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읽으면서 기분이 좋았는데 그 이유는 뭐랄까...인간들의 삶이 내는 숨소리를 들은 것 같아서였다. 이 소설은 현학적이고 심각한, 그래서 지식인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대부분의 소설들과는 틀리다. 이 소설속엔 이데올로기나 계몽적인 시선이 전혀 없다. 작가 자신의 실제 생활을 바탕으로 가식없이 써내려간 서민문학의 백미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자신이 얼마나 오만하고 가식적이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혁명이 실제로 인류의 생활방식이 변화하는데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할까? 이론적이고 세련된 많은 종류의 인문과학 서적을 읽던 중 요즘들어 이런 의문이 일어나게 된다. 나는 많은 혁명의 목소리를 들었다. 지금도 사회곳곳에서 많은 이들이 인류의 진보를 위해, 언제나 억압받았던 다수의 민중을 위해 아낌없이 삶을 바치고 있다. 하지만 혁명가가 아닌 대다수의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사회 운동가가 아닌 나는 내 머릿속에 새로이 등장하게 되는 다양한 진보사상과 내 실제 생활과의 괴리를 느끼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영등포 시장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생생한 숨소리를 듣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깨닫든, 그렇지 못하든 생은 계속 흘러갈 것이다. 나는 내 생의 숨소리를 듣고 있는가. 내 생은 건강하게 호흡하고 있는가.
책을 읽은 며칠 후에 분식집에 갔다. 아이들을 상대로 떡볶이나 오뎅을 팔고 있는 아줌마에게 이것저것 말을 시켰다. 아줌마는 딸이 하나 있는데 농구 선수가 되고 싶어한단다. 그 딸의 농구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식당 일도 해보고, 청소도 해보고, 이제는 분식집을 하고 있다. 혼자 힘으로 어렵게 어렵게 분식집을 해가며 딸의 과외비, 체육선생님께 드려야 하는 과외비를 다 댔고 이제 조금 있으면 딸이 원하는 대학교 농구부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아줌마는 눈을 빛냈다. 분식집은 작고 지저분하고 냄새가 났다. 하지만 아줌마에겐 생생한 숨소리가 났다. 내 숨소리보다 훨씬 생생하고 훨씬 건강한 숨소리가. 나는 아줌마와 한 20분쯤 대화를 더 나누다 일어났다. 돌아오는 길, 내 많은 허위의식들에 대해 생각했다. 앞으로는 어디서 만나는 그 누구도 만만하게 대하지 못할것 같다. [인상깊은구절] 동네에서 조그맣게 하는 식품 가게라면 모르지만 도매장사는 물건 좋다고 무조건 단골 많은건 아니다. 좋은 물건만 갖다 파는 소매상들은 자연히 좋은 물건 파는 도매상한테 찾아오고, 나이트클럽, 룸살롱, 단란주점, 호프집 등등의 영업집은 값이 너무 비싸도 안 돼, 과일이 너무 안 좋아도 안 돼, 고로, 당연히 아리까리한 물건을 주로 취급하는 도매상한테로 봉고차 몰고 오게 되어 있고, 구루마 장사꾼들 사이에서는 전설이요, 신화가 되어 있는, 그 이름도 유명한 '장터길 트리오' 할아버지들처럼 일년 열두 달, 참외든 사과든, 품목과 시세에 상관없이 한 짝에 삼천워 넘어가는 물건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절대로 사지 않는 구루마꾼들은 여름이고 겨울이고 할 것 없이 301번처럼 싼 것만 파는 가게 앞에 구루마 받혀놓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왕 문제 낸 거 하나만 더 풀어보자. 그럼, 단골손님이 제일 없는 가게는? 정답은, 어제는 좋은 거, 오늘은 아리까리한 거, 내일은 나쁘고 싼거, 마구잡이로 갖다 파는 가게다. 이런 식으로 장사하는 가게, 내가 몇 번 봤는데 단골이 형성되는커녕, 가게 문 연지 몇달 못 되어 문 닫았다. |
| 이명랑은 글을 참 맛있게 쓰는 작가다. 이렇게 글을 구비구비 재미있게 쓰는 작가를 또 한 사람 들라면 나는 박완서를 들겠지만-두 사람 다 읽는 이를 글 속으로 확 빠져들게 하는 재주를 가졌다-, 박완서 선생의 글이 개성한정식처럼 섬세하고 단아한 데가 있는데 비해 이명랑의 글은 아마도 삼오식당에서 팔고 있을 육개장이나 순대국처럼 맛이 진하고 푸지다는 느낌이다. 그 진하고 걸죽한 글솜씨로 담아낸 영등포시장의 풍경, 시장사람들의 신산하다면 신산한 삶, 그렇지만 그 속에 꿈틀거리는 생명력 때문에, 삶에 대한 열정 때문에 신산하다는 한마디로 치부해버릴 수만은 없는..그런 삶의 모습들. 이 나이의 작가가 이런 걸 그려내다니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이런 글을 써내는 그녀는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조금은 먹먹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무엇보다도 소설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재미"에 더할나위 없이 충실한 책이다. 자극적인 묘사나 내용이 아니라 오로지 "이야기"만으로 이만한 재미를 끌어낸다는 점도 대단하다. 책을 받아들고 단숨에 읽었다. 책을 덮는데 가슴이 먹먹했다. 그리고...나는 왜 그리도 미안해졌을까. 작가에게, 영등포시장의 모든 사람들에게, 그들만큼 치열하게 살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도. |
|
이명랑이라는 소설가를 처음 만난 것은
작가회의 사무실에서 무슨 모임을 할 때입니다.
끝나고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자신의 작품 이야기를 상당히 힘주어 말하길래
참 당찬 면이 있구나 생각하면서
서둘러 그이의 작품을 찾아 읽게 되었지요.
결론은 그렇게 자신있게 자신의 작품을 남들 앞에서 당차게 말하고 남을 만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영등포 시장에서 줄곧 자란 작가가 그려낸
시장통 이야기는
송기원이나, 김형수의 시장과는 또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은 과거 회상이 아니라, 엄연한 현재형이며
지금도 그 안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앞서의 두 작품이
지난 시절의 고향이나 성장지를 떠나
대도시로 나섰다가
어떤 이유로 뜻을 꺾인 채
돌아가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무진기행''류의 ''재회''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면
이명랑의 시장은
눈앞에서 시종 진행되고 있는
시끌벅적한 현장의 이야기라는 점이 다릅니다.
무엇보다 이명랑이라는 작가에게 주목되는 점은
종래의 여류 소설가들이 천착해온
가정내의 전근대적 갈등과, 그것으로부터의 무작정적인 이탈, 그리고 홀로서기라는
상투적 등식으로부터의 감연한 이탈입니다.
시장 안에서 매일 만나는 요지경 같은 인물들과 사건들을
천연덕스러울 만치 속되며,
약아빠진 면을 조금도 고개 숙이려 하지 않으며
묘사해 나가고 있습니다.
작가는 ''나는 시장바닥에서 살고 있다''는 말을
굳이 힘주어 말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으면서
작가는 영등포 시장에서 아둥바둥 살아가며
눈을 빛내며,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살아가는 시장 사람들을 그려내며
바로 그 사람들이야 말로
먼훗날 역사가 그려낼 이 시대의 인물들이며
비록 백설공주는 아니지만
백설공주가 아니면서도 결코 불행해 하지 않는
삶의 끈적거리는 점액질 생명을 지닌 사람들임을
천연덕스럽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인상깊은구절] “걱정마! 일주일도 안 가! 아니면 내가 내 손가락을 잘라! 즉빵이여, 가서 장사나 하고 있어봐. 우리 할아버지가 누구냐, 누구냐, 누구냐! 우리 할아버지가 어여뻐하는 사람 소원은 다 들어줘, 우리 할아버지도 못 들어 주는 소원이 하나 있기는 있어. 들어주고 싶어도 못 들어주는 소원! 그게 뭐냐? 남자 정력 없는 거, 자지 안 꼴리는 거, 그건 우리 할아버지도 못 고쳐. 그럼 우리 할아버진느 무슨 소원 들어주냐! 집 없는 놈 집 사는 거, 먹은 거 없어서 빌빌 물똥만 싸대는 놈 먹을 거 마련해 주는 거, 부도 난 놈 다시 사업 일으키게 해 주는 거, 우리 할아버지는 그런 소원은 암말 않고 다 들어줘!” 빨간 방석 위에 징 하나 엎어 놓고 앉아 ‘유아독존’의 여주인은 당진상회 할머니한테 소리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진짜로 그렇게 될까요? 봉투가....” “지랄, 지랄, 또 지랄! 고놈의 주둥이가 지랄! 들어준다잖아! 우리 할아버지가 들어준다며 얘기 쫑이야! 얼른 가! 가서 장사나 해! 당장에 효험 봐.즉빵이여, 즉빵!” -166쪽 "재산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요, 명예와 지위를 잃는 것은 많이 잃는 것이요, 건강을 잃는 것은 천하를 잃는 것이다. 어른신들! 대답 소리가 작어, 안들려, 어르신들! 그렇지. 천장아 무너져라 냅따 쏴질러버리셔. 그래야 스트레스 풀려. 여기 오셔서 대답만 잘하고 박수만 잘 치고 소리만 냅따 질러도 스트레스 해소돼서 병은 그냥 나아버리는 겨. 어르신들., 내 말이 틀립니까? 저기 맨 뒤에 앉은 어르신, 저하고 어제 약속했쥬? 자식들이 사준 거, 좋은 옷 애끼지 말고 그냥 막 입어 버리기로 했잖어. 근데 오늘도 어째 후줄근해? 애껴 봤자 뭐해유? 죽으면 다 불쏘시개라니까. 어르신들., 제 말이 맞습니까? 제가 어르신들한테 당부하는 건 뭐냐 하면, 좋은 거, 입맛 돋우는 거, 맛있는 것만 잡수시고, 나중에 입으려고 좋은 옷은 죄다 장롱 속에 신주단지 모시듯 모혀놓지 말고 막 입구 댕기시고, 건강할 때 건강 지키시라는 거, 그게 다예유, 그런디 요기 사거리에 전위 치료기 생겼다고 요새 거기 다시니는 어르신들 내가 솔챦이 봤슈., 한 가지만 오래 치료하셔야지 이것저것 하면 진짜로 건강에 치명적입니다. 척추만 제대로 잡아 주면 병은 다 낫는데 거긴 왜 간대유? 그러다 잘못되면 중풍 걸립니다.“ -188쪽 거울에 남은 얼룩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쉬 지워지지 않는 얼룩 앞에 매달려 걸레질을 하다 말고 엄마는 흐느껴 울었다. 몸 어딘가에 꾹꾹 눌러 두었던 눈물이 솟구쳐 올라와 엄마의 두 눈과 입술을 푸대자루처럼 부풀렸고, 기형적으로 일그러진 엄마의 얼굴 뒤로 그것과 흡사한 얼굴 하나가 거울을 보고 있었다. 내 얼굴이었다. 백설공주를 없애 버리기로 작정한 왕비는 사냥꾼을 시켜 백설공주를 숲속으로 끌고간 뒤 죽이라고 명령했어요, 하지만 사냥꾼은 아름답고 착한 백설공주를 차마 죽이지 못하고 도망가게 했지요. 어른이 되어서도 이 대목에 이르면 나는 읽기를 멈추고 거울 앞에 가 서곤 했다. 거울에 대고 묻는다. 백설공주가 나처럼 생겼다면, 그랬다면 사냥꾼은 어떻게 했을까? 사냥꾼이 칼집에서 칼을 빼든 바로 그 찰나에 ‘차마’라는 그, 단 한순간의 망설임조차도 나는 불러 일으키지 못했으리라. 왕의 딸로 태어났지만 태어나자마자 엄마는 죽고, 새엄마랍시고 아버지가 데려온 여자는 나를 못 죽여서 안달이고,,,,, 백설공주는 공주치고는 참 더러운 팔자를 타고 태어났다. 그러나 그 빼어난 미모, 그 덕에 죽지 않고 살다가 백설공주는 마침내 왕자랑 결혼한다. 그런데 우리는? 애초에도 더럽게 박복한 팔자를 타고 태어난데다 시선만 마주쳐도 고개를 외로 틀어야 할 만큼 혐오스러운 외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하여 그들의 세상 살이에는 타인의 동정이나 연민이 단 한 번도 허락되지 않았던 사람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 인생에 ‘그러나’로 시작되는 하나의 히든 카드도 하나 뒤로 감추고 있지 못한 사람들은 그러면 무엇으로, 어떻게, 이 생을, 그 박복한 운명을 견디어내는 것일까? 연작소설 삼오식당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243쪽 작가 후기 중에서 |
|
책 제목만 봐서는 자전적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작가 자신과 그 주변의 실제 상황을 담은 수필에 오히려 더 가까운것 같다. 작가 자신의 경험이 없으면 이러한 작품을 쓰기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쉽게 쉽게 진도가 나가고 어려운 책은 아니었지만 마음에 와 닿는 그 무엇을 주지는 못하는 소설인것 같다. 이 책을 읽기전의 느낌은 시장통 사람들의 따듯하고 훈훈한 이야기들이 담긴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으면서 계속 드는 생각은 주부들이 아침마다 즐겨보는 불륜드라마나 소위 아줌마들이 어렷 모이면 길게 늘어놓는 수다에 등장하는 그 흔하고 잡다한 이야기들이 이 책속에 그대로 녹아들어간것 같다.
책속에 등장하는 영등포 시장통 사람들 개개인도 마찬가지다. 편들어주고 싶은 캐릭터보다는 다들 좀 불쌍하고 우울하고 답답해보인다. 물론 그 사이 사이에 재미있고 어떤 메세지를 주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썩 유쾌하게 읽혀지는 소설은 아니라는 점이다. 여자 성석제라고 하는 문구가 눈에 띄는데 아직 성석제 소설을 사 놓고 보지를 못한 본인으로서는 얼른 다음에 성석제 소설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이명랑 작가의 이전작품도 이 작품과 꽤 유사해 보인다.
아직은 이명랑 작가의 소설이 나의 코드와 맞는지 잘 모르겠다.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한 기본적인 줄거리가 나오는 자전적인 소설이 아닌 새로운 스타일이나 다른 주제의 작품으로 그녀를 다시 만나보고 싶다. 작년에 역시 시장통 이야기를 담은 또 다른 경험적 소설 출간 이후로 변신이 보이는 신작이 나오지 않고 았는 것 같은데 올해에는 새로운 작품을 만나게 되길 바란다.
[인상깊은구절] 엄마의 오른쪽 무릎이 벌에 쏘인 것처럼 부어올라 있었다. 무릎 안쪽에 솜뭉치를 쑤셔놓은 듯했다. 아니다. 그건 솜뭉치가 아니었다. 엄머가 버텨온 세월이 거기, 당신의 무릎 안쪽에 고스란히 고여 있었다. 가난 앞에 주먹질 한번 할 수 없었던 세월의 막막함이 거기 한줌의 엉어리가 되어 박혀 있었다. 스스로 한 마리 우매한 소가 되어 그저 묵묵히 현재만을 일궈야 했던 늙은 어미의 무르팍엔 열매 대신 염증이 맺혔고 어미는 자신이 꽃 피워낸 그 흉한 꽃이 못내 부끄러워 두 손으로 얼른 무릎을 감싸쥐었다. 무릎을 감싸쥔 엄마의 손등 위엔 벌겋게 부어오른 무릎보다 더 붉고 더 길은 주름이 그어져 있었다. |
| 요사이에는 소설책 읽기가 겁이 난다. 소설책을 읽다 보면 감정이입이 지나쳐 종종 작중 인물과 나를 동일시하게 되기 때문이다. 요즘 소설 속에 나오는 남녀 주인공들은 일탈을 밥 먹듯하고 죄의식을 느낄 틈도 없이 잘못을 세상 탓으로 돌리거나 합리화해 버린다. 그걸 읽는 내가 실제 그런 일탈을 하지는 않지만, 어쩐지 나만 바보처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만날 똑같은 타령만 하는 작가들도 나름대로 이유야 없겠냐만은... 암튼 그러한 이유로 한동안은 동화책만 읽었다. 그 편이 훨씬 유익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 책 삼오식당을 처음 구입했을 때만 해도 큰 기대는 없었다. 단지 김형경님의 추천사에 '여자 성석제'라고 되어 있었으므로 약간 흥미를 느꼈을 뿐이었다. 이명랑이라는 작가가 영등포 시장통에서 자라났다는 사실도 흥미 있었고 말이다. 더욱이 작가가 나와 동갑내기인지라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도 알고 싶었다. 읽고 난 뒤에는 퍽이나 만족했다. 물론 시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효과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 과장하거나 단면을 부각시켰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재미와 안타까움과 삶의 연민 같은 것이 느껴졌다. 아주 진한 감동이 없는 게 좀 아쉬웠지만, 생각해 보면 살아가는 자체가 감동의 연속이 아닐까? 그렇게 느끼고 긍정하는데 인색해졌을 만큼 각박해진 생활을 다시 돌아볼 기회도 되고 말이다. 별 넷을 주면서 좀 망설였다. 우리 나라에서 이 나이에, 이 정도의 소설을 쓰는 작가가 많지는 않다는 생각에 다섯 개를 주고도 싶었지만, 앞으로 이 작가가 별 다섯을 흔쾌히 주고 싶을 만한 작품을 써내리라 기대하며 참기로 했다. |
| 나는 사람들이 삶이 무료하고 생의 의지가 엷어질 때 삶이 생동하는 시장을 찾아보라는 조언을 경멸하는 사람이다. 열심히 사는 시장 사람들의 모습에서 용기를 얻어라는 이야긴데 나 같은 경우, 추위에 얼은 손, 목이 터져라 외쳐대는 노점상들, 자기 몸집보다 훨씬 큰 짐을 끙끙대고 옮기고 있는 60대 노인들을 보면 안쓰러움에 가슴이 저린다. 기분이 좋고 삶에 생동감이 느껴질 때는 잘 보이지 않던 것도 마음이 쓸쓸할 때 내 눈에 비치는 시장 사람들의 고단함은 내 마음까지 시리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은 동정심이나 쓰라림도 삶의 의지로 승화시켜 나를 더욱 힘나게 만들었다. 젊은 세대들의 눈에는 칙칙하다고 보일 여지가 있는 이 소설을 나는 단숨에 읽어 내렸다. 늘 거침없는 이명랑 작가의 문체를 좋아했고, 소설의 산실인 영등포 청과 시장을 그녀의 작품을 읽은 후 좀 더 주의깊게 보게 되었다.(그래서 종종 나는 박스로 과일을 살 때 이곳을 찾는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식당 이름을 꼼꼼이 살피곤한다) 그녀의 산문집, [명랑한 과일가게]는 제목만큼이나 발랄한 글이었지만, 이 책 [삼오식당]은 표지의 그림처럼 날고기처럼 생생하고 리얼하게 청과 시장의 겉과 속을 철저히 파헤치고 있다. 또 그 속에 하루하루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아름다운 이들이 있다. |
| 이명랑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건 순전히 예스24를 통해서이다... 난 시간이 있을 때면 여기에 들어와 사람들이 적어 놓은 리뷰를 보고 책을 고르고... 그 책들을 사서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명랑이라는 작가에 대해 전혀 정보가 없었던 나지만 같은 70년대에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친근감이 느껴지는 작가였다. 삼오식당을 읽으면서 순간순간 작가의 재치가 엿보여... 혼자 키득키득 웃기도 많이 했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의 그렇게 사람을 소리내 웃게 만들다가도... 마지막 한 순간... 콧끝을 찡하게 울리는... 우리 한국인만이 느낄 수 있는 한의 정서가 복병처럼 숨어 있다가 튀어 나와서는 가슴을 휘 돌고 나가곤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고... 별반 새로울것도 없는 소재와 내용들이지만... 그 모습에서 우리 엄마의 모습을 우리 할머니의 모습을 언제고 잊고 있는 내 유년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어... 이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동안 눈을 감고 있었다... 동시대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이런 70년대생의 작가의 작품을 읽는 건 그런 의미에서 일종의 행복이다... |
|
국내 소설보다는 외국 소설 쪽이 더 읽을 만 하다는 생각이 한창 굳혀가고 있던 때 이였다. 아마 소재의 한계면에서의 국내 소설의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고, 주로 사랑 운운하는 국내 소설에게 지루함을 가지고 있던 찰라에 이 책은 그런 나의 생각을 한번에 날려버리기엔 충분한 소설이였다. '삼오 식당' 약간은 진부하기만 하던 일반적은 주제에서 벗어나 있던 점이 나의 흥미를 당기었고 책 제목에서 풍겨나오는 웬지 삶의 억척스러움과 구수한 느낌에 압도되어 읽어 내려간 책. 잠시의 쉼도 없이 아주 즐겁고 때로는 뭉클하게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31세의 젊은 여성 작가. 게다가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이 작가의 신비한 글쓰기에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영등포 한 시장안에서의 수런스러운 모습. 각각 그 안의 사람들이 담고 있는 삶의 단편에서 작가 (작가가 이 책의 주인공이 아니였을까?) 웬지 자전 소설 같이 그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그렇게 할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억척스러움이 공연히 인정되는 모습. 결코 부자는 아니지만 소박한 삶과 그 소박한 삶에서 느끼는 작은 기쁨들이 이 책에는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한 쪽에 몰려진 사람들의 모습을 읽는 독자에게 흥쾌함과 웃음과 저린 마음을 안겨준 작가. 정말 대단한 신예 작가이다. 여느 베스트 셀러 작품에 뒤지지 않는, 아니 여느 베스트 소설보다 훨씬 나은!!! [인상깊은구절] 사람이 이렇게 두들겨 맞고도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아니, 이렇게 될떄까지 맞고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이 더 충격이였다. 언젠가 빚쟁이들이 몰려와 식당을 난장판으로 뒤집고 가버린 뒤에, 뽑아진 머리 카락들을 쓰레받기에 쓸어 담으며 엄마가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세상에서 젤로 무서운 건 참을수 없고, 견딜수 없는 게 없다는 거라고. 나는 그때 엄마한테 뭐라고 했더라? 아마도 되게 웃기는 소리라고 눈 한번 흘겨 뜨고는 읽다 만 책을 집어들고 방으로 들어갔을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