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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이 말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후세에 이름을 남길 정도의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단지 개인의 재능이 뛰어난 것으로만은 충분치 못하다. 즉 다시말해, 환경이라는 외부적인 요소가 꽤나 중요한데, 사람들은 보통 이에 대해서 크게 주목하질 않는다. 흔히 얘기하는 가정환경, 스승 내지는 벗들만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고, 그 인물이 살다간 시대적 환경들은 간과되기 일쑤라는 이야기이다. 이 책의 모차르트만 해도 그렇다. 그가 어떤 작품을 남겼는지에 대해서만 사람들은 관심을 가져왔지, 정작 중요한 질문 중의 하나였던 "왜"에 대해서는 너무 무관심했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모차르트가 어떠한 사회적 환경하에 있었고 그가 살았던 시대가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 환경 속에서의 모차르트에 대해서 몰랐던 사실들을 일깨워주는 의미를 가진다.
급격한 사회변동의 와류 속에서 이리저리 치인 주변인으로서의 존재로서, 모차르트의 생애와 행동, 그리고 그가 써낸 작품들은 도미노들이 쓰러지면서 예쁜 그림을 그려내는 티비 광고만큼만큼이나 아귀가 하나씩 둘씩 들어맞는다. 귀족과 왕 중심에서 부르주아 중심으로 헤게모니를 쥔 세력이 변화하는 사회변화 속에서 변혁을 실천하는 프리메이슨의 일원이었던 모차르트를 발견하게 되면, 그가 써낸 오페라 <마술피리>의 내용이 전형적으로 프리메이슨을 상징하며 그의 가치관을 드러내기도 했다는 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며, 소나타 형식의 창출은 귀족 중심의 바로크 음악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의 주류로 부상하는 부르주아의 구미에 맞는 음악으로의 변천으로 이해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변화와 안정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면서 공존하는 그의 모습은 레퀴엠을 통해 짐작된다.
도식적인 순서로 진행되지는 않지만, 크게 보아 시대 상황, 시대상에 비춰본 그의 삶, 그리고 음악적 양식의 흐름 속에서의 그의 작품이 차지하는 위치를 차례로 보여주며 저자는 모차르트와 그의 음악은 사회 변동의 배경 속에서만 제대로 파악될 수 있다는 점을 강변한다. 타당성도 충분하고 쉽사리 납득할 수 있을만한 내용에 신선하기까지 하다.
물론, 사회구조가 모차르트의 모든 것을 설명해내는 분석툴로 인식되어서는 안되고, 이 점을 저자도 책 속에 밝히고 있다. 다만, 개개인의 주체성이 어느정도는 인정되는 선에서 재능을 촉발시키는 부싯돌과 같은 역할로서의 역할 정도는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족일지는 모르지만 첨언한다면, 겉표지 속에 프랑스 대혁명으로 짐작가는 영어판 속표지가 드러나와 있는데, 혁명의 서곡이라는 제목이나 내용과도 더 잘 부합되는 것 같다. 한글판 표지인 궁정에서 연주하는 소년 모차르트 모습에서 개인의 천재성을 읽을 수 있다면, 영어판 표지에서는 급변하는 사회상과 얽힌 모차르트가 먼저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인상깊은구절] 요제프 하이든은 생의 대부분을 봉건적 하인으로 살았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 몇 년 만에 독립적인 음악가이자 작곡가로서 상당히 성공한 삶을 살았다. 모차르트는 이 두 세계의 중간에 있었다. 그는 봉건 질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도 못했고 또 새로운 질서를 성취하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는 낡은 사회가 강요하는 최악의 제약조건들을 거부했고 이제 생활비를 벌기 위해 투쟁해야 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제국의 궁정과 같이 안정된 수입을 보장해 줄 일자리를 끊임없이 갈망했다. 이런 모순된 상황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의 음악과 오페라에 반영되어 있다. 궁정을 위해 독일 무곡들을 작곡했던 하찮은 임시직책을 제외하면 그 10년동안 모차르트는 결코 항구적인 직책을 얻지 못했다. 반쯤은 강요된 상황 때문이었고, 또 낡은 질서가 일방적으로 정해 준 운명에 대한 모차르트 자신의 반감때문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