공으로 한 사랑이야기를 읽고 그녀의 마음에 공감할 뿐이다.

 

恒我, 항아, 항상 나 자신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온 가족에게 선포할만큼 당당했던 그녀, 인선이라는 이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기 자신을 찾고자 했다. 딸만 다섯인 집안의 둘째였지만 아들 노릇을 충분히 했던 그녀였다.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문장력에도 뛰어난 그녀는 어른들이 여자로 태어난 것을 안타까와 할 정도였다니 정말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고도 할 수 있다.

 

집에서 동생과 언니들만 지내던 그녀에게 좋은 친구들이 생긴다. 초롱이와 가연이. 저마다 가족의 배경은 달라도 동갑내기 소녀들은 서로 어울리고 싶어했고 만나면 그 또래들만이 할 수있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깔깔대기 일쑤였다.

 

 세소녀들의 모임을 보고 있자니 [몽화]라는 책이 생각이 났다. 그 책에서도 똑같이 세소녀가 등장을 한다. 저마다 배경이 다른 세명의 소녀라는 것은 이 책과 똑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셋이 잘 지냈다는 것도 같다. 그러나 시대적배경이 다른만큼 같은 이야기를 기대할 수 없겠다. 그 책에서의 한 소녀는 프랑스로 유학을 갔고 한 소녀는 일본으로 일을 하러 가는 등 저마다 다른 생을 살았던 것처럼 이 책에서의 소녀들도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간다.

 

열여덟에 시집을 가자던 약속과는 달리 집안에서 혼처를 정해주어서 좋은 집안에 시집을 간 가연. 지금에야 강릉과 서울쯤은 쉽게 오갈 수 있지만 걸어서 이동을 해야 하는 그때 강릉과 서울은 한국과 미국보다도 더 멀어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초롱의 오빠인 준서를 좋아했던 인선.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랑이냐 가족이냐를 고민해야만 했다.

 

자신이 사랑을 찾아서 준서와 함께 떠나버리면 자기 자신은 행복할지 몰라도 자신을 아들처럼 믿고 돌보아주셨던 부모님을 비롯해 조부모와 자기 가족의 이름이 먹칠을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결국 그녀는 사랑을 지키지 않기로 결심을 하지만 그 과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캄 절절하다. 그저 단순한 십대의 사랑이 아닌 것이다.

 

이제는 이 세상에서 볼수 없는 사람. 이쯤 되면 잊혀야 되는 거 아닌가? 기억은 늙지도 않나?

기억은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불쑥 찾아오는 불청객이다.(268p)

 

저자후기에서 이 책을 처음 쓰고 출판사에 보냈을때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거둬야만 했다고 했다. 사임당을 위인으로만 본다면 이런 내용이 누군가에게는 껄끄러운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녀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고 그저 이름없는 조선의 예술가로써 책을 냈다고 했다. 이제 개정판을 내면서 그녀에게 제대로 된 이름이 생겼다. 그녀가 남긴 시구를 읽고 이야기를 생각해 낸 작가의 처음 의도대로 주인공에게는 항아, 인선, 사임당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뛰어난 예술가이면서 학자이면서 엄마였던 그녀. 그렇게만 알고있던 그녀에게 절절한 사랑이야기가 있었다고 한다면 불순한 상상력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 또한 이런 사랑을 할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니 그녀의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이 고달파서 한 방울 눈물이 흐르게된다.

이달의 사락 b***8 2016.08.26. 신고 공감 2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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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의 은밀한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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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현모양처의 대명사며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우상이다. 그리고 그녀는 여성 예술가다. 여성과 예술에 관심이 많은 작가인 나는 예술가로서의 그녀를 소설로 그려내고 싶었다. 그녀에게 빙의된 듯 나는 몰아치듯 열정적으로 초고를 마치고 출판사에 넘겼다. 그러나 출판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여타의 의견과 우려의 분위기로 나는 원고를 거둬들이고야 말았다. 어쨌거나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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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현모양처의 대명사며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우상이다. 그리고 그녀는 여성 예술가다. 여성과 예술에 관심이 많은 작가인 나는 예술가로서의 그녀를 소설로 그려내고 싶었다. 그녀에게 빙의된 듯 나는 몰아치듯 열정적으로 초고를 마치고 출판사에 넘겼다. 그러나 출판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여타의 의견과 우려의 분위기로 나는 원고를 거둬들이고야 말았다. 어쨌거나 그녀는 우상이니까. 결국 그녀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고 조선의 여성 예술가로 살다간 여인의 이야기로 출판했다. 그것이 그녀에게도 내게도 미안하고 떳떳하지 못했는데, 개정판을 내면서 초고대로 책을 내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도 되찾아주게 되었다. 사임당. 온기와 숨결과 눈물을 가진, 우상이 아닌 한 인간을 나는 호명하고 싶었다. - '개정판을 내며' 중에서

 

 

신사임당, 조선의 여성 예술가

 

밤마다 달을 향해 비는 이 마음 夜夜祈向月
살아생전 한 번 뵐 수 있기를 願得見生前

 

이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사친시思親詩다. 하지만 사임당이 지었다는 전문全文이 전하지 않고 두 구만 남은 '낙구落句'라는 불완전한 시를 읽자마자, 작가는 '만약 이 시에서 사임당이 이토록 그리워하는 이가 어머니가 아니라면?' 이라는 상상이 발동하면서 이 소설은 탄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 완성했던 <붉은 비단보>에는 사임당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상으로서의 사임당을 온기와 숨결과 눈물을 가진 한 인간으로 그려내고 싶다는 의지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개정판을 출간하면서 그녀의 이름을 되찾아주게 되었다. 현모양처의 대명사 '사임당', 작가는 어긋난 사랑의 상처를 예술로 승화시키며 훌륭한 어머니, 아내, 딸로서의 삶을 온전히 지켜온 조선의 한 여성을 오늘의 시간대로 다시 호출한다.

 

열정과 광기, 그로 인해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던 여성 예술가들의 삶을 그려내려던 작가는 작품 안에 조선의 대표적 여성 예술가인 신사임당의 외면적 생의 조건들을 주요 모티프로 삼았다. 당시엔 '끼'라고 치부되어 인정받지 못했던, 예술가적 재능을 지니고 태어난 사임당은 아들을 낳고 싶은 부모의 염원이 담긴 아명兒名 '개남開男'이란 이름을 거부하고, 자아의 완벽한 주인이 되고자 스스로의 이름을 '항아恒我'라고 작명한다. 

 

작가 권지예 1997년에 등단, 소설집 <꿈꾸는 마리오네뜨>, <폭소>, <꽃게 무덤>, <퍼즐>, 장편소설 <아름다운 지옥>(전2권), <4월의 물고기>, <유혹>(전5권), 그림소설집 <사랑하거나 미치거나>, <반 고흐, 서른일곱에 별이 된 남자>, 산문집 <권지예의 빠리, 빠리, 빠리>, <해피 홀릭> 등의 작품들을 발표했으며, <뱀장어 스튜>로 2002년 이상문학상, <꽃게 무덤>으로 2005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여자를, 누구나 안다고 말한다. 근엄하고 현숙한 표정으로 낡은 초상화 속에 들어앉은 여자, 케케묵은 신화 속에 박제된 여자,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그 여자. 권지예가 그 여자를 여기, 불러냈다. 그런데 놀랍다. 꽁꽁 처매었던 붉은 비단보를 펼치고 들여다본 그 여자의 속살은 전혀 완벽하지 않다. 사랑하고 욕망하며, 좌절하고 신음한다. 때론 가슴으로 철철 피눈물도 흘린다. 작가는 위무하듯 그녀의 영혼을 가만가만 어루만진다. 이제 누가 물어보면 나는 천천히 말할 수 있다. 그 여자, 나도 조금 알아요. 부족하고 불완전했던 여자, 절박하리만치 스스로를 사랑하고 싶었던 여자, 눈물 글썽인 채로 웃고 있던 그 여자, 살아 숨 쉬는 진짜 인간이었어요. - 정이현, 소설가

 

 

소설의 시작은 사임당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수운판관水運判官직을 맡은 아버지를 따라나선  율곡 이와 그의 맏형 선이 한 달이라는 기간의 조운漕運을 마치고 귀가하자 대문은 상중임을 알리고 있었다. 오늘 새벽, 동이 틀 무렵 눈을 감았다는 것이다. 큰 누이 매창의 말로는 병석에 들어 사흘 째에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한편, 율곡 이는 평소 남몰래 어머니가 간직해왔던 붉은 비단 보따리가 떠올랐지만 집 안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언젠가 그는 출타 중인 어머니의 문갑을 열고 비단보를 열어본 적이 있었다. 그 속엔 한번도 본 적이 없던 한 남자의 초상화가 여러 점 있었다. 물론 그 사람은 집안 인물이 아니었다. 남자의 초상화는 도화서의 화원畵員이 아닌 이상 양반가의 아녀자가 그릴 수 있는 그림이 아니었다. 그리고 두 나무가 엉켜 있는 묘한 산수화 한 점, 두 젊은 남녀가 쌍그네를 타고 있는 그림 등도 있었다. 

 

율곡 이는 졸지에 임종도 보지 못한 채 슬픔 속에서 장사를 치르고 조석으로 영위에 정성을 다해 문안을 올렸다. 지고 난 뒤에 더 깊고 짙은 향기를 남기는 꽃이 있다면 바로 어머니가 아닐까. 그는 벌써부터 어머니가 그리웠다. 하지만 '그 붉은 비단보가 함부로 펼쳐진다면?' 이란 생각이 문득 들 때면 그는 가슴이 뛰고 눈앞이 아득해졌다. 이를 반드시 찾아야 했다. "어머니, 도대체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는 어머니의 혼을 애타게 부른다.

 

일곱 남매 중 어느 누구도 성혼成婚하지 못한 처지에 집안의 기둥을 잃었으니 온 식구가 마치 어미 잃은 강아지처럼 비칠댔다. 그 와중에 아버지는 눈이 맞은 안주인을 찾아 주막집을 들락거렸다. 어느 날, 삼경도 지난 시각에 율곡 이는 누이 매창을 찾아 어머니의 유품에 대해 물었다. 이때 매창은 열흘 전에 어머니가 푸른 함을 맡겼다는 말과 함께 생전에 어머니가 그린 초충도草蟲圖, 화조도花鳥圖, 화초어죽花草魚竹, 글씨들, 자수 놓은 비단 천 등이 있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매창은 어머니가 쓰러진 날 붉은 비단보를 보았고, 이를 함구하기로 결심했다. 이는 어머니 생의 그림자였고, 선혈 같은 생생한 고통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규보의 시, <절화행折花行>

 

 

이후 작가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한양 정대감의 첩의 자식 준서와 초롱 두 남매를 등장시킨다. 당시 반상과 신분의 차가 분명했던 시절이라 이룰 수 없는 사랑이야기를 가공해낸다. 즉 사임당과 동갑인 초롱의 오라버니 준서俊瑞는 학문과 서화, 그리고 예藝에 뛰어난 자질을 지녔기에 예술적 소양을 두루 갖춘 사임당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하지만 둘은 신분의 격차를 초월하지 못하고 생이별하고 만다. 작가는 사임당의 붉은 비단보가 바로 이들의 사랑 정표임을 시사한다.   

 

기름 먹인 종이로 만든 까치연. 창공을 날다가 사임당 집 검은 대나무 숲에 와 깃든 까치연은 해가 바뀌어도 아직 그대로 있다. 대나무 우듬지에 실이 엉킨 채로 팔락거리고 있었다. 그걸 볼 때마다 사임당의 가슴도 새가슴처럼 팔락거렸다. 희고 고른 잇속을 보이며 웃던 얼굴이 해맑은 사내아이. 그럼에도, "그럼 그놈 그냥 거기 살게 놔두거라, 내 허락 없이는 내려놓지 말고", 배포도 좋게 어른스레 말하던 아이. 그 사내는 바로 까치연의 주인 준서, 당시 딸만 다섯이던 때라 두 살 많은 그가 사임당에겐 믿음직한 오라버니로 보였다. 그런데, 그가 기생 첩의 자식이라는 거다.

준서의 여동생 초롱은 사임당과 동갑으로 활달한 성격 탓에 금방 사임당과 친해졌다. 어머니의 유전자를 물려 받은 탓인지 초롱은 춤을 멋지게 추는 재주를 지녔다. 이에 사임당은 날렵하게 춤을 추는 초롱의 몸에 빠져들면서도 마음이 베인 듯 초롱이 애틋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언젠가 "춤추는 게 그렇게 좋니?"라고 묻자 초롱이 꿈꾸듯 말했다. "춤출 때만 내가, 내 몸이 기쁘게 살아 있는 것 같아" 이 답을 듣고 사임당은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도 그런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그림을 그릴 때면 그런 기분이었다. 


사임당은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방문을 걸어 잠그고 어두운 방에 혼자 앉아 있었다. 아련하게 땀 냄새가 났다. 동무 가연의 독선생에게 글을 배우고 동짓달 말미의 차갑고 시린 햇빛을 받으며 홀로 걸어서 겁없이 귀가하던 중 산길에서 한 쌍의 꿩을 발견하고 화폭에 담고자 그 자태와 색에 흠뻑 빠져 관찰하느라 맹수가 다가오는 것조차 몰랐다. 갑자기 두 눈에 파란 불을 이글거리는 산짐승을 만나 위기일발인 상황일 때 준서가 활을 쏘아 그녀를 극적으로 구출해주었다. 굶주린 늑대였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사임당에게 준서는 생명의 은인이라면서 자신의 청을 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준서의 말은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닌 엉뚱한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숲은 이미 너무 어두워 무섭기만 했다. 한 지점에 도착에 말을 세웠다. 그리고는 사임당을 말에서 내렸다. 한 나무를 보라고 가리켰다. 연리지連理枝였다. 그는 이 나무를 볼 때마다 사임당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텅 빈 가슴에 무언가 허기처럼 밀려왔다. 그리웠다. 벌써 그리웠다. 뜨거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준서가 잡았던 왼손을 들어 사임당은 왼쪽 볼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마치 그 손이 준서의 손이라도 되는 양 눈을 감고 볼을 맡겼다. 그 손은 볼을 거쳐 어깨를 쓰다듬었다. 포근하다. 뭔가 힐링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치마를 벗었다. 옥색 비단 치마엔 늑대의 피가 튀어 검붉게 변해 있었다. 그녀는 치마를 활짝 펼쳤다. 그곳에 붉은 물감을 듬뿍 칠한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화려하게 만발한 모란 꽃송이들이 옥색 치마 위에 붉게 붉게 피어나고 있었다. 준서와의 인연을 오래토록 간직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날은 참으로 음산하고

우르릉 우렛소리 들려오네.

깨어 앉아 잠은 안 오고

생각하자니 그리움 깊어.

 

이는 예전에 준서가 처음으로 자신의 그리움을 담아 사임당에게 보냈던 시다. 이제 그는 이룰 수 없는 사랑임을 깨달은 탓인지 금강산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차가운 가을비 소리가 마치 그의 거문고 연주 소리처럼 들리면서 그녀의 귓속까지 뜨겁게 달구고 간지럽혔다. 준서의 목소리가 온몸을 휘감는 듯했다. 아아, 이제 환청까지 들린다.

 

이대로 어찌 평생을 산단 말인가. 이 꽉 막힌 수틀이 웬 말이고, 고상연한 그림은 다 무어고, 금수 같은 마음으로 글은 읽어 무엇하나. 그것들을 하면 내가 행복하다고? 진정 마음을 도려낸 채 그 텅 빈 예藝는 무엇이고, 가증스런 예와 학문은 또 무엇인가. 모두 부질없다. 차라리 짐승처럼 살 거야. 사임당은 세차게 도리질을 쳤다. 그림을, 그리지 않을 거라고 작심하고 왼손에 가위를 들고서 오른손 손등에 힘껏 찍어 눌렀다. 

사임당은 댕기머리를 풀었다. 준서가 그녀의 머리칼 속을 뒤져 가는 수실 묶음만큼 잘라냈다. 그녀는 두 사람의 가늘고 긴 머리 타래를 아직 낫지 않은 손으로 매듭을 지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미 
복주머니나 노리개 장식을 위해 귀도래 매듭이나 나비 매듭을 지어보았기 때문에 그녀에게 동심결同心結 매듭이 그리 어렵진 않았다. 동심결이 완성되었다. 머리칼로 만든 동심결이 십자 모양으로 야무지고 단단하게 잘 만들어졌다. 준서의 얼굴에 감동이 서렸다. 먼 길을 떠나는 그에게 전하는 정표인 셈이다.

 

 

 

 


사임당은 고이 간직해둔 열쇠를 꺼내 장롱의 깊은 곳을 열어 붉은 비단 보자기로 싼 함을 꺼냈다. 잠깐 주위를 살폈다. 매창이 동생들을 데리고 외출해서 집 안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이 붉은 비단 보자기를 몇 번 열어보지는 않았다. 가슴 아픈 추억들이 보자기를 풀면 독사처럼 튀어나와 물고 놔주질 않을 것 같았다. 그런 두려운 세월이 있었다. 그러나 세월은 독사의 독도 치료할 만큼 내성이 강한 약이었다.

그녀는 혼자 중얼거렸다. 재주 많고 총명하고 속도 깊은 신씨가의 둘째 딸로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그것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아왔지. 남편과 시어머니 거스르지 않고 여자로서의 삶에 순응하며 일곱 자식 키우며 힘든 세월도 보냈지. 최연소 장원급제자의 어머니라며 아들 가진 여자들이 모두 부러워했지.

 

남들은 모를 것이다. 그녀의 삶이 아무런 고통 없이 갈등도 없이 순하게 이어져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녀의 삶에 치를 떨면서도 유능제강柔能制剛이란 단어를 새기면서 살아왔다. 부드러움이 결국 강함을 이긴다. 그녀는 삶을 껴안기 위해 구부러졌다. 엄나무 연리목처럼 구부러지고 휘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숯 더미에 낡은 옥색 치맛자락을 얹었다. 불꽃은 배고픈 짐승의 혀처럼 날름날름 비단 치마를 잘도 먹었다. 머리카락이 타는 듯, 살이 타는 듯한 비단 타는 냄새가 역하게 풍겨 왔다. 그 냄새가 너무 역하다 싶을 때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울컥 솟았다. 불이 붙은 치마를 끌어다 입을 막았다. 선지 같은 붉은 핏덩어리가 치마에 쏟아졌다. 각혈이었다.

 

 

우의정댁 작은 마님, 그녀는 바로 사임당의 친구이자 죽은 준서의 여동생 초롱이다. 오라비의 유품인 누더기를 매수한 옥졸로부터 전달받았는데, 저고리 소매 안 겨드랑이 쪽에 꿰매어 품에 지녔던 물건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바로 동심결 매듭이었다. 이를 사임당에게 전달하면 당연히 눈물을 흘릴 것이고 오히려 복수하는 기분이 들 것으로 여겼다는 게 초롱의 말이었다.   

매창은 초롱이 다녀간 후 어머니 사임당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푸른 비단보에 싸인 그림함은 매창에게 전달되었고, 타다 만 붉은 비단보의 그림은 어머니의 단심丹心이었다. 아니 어머니 이전의 한 여인의 마음이었다. 그 붉은 비단보 안의 그림을 볼 때면 매창은 한없이 자유로움을 느꼈다. 비록 여인으로서 삶이 갇혀 있더라도 화폭에서는 한없이 자신의 삶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은 위안과 희망이었다. 양식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풍경을 그린 것도 아름다운 그림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강릉 선교장 

 

 

마흔여덟 해를 살다 간 항아의 예술적 향취를 찾아서

 

결국 예술가란 작품으로 남는 사람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예술가는 생에 함몰되지 말아야 하며 어떡하든 작품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어쩌면 영원한 예술가의 존재는 자신만의 '붉은 비단보' 안에 갇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므로 소설 속에서 내가 툭, 던져놓은 '붉은 비단보'를 열어 그녀의 생사를 확인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둔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이달의 사락 5****0 2016.09.1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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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모양처가 아닌 여자로서의 사임당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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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여성. 하지만 그녀에 대해 떠올려보면 사실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게 그다지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5만원짜리 지폐, 율곡 이이의 어머니, 강릉, 오죽헌, 초충도, 그림을 잘 그렸던 여성 정도 밖에는 그리 많이 떠오르지 않는다. 실제로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다는 정숙한 여인, 즉 ​현모양처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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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여성.

하지만 그녀에 대해 떠올려보면 사실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게 그다지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5만원짜리 지폐, 율곡 이이의 어머니, 강릉, 오죽헌, 초충도, 그림을 잘 그렸던 여성 정도 밖에는

그리 많이 떠오르지 않는다.

실제로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다는 정숙한 여인, 즉 ​현모양처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지 않는가?

그런 사임당이기에, 사실 서점에서 이 책을 보았을 때 무지 궁금했었다.

무슨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우리가 흔히 아는 이야기들, 아주 정숙한 조선의 여인의

이야기가 지루하게 담겨 있을까?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뭔가 색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그런 궁금증을 가득 안고 한동안 책 표지를 한참 쳐다보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보던 사임당의 모습과는 다른 뭔가 좀 화사해 보이면서 젊어보이는 사임당.

그리고 붉은 비단보라는 제목과 함께 그려진 꽃의 의미는 무엇일지 그 비밀을

파헤치고 싶게 만드는 책 표지. ​

그렇게 많은 궁금증으로 이야기 속을 걸어갔다.

이 소설은 액자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앞과 뒤는 이이와 매창의 이야기가, 그 가운데는

사임당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아버지와 함께 배를 타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이이는 꿈 속에서 깨어난다.

뭔가 평소와는 다른 꿈. 그리고 집에 도착했을 때 맞이한 어머니 신사임당의 죽음.

그리고 신사임당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릴 적부터 재주가 남달라 딸이 5명인 집에서 대들보와 같은 역할을 하는 신사임당.

한양과 강릉을 오가는 아버지, 무남독녀 외동딸로 친정에 살고 있으면서 딸만 다섯을 나아 기르지만

정숙하고 현명한 어머니 밑에서 자라는 사임당의 어릴 적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머니가 다섯 째 말희를 낳던 날, 눈덮인 오죽의 모습이 그리고 싶어서 다른 동생과 함께

밖을 잠깐 나갔다가 연이 대나무에 걸린 걸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연을 날린 주인공도... 이상하게 그 날이 기억에 남는 그녀에게 우연히 생기게 된

가연과 초롱이라는 벗의 이야기가 함께 전개된다.

모두 동갑인 그녀들은 각각 한가지씩 재주를 가지고 있다. 부잣집 외동딸 가연은 글을,

양반집 아버지를 가지고 있지만 기생의 딸인 초롱은 춤을, 그리고 사임당은 그림에 뛰어나다.

그렇게 셋은 붙어다니며 우정을 나눈다.

그러다 가연은 먼저 시집을 가고, 사임당은 어느샌가 초롱의 오라버니인 준서에게 마음을 품게

되는데, 그 준서는 바로 오래전 연을 날렸던 그 남자.

둘은 서로 그렇게 마음을 주고 받으며 아슬아슬한 사랑을 한다.

특히나 기억에 남았던 쌍그네를 타던 둘의 모습을 잠시 이렇게 남겨본다.​

머릿 속에 그림이 그려지면서 선남선녀가 쌍그네를 타는 모습. 그리고 그 준서의 눈에

가득 고였던 눈물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


그렇게 두 사람은 마음을 나누고, 함께 하고자 동심결을 머리카락으로 만들었지만

신사임당 어머니와 아버지가 준서를 설득시켜 떠나게 함으로써 두 사람의 인연은 멀어지게 된다.

그렇게 이원수라는 남편을 맞이하게 된 신사임당.

그녀는 그렇게 시집을 가서도 남편에게 마음을 다 주지 못하고 준서를 그리워하면서 살게 된다.

하지만 나중에 준서가 죽지 않았음을 알게 되면서 더더욱 가슴 아팠던 그녀의 사랑.

결국 신사임당은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아내로, 며느리로, 엄마로서의 삶을 묵묵히 살아낸다.

그리고 제목의 붉은 비단보 안에 그녀의 준서에 대한 마음들을 담은 그림과 치마 등을 간직한

채 평생을 살다가 마지막 그것을 다 태우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떠나게 된다.

하지만, 붉은 비단보를 아는 아들 이이와 딸 매창에 의해 초롱이에게 그 이야기를 전달하게

되고, 초롱이도 준서의 죽음을 알리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읽는 내내 모든 것이 허구이겠지만, 정말 이런 사랑이 존재 했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임당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지만, 그녀도 꿈많은 여자였고, 사람이었기에

이런 정인 하나 두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내내 멀게만 느껴졌던

사임당이 새롭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며 붉은 비단보 속의 그림과 글 등을 태우기 전 독백같은 이 이야기가참 기억에 남았다.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을 지가 너무도 생생하게 다가왔기에,

그리고 우리의 삶 역시 지금 모순 속에서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소설이기에 재미도 물론이거니와 사임당의 새로운 면모에 대해 상상할 수 있게 해 준 책이라

고마웠다.

어떻게 작가는 사임당의 이런 모습을 상상했을까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사임당을 현모양처가 아닌 한 여성으로서 바라보고 싶다면 주저없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4 2016.09.0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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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어머니이자 한 여인 - 『사임당의 붉은 비단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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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최초의 화폐속 여인, 신사임당.그녀는 이이의 어머니로써, 한 예술인으로써 우리에게 다가왔었습니다.그런 그녀에게 작가는 어머니이기 전의 한 여인으로써의 모습을 그려주었습니다.그래서일까?드라마로 그려질 그녀의 모습 이전 책으로 우선 만나보고 싶었습니다.이 책은 팔 년 전에 『붉은 비단보』라며 출간되었다고 합니다.그때만 하더라도 작가는 '사임당'이라고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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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최초의 화폐속 여인, 신사임당.

그녀는 이이의 어머니로써, 한 예술인으로써 우리에게 다가왔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작가는 어머니이기 전의 한 여인으로써의 모습을 그려주었습니다.

그래서일까?

드라마로 그려질 그녀의 모습 이전 책으로 우선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팔 년 전에 『붉은 비단보』라며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작가는 '사임당'이라고 하면 현모양처의 대명사이기 때문에, 훌륭한 어머니로 우리에게 알려졌기에 책의 제목에 그녀의 이름을 넣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책을 출간하고도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사임당의 온기와 숨결과 눈물을, 우상이 아닌 한 인간으로 호명하고 싶었기에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이름을 명시하게 되었고 이렇게 제 손에도 오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도 『붉은 비단보』이기보다는『사임당의 붉은 비단보』가 더 작품에 몰입하며 그녀의 삶에 더 집중을 할 수 있었고 보다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사임당의 삶에 대해 픽션이 가미되어 있었습니다.

14살 친구들과 19살까지는 결혼하지 않기로 약속을 하지만 시대적 배경은 그녀들의 약속을 짓밟아 버렸고 그런 그녀는 시대에 순응하면서도 내면으론 텅 빈 강정처럼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3명의 여인, 허난설헌, 황진이, 사임당.

그녀들은 각기 다른 개성으로 어울릴 듯 말듯 하면서 결국은 서로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음에 소설 속의 또 하나의 단편소설 같이 다가왔었습니다.

이 책의 제목에서 보이던 '붉은 비단보'.

이는 자신의 가슴 아픈 추억들이 담겨 있기에 그녀는 열어보는 것을 주저하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세월은 독사의 독도 치료할 만큼 내성이 강한 약이라는 그녀의 말처럼 그녀의 가슴 한 구석에 꽁꽁 싸매있었던 '준서'의 편지도 어느덧 무던히 넘겨버리는 그녀의 모습에 괜스레 안타까움이 남았습니다.

붉은 보자기를 다시 싸며 나는 중얼거렸다. 아아, 이것이 내 마흔여덟 해 동안 내 생의 그림자로다. 참으로 열심히 살았지. 재주 많고 총명하고 속도 깊은 신씨가의 둘째 딸로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그것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아왔지. 남편과 시어머니 거스르지 않고 여자로서의 삶에 순응하며 일곱 자식 키우며 힘든 세월도 보냈지. 최연소 장원급제자의 어머니라며 아들 가진 여자들이 모두 부러워하였지. 남들은 모를 것이다. 내 삶이 아무런 고통 없이 갈등도 없이 순하게 이어져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내 생에 치를 떨면서도 유능제강이란 단어를 새기면서 살아왔다. 부드러움이 결국 강함을 이긴다. 나는 삶을 껴안기 위해 구부러졌다. 엄나무 연리목처럼 구부러지고 휘었다. - page 392 ~ 393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는 어머니이자 며느리, 딸로써의 역할에 충실하였지만 결국은 '여자'였음에 더 공감을 하고 안타까워하고 위로하게 되었습니다.

소설을 읽는내내 그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고 그녀의 삶을 돌아보며 지금의 제 모습을 돌아보기도 하였습니다.

나는 과연 내가 있는 위치에서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작가로 하여금 다시 만나게 된 그녀에게 조금 토닥여주고 싶었습니다.

이달의 사락 a*****6 2016.08.29.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사임당의 붉은 비단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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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신씨", 그녀는 자신의 이름보다는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그리고 아들 이이에 이어 대한민국 지폐에 얼굴을 올렸죠. 항간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지만 말이죠.신분과 남녀 차별로 압축할 수 있는 조선시대에 뛰어난 글 솜씨와 그림으로 이름을 남긴 신사임당.하지만 그 아들 이이가 남긴 어머니 행장에는 이름이 '모'라고 나옵니다. 한마디로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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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신씨", 그녀는 자신의 이름보다는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아들 이이에 이어 대한민국 지폐에 얼굴을 올렸죠. 항간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지만 말이죠.
신분과 남녀 차별로 압축할 수 있는 조선시대에 뛰어난 글 솜씨와 그림으로 이름을 남긴 신사임당.
하지만 그 아들 이이가 남긴 어머니 행장에는 이름이 '모'라고 나옵니다. 한마디로 이름이 없다는 뜻이죠.
이렇다 보니 배일에 가린 그녀의 삶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나 봅니다.
 한편으로는 극성스러운 어머니로 맹자의 어머니와 신사임당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런 그녀의 양육법이나 훈계의 내용으로 소설이 흘러가지는 않을까 생각했는데, 어린 시절 첫사랑에 이야기의 포커스를 맞춥니다.
나름 신선한 주제와 소설의 상상이 결합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직접 만나보시죠.

 무남독녀 외동딸이었던 사임당의 어머니는 내리 딸만 다섯을 낳는다.
그중에 둘째, 인선이란 이름을 갖지만 사내 동생을 보라고 '개남'이라는 아명으로 불립니다.
어차피 여자아이에게 이름이란 무의미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이름으로 불리고 싶던 아홉 살 난 여자아이.
그녀가 조심스럽게 종이에 쓴 이름은 '항아(恒我)', 항상 나이고 싶었던 여자아이입니다.
남들과 다르게 뛰어난 재주와 머리를 타고났지만 딸로 태어난 그의 운명을 저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딸 만 다섯이다 보니 집안에서는 대들보 몫까지 책임져야 했던 소녀랍니다.

 이런 운명이라도 소녀에게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상대는 정승댁 서자 출신의 '준서'라는 두 살 위의 청년이자 친구 초롱이의 오라버니입니다.
초롱이가 다리를 다쳐 병문안을 다녀오며 조금씩 연모의 감정을 품던 그녀는 집안의 대들보라는 운명 때문에 괴로워합니다.
거기에 떳떳하게 신분을 밝힐 수 없는 서자라는 신분의 남자로 인해 더욱 괴로움이 더 합니다.
양반가에서 이를 알면 큰일이겠지만 조심스럽게 사랑을 키워나가지만 운명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19살 몰락한 양반가의 외아들 이원수를 만나 부모의 뜻대로 결혼하여 살아가지만, 첫사랑 준서를 잊을 수 없었습니다. 
준서가 죽었다는 편지에도 잊지 못하고 그림과 그의 서신을 고이 간직하며 30년 넘게 기억의 편린을 간직한 채 살아갑니다.
하지만 진실은 그녀의 부모님의 간절한 부탁에 준서가 거짓 서신을 보낸 것입니다.
준서 역시 그녀를 잊지 못하고 그녀가 남긴 동심결을 평생 옷고름에 간직한 채 역모로 처형을 당합니다.

 한 평생을 서로를 잊지 못하고 살아온 이들의 모습이 소설 속에 연리목을 보는 장면이 머릿속을 채웁니다.
힘겨운 생을 지탱하게 해 주었던 슬픈 사랑이 그녀에게 불씨가 되어 아름다운 작품과 글이 남았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조선시대와 애틋한 남녀 간의 사랑이 적절히 조화된 소설입니다.

j******i 2016.08.28.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사임당의 붉은 비단보...박제된 삶에서 살아숨쉬는 생경한 삶으로 탄생하다?
"사임당의 붉은 비단보...박제된 삶에서 살아숨쉬는 생경한 삶으로 탄생하다?" 내용보기
사임당의 붉은 비단보...박제된 삶에서 살아숨쉬는 생경한 삶으로 탄생하다?   사임당은 전형적인 현모양처, 한국인의 지적 모델의 표상이자 누구나 꿈꾸는 그런 인물상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 인물이 실재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너무도 정형화된 틀 속에서 숨조차 쉬지않고 오직 한석봉 어머니와 같은 엄격함과 그림을 대할 때의 사대부 규수로서의 정제된 삶만이 우리가 알고있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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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의 붉은 비단보...박제된 삶에서 살아숨쉬는 생경한 삶으로 탄생하다?

 

사임당은 전형적인 현모양처, 한국인의 지적 모델의 표상이자 누구나 꿈꾸는 그런 인물상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 인물이 실재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너무도 정형화된 틀 속에서 숨조차 쉬지않고 오직 한석봉 어머니와 같은 엄격함과 그림을 대할 때의 사대부 규수로서의 정제된 삶만이 우리가 알고있는 사임당의 현주소가 아닐까. 이런 고정적인 시각에 권지예 작가의 창의적인 색채가 가미되어 살아 꿈틀거리는 인간상을 구현해낸 사임당은 결코 울안에 갇힌 삶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이미 알고있는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 서화가 사임당으로, 5만원권 지폐에 등장하는 모범적인 멘토로서가 아닌 붉은 비단보에 숨겨진 애뜻하고 뜨거운 순애보는 읽는 내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뒤늦게 수운판관이란 말단 벼슬길에 오른 아버지 이원수가 큰아들 이선, 셋째 아들 이이를 데리고 평안도에서 한양 조창까지 뱃길을 통해 세곡 부리는 일을 떠난 사이 사임당은 죽음을 맞이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율곡이 어머니가 은밀하게 간직하던 정절과는 상반된 쌍그네 타는 그림을 비롯 붉은 비단보에 쌓인 물건으로 인해 고인의 뜻 혹은 넋을 폄훼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장면으로부터 이야기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요즘으로 치면 사춘기로 치부할 테지만 ‘남녀상열지사’ 혹은 ‘남녀칠세부동석’을 외치던 조선 중기 유교사회에서는 결코 간단치 않은 이야기 일 수도 있다. 15살 전후로 처녀들은 시집을 가기 시작했기에 18살이 어쩌면 마지노선일 정도로 조혼 풍습이 일반화된 사회이어서 생각도 마찬가지로 훨씬 성숙했다.

 

외동딸인 사임당의 어머니는 친정에서 거의 생활했다. 대신 남편이 한양에서 강릉까지 오가면 두 집 살림을 살면서 진사벼슬에 뜻을 두기보다는 학문에 정진하는 스타일이었다. 출세보다는 학자풍이라 하는 게 맞을 것 같은. 아니, 출세엔 관심이 없었던. 처가살이가 일반화된 현대와 달리 예전엔 상당히 드문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외동딸이자 강릉에선 ‘외할머니 친정 집안이 참판 벼슬은 물론이거니와 학식과 덕망이 풍부해서 숭앙받는 집안(P.40)’인 반면 오히려 친가 쪽이 기울다보니 처가살이를 하는 경우였다.

 

어머니는 손이 귀한 집안에서 딸만 내리 다섯을 낳았으니 대우받는 건 사실 어려웠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도 쫓겨나지 않은 건 아마도 남편이 중간에서 그 역할을 잘 해냈을 것으로 보인다. 어떻든 사임당은 둘째 딸(인선)로 태어나 아명이 개남이라 지었으나 이름이 아들을 낳기 바라는 할아버지의 염원이었기에 ‘항아’로 불리기를 고집한다. 恒我(항상 나). 자아의식이 강했고 남성적인 기질로 인해 아들 역할을 했다. ‘사내라면 가없는 하늘로 연을 날리듯 뜻을 무한하게 세상천지에 펼칠텐데(P.40)’라고 아쉬움을 토로했고 ‘타고난 재주에 속도 깊고 남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배려하며 집안의 아들 노릇을 할 든든한 딸 자식(P.124)'이었다.

 

어린 시절 가연, 초롱, 인선 삼총사는 각기의 출신성분과 재능이 달랐지만 어울리면서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장면이 나온다. 강릉에서 막강실세이자 세도가 심판서 손녀인 가연은 집안 분위기에 눌려 신동 소리를 들으면서도 끝내 꿈을 펼치지 못한 비련의 주인공으로 나온다. 비록 신동이라 할 지라도 그저 어린 시절 시집가기 전까지의 재능에 불과했다. 오히려 시집간 이후엔 신동이란 재능으로 인해 말 못할 고초를 겪는다. 난봉꾼인 남편에 자식복이 없던 가연은 사대부 규수로 골방에 쳐박히다시피 하면서 재능은 펼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고 명문 세도가에 단지 시집간 걸로, 흔히 말하면 재벌가에 결혼한 걸로 꿈을 이룬 케이스일 뿐이다.

 

한편, 초롱은 기생첩 출신의 한계로 인해 정운교 대감의 여식이 아닌 첩자식인 서자로 살아가는 전형적인 삶을 보여준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을 태어날 때부터 터득한 아이(P.116)’로 표현했듯이 엄마의 끼를 물려받았으나 정대감이 기묘사화에 휩싸여 역적 자녀로 낙인찍혀 관비로 팔려가기도 하지만 천하를 호령하는 기방의 ’황진이‘로 거듭나 우의정 첩실로 자리잡는다.

 

인선, 우리 주인공인 항아는 ‘겉보기엔 요조숙녀 같지만 사내 같은 데가 있다(P.96)’는 인물평을 보면서 박제된 영혼이 아닌 살아숨쉬는 정염의 자아를 갖고있음을 알 수 있다. 그녀가 초롱 오래비인 준서 ‘인물이 출중하고 속은 하해와 같이 넓고 학문과 재주가 뛰어나지만 타고난 신분이 좀 기운(P.142)’와 눈이 마주치면서 열병은 시작된다. 사대부로선 용납이 되지않는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꿈꾸면서 인선의 삶은 요동친다.

 

지금으로보면 사춘기 연정 정도로 이해해야 하지만 조선시대로 들어가면 전혀 해석이 달라진다. 결코 같이 갈 수 없었던 ‘로미오와 줄리엣’은 저리가라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서에게 향하는 인선, 그녀 역시 준서에게 끌린다. 연리목, 단옷날 쌍그네 타기, 말타고 바다가기를 통해 두 사람은 마음을 통하지만 언니 인홍의 결혼과 더불어 인선의 차례가 닥쳐오면서 ‘인륜지대사인 혼인, 준서가 아닌 생판 모르는 다른 사내와 혼례를 올리고 살을 섞고 죽을 때까지 산다고 생각하면 그만 아득해(P.191)’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런 나날 속에 드디어 올 것이 왔고 그 전에 물론 엄마는 눈치채고 딸을 품에 안는다. 준서와 야반도주를 위해 준비한 보따리 ‘붉은 비단보’, 자해소동까지 벌여보지만 역부족이다. 중간에 부모가 나서서 금강산으로 수행 나선 준서의 귀가를 기다려 중간에서 일이 틀어지게 만든다. ‘서로를 지나치게 갈구하는 사랑은 서로를 소진시키는 법(P.312)’이라면서. 자살로 둔갑시켜 인선은 그만 동심결 약속 증표가 물거품이 된 것을 알고 자살 소동을 벌이지만 대세를 따라 덕수 이씨 집안 이원수와 결혼한다. 역시 홀어머니 치하의 외아들인 남편을 만나 준서와 같은 애뜻한 사랑이 아닌 형식적인 삶에 안주한다. 공부에 뜻이 없던 한량인 남편과 정 없이 살면서도 엄마의 삶과 달리 자식복은 많았다. 7남매를 두었으니 다복의 대명사다. 몸이 축나면서도 생산은 거듭되었으니. 정 없이 때로는 바람 피우는 남편을 보면서도 여전히 아이는 생기고. 그 당시엔 함부로 애를 지울 수도 없었기에 낳는 대로 키울 수 밖에 없었다. 자연 생활고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남편의 배려?로 친정 생활도 꽤 오래 할 수 있었고 그림, 서화등 재능을 키울 수 있었다. 시댁에 들어가서도 시어머니의 배려?로 그림그리기는 멈추지 않았기에 재능은 사장되지 않았다. 그러나 생활고로 인해, 그리고 시어머니가 연로해지자 생활 전선에 뛰어든 사임당은 부지런히 생활 전선에서 힘을 쏟아야 했고 체력이 약해 사주에 단명할 팔자라는 운명을 거역할 수 없어 48살에 죽음을 맞이한다. ‘가연의 최후를 보면서 자신의 것을 지키면서 자신을 나누어 주면서 현명하게 사는 방법이 최선의 삶이란 걸 깨닫고(P.341)', '부귀 영화 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지켜내고 살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주지 않는 것(P.376)'을 모토로 한다. 죽기 전에 젊은 시절의 준서와의 추억 보따리를 태우고자 하지만 결국 마무리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고 남은 흔적은 딸인 매창에 의해 거두어진다. 매창 역시 똑똑한 이이와 논의한다.

 

‘붉은 비단보’는 어쩌면 치부를 드러낼 수 있는, 친정어머니가 아버지 간호를 위해 손가락을 자른 열녀로 뽑혀 기념비를 세우는 처지에, 사임당의 약점이지만 결코 박제된 삶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알게 해준다. 기념비적인 인물로 퇴화된 사임당, 그녀 역시 애뜻하고 정열적인 청춘을 보낸 후 삶을 주체적으로 승화시켜 시대 현실에 맞춰 이겨냈기에 지금의 존경도 아울러 받는 게 아닌 가 싶다. 한 편의 그림을 보듯이 사임당의 삶이 불꽃처럼 다가온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k****d 2016.09.18.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