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에 대한 소회와 감상, 그 시에서 연상되어 떠오르는 본인의 사적 생각이나 추억 등등을 기록한 글이니 산문집으로 분류할 수 있겠지만, 나는 시인이 엄선해서 골라 선물한 시가 좋았다. 김기택 시인이 덧붙인 산문이 나빴다는 의미가 아니라, 시인이 고른 시들이 그만큼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다. 시들은 사계절로 나누어 계절별로 분류되어 있다. 총 51편의 시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일년은 52주이니, 한 주에 한 편씩 마음에 품고 다니면 일년 내내 시와 더불어 살 수 있다. 그 점도 참 좋다. 아무리 바쁜 사람이라도, 출퇴근 시간에, 점심 시간 이후에, 잠깐 쉬는 시간에, 저녁에 자기 전에, 아주 잠깐 짬을 내어 일주일에 시 한 편은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누군가가 일기처럼 써놓은 감상을 읽으며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거나 공감해보는 경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전세계에서 가장 경쟁적이라는 대한민국을 살아내고 있지만, 그래도 아주 잠깐 씩은 쉼표가 필요한 법이니깐. 이 책이 그런 작은 숨구멍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흥미롭게도 이 책은 '직장인의 어깨를 다독인 51편의 시 배달'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타깃이 직장인인 셈이다. 나도 그렇지만 밥벌이의 지겨움과 고달픔을 시시때때로 느끼는 사람들이라면 그 감정을 상쇄시켜 줄 책이 되리라 믿는다. 일주일에 한 편씩,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시시때때로 가슴에 품고 다닐 수 있는 시들이 51편이나 실렸다. 가슴에 사직서 대신 시 한 편씩 품고 다니는 인생이라면, 그 자체로 성공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시인이 선사하는 모든 감정과 생각들을 누리고 공유해보길 권한다. |
|
살펴보면 나는 나의 아버지의 아들이고 나의 아들의 아버지고 나의 형의 동생이고 나의 동생의 형이고 나의 아내의 남편이고 나의 누이의 오빠고 ... 손님이고 주인이고 가장이지 오직 하나뿐인 나는 아니다 과연 아무도 모르고 있는 나는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 여기 있는 나는 누구인가 ㅡ김광규,나
|
|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
조용하고 편안한 한 편의 시와 그 시에 어울리는 에세이 한 편이 잔잔히 흐른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천천히 읽다 보니 내용이 참 좋은 것 같다. 지인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
김 기태 시인을 알게 되었다. 그의 시 ‘곱추’도 참 좋았던 것 같다.
묵집에서
장석남
나는 묵을 먹으면서 사랑을 생각했다오 서늘함에서 더없는 살의 매끄러움에서 떫고 씁쓸한 뒷맛에서 그리고 아슬아슬한 그 수저질에서 사랑은 늘 이보다 더 조심스럽지만 사랑은 늘 이보다 위태롭지만
상 위에 미끄러져 깨져버린 묵에서도 그만 지난 어느 사랑의 눈빛을 본다오
따뜻하고 좋은 시들이 많다. 자주자주 넘기면서 가슴에 새겨야 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