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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지식과 상상력의 멋진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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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처음에 읽을 때는 도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려는 것인가 도무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그러나 일단 백 페이지 정도를 넘기자 아직은 가지들밖에 보이지 않는 이 나무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해서 페이지를 계속 넘기고 다음 권을 찾아 읽을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말해, 이 책 《크립토노미콘》에는 4권이라는 만만치 않은 분량임에도 끝까지 내리 읽을 수
"전문 지식과 상상력의 멋진 결합" 내용보기
이 소설을 처음에 읽을 때는 도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려는 것인가 도무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그러나 일단 백 페이지 정도를 넘기자 아직은 가지들밖에 보이지 않는 이 나무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해서 페이지를 계속 넘기고 다음 권을 찾아 읽을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말해, 이 책 《크립토노미콘》에는 4권이라는 만만치 않은 분량임에도 끝까지 내리 읽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제목인 《크립토노미콘》은 소설 속에 나오는 책 제목으로, '암호의 서'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소설은 이 책에 얽힌 약 50년간의 사연을 다루고 있다. 즉,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상황, 군사 암호 해독을 둘러싼 우군과 적군의 두뇌 싸움부터 시작하여 정보화 사회인 현대의 암호 해독 프로그램들, 해커들 이야기까지 다룬다. 자칫 산만하게 보일 수도 있는 구성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기도 하다. 게다가 컴맹에 가까운 나로서는 거의 '외계어'에 가까운 수학이나 컴퓨터 분야의 용어들, 심지어 그래프들까지 등장하여 겁을 먹게 했다. 그러나 겁먹지 마시라, 다행히도 이 작가의 서술 방식은 꽤 유머러스하다. 킥킥대고 웃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 꽤 많다. 그렇게 정신없이 읽다가 소설의 거의 끝 부분까지 이르면, 이 방대한 이야기에 분명한 일관성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마치 거대한 지그소 퍼즐의 조각들이 하나하나 제자리를 찾아가듯이 어느 순간부터 전체 그림이 보이기 시작하고 인물과 인물 사이의 관계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이 모든 것이 인간의 탐욕과 수수께끼를 풀고자 하는 호기심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이해에 이르기까지는 독자들 역시 작가가 사용하고 있는 암호를 해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닐 스티븐슨이라는 작가의 이력이 몹시 궁금했다. 물론 작가 소개에 "과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라든가 컴퓨터에 조예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 정도의 정보는 있었지만,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렇게 현대 정보통신 분야에 대해 생생한 묘사와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는지 정말 놀라웠다. 흔히 '작가'라고 하면 이런 쪽에 대해서는 문외한처럼 생각되곤 하지 않은가(물론, 편견이겠지만). 마지막 권의 역자 후기에 보니, 이 작가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다고 한다. 역시나! 어설프게 알아서 쓸 수 있는 책이 도저히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읽어보면 알 것이다. 이처럼 정확한 배경지식과 상상력이 절묘하게 결합하고 있는, 꽤 읽을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s*********c 2003.01.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