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굳이, 왜, 갑작스럽게 '사드'가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됐을까? |
|
<사드>에 관한 책이에요.
|
|
HOW TO READ 사드. 존 필립스. 웅진지식하우스. 아무리 내가 성격이 이상하다지만, 타인에게 “소돔 120일”부터 소개할 만큼 성격이 망가지지는 않았다. 진짜다. 남편에게는 ‘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 7권부터 읽어보라고 권했지만. 그건 남편이니까 가능한 거고.
그리하여 도서관에서 사드를 검색하다, 이 책을 챙겨 두었다. 보통은 입문서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만큼은 입문서가 필요했다. 정확히는 사드 작품을 진지하게 읽기 위한 도구가 필요했다. 프랑스 혁명. 대 격변기에 살았던 사람. 사드는 혁명에 몸을 담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드 본인은 귀족이었다. 정의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본래 사드가 속했던 진영의 사람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여 버리는 걸 보며, 사드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프랑스 혁명기. 이 모든 참상에도 구원은 없다. 참상만 끝없이 되풀이될 뿐. 만약 신이 있다면 이 참상에서 이 악다구니 속에서, 자신들을 구원해주지 않았을까.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도덕도 무의미하다. 인간을 구속하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은 무가치하다. 그러니 사람이여. 그대를 구속하고 있는 그 모든 걸 벗어던지고, 자연으로 돌아가라. 성에 대한 가학적인 묘사. 신과 도덕에 대한 잔혹한 난도질. 이 키워드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사드의 작품을 분석하고 동시에 사드의 인생과 당시 사회를 분석한다. 그리고 그 분석을 통해, 사드의 작품을 어떻게든 양지로 끌어낸다. 다만 거기까지. 저자도 딱히 사드를 읽으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사드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제시할 뿐이지. 저자가 묘사하는 사드를 읽으며, 나는 마광수 교수를 떠올렸다. 윤동주를 다시 발굴한 천재 교수. 하지만 즐거운 사라 이후 제대로 몰락해 버린 사람. 그는 단지, 본인에게 솔직했을 뿐이다. 다만 그 솔직함이 타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를 넘었을 뿐.
사드와 관련된 책 중, 그나마 타인에게 거리낌 없이 읽으라고 권할 수 있는 책. 문제되는 부분들은 거의 인용하지 않은데다, 사드 본인의 서간문 등, 사드라는 인간 자체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여러 키워드도 준비하고 있으니. 사드를 이해하는데 나름 도움이 될지도. 읽으라는 말은 안 하겠지만, 흥미가 있다면 도전해보는 것도.
|
|
웅진 지식하우스에서 출간한 How to read 시리즈 가운데 ‘사드’를 읽었다. 시리즈에 포함된 다른 책도 몇 권 읽었고 지금도 읽고 있지만 ‘사드’에 대한 서평을 굳이 쓰게 된 이유가 뭘까? 자신에 물어보니 ‘이런 책을 쓴 사람에 대해 서양의 많은 사상가와 학자들은 연구하고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지 않은가’라는 자답 때문이다. 사드가 쓴 원문을 한 권도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 책에 소개된 일부 내용만 읽어도 독서의 불편함은 심각하다. 과연 이런 내용이 책으로 가능하기 전에 인간의 사고로 가능한가 그리고 이런 생각을 다시 구성하고 책으로 출판한다는 것이 놀랍다. 하지만 How to read 시리즈는 시리즈를 출간한 목표를 정확하게 하고 있고 독자들에게 독서의 의미와 해석의 중요성 그리고 연구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그야말로 어떻게 읽을 것이냐는 진지한 고민을 다시 하게 한다. 극단적 쾌락주의로 보이던 그의 모든 책이 ‘현실에서 1% 미만의 모든 사람 위에 군림하는 극단적인 권위와 근본적인 신분질서 그리고 神 본위의 서양사고체계에 대한 최악의 반발을 하고 있구나’ 하는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How to read 사드>를 쓴 런던 메트로폴리탄 대학 존 필립스 교수는 이 책의 뒷부분에 이렇게 정리한다. ‘사드의 영속적 유산은 그의 성적으로 폭력적인 시나리오나 그의 리베르탱들의 허무주의적이고 우상파괴적인 철학보다는 그의 사상의 중앙부 핵심, 신 중심적인 정신주의에서 인간 중심적인 유물론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며 그렇게 함으로써 낡은 신정(神政)질서의 해로운 미신을 없애버리고 모든 절대주의를 의혹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근대의 지적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한 그의 사상에 있다’(179쪽) 사드의 소설들이 독자들에게 쉽게 읽히지 않지만, 학자와 연구자들은 사드의 소설을 통해 당시 시대를 분석하고 앞으로 미래에 준 영향을 그렇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정권을 비판하고 기존 질서에 ‘아니오’라고 말만 해도 모두 ‘빨갱이’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황당한 이 시대 문화에서 만일 ‘사드’ 같은 극단적인 반골이 탄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사드의 소설을 찾아서 읽을까 말까 고민 중이다. 그의 작품 <소돔 120일>을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하니 19금으로 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