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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니의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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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먼저 보고, 영화평을 보고, 이 책을 읽은 다음, 다시 영화를 보았다. 우선 나는 영화를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어린 배우들이 연기도 무난히 잘 해 내었고 감독의 전작인 <늑대의 유혹>에 비해 훨씬 매끄러운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내게 가장 큰 인상을 준 것은 귀여니의 필력이다. 그녀의 작품을 폄하하는 글들은 이미 숱하게 읽어보았으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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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먼저 보고, 영화평을 보고, 이 책을 읽은 다음, 다시 영화를 보았다. 우선 나는 영화를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어린 배우들이 연기도 무난히 잘 해 내었고 감독의 전작인 <늑대의 유혹>에 비해 훨씬 매끄러운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내게 가장 큰 인상을 준 것은 귀여니의 필력이다. 그녀의 작품을 폄하하는 글들은 이미 숱하게 읽어보았으며 영화 <도레미파솔라시도> 역시 비아냥으로 일관된 영화기자의 평을 본 기억이 생생하다. 특히 귀여니의 성균관대 입학으로 촉발된 논쟁은 뒤이어 문근영 또한 비슷한 폭탄을 맞았을 정도로 인터넷 상에서는 첨예한 문제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 입장은 이러하다. 나 역시 비록 귀여니의 소설을 본 것은 이것이 처음이지만 귀여니를 비난하는 사람들 중에서 귀여니의 소설을 끝까지 읽은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물론 그녀의 글이 취향에 맞지 않아 한두페이지 넘겨보다 던져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김훈 소설 끝까지 읽기에 번번이 실패하는 나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귀여니가 정말 재능있는 작가구나 하고 느낀 점은 이처럼 긴 분량의 소설을 써낸 필력(그것도 고교생때 이미)과 다양한 에피소드들, 게다가 일관성을 유지하는 수다스런 문체이다. 그녀의 책은 결코 듬성듬성하지 않다. 꽉 차 있음에도, 500페이지를 훨씬 넘어감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고 주인공은 끝까지 지치지 않고 떠들어댄다. 우와~ 나도 글쓰기를 에지간히 좋아하지만 이 부분에 이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컨텐츠로서의 가치를 꼽는다면 그녀의 작품에서는 정말 많은 에피소드가 그야말로 쏟아져 나온다. 그에 비해 주요등장인물은 열손가락 넘지 않을 정도로 단촐한 편이다. 아마도 그녀에게 캐릭터 구사에 일가견이 있다고 평하는 이들은 이 점을 높이 사는 것 같다. 나는 이 점은 반대하는데 에피소드의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신은규, 강희원... 이런 남주인공들의 모습이 잘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장근석의 따뜻한 신은규나 정의철의 우울한 강희원을 보고서야 아, 이런 아이들이구나... 싶었고 캐릭터 구사가 비교적 잘 되었던 윤재광 역시 임주완의 연기로 훨씬 더 잘 살아아났다고 느꼈다. 그러나 워낙 에피소드가 풍부하기 때문에 작품의 인터페이스를 바꾸었을 때 각색자의 능력 따라 알차게 이야기를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라고 본다. 또 하나 귀여니는 낯선 것을 익숙하게 조합할 줄 아는 구성능력이 있다. 예를 들어 알바에 목숨거는 & 때리고 맞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윤정원,  공고생인 강희원, 혼열아인 도이, 유도하는 재광이, 음악말고는 전혀 관심없다는 신은규, 파란 눈알의 신나리 등은 언제나 성적과 결손가정이라는 핸디캡으로 괴로와 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우리나라의 청소년 소설과는 확연히 다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찾아보니 귀여니 소설 공식이 '완벽한 남주와 평범한 여주의 결합'이라는데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TV드라마 남주인공들은 매우 자주 최고학벌에 재벌가문의 아들이고 전문직 종사자이거나 단 한번의 실수로 인해 인생 자체가 바뀌어버리는 경험을 하지만 귀여니 소설의 주인공들은 인문계와 전문계 고교생, 탈학교 청소년들이 별다른 격의없이 자주 등장하고 성적이나 대학에는 큰 관심없으며 가정은 평범하다. 그네들은 감정적 기복이 크고 연애와 싸움이 일상이지만 나름의 주관이 뚜렷한 편이다. 나의 청소년기 시절을 돌이켜 볼 때 이것은 판타지인 동시에 사춘기의 특성에 대한 냉정한 보고서이다. 나는 귀여니 소설을 읽으며 내 주변의 평범한 인생을 살지만 알콩달콩하게 사는 - 게다가 자녀들에게 무지 관대한 - 몇몇 커플들을 떠 올렸는데 그네들의 삶의 태도가 이제야 이해가 간다. 그래서 귀여니에게 감사한다 ^^
YES마니아 : 플래티넘 z*******8 2009.11.3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