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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기적 같은 피아노 이사 39번』 감동을 만들어낸 서른아홉번의 이사
"『베토벤의 기적 같은 피아노 이사 39번』 감동을 만들어낸 서른아홉번의 이사" 내용보기
지인이 이삿짐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서, 이삿짐 옮기고 난 후의 이야기를 거의 매일 들었던 적이 있다. 그 때 자주 들었던, 이삿짐센터에서는 정말 피하고 싶은, 반갑지 않은 이삿짐 목록이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피아노라고 했다. 너무 무겁고, 혹시라도 옮기면서 흠집이라도 날까 긴장하면서 옮기게 되고, 이사를 의뢰한 사람의 집이 1층이 아니면 피아노를 옮기기도 전에
"『베토벤의 기적 같은 피아노 이사 39번』 감동을 만들어낸 서른아홉번의 이사" 내용보기

 

지인이 이삿짐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서, 이삿짐 옮기고 난 후의 이야기를 거의 매일 들었던 적이 있다. 그

때 자주 들었던, 이삿짐센터에서는 정말 피하고 싶은, 반갑지 않은 이삿짐 목록이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피아노라고 했다. 너무 무겁고, 혹시라도 옮기면서 흠집이라도 날까 긴장하면서 옮기게 되고, 이사를 의뢰한 사람의 집이 1층이 아니면 피아노를 옮기기도 전에 등에 땀부터 난다고. ^^ 전문가들이 피아노를 옮기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겠지만 실제로 피아노를 옮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던 나도, 상상만 해도 벌써 등에 땀이 난다. 베토벤은 그런 피아노 이사를 빈에서만 서른아홉번이나 했다니 금방 믿어지지가 않았지만! 괴팍한 베토벤의 피아노를 옮기던 일꾼들의 땀 흘리는 얼굴은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사실 : 루드비히 반 베토벤은 1770년 독일 본의 한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시간이 흘러, 베토벤은 위대한 작곡가가 되었습니다.) 루드비히 반 베토벤은 다리 없는 피아노 다섯 대가 있었고, 방바닥에 앉아 위대한 곡들을 만들었습니다. 루드비히 반 베토벤은 서른아홉 번이나 이사를 다니며 셋방살이를 했습니다. 바로 이 사실이 이 책에서 다루려는 주제입니다. 피아노를 옮기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피아노 다섯 대를 옮기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베토벤. 괴팍한 성격을 가진 음악가. 훗날, 그는 귀가 들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냈다, 라고 들어온 인물이다. 음악을 잘 알지 못하다 보니 베토벤의 유명한 음악 몇 곡만 들어왔을 뿐, 베토벤이라는 인물 자체나 그의 음악이 만들어진 배경이나 역사에 대해 내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 중 하나가 이 책에서 들려주고 있는, 베토벤이 오스트리아 빈에 살면서 서른아홉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사실이다. 그가 서른아홉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건 사실이지만, 왜 이사를 그렇게 자주 했었는지, 어디로 이사를 했었는지, 그가 이사한 방은 어땠는지, 문제의 다리 없는 피아노 다섯 대를 이사할 때마다 어떻게 옮겼는지 알려진 부분이 없다. 이 백 년 동안 연구됐지만 피아노 다섯 대를 옮긴 방법이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니, 이 얼마나 밝혀내고 싶은 미스터리란 말인가! 서른아홉번이라는 이사의 횟수가 적지도 않을뿐더러(^^), 한 대도 아닌 다섯 대의 피아노를 매번 어떤 방식으로 옮겨야 했을지 궁금했던 마음을 한방에 해소해주고 있는 책이다. 게다가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베토벤의 음악이 탄생된 배경까지 듣고 있자면, ‘어머, 정말?’ 하면서 귀가 솔깃해지고, ‘아하, 그럴 수도 있겠어!’ 라며 손뼉을 치면서 읽게 된다.

 

예를 들면, ‘피아노 소타나 14번(월광)’은 도시 중심가에 있는, 열린 창으로 달빛이 들어오는 아름다운 방에서 만들어진 곡이라고 말한다.(상당히 그럴싸하지?^^) 그럼, 이렇게 아름다움이 스며드는 방에서 계속 작곡을 하면 될 것을, 베토벤은 이 셋방에서 쫓겨나고 만다. 왜냐고? 방세 내는 것을 잊었기에 그렇게 되었다는 슬픈 이유가 여기에 있다. ㅠㅠ 이때부터 베토벤의 이사여행은 시작된다. 그 다음 이사한 지하 셋방에서는 8일 만에 또 이사를 하게 된다. 테라스가 있는, 다뉴브 강이 한눈에 보이고 창문으로는 비엔나커피 향이 들어오는 곳에서는 ‘교향곡 3번(영웅)에서 5번(운명)’까지 만들었다고도 한다. 자연에 대한 사랑이 담겼다는 ‘교향곡 6번(전원)’도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니, 혹시 그가 한 번씩 이사할 때마다 그 공간에 어울리는 악상이 막 떠올랐던 것일까? 그럼 서른아홉 번보다 더 많이, 더 자주 이사를 했다면 지금쯤 베토벤의 음악은 더 많이 남겨져 있었을까? ^^

 

 

이 책이 써진 목적처럼, 여기서 내가 추리하고 싶은 것은 그의 이사 이유만큼이나 서른아홉 번에 달하는 그의 이사에서 피아노가 어떻게 옮겨지고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피아노를 어떻게 건물 밖으로 꺼냈는지(비록 다리가 없었다고 해도 피아노는 덩치가 크고 무겁잖아!), 고층 혹은 지하 같은 곳으로 어떻게 피아노를 올리고 내리고 했는지(혹시 피아노가 타고 다닐만한 미끄럼틀이라도 있었던 걸까?), 이 건물에서 저 건물로 옮겨갈 때는 어떻게 갔는지(바퀴가 달린 커다란 수레를 직접 제작해서 피아노를 태웠을지도 몰라!) 그의 이사에 관한 모든 것이 궁금해서 안달이 날 지경이다. 피아노를 건물 밖으로 꺼내어 뒷문으로 옮겼을 수도, 도르래로 지붕 위를 통과하게 한 다음 옆 건물 난간에 내려놓았을지도, 벽을 뚫고 이웃집의 주방을 통과했을 지도, 낑낑거리면서 고층 계단을 걸어서 피아노를 들고 올라갔을지도 모르지. 베토벤의 피아노를 옮기기 위해 직접 도면(피아노를 땅에 내리지 않고 옮길 수 있는 방법을 그렸다니까!)을 그려야했을 정도로 짐꾼들은 베토벤의 피아노 이사로 인한 분노가 끓어오르기 일보직전이었던 것 같다. ^^ 그럼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던 베토벤은 이곳저곳으로 옮기느라 망가진 피아노를 버리고 새 피아노를 사기도 한다.

 

 

베토벤의 이사의 시작이 단지 방세를 못 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의 일기에서 언급됐던 것처럼 ‘코를 찌르는 끔찍한 치즈 냄새’ 한 가지 때문만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그의 잦은 이사의 이유가 점점 잃어가는 그의 청력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처음 이사의 시작은 다른 이유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점점 사라져가는 그의 청력은 이웃들에게 본의 아니게 소음을 제공하는 격이 되었다. 이웃들의 “다아아아악쳐!!!” 하는 항의가 빗발쳤으니까. 들리지 않는 귀 때문에 피아노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을 것이고, 조금 더 크고 힘 있게 피아노 건반을 내리친다면 자신의 귀에 피아노 치는 소리가 들릴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들리지 않는 귀, 폭발할 것 같은 화, 광기까지 더해져 피아노에 그 자신의 분노를 표출한 것인지도... 어쨌든, 실제로 그가 내는 소음 때문에 여러 차례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는 걸 보면 그의 잦은 이사의 이유가, 이웃에게 끼치던 소음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걸.

 

 

베토벤은 청력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도 작곡을 멈추지 않았다. 들리지 않는 귀로 그는 ‘교향곡 9번(합창)’까지 만들어냈다. 그의 이웃들에게는 이런 그의 행동이 소음으로 행하는 폭력일지도 모르지만, 그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계속해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증거가 필요했던 것 같다. 자신이 계속해왔던 음악(작곡)에 대한 애착과 들리지 않는 귀로 인해 번번이 좌절로 보내야 했을 시간을 견디게 해줄 방법 같은... 상상력과 사실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 들려준 그의 이사는 웃음과 기발함으로 재미를 주지만 그 이면에 깔려있는, 음악에 대한 그의 고통과 간절함은 괴팍스러운 성격과 광기, 소음으로 신고 되기까지 하는 그의 음악으로 함께 보여주고 있다. 상상력으로 그려진 이야기의 웃음 뒤의, 사실을 담은 그의 고통으로 인한 아픔까지 보게 하는 것이다.

 

외골수, 광기, 혹은 괴짜로 유명한 베토벤의 인생에 있어서 서른아홉번의 피아노 이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상상하는 재미를 그대로 전달해주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낸 걸 보면, 이 책의 작가 조나 윈터 역시 베토벤 못지않게 괴짜로 보인다. ^^ 틀에 박힌 위인전의 색깔을 벗고 뜬금없이 베토벤의 이사를 언급하다니! 요즘에 비추어 보면 베토벤은 진상 중의 진상 고객이다. 들려오는 그의 성격을 봐도 보통의 고객은 아니었을 것이다. ㅋㅋ 피아노 다섯 대와 괴팍한 성정의 베토벤. 생각만 해도 진상 고객을 욕하는 짐꾼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렇다면 나 역시도 이삿짐센터에서 피해가고 싶은 진상 고객이다. 이 많은 책에다가 예민한 성격까지, 베토벤의 서른아홉번의 이사로 내가 받은 교훈은 이삿짐센터의 진상 고객은 되고 싶지 않다는 거. 그렇다면 (이사 계획이 생긴다면) 이사하기 전에 이 책을 다 처분하고 이삿짐센터에 의뢰해야 한다는 말인가?! ㅠㅠ

 

이 책에서, 베토벤의 이사는 서른아홉번이 다 채워지지 않았다.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그 나머지 이사의 방법, 이사의 이유, 이사하는 모습을 우리가 다시 그리기 시작하면 된다. 베토벤의 그 시간 속으로 함께 들어가 그와 같이 이사를 하고 있는 나를 상상해봐.(어쩌면 나는 낑낑대며 그의 다리 없는 피아노 중의 한 대를 옮기고 있을지도 몰라!) 신나지 않겠어? ^^

 

 

그동안 내가 만났던 위인들의 이야기에서 보편적으로 들어왔던 내용은 출생에서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연대기 형식이었는데, 이 책 『베토벤의 기적 같은 피아노 이사 39번』은 베토벤에 대해 알려진 사실 단 몇 줄만을 언급해주고 ‘모큐멘터리(mockumentary)’ 형식으로 구성했다. 베토벤이 서른아홉번의 이사를 했다는 것뿐, 이사의 내용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기발한 상상력을 채워 넣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그림과 글로 보이고 있는 그 이상을 나만의 상상력으로 계속 그리게 만드는 것이다. 몇 가지 추측으로 따라가 본 베토벤의 이사는, 어쩌면, 영원히 ‘왜?’ 라는 의문으로만 남겨질지도 모르지만, 뭐 어떤가. 베토벤의 인생에 있어서 이미 알려진 사실들 말고, 이런 내용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독자가 누릴 수 있는 즐거움 아니겠나.



n******i 2013.08.04. 신고 공감 2 댓글 7
리뷰 총점 종이책
천재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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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은 흔히 악성이라 부른다. 악성이라니, 무슨 바이러스냐고? 아니, 그게 아니다. 음악의 악, 성인의 성, 즉 음악의 성인이라는 뜻이다. 귀가 멀었음에도 불구하고 혼신의 노력으로 대단한 음악들을 작곡한다. 말하자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너머 어떤 경지에 도달한 사람인데 이 책을 보니 작곡뿐만 아니라 이사에도 일가견이 있는 듯하다. 세상에나 39번의 이사라니, 그것도 5개나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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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은 흔히 악성이라 부른다. 악성이라니, 무슨 바이러스냐고? 아니, 그게 아니다. 음악의 악, 성인의 성, 즉 음악의 성인이라는 뜻이다. 귀가 멀었음에도 불구하고 혼신의 노력으로 대단한 음악들을 작곡한다. 말하자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너머 어떤 경지에 도달한 사람인데 이 책을 보니 작곡뿐만 아니라 이사에도 일가견이 있는 듯하다. 세상에나 39번의 이사라니, 그것도 5개나 되는 피아노와 함께. 말이 되는 이야기야?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상상과 추리를 더한 모큐멘터리이다. 책 속의 모든 내용이 사실은 아니지만 재미와 흥미를 더하며 베토벤의 인간적인 참 모습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일단 그랜드피아노처럼 커다란 물건을 옮긴다는 사실에 대해 아이들은 무척 흥미로워한다. 게다가 한 대도 아니고 5대나 되니 대체 어떻게 이사를 할 것인지 궁금해서 견디지 못하겠다.

 

베토벤은 다리가 없는 피아노 5대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 한 번 그랜드피아노를 옮기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 기억에 피아노는 해체된 체로 운송되어 현장에서 다시 조합되었다. 또 놀라운 것은 그랜드 피아노의 경우 열쇠의 길이만 맞으면 어떤 피아노든 열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일반적인 문처럼 그 문에 맞는 열쇠가 단 하나밖에 없는 것이 아니라 열쇠길이만 맞으면 이 피아노를 열 수도 있고 저 피아노도 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나의 체험을 섞어 베토벤의 피아노 이사 이야기를 들려주니 아이들은 더 신기해 한다. 혹시 누군가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피아노에 대한 재미있고 놀라운 지식을 함께 섞어 이야기해주면 더 좋을 것이다.

 

<베토벤의 기적같은 피아노 이사 39번>은 동화책이지만 만화만큼 유쾌하고 재미있다. 먼저 베토벤은 그동안 사진으로 보아왔던 이미지와는 다른 색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천재적 광기가 가득하면서도 그랜드 피아노를 5대씩이나 늘 옮겨가겠다는 기막힌 뚝심도 갖추고 있으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물 한 바가지를 머리에 퍼다 붓는 기이한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그러는 가운데 베토벤의 성인적인 면모보다는 인간적인 면모가 더 드러난다. 이웃들의 불평과 박대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나가겠다는 의지도 무척 생생하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베토벤이 39번이나 이사를 갔다는 사실 보다는 작곡을 위해서라면 어떤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와 열정에 더 많이 감동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베토벤이라는 위대한 음악가의 천재성이나 뛰어난 실력 보다는 그가 쏟아부은 노력과 음악에 대한 사랑에 더 깊은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오랜만에 아이들에게 유쾌함을 통해 좋은 교훈을 말할 수 있는 동화를 만난 것 같다.


 

 

p******m 2013.11.3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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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이 이사한 이유,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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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9번 2악장 - 카라얀 지휘>   1. 모큐멘터리 (Mockumentary)   모큐멘터리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삼아 역사 기록에 남아 있지 않은 부분을 상상력으로 채우고 그럴듯하게 엮어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완성한 이야기를 말합니다.    소위 영화나 드라마에서 ‘팩션’이라고도 부르는 장르를 그림책에서 구현하다니. 반갑게도 글쓴이가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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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9번 2악장 - 카라얀 지휘>

 

1. 모큐멘터리 (Mockumentary)

 

모큐멘터리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삼아 역사 기록에 남아 있지 않은 부분을 상상력으로 채우고 그럴듯하게 엮어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완성한 이야기를 말합니다.

 

 소위 영화나 드라마에서 ‘팩션’이라고도 부르는 장르를 그림책에서 구현하다니. 반갑게도 글쓴이가 앞에 읽었던 <프리다>의 작가 조나 윈터이다. <프리다>는 생략과 압축을 통해 상상력을 열어주더니 <베토벤...>에서는 아예 그 상상력을 작품 안에 담뿍 녹여 놓았다.

 사극이나 위인을 다루는 작품들은 극 한 편을 완성하기에는 기록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상상력을 추가할 수밖에 없다. 가끔은 그 상상력이 지나쳐 혹평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분명 현대인의 상상력으로 꾸며진 과거인의 인생은 보는 이의 관심을 끌기에 더없이 매력적인 방법이다.

 

 ‘모큐멘터리’라는 단어도 처음 들었지만, 사실은 베토벤이 같은 동네에서만 이사를 39번이나 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그의 이사가 놀라운 것은 잦은 횟수도 그렇지만 그 이사에 다리가 없는 피아노 5대가 늘 함께 따라다녔다는 점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도, 사다리차도 없는 시대에 대체 어떻게 그렇게 자주 이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 ^^

 

 

 

2. 위인이 이래도 되나요?

 

 

 영화 <카핑 베토벤(2007)>을 봤다. 말년에 귀가 어두워진 베토벤이 작곡한 음악을 사보(copying)하는 한 가상의 여인을 설정해 만든 영화였다. 귀가 들리지 않게 된 이후로 전보다 더 괴팍해지고 사나워진 베토벤의 모습을 그 때 처음 봤고, 알게 되었다. 들리지 않는 귀 때문에 더 크게 피아노를 치고 음악의 거성인 ‘베토벤’의 음악을 소음으로 여기는 이웃들과 불화를 겪는 모습도 봤다. 영화에서는 주로 그가 안고 있는 내적인 상처와 고통을 강조하다보니 그런 그의 괴팍한 모습마저도 마치 ‘예술가’란 그래야 하는 것처럼 멋있게 보였던 게 사실인데...

 

이 그림책을 보는 순간 분명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도 자꾸만 웃음이 났다.

 

 

 

 

 

 세상에. 방세를 내는 것을 깜빡 잊어 셋방에서 쫓겨나는 베토벤이라니. 사실 많은 ‘위인’들도 생활 면에서는 '범인'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인들은 무조건 대단하고 위대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그가 부딪쳤던 많은 상황들과 사건들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대처하며 살아갔는지 그것이 나와 어떻게 같고 다른지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무거운 피아노 다섯 대가 이쪽, 저쪽을 옮겨 다니고, 도르래를 타고 올라가고, 옥상을 통해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파티장과 치과 같은 일상적인 공간들을 마음대로 지나다니는 모습은 더욱 우습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큰 이유로 ‘추리한’ 이웃 간 소음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어쩜 그리 해결법을 못 찾고 지지부진 이어졌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 ;

 

 

 

 

3. 팩트와 픽션 사이.

 

 

 그가 비엔나에서 39번의 이사를 했고, 어떤 집에서 어떤 음악이 나왔는가는 분명한 팩트로 전한다. 그런데 그 사이에 공백이 하나 있다. ‘왜 이사를 해야 했는가?’이다.

 

아이들과 함께 볼 때는 책을 읽기 전에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마 상상도 못할 만큼 다양한 대답들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그가 아랫집에 물이 새는 줄도 모르고 쉼 없이 머리에 냉수를 붓는 행동이나, 고성을 지르고 피아노 소리를 크게 내는 것, 다리 부러진 피아노 앞에 앉아 작곡을 하는 등의 행동은 그 이유를 ‘상상’을 해야 할 만큼 기이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하나의 중요한 ‘사실’로 귀결된다. 그가 음악에 미쳤다는 것 그 뿐이다.

 

 위인을 다룬 그림책에서 역사에 기록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상상과 추리로 파고든다는 것은 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프리다>에서도 느꼈지만 작가의 독특한 탐구 정신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어떤 위인의 삶도 평범하게 그려내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그가 비엔나 안에서 얼마 많이 이사를 했는가를 재미있게 표현한 그림>

j*****n 2013.07.21. 신고 공감 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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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기 요약책보다 1000배는 재미있고 좋은 책
"일대기 요약책보다 1000배는 재미있고 좋은 책" 내용보기
드라마 영향으로 베토벤 붐이 일고는 있지만, 놀랍게도 막상 베토벤을 다룬 책을 찾아보면 손 가는 책이 한 권도 없다. 정말로!!! 특히 어린이책은 상황이 심각. <베토벤의 기적 같은 피아노 이사 39번>은 제목과 주제가 독특하고, 그림도 무척 재미있다. (서점에서 '베토벤'이라고 검색해 보면 알겠지만, 그림들이 지루하고 다들 비슷비슷해 보여서;;; 너무 아쉽다. 왜 우리나라 위인
"일대기 요약책보다 1000배는 재미있고 좋은 책" 내용보기

드라마 영향으로 베토벤 붐이 일고는 있지만, 놀랍게도 막상 베토벤을 다룬 책을 찾아보면 손 가는 책이 한 권도 없다. 정말로!!! 특히 어린이책은 상황이 심각.

<베토벤의 기적 같은 피아노 이사 39번>은 제목과 주제가 독특하고, 그림도 무척 재미있다. (서점에서 '베토벤'이라고 검색해 보면 알겠지만, 그림들이 지루하고 다들 비슷비슷해 보여서;;; 너무 아쉽다. 왜 우리나라 위인전 그림들은 이렇게도 달라지질 않는 걸까..)

 

위인전이나 인물이야기라면 무조건 일대기를 요약해서 밋밋하게 보여 주는 게 정답처럼 돼 있는 현실에서, 이런 책이 하나쯤은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베토벤에 대해 잘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고, 모큐멘터리 인물 그림책이라는 새로운 장르도 신선. 무엇보다도 그림이 너무 너무 재미있다!

베토벤이 오스트리아 빈에 살던 시절, 그 많은 명곡을 만드는 가운데 이사를 무려 39번이나 했다는 사실에 기초하여, 왜 그렇게 이사를 했는지, 그 복잡한 오래된 도시에서 피아노 다섯 대나 끌고 어떻게 이사를 했는지, 작곡을 하면서 이웃들에게 어떤 비난(?)을 받았는지 등등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추적한 책이다.

작가의 글에서 굉장히 인상적인 글귀를 봤다. 귀가 점점 멀어가는 중에 훌륭한 곡을 만든 천재성에 대해 언급하며 작가가 했던 말.

 


"귀가 점점 나빠지면서 연주는 점점 시끄러워졌습니다. 생의 마지막 몇 년 동안 그는 완전히 귀가 멀었고, 광인의 분노로 가득 차 피아노를 두드렸습니다. 그 당시 목격자의 증언을 보면 베토벤은 미쳤던 것 같습니다. 그가 미친 것은 당연합니다. 위대한 작곡가가 된다는 것, 그러고 나서 귀가 멀어 버린다는 것, 그 마음은 과연 어땠을까요? 청각을 완전히 잃은 후에 가장 위대한 작품인 교향곡 9번을 작곡했다는 것은 기적입니다. 이에 비하면 피아노를 이 집 저 집으로 옮기는 와중에 아름다운 곡들을 작곡한 것은 기적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칭송 일색의 인물 이야기나, 그냥 요약만 해놓은 인물 이야기보다 오히려 베토벤에 대해 더 많이 감동하고,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반갑고 고마운 책.

YES마니아 : 골드 a********s 2009.01.1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