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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쪽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해돋이 구경을 할 때면 저절로 떠오르는 글귀들이니. 해돋이-동명일기-고1국어-그때의 국어선생님...... 이런 식으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마침내 고1로 돌아간다. 그때 나는 이 글의 마지막 부분-'홍색이 거룩하야~'부터 끝까지는 외웠던 것 같은데. 이렇게 생생하게 내 어린 날의 한 장면은 기억으로 되살아나서 나를 즐겁게 해 준다.
이 책을 이제야 사게 된 것은 좀 미안한 일이다. 그동안 동명일기 수업을 할 기회가 없었던 탓이기도 하지만,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어도 이건 사 두어야 할 책이었는데, 변명이 궁색하다.
의유당이라는 택호와 성만 남아 있는 여자 작가.(고등학교 때는 작가를 의유당 김씨로 외웠는데, 지금은 의유당 남씨라는 쪽이 더 적절해진 모양이다.) 여자로서는 남편의 지위와 권한에 따른 허락에 의해서만 해돋이 구경을 갈 수 있었던 시절이라는데, 그런 어려운 조건을 이겨 내고 이런 글을 남길 수 있었으니 내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이에 비한다면 지금 내 처지는 얼마나 다행스러운 것인지 여기서 또 확인 좀 하고.)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의유당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는가에 대한 고증. 둘은 관북유람일기의 원문. 셋은 관북유람일기의 현대문. 나는 국어 교과서에서 원문의 형태로 배웠다. 고어 표기를 현대어로 바꾸는 게 공부의 전부였던 시절이다. 그래도 그때 선생님께서 칠판에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순서대로 그려 주셨던 모습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작은 회오리밤-큰 쟁반-수레바퀴로 변하면서 소 혀처럼 드리워지기까지'.
누가 어떤 의도로 이런 글을 썼던 것인지, 글 속에 담긴 당시의 풍속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 당시의 여성의 삶과 지금의 우리네 삶이 어떻게 다른지 등등에 대해서도 배웠던 것인지는 기억에 없다. 오로지 해 뜨는 장면을 표기한 옛글을 익혔던 고단한 기억만 생생한데, 이제는 이것조차도 아련하고 흐뭇한 추억이 되었으니.(나는 주입식 교육의 장점을 인정하는 편이다.)
나와 수업하는 학생들은 우리가 함께 공부한 작품을 이 다음다음에 떠올려 봐 줄까. 외워야 했든 문제를 풀어야 했든 이렇게 해서라도 글을 읽었다는 것을 다행스럽게 여겨 주는 날이 있을까. 끝끝내 끔찍했다는 기억만 남기게 될까. |
| 의유당관북유람일기는 의유당 남씨가 지은 작품이란다. 의유당관북유람일기에는 낙민루, 북산루, 동명일기, 춘일소홍, 영명사득월루상량문 등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이중 동명일기는 일찍이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널리 알려지고 문학적으로 높은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고전문학과 당시의 가치관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