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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기괴하고도 신비한 이야기
"어둠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기괴하고도 신비한 이야기" 내용보기
국내시장에서 인기를 검증 받은 뒤 오노 후유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들은 거의 번역본이 출간된 것에 비해, 왜 꼬리표처럼 항상 작가 이력을 따라다니는 이 단행본은 아직 출간이 안되는 걸까 의아했지만, 첫 장을 넘겨보니 깜냥으론 이런 짐작이 들었다. 제도(帝都). 대일본제국의 수도라는 의미를 지닌 이 단어가 대동아공영권 따위의 개념을 빙자해 침탈당했던 한국인의 한
"어둠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기괴하고도 신비한 이야기" 내용보기
국내시장에서 인기를 검증 받은 뒤 오노 후유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들은 거의 번역본이 출간된 것에 비해, 왜 꼬리표처럼 항상 작가 이력을 따라다니는 이 단행본은 아직 출간이 안되는 걸까 의아했지만, 첫 장을 넘겨보니 깜냥으론 이런 짐작이 들었다. 제도(帝都). 대일본제국의 수도라는 의미를 지닌 이 단어가 대동아공영권 따위의 개념을 빙자해 침탈당했던 한국인의 한 많은 역사를 자극하지 않을 리 없기 때문이 아닐까. 여하튼, 그런 역사적 암흑기의 제국 수도. 위로는 강의 퇴적물이 쉬임없이 쌓이고, 아래로는 바다가 이를 탐욕스러이 깎아 들이는 땅, '바다 밑 진흙 속에서 솟아오른' 기괴한 대지 도쿄에서 이야기는 펼쳐진다. 환상과 공포로 가득찬 헤이안의 백귀야행을 지나, 개화의 물결을 타고 가스등불 아래 마치 퇴적토로 점차 메워져 가는 바다처럼 '밤'이 침식당하는 시대. 허나 바다 밑바닥에 사는 물고기들처럼 표리에 드러나지 않을 뿐,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른바 '이질적인 존재들'은 침식을 순순히 받아만 들이지는 않는다. 갸냘픈 인간의 불을 집어삼키려는듯 장막같이 펼쳐진 어둠 사이로 하나 둘씩 카미카쿠시를 당하는 아이들. 그리고 밤이 내린 좁은 골목에서는 반딧불이가 아닌, 인간의 혼불을 파는 혼불장수가 오늘도 객을 기다린다. 서문을 여는 기괴한 두 인물인 검은 옷 차림의 인형사와 그가 다루는 아씨인형은 위험하고 변덕스러운 '저편'의 향기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도화사처럼 매력적이다. 마치 오노 후유미의 다른 작품인 '시귀'에 등장하는 '살아있는 시체'들이, 비록 죽음을 거쳐 다른 존재가 되었으나 인간이었던 시절의 마음과 고뇌를 여전히 지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옛날의 해학이 조금 더 사라진 질퍽하고 음습한 갯펄 도시의 어둠 이야기. 마지막 장을 덮기 전까지 시선을 잡아끄는 마력은 확실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