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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제임스 스튜어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를 보면 왜 저기... 그런 대사1)가 나온다. '우리들이 한때 가슴에 소중히 품었던 이상, 가치, 신조... 그런 것들은 대체 어디로 가고, 이런 타락한 협잡과 사술만 남은...(어쩌구저쩌구)' 누구나, 누구라도 어렸을 때에는, 나도 반듯이, 착하게, 그리고 의미 있게 살아야겠다고 마음 굳건히 먹고, 그러다 어느 정도 자립의 기반이 잡힌다 싶으면 그때부턴 '나 개인을 넘어 내가 속한 공동체 전체에로 이 理想을...!' 같은 희망을 가지고 고향 산천을 떠나 더 큰 세상을 향해 도붓짐 지고 나서2)기도 하는데.. 요때 만약 제 개인의 힘으로 어찌 못하겠다 싶은 장벽을 만나 큰 좌절이나 상처라도 겪게 되면, 그때부턴 원래 괜찮았던 사람이 영 비틀어지거나 僞惡의 가림막(풋)을 치고 가시를 곤두세우며 살게 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프레데터'에서 아놀드들을 인솔한 뒤 악랄한 뒤통수를 치는 딜런(칼 웨더스 扮- 록키에서의 아폴로)의 대사가 좋은 예다. '(아놀드)자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됐나?' '(아폴로)어떻게 되긴, 이제 철 들은 게지, 자네도 빨리 철 들라고.' 이 영화는 말하자면 저 후자의 테마를, 재미있고, 또 감동적으로 엮어낸 스토리다. 앤서니 만 감독은 제임스 스튜어트와 많은 영화에서 호흡을 같이 맞췄는데, 스튜어트와 같은 또래이면서 스튜어트와는 사뭇 대조되는 컬러와 개성으로 역시 많은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은(어쩌면 한국에서는 제임스 스튜어트보다 훨씬 인기가 좋았을) 당대의 대배우 헨리 폰다와 같이 작업한 건 이 영화가 유일하다. 앤서니 만의 그 숱한 걸작 중에서도 이 영화는 올드팬들에 의해 첫손에 꼽히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배경은 서부 시대지만, 주제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은, 당시의 같은 장르 주류와 크게 다르며, 액션 위주가 아닌, 등장인물들의 심리 변화가 섬세하게 다뤄지고, 인간 사회 보편의 이치와 원리에 대해 관객들로 하여금 깊이 생각하게 도와 주는 명작이다. 초로에 접어든 몰그(헨리 폰다 扮)는 현상수배범 검거-인도로 생계를 잇는 바운티 헌터다(어제 적은 '운명의 박차'에서도 제임스 스튜어트가 이 신세임- 결국 재닛 리가 잘 다독여서 정착 생활로 돌아섬). 상금을 타러 보안관을 찾지만 전임자는 말썽 끝에 죽고 웬 애송이(엔서니 퍼킨스- 정말 젊은 모습으로 나온다)가 임시 보안관직을 맡고 있다. 신출내기 보안관은 자랑스레 가슴에 신분을 드러내는 뱃지를 달고 있지만,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인정하지 않고, 대신 동네에서 힘깨나 쓰고 한 터프하는 건달 바트(네빌 브랜드 扮)가 그 자리를 노리며 바람을 잡아가는 추세다. 젊은 보안관 대리는 의욕과 사명감, 그리고 선의에 가득차 있지만, 스스로도 모든 면에서 서투르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바트 같은 악한에게 민심이 모이는 어리석은 마을 사람들에게 큰 기대를 못 가지겠다 싶은 그는, 완력과 총솜씨도 좋고 세상 사는 이치에 훤한 듯 보이는 이 몰그에게 접근하여 도움을 구하고자 한다. 이 마을에는 왕따 신세인 과부(벳시 파머 扮)가 있는데, 인디언과 한때 정분이 났다는 이유에서이다. 몰그는 마을에서 머물 곳을 찾지 못하던 중, 적적하고 고립된 처지인 이 과부네와 가까워지게 된다.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에 의해, 마을에서 신망 높던 닥터 조지프(존 매킨타이어 扮- 이 사람이 히치콕의 '사이코'에서 보안관으로 나오는 바로 그 사람이다. 이 영화에서 신참 보안관으로 나오는 앤서니 퍼킨스가 그 '사이코'의 주연임은 다들 알 것이다)가 죽음을 당하는 일이 터진다. 분노한 마을 사람들은 자경단을 조직하고, 행여 범인들을 잡아 낸 후엔 아예 즉결처분해버리자며 아우성이며, 보안관 자리를 가뜩이나 노리고 있던 바트 일당은 기회다 싶어 무책임한 선동을 일삼는다. 그러나 마음이 바로 잡혀 있는, 그리고 촌구석의 대세보다 더 큰 문명 세계 일반의 질서에 순응하고자 하는 신출내기 보안관은, 바운티 헌터 몰그와 힘을 합쳐 이 마을이 이성을 되찾고 원초적 복수심의 충족이 아닌 '절차적 정의'까지를 존중하게 하려고 분투하게 되는데...
영어원제 Tin Star는 두말할 것도 없이 보안관 뱃지의 代喩이다. 퍼킨스가 겁도 없이 '보안관 뱃지를 우습게 아는 자가 현상금을 어찌 감히...!'라고 하자, 헨리 폰다가 '난 자네보다 몇 십 년 이상 그 뱃지를 달았던걸?'이라고 받아치는 장면이 인상 깊고(이것도 스포일러네요 ㅈㅅ), 퍼킨스에게 이것저것 가르치면서 '총 잘 쏘는 건 요령만 익히면 누구나 다 한다. 하지만 사람 다루는 건 그 따위와는 차원이 다르다.'가 개간지 명대사다. 멋진 대사도 많고 해서 그해 오스카 각본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단역으로 당시 갓 서른을 넘었던 리 반 클립이 얼굴을 잠시 비추는 게 너무도 재미있다.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사실 이 앤서니 만이나 '히트'의 감독 마이클 만이나, 읽을 때 '만'으로 읽으면 안 된다. 영어에서 단음절 패밀리 네임인데 그리 발음될 리가 없고, 그저 '맨'일 뿐이다. 참고로 두 사람은 혈연 관계가 전혀 없으나, 둘 다 유태계 독일인의 이민자 후손으로 나는 알고 있다. 물론 독일식 발음이야 ('토마스 만'에서처럼) 당연히 '만'이고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