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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간의 '기억력'에 대한 기억이자, '디지털 기억'에 대한 찬사, 동시에 우려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미국 유명 도서관의 큐레이터인데요. 저자에 따르면 인간 기억력에 대한 기억은 1.구술문화 시대, 2. 활자 시대로 나눠 추억됩니다. 인간에게 문자가 없던 시절, 지금으로부터 꽤나 오래 전일 것 같지만 사실, 소크라테스가 아고라에서 썰을 풀던 기원전 5세기. 사람들은 '시'에 꼭 기억해야 할 것들을 담아 그 기억을 후대에 전달했습니다. 활자가 있기는 했지만 보편적이지 않았고 소크라테스는 활자문화 자체를 비판했기에 기억력이 곧 매체였던 시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원전 4세기 3세기 정도 활자가 본격적으로 사용되면서 인간의 기억은 기록되기 시작합니다. 파피루스에, 돌판에...알렉산드리아에는 거대한 도서관도 생깁니다. 그리고, 대망의 15세기...구텐베르크가 금속 활자를 (우리나라보다 좀 더 늦게) 발명하고 인쇄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지식은 인간 내부에서 밖으로 나와 쓰여지고, 전수되고, 분석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종교개혁도 가능했고 인간은 드디어 전수되는 앎을 통해 신 본위에서 인간 본위의 사고를 연마하기 시작합니다. 즉, 중세를 주름잡던 철학, 수사학은 물론 다양한 근대 학문이 발전된 토대가 바로 활자 문화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기억력에서 활자로 매체를 옮긴 인간의 기억은 이제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만나 기억의 총량과 처리 속도 등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지식의 저장 방식이 책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요? 바로 이 대목이 저자의 문제 의식입니다. 또 저장 용량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으나 동시에 파손의 위험 역시 더 커진 아이러니한 상황에서(USB 등을 떠올리면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겁니다) 디지털 저장 방식, 읽기 방식은 인간의 인지 체계에 득이 될까요, 실이 될까요? 이런 고민을 지금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해가길 저자는 바라는 것 같습니다. 활자 문화가 인간의 지성사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줬는지 쉽게 설명하는 활자문화/디지털문화 개론서? 입니다. 미디어 전공자들은 물론 미디어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도서관의 역사가 궁금하신 분, 플라톤/소크라테스 등 고대 그리스 철학 덕후들, 몽테뉴를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다 좋아할 만한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