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3)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46%
  • 리뷰 총점8 46%
  • 리뷰 총점6 8%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10.0
  • 40대 8.0
  • 50대 8.0
리뷰 총점 종이책
이제 숨겨둔 고통을 떳떳하게 마주할 때
"이제 숨겨둔 고통을 떳떳하게 마주할 때" 내용보기
남과의 비교가 역기능만을 갖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불행에 대해서는 그렇다. 자신이 가진 고통이 커보일때 그래서 삶이 무의미해질때 우리는 종종 타인들 역시 그들만의 고민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으며 고민이 몸을 부풀려 수습할 수 없게 되기도 함을 확인하고 스스로 작아지는 체험을 한다.   이 책에 들어 있는 몇개의 소설들의 화자들역시 그렇게 "작아지는" 체험을 하는 사
"이제 숨겨둔 고통을 떳떳하게 마주할 때" 내용보기

남과의 비교가 역기능만을 갖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불행에 대해서는 그렇다. 자신이 가진 고통이 커보일때 그래서 삶이 무의미해질때 우리는 종종 타인들 역시 그들만의 고민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으며 고민이 몸을 부풀려 수습할 수 없게 되기도 함을 확인하고 스스로 작아지는 체험을 한다.

 

이 책에 들어 있는 몇개의 소설들의 화자들역시 그렇게 "작아지는" 체험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 작가의 작품들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이중구조는 화자의 고통이 타인의 굴레에 비교하면 참으로 보잘 것없을 깨닫는 과정을 만드는 좋은 장치이다. '웃으면서 죽는 법'에 나오는 화자는 남편의 사업에 대한 불안감으로 자살욕망을 억제하지 못하지만 루게릭병에 걸려 눈동자와 목소리로만 살아가는 친구의 모습에서, 설상가상으로 치닥거리를 도맡던 남편마저 중풍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자신의 고통은 한낮 투정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지한다. 이렇듯 화자의 고통을 확대하여  일반화시킴으로써 우리의 감각기관에 각인되는 삶의 어둡고 축축한 터널은 화자의 힘겨움을 정화시키는 도구가 된다.

 

단편 '유희'에서는 필리핀 현지에서 한국남자의 친절에 유혹되어 한국에 이류 가수로 취직해 온 한 필리핀 여인이 등장한다. 그녀는 버림받은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 남자의 아파트 앞에서 추위로 위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진다. 한편 아내의 친구남편들과 카드게임에서 된통 손실을 본 화자는 사채업자 장인을 둔 별볼일 없는 남자일 뿐이다. 펀드매니저이지만 남편들의 모임에서 그는 삼류인간에 지나지 않았고 손실을 메꾸기위해 전문도박업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밤늦게 귀가한 자신의 아파트, 도어문은 비밀번호가 변경되어 들어갈 수 없다. 가정에 진입되지 않는 떠도는 느낌은 그러나 거리에서 발견한 버림받은 여자의 처지에 비하면 가벼움 그자체일지도 몰랐다.

 

소설을 읽다보면 은근히 작가가 궁금해질 때가 많다. 글을 통해 작가는 자신의 말을 할테니까. 비슷한 연배를 살다보니 작가의 글 소재가 된 것들도 어느 날 신문보도라든가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이슈라든가 하는 것이어서 나역시 떠오르는 바가 있었다. 루게릭병이라는 소재에서 언젠가 공영방송의 명 아나로 이름을 날리던 어느 여자 앵커가 떠올랐고 또 '나쁜 자식'에서는 비슷한 내용의 신문기사를 본 것 같았다.

 

개구리를 죽이고 (고양이를 죽이고) 아무런 연민의 감정이나 죄의식을 못느끼는 아이는 유전적 요인으로 형성된 인성적 문제일까, 아니면 부모라는 어른의 잘못된 행동의 반영일 수 있는가. 나쁜 자식엔 최근에 연일 보도되었던 죄없는 여인들을 연쇄살인한 잔인한 범죄자나 보험금때문에 부모와 아내와 자식을 죽인 인면수심의 죄인도 그 범주에 들 것이다. 소설 '나쁜 자식'은 자신의 행동과 말에 대한 점검과 규제를 적용시키지 못하는 한 아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아이는 뭔가 잘못된 자신의 행동에 정당한 규제를 해줄 어른의 가르침이 필요했지만 그런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이 점은 절제의 한계에 부딪치는 요즘 청소년들의 고민일 수 있을 것이다. 마침내 아이는 단순한 사고현장을 목격하고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가 엄마를 밀어서 떨어졌다는 가상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물론 그대로 지어내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아버지의 소행으로 전이시킴으로써 자신의 혼란스런 국면을 벗어나고자 한 것이다. 이는 무책임하고 순간의 짧은 고통도 견뎌내지 못하는 현대인의 치사한 심성을 드러낸 것일지 모르겠다.

 

작가가 말하는 중년의 덧없음은 '나쁜 자식'에 나오는 장군인 나이 많은 남편과 히스테리컬한 그의 젊은 아내의 관계에도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작가의 소설에 등장하는 중년은,  사업실패, 느닷없이 찾아온 치명적인 병, 기울어진 결혼으로 겪는 내밀한 신경전, 외도로 인한 남편의 갑작스런 실종, 가난으로 인해 이루지 못한 꿈이 가져온 퇴색된 현실, 부유층에 편입하려고 하는 감춰진 열등의식 등으로 더욱 상처입고 피폐한 모습이다. 열심히 살아왔고 다음 세대를 위한 재생산의 과업을 어느정도 마무리 짓고 있는 중년이란 시기는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나 황혼의 쓸쓸함으로 눈물흘리는 노년기만큼이나 어려운 고난의 시기이다. 하지만 주인공들은 좌절로 끝내지 않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이제는 숨겨둔 고통을 떳떳하게 드러내고  그동안 잘 견뎌낸 자신을 반길 수 있게 될 것이다. '브리지파트너'의 윤미호와 김영정처럼.

f****e 2009.02.16.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나의 중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나의 중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내용보기
오늘의 나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살면서 중년의 일을 예상한다는 것이 참으로 까마득하게 느껴졌는데...이 책을 읽으니 그렇지도 않다. 시집갈 날을 당신 맘대로 오늘 내일로 잡고 있는 울엄마 얼굴 한번 보고, 날로 주름이 늘어가는 내 얼굴 한 번 보고...그러고 있자니 곧 닥쳐올 나의 삶인 것 같아서 불안해졌다...그 정도로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불쾌해지고, 짠하고...이 책 읽
"나의 중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내용보기

오늘의 나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살면서 중년의 일을 예상한다는 것이 참으로 까마득하게 느껴졌는데...이 책을 읽으니 그렇지도 않다. 시집갈 날을 당신 맘대로 오늘 내일로 잡고 있는 울엄마 얼굴 한번 보고, 날로 주름이 늘어가는 내 얼굴 한 번 보고...그러고 있자니 곧 닥쳐올 나의 삶인 것 같아서 불안해졌다...그 정도로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불쾌해지고, 짠하고...이 책 읽으며 내내 그랬다. 좀 잔인할 정도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중년의 여성의 삶과 감정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셔일까, 왜 저러고 살아? 그것이 아니라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저렇게 되겠지...하게 된다. 하지만 난 이 소설집이 좋다.

내가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예상할 수 잇는 어쩌면 매우 지루할수도 있는 삶, 어쩌면 허무해지고 공허한 삶의 이면을 엿보게 하는 능력 뿐 아니라 작가는 클라이막스를 뽑아낼 줄 아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느껴주었으면 하는 부분들, 또 각 클라이막스에서는 이상하게도 기계적으로 가슴이 뭉클해졌다...단편을 읽는 묘미, 글로 만난 작가와 소통하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게다가 작가가 느껴주었으면 하는 메세지가 희망적일 때는 기쁨으로 차올랐다. 

 

이 시대의 중년 여성들의 초상이자 동시에 다양한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는 같지만 그 속에는 갈등과 상처와 이도저도 선택할 수 없는 답답하고 막막한 심경들이 공통적으로 녹아있다. 각각 주인공도, 처한 상황도 다르지만 스치듯이 지나갔거나, 혹은 과거의 편린이었던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투영해보고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 <웃으면서 죽는 법>,<브리지 파트너>는 정말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작품이다. <나쁜자식>은 소설집을 관통하는 주제에서는 열외인 것처럼 보이지만, 위기의 중년여성들이 자식한테 줄 수 있는 영적인 영향력이야말로 위험 그 자체일 것이라는 위태로운 생각과 동시에 그 작품이 주는 강렬함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고싶지 않은 인생의 단면, 하지만 외면할 수 없이 눈앞에 직면해 있는 각 상황들 앞에선 나도 아찔해졌고 내가 그릴 수 있는 나의 중년은 허황된 것이었고 비현실적인 것이었음을 이 소설집 속의 여러 작품들 속에서도 깨달아졌다. 화려한 수식어도 필요없고 너무 담담하고 조용해 보이지만 파도가 휘몰아치는 인생 이면을 볼 수 있었던 이 소설집이 마음에 드는 진짜 이유는 나의 중년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삶이 소중한 이유, 꿈이 없어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아저씨 아줌마들의 이야기, 절망 속에서도 살아야 하는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소리없이 발버퉁치는 이 시대의 모습이 소설집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설을 통해 세상을, 연령대를 알아가고 시야가 조금씩 넓어지고 있으니 난 클려면 아직 멀었다. 그러나 고맙다. ^^

t*****8 2009.03.0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브리지 파트나
"브리지 파트나" 내용보기
처음으로 만나본 한정희 작가의 책이다. 일곱 편의 단편을 모두 무척 재미있게 읽어보았는데, 서평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으니 이상하게 막막해진다. 어제 저녁부터 써야지 써야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앞 부분만 썼다 지우기를 스무 번쯤 한 것 같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제는 기어코 써야지.   내가 이 책을 읽을 거라고 하니 누군가가 말했다. 여성독자라면 공감할 작가라고.
"브리지 파트나" 내용보기

처음으로 만나본 한정희 작가의 책이다.

일곱 편의 단편을 모두 무척 재미있게 읽어보았는데, 서평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으니 이상하게 막막해진다.

어제 저녁부터 써야지 써야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앞 부분만 썼다 지우기를 스무 번쯤 한 것 같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제는 기어코 써야지.

 

내가 이 책을 읽을 거라고 하니 누군가가 말했다. 여성독자라면 공감할 작가라고.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내가 한 생각을 보태자면, '중년' 여성독자라면 '더' 공감할 것 같다.

 

이 책에는 모두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표제작 '브리지 파트너'에는 어린 시절에 피아노 천재로 불리던, 하지만 지금은 밥벌이를 위해 밤무대에서 피아노 반주를 해주는 윤미호라는 남자가 나오고, 그의 브리지 파트너가 되는 김영정이라는 여자가 나온다. 한 팀으로 마음 맞추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이 게임에서 승리를 하고 런던 행 티켓을 거머쥐게 되지만 이들은 런던에 발을 들이고 싶지 않은 각자의 사연을 안고 있다. 어린 시절에 천재로 주목 받다가 어찌보면 깊이 추락해버린 듯한 그런 삶을, 나는 살아보지 않았고, 애인 또는 남편이 다른 사랑 찾아 외국으로 떠난 삶도, 나는 살아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글을 읽으며 주인공들의 사연 있는 삶에 마음을 빼앗기기 보다는, '브리지 게임'에 더 많이 매혹 당했다.

 

'브리지 파트너' 외에 또 한 편 '브리지 클럽' 역시 브리지 게임을 소재로 하고 있다. 아마 작가가 이 게임을 즐기는가 보다, 생각했다. '브리지 클럽'에는 세상만사 귀찮은 일 다 내던지고 브리지 게임이나 하자,는 여자가 나온다. (클럽에 가면 무슨무슨 사모님 같은 사람들이 그들의 부를 뽐내며 등장하는데, 나는 하마터면 브리지 게임을 '싸모님'들이 거액을 걸고 즐기는 도박 쯤으로 오해할 뻔 했다.) 브리지 게임장에서 인정 받기 위해서 국산차를 외제차로 바꿔야 할까 고민하고, 빚을 져서라도 유명 외국 화가의 작품을 사서 벽에 걸어놓는 여자, 별 볼 일 없는 이혼녀이면서 잘나가는 '싸모님'으로 '위장'을 하는 여자. 내가 언젠가 그들의 모습에 공감하게 되는 날이 올까봐 두렵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거의 다 2명 이상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느 순간 주인공이 남자에서 여자로, 혹은 여자 A에서 여자 B로 바뀐 줄 모르고 읽다가 으응...?하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기도. '버스 전용 차선'에서는 버스 전용 차선 위반자를 카메라에 담는 공익요원과 매일 아침 버스 전용 차선을 달리다가 공익요원이 기다리는 위치에서 차선을 변경하는 여인의 이야기가 교체되어 나온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수많은 인연들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얼마나 많은 사람을 매일 아침저녁 출퇴근 길에 마주치고 있을까? 그것도 대단한 인연이지 않을까?) 그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매일 차선을 변경하던 위치를 지나쳐 그냥 달려버리는 하얀 승용차, 그 승용차를 찍으려다 멈칫하는 공익요원. 그 여자의 피치 못할 사정을 헤아려보는 남자의 마음이.

 

누군가가 미리 일러준 것처럼 소설 속 이야기에 '공감'을 느끼고 빠져들지는 못했지만, 한정희라는 작가와의 첫 만남은 무척 즐거웠다. 소설 속 주인공들 나이가 다 나보다 많았으니까, 조금 더 나이 들어서 한 번 더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무리.

 

그나저나, 브리지 게임이라는 거, 한번 해보고 싶다.

j******o 2009.03.03. 신고 공감 0 댓글 1
리뷰 총점 종이책
무기력이 증식하다
"무기력이 증식하다" 내용보기
책을 읽는 동안은 일부러 천천히 읽었다. 한정희라는 작가의 심정묘사가 섬세하여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오랜 시간에 걸쳐 모두 읽은 뒤 책을 덮고 나는 무기력한 느낌이 들었다.다 읽고나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으며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중년의 나이가 되면 어떤 기분이 들까?궁금하지만 중년이 되고 싶지는 않다.시간을 돌릴 수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기도
"무기력이 증식하다" 내용보기

책을 읽는 동안은 일부러 천천히 읽었다.
한정희라는 작가의 심정묘사가 섬세하여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모두 읽은 뒤 책을 덮고 나는 무기력한 느낌이 들었다.
다 읽고나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으며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중년의 나이가 되면 어떤 기분이 들까?
궁금하지만 중년이 되고 싶지는 않다.
시간을 돌릴 수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하며 고독함과 쓸쓸함에 사무쳐 괴로울 것 같아서이다.
이 책을 읽으면 중년의 나이를 꺼리는 것이 당연하다.
그 어떤 역할도 아닌 자신만의 삶을 찾아야 할 나이, 중년.
굉장히 일상적인 시간속에서 점차 자신을 찾아 나가고 그 모습에 익숙해지는 나이.
중년이 아닌 내가 감히 말할 순 없지만 책을 읽으며 짐작할 수는 있었다.

 


브리지 파트너는 총7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지 않고 서술하고 있으며 각 연령이 다양하다.
그리고 무거운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어 나의 마음까지 무겁게 만들기 충분하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고달프다고 느낄 때 타인의 삶으로 자신을 위로한다.
각 단편의 주인공들은 세상속에서 위로를 느끼며 살아간다.
자신과의 타협,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속에서 느끼는 일상의 편안.
자신은 부정할 지 모르나, 아무 이유없이 접촉했다고 할 지 모르나 실은 원하고 있었던 것이리라.
누군가 자신의 모습을 알아주기를, 자신의 소리를 들어주기를, 괜찮다고 위로해주기를 말이다.

 


아직은 젊은 나보다, 그래서 중년을 이해하기 어렵고 공감하기 어려운 나보다는 나의 부모님.
이제 각양의 억압과 역할에서 벗어나 진정을 알아가는 위태로운 줄에 발걸음을 내딛는 사람들이 읽어야 한다.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고독에 외롭지 않도록 말이다.

w*****9 2009.03.02. 신고 공감 0 댓글 1
리뷰 총점 종이책
브리지 파트너
"브리지 파트너" 내용보기
'중년'이란 시기는 내게는 무척 자유롭고 뭔가에 대해서, 그것이 어떤 것이 되었던 간에 초탈한듯한 반응을 보이는 시기이다. 얼마 전 일인극을 보러간 소극장에서 중년의 부부가 연극을 함께 보러와서는 너무도 멋진 답을 내게 주었다. 물론 내게만 준 답은 아니었다. 무대 위의 배우(일인극을 이끌어간 배우)가 부인에게 "왜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셨죠?"라는 질문을 하자 부인은
"브리지 파트너" 내용보기

'중년'이란 시기는 내게는 무척 자유롭고 뭔가에 대해서, 그것이 어떤 것이 되었던 간에 초탈한듯한 반응을 보이는 시기이다.

얼마 전 일인극을 보러간 소극장에서 중년의 부부가 연극을 함께 보러와서는 너무도 멋진 답을 내게 주었다.

물론 내게만 준 답은 아니었다.

무대 위의 배우(일인극을 이끌어간 배우)가 부인에게 "왜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셨죠?"라는 질문을 하자 부인은 남편을 잠깐 보면서 미소를 짓더니 "Because he was there."이라는 멋진 답으로 응답했다.

그 대답을 들으면서 소극장의 관객 모두들 '우와~'하는 함성을 질렀고 그 속에서 나는 중년이란 나이는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나이라는 것을 느꼈었다. 또한, 나도 그렇게 늙어가야지 하는 생각도 했었다.

 

일반적으로 드라마에 그려지는 중년의 나이 여성은 힘들게 키운 아이들은 독립을 외치고, 열심히 뒷바라지 했던 남편은 어느새 명퇴자로 자신의 옆에 힘없이 서 있어서 홀로서기 힘든 시기이다.

 

지난해, 이제 겨우 40이라는 나이를 맞이하던 아름다운 배우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뉴스를 보면서 나는 '중년'으로 가까이 가던 그 여배우가 자살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중년'이란 평소에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그렇게 인생에 있어서 위기이기 때문이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중년'이란 위기를 이렇게 멋지게 표현해낸 소설이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했다.

작은 매개체로 이어지는 주인공들의 연결고리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독특한 구성만큼이나 나를 책 깊숙이 끌고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얼마 안 남은 중년을 내가 준비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걸까?

그리고 책속의 주인공들처럼 '중년'이란 나이는 정말 보통의 여성들에게, 특히 사회에서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여성들에게 그렇게 넘기 힘든 산일 것이란 생각해보니 다소 준비하는 내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j*****7 2009.02.1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서평] 브리지 파트너
"[서평] 브리지 파트너" 내용보기
이 책을 다 읽고 덮고나서는 이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먼저 일단.. 엄마부터 보여드리자.. 그리고 가능하다면., 아껴서 아껴 보관해서 이십년이 지난 다음.내가 중년기에 접어들었을때 이 책을 다시 읽어보자. 꼭 그렇게 해보자. 과연 그 때는 이 책을 더 진정성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지' 라는 ...... 처음에는 잘 이해할 수가 없는 책이었다. 왜냐하면.. 당연하겠지만. 아
"[서평] 브리지 파트너" 내용보기

이 책을 다 읽고 덮고나서는 이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먼저 일단.. 엄마부터 보여드리자.. 그리고 가능하다면., 아껴서 아껴

보관해서 이십년이 지난 다음.내가 중년기에 접어들었을때 이 책을 다시 읽어보자. 꼭 그렇게 해보자.

과연 그 때는 이 책을 더 진정성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지' 라는 ......

처음에는 잘 이해할 수가 없는 책이었다. 왜냐하면.. 당연하겠지만.

아직 나는 젊기 때문이다.

 

책 내용과 책의 맨뒤에 있는 작품해설 모두 다 괜찮았던 것 같다.

중년에 관한 책들은 거의 많이 없는 것도 없는 것이겠지만. 있다고

하더라도 거의 못본척 지나갔던 것 같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책을 읽을려고 마음을 다 잡았을때도 오히려

책꽂이에 고스란히 꽂혀있는 판타지 소설에 계속 눈길이 갔고,

마음이 끌렸다.

아마, 중년 여성들의 삶에 관한 것이라면, 그저 그럴꺼라고 생각했다.

집에 있는 부모님이나 아니면, 그저 시장에 가면 보이는 중년의

여성분들의 일상적인 그저 무의미한 삶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오히려, 중년의 나이대를 청소년기들이 소년에서 청년기로 넘어갈때의 그 극심한 과도기적 성장기로 보고 있었다.

즉, 젊은 청년기에서 노년기로 넘어가기 전의 극심한 고통의 과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읽다보니 그도 그럴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다 큰 자식들이 이젠 부모의 품을 떠나 자신들만의 세계로 나아가기

시작하는 시기가 바로 그 중년대이며, 그 위의 부모님들이 이제 중년이 된 자신들을 떠나가는 시기가 바로 그 중년대이며, 그리고 꿈을 펼치기도 다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도 힘든 시기가 중년대이며, 평온한 노년기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도 바로 그 중년대였기 때문이다.

아마, 소년기에서 청년기로 넘어가는 그 과도기적인 성장고통보다 더

극심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이 책은 중년 여성과 그리고 

중년 남성의 일상적인. 아주 지극히 일상적인 삶을 보여주면서 얘기해 주고 있었다.

항상 나는 엄마를 그리고 아빠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이제 나는 이렇게 팔팔하고 뜨고 있는데... 엄마랑 아빠는 지고 있구나...그저 그 생각뿐이었는데. 이 책은 중년기를 넘어 노년기로 접어들어야 할 내 부모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 같았다. 

책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주인공을 가지고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중. 단편적인 내용들이 여러편 전개되는 책이었다.

그러나. 그 각각의 단편적인 부분들은 꼭 하나로 연결되는 듯이 미묘하게 얽히는 것 같았다.

세세하게 표현하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나 답답함을 느낀다.

거대한 일이나. 사건사고 같은 일들이 일어나 무엇에 대한 교훈을 주는 책은 아니지만. 그 사소하고 아주 일상적이고, 지극히 일어나는 일 들 속에서 그 중년 나이대의 어른들이 생각하는 사고방식과.

그들의 삶의 방식이 내가 여태까지 지고있는 태양들이라고만 느꼈던 중반대의 세대들에 대한 생각들을 확 뒤바꿔 주는 것 같았다.

뭔가가 은밀하지만. 함부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버릇이 없다고난 할까.

함부로 언급하기 어려운.... 그런 감정을 들게 만들어 주었다.

만약 나에게 누군가가. 그래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이 어떤 것이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두말않고, 첫번 째 단편이라고 말할 것이다.

중년여성의.. 이유는 알 수없지만.. 자살에 대한 강박증....

이 부분은 꼭 돌덩이에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정말 중년 여성들도.. 이런 생각이 들까 라는 생각이 가득찼다.

이 주인공은 이유는 정말 알 수 없었지만. 늘상 자살 강박증에

사로잡혀. 허리띠.. 아니면. 계단 층계. 등등 자살할 마땅한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서 티비를 보면서도 자살에 관한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면. 조금 더 집중을 하고 보고 하는 것이었다. 그런 것같았다.

그 나이대는 아무 이유없이 공허함이 들고, 품안에 있던 자식이 떠나감에 따라 나도 모르게. 갑자기 할일이 없어지는 듯한. 그런 나이...

그리고 젊어서 이루지 못했던 꿈들에 대한 생각이 다시금 새록새록

솟아나는 시기...과연. 나 역시 이 나이대가 되면. 이 책속의 주인공들이 느꼈던 것처럼 이런  상황들이 찾아올까. 혹은 이런 느낌이 들까하는 생각이 새록새록 솟기 시작했다..

그럼 이런 상황들 이런 외로움 감정들이 닥치게 된다면 나는

어떡해 하지?? 아니면, 이런 감정을 어쩌면 느끼고 있을 엄마나 아빠에게 어떻게 하면 되지?? 라는 생각들이 감정들이 가슴을 막 파고

들기 시작했다.정확한 정답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 책을 지금 당장 엄마에게 드리고 싶다.

s***z 2009.02.1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브리지 파트너 (중산층 중년 여성에 대한 회색 담론)
"브리지 파트너 (중산층 중년 여성에 대한 회색 담론) " 내용보기
나에게 이 소설은 ’교육받은 중산층 중년 여성의 나른하고 가난한 삶’으로 읽힌다.(’버스 전용 차선’은 중산층에서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유희’와 ’버스 전용 차선’은 주인공이 남자이다. 총 일곱 편의 단편 중 ’버스 전용 차선’이 가장 예외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통을 호소하는 그녀들의 외침은 악다구니가 아니다.적당한 허영을 담은 정신적 고뇌와 암울한 회
"브리지 파트너 (중산층 중년 여성에 대한 회색 담론) " 내용보기

나에게 이 소설은 ’교육받은 중산층 중년 여성의 나른하고 가난한 삶’으로 읽힌다.
(’버스 전용 차선’은 중산층에서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유희’와 ’버스 전용 차선’은 주인공이 남자이다. 
총 일곱 편의 단편 중 ’버스 전용 차선’이 가장 예외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고통을 호소하는 그녀들의 외침은 악다구니가 아니다.
적당한 허영을 담은 정신적 고뇌와 암울한 회색빛의 정서는 
고통스러운 내면을 드러내보일 용기가 무색할만큼, 고상한 품위를 유지하고자 한다.
"아프다"고 소리지는 것이 아니라, 교양 있고 고상한 목소리로 "아파요"라고 속삭이는 듯 하다.
아마도 내가 처절한 신음과 악에 바친 목소리를 많이 듣고 살아온
소시민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국민 요정이라 불리는 배우 ’최진실’씨의 자살을 두고,
많은 사람이 그녀의 죽음을 더욱 안타까워한 것은 그녀에게 부족함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예뻤고, 가진 재산도 많았으며, 인기와 실력도 남부럽지 않은 배우였고,
똘망똘망한 자녀 둘과 사랑하는 가족, 많은 팬과 친구들에 둘러쌓여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녀가 가지 화려함 때문에 우리는 그녀가 혼자 앓아야 했던 마음의 고통을 알지 못했다.
그녀에 대한 부러움이 어쩌면 그녀의 신음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막았는지도 모른다.
이해받을 수 없는 고통이 어쩌면 가장 큰 고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브리지 파트너]라는 책의 제목은 저자의 설명처럼 유복하고 단란한 가족을 가진
중산층 사람들이 주로 사교모임이나 ’클럽’에서 하는 게임의 이름이며, 
’브리지 게임’은 파트너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인지 [브리지 파트너]에 실린 일곱 개의 단편 안에는 파트너가 설정되어 있다.
(작가의 의도적인 설정인지, 나의 지나친 추측인지 확신은 없지만.)

(웃으면서 죽는 법) 경제적 파탄이 두려워 끊임없이 자살을 꿈꾸는 ’나’의 파트너는,
지적으로 우월한 친구지만 가난과 루게릭병에 맞서 싸우는 친구 현임과 그의 남편이다.
(유희) 사채업자의 사위이며 억대 연봉자이지만 상류사회에 끼지 못하는 ’나’의 파트너는,
코리안 드림과 한 남자의 사랑을 꿈꾸지만 버림받은 상처에 갇힌 필리핀 여성이다.
(나쁜 자식) 잔인한 속성에 스스로도 놀란 어린 꼬마인 ’나’의 파트너는,
이런 나에게 무관심한 모든 타자(부모, 가정부, 이웃 주민, 친구)이다.
(산수유 열매) 황혼 이혼을 꿈꾸며 바람난 남편을 견디어온 ’여자 영해’의 파트너는,
유부남과의 아슬한 연애를 흐지부지 끝낸 ’여자 미희’이다.
(브리지 파트너) 남편이 바람이 나서 영국으로 도망가고 혼자 사는 ’김영해’의 파트너는,
피아노 신동이었으나 지금은 야간 업소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는 김영해의 첫사랑 ’윤미호’.
(버스 전용 차선) 버스 전용 차선 위반 차량을 찍으며 사는 ’나’의 파트너는
유부남인 애인과 헤어지려고 한 날, 그 애인이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여자’.
(브리지 클럽) 외교관의 아내이지만 쇼핑 씀씀이 때문에 빚을 지고 사는 ’나’의 파트너는,
그녀의 브리지 파트너인 ’김유미’.

[브리지 파트너]에 실린 총 일곱 편의 작품을 모두 하나로 엮어서 
하나의 관점을 적용하여 해석하기는 다소 무리가 따르지만, 
중산층 중년 여인의 삶에 대한 탐색이라는 주제는 저자 한정희의 작품을 이해하는
주요한 실마리가 되어준다.

주인공들은 삶의 파트너는 가족이 아니다.
대체로 가족 관계의 기반이 약하다.
가족은 오히려 나를 불행하기 만드는 사람들일 뿐이다.
내 존재의 심연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드는 사람은 남편이자 아내이며, 자식이자 부모이다.
가족 관계의 기반을 약하게 만드는 원인은 ’경제력’과 불륜의 ’사랑’이다.
그들의 호소는 사회적인 존경과 품위를 유지할 만한 경제력과 
가족 간의 사랑의 부재에서 오는 고통이다.

그래서 그들은 살아가기 위해 가족이 아닌, ’파트너’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작가의 의도적인 조작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파트너들은 나보다 못한 위치의 상대이다.
경제적 파산이 두려운 나의 상대는 더 이상 잃은 것이 없는 친구이고,
상류사회의 멸시로 상처 입은 남자의 상대는 제3세계 필리핀 여성이며,
황혼 이혼을 꿈꿔왔던 여인의 상대는 주름을 제거하는 시술을 하며 혼자 사는 여성이고,
남편과 자식마저 그를 버려서 혼자 외로운 여성의 상대는 
가족을 위해 꿈을 접고 구차하게 살아가는 꿈을 잃은 신동이다.

중년.
어중간하다.
열정적인 꿈을 꾸기에도, 또 꿈을 꾸지 않은 채 살아가기에도.
불 같은 사랑을 하기에도, 또 사랑이 없는 삶을 살아가기에도.
그리하여 안정적인 것 같으면서도 한없이 불안정하다.
세월은 빠르지만, 일상은 한없이 지루하고,
배고픔은 해결할 수 있지만, 정서적인 욕구는 채울 길이 없고,
가정은 꾸렸지만, 마음을 소통하는 삶의 파트너는 가족이 아니고.

교육 받은 중산층 중년 여성의 삶에 대한 탐색이라는 주제는
말 없이 감상하게 되는 미술관 풍경처럼
시시콜콜 떠들어대는 말의 소음이 아니라, 
어쩌면 마음으로 들여다봐야 그 실체가 비로소 눈앞에 그려질지도 모르겠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잔잔한 이야기이지만, 마음을 무겁게 하는 그 우울한 실체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c***1 2009.02.19.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중년의 삶 속에서 피고 지는 인생의 꽃향기를 닮은 소설
"중년의 삶 속에서 피고 지는 인생의 꽃향기를 닮은 소설" 내용보기
중년의 삶 속에서 피고 지는 인생의 꽃향기를 닮은 소설     오래전 기억이 내 뇌리를 스쳤다. 언제 였었는지 기억도 가물 가물 한데, 내가 아마도 중학생이였을 무렵인 것 같다. 두꺼운 검정색 뿔테 안경을 끼고 헐렁한 옷차림의 아주머니 한 분이 엄마가 너무 좋다면서 우리집에 하루 이틀 머물고 간적이 있었다. 다소 말투가 조금 어눌해 보이시는 분이였지만 항상 웃고 계셨고 엄마
"중년의 삶 속에서 피고 지는 인생의 꽃향기를 닮은 소설" 내용보기

중년의 삶 속에서 피고 지는 인생의 꽃향기를 닮은 소설

 

  오래전 기억이 내 뇌리를 스쳤다. 언제 였었는지 기억도 가물 가물 한데, 내가 아마도 중학생이였을 무렵인 것 같다. 두꺼운 검정색 뿔테 안경을 끼고 헐렁한 옷차림의 아주머니 한 분이 엄마가 너무 좋다면서 우리집에 하루 이틀 머물고 간적이 있었다. 다소 말투가 조금 어눌해 보이시는 분이였지만 항상 웃고 계셨고 엄마에게 의지를 많이 하는듯 보였다. 하지만 어쩐지 무언가 '사연'이 있어 보였었다.

아주머니가 가고 한참 후회 엄마에게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조금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다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많은 구박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 분은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했다.

 

  갑자기 <브리지 파트너> 책을 읽으면서 어릴 때이지만 그때의 일이 떠올랐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랬을까라는 심정으로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다. 내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나이는 아직 되지 않았지만, 어쩐지 여자로서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인생의 저 뒷 동산의 그림자인거 같다고나 할까. 이 한정희님의 소설 <브리지 파트너>는 온통 뒷 동산에서 사그러들고 있는 뿌리박힌 꽃들을 하나씩 뽑아버리는 것 같다. 총 7개의 단편 소설이 모여있는 책이지만 모두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중년' 그 시대는 과연 무엇을 말하는가 ? 그리고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제일 먼저 찾아오는 <웃으면서 죽는 법>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어째서 자살부터 시작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그녀만의 끈덕진 사연이 있을 것이다. 자살의 모양과 형태를 결정하는 것이 어쩐지 풍자적 느낌을 감출 수 없었지만 절친했던 친구 현임과 만나게 되는 이야기는 웃을 수가 없었다. 몸이 일그러진다는 루게릭 병과의 10년동안 싸워온 친구와 상처난 가죽 가방. 다소 어색해 보이는 관계 속에서도 저자는 묘한 연결성을 확립해갔다. <유희>에서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쫓겨난 남자와 필리핀 여성의 만남. <브리지 클럽>에서의 외교관 부인과 <브리지 파트너>에서의 각자의 사연때문에 영국을 가게 되는  브리지 게임의 파트너 남녀 등 다문화적 사회와 직업을 불문하고 중년 여성들의 어둡고 슬픈 느낌을 조심스럽게 보여준다. 책을 읽는 내내 후기 인상파 화가 세잔이나 고갱의 그림에 등장하는 벌거벗은 여인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색채는 진하고 불투명하다.

 

  하지만 예외적인 작품도 존재를 한다. <나쁜 자식>은  밀쳐 떨어진 여자의 아이가 세속적이고 이중적인 어른들의 세계를 파고드는 이야기로  비판을  연결 짓는다. 자식들이 다 크게 되면 반항이라는 것을 하게 되고, 또 부모의 곁을 쉽게 떠나 버리게 된다. 자식만 바라보는 삶을 살다가는 갑자기 찾아오는 실망감과 외로움을 참을 길이 없어질 지 모른다. 거기서 평생을 함께한 배우자를 배신하고 다른 길로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허다하게 많은 게 사실이다.

 

  이 소설은 특별히 어려운 표현을 나열하지도, 비꼬거나 적나라게 들어내지도 않은 무척 객관적인 느낌으로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작품이다. 저자 스스로가 중년이어서 그런지 더 깊고 다양하게 중년의 여러 삶들을 탐색해준 기분이 든다. 앞으로 나도 이와 같은 삶에 부딪혀야 할 때가 오겠지만 '이해'라는 것을 통해서 조심스럽게  맞이하고 싶어졌다. 엄마와 아빠를 이해하고 곧 다가오는 내 삶을 이해할때 비로소 이 책에 담겨있는 인생의 꽃향기는 은은해질 수 있을 것 같다.

l******n 2009.03.0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브리지 파트너
"브리지 파트너" 내용보기
절대로 오지 않을 것 같던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던 중년의 나이가 내게도 찾아왔다.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지, 그동안 내가 해 놓은게 무엇인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게 없으니 괜히 심술도 나고 억울한 생각도 들면서 초조해지기까지 한다.   지금까지 가족 중심으로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는 자신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이 서서히 들기 시작하는 시
"브리지 파트너" 내용보기
절대로 오지 않을 것 같던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던 중년의 나이가 내게도 찾아왔다.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지, 그동안 내가 해 놓은게 무엇인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게 없으니 괜히 심술도 나고 억울한 생각도 들면서 초조해지기까지 한다.
 
지금까지 가족 중심으로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는 자신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이 서서히 들기 시작하는 시기가 중년의 나이인것 같다. 아둥바둥 살아온 지난날이 공허하게 느껴지고, 무얼위해 그렇게 힘든 세월을 살아왔는가?, 그래서 남은 것은 무엇인가?..웬지 밑진 삶을 살아온 것 같아 후회스럽고 서러운 마음만 드는 시기가 제2의 사춘기로 불리는 중년의 나이이다. 또한 경제적 안정과 함께 시간적 여유까지 많아지다보니 더욱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제2의 인생을 추구하려고 한다.
 
<브리지 파트너>는 인생 중반에서 자신의 자아를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중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남편의 사업부진을 받아들일 수 없어 자살로 인생을 마감하려는 주인공이 잊고 지냈던 루게릭병에 걸린 친구 현임을 만나게 되면서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웃으면서 죽는법>, 바람난 남편으로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 영해가 주름살 수술을 받으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산수유 열매>, 한국남자에게 버림받은 필리핀 여성과 상류층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는 억대 연봉 증권맨과의 바닷가 여행 <유희>, 어린아이의 잔인한 행동을 통해 어른들의 위선적인 행위를 꼬집는 <나쁜자식>, 첫사랑이었던 피아노 신동과 브리지 파트너로 만나 아픔을 공유하는 <브리지 파트너>,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유부남 애인을 새벽에 병문안하고 버스전용차선으로 출근하는 여자 <버스전용차선>, 부유층 사교계 모임인 브리지 클럽에서 벌어지는 중년여성들의 질투와 반목, 허영을 그려낸 <브리지 클럽> 등 7편의 우울한 중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방황하는 중년의 내면심리가 애절하게 잘 묘사되어 있어서 주인공과 동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조만간 나에게도 다가올 중년이란 시기가 두려워진다. 7편의 이야기속 주인공들의 삶은 온통 불륜과 회색빛 삶을 보여준다. 보다 근사하고 성공한 것으로 보이고 싶은 외형적인 모습에만 에너지를 쏟다보니 속이 허해진 모습들 뿐이다.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듣지않고 진실을 외면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눈물속에 쓰라린 아픔의 상처를 껴안으며 새로운 제2의 인생을 찾아가지만 방황하고 번민하는 주인공들의 속내를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들의 삶도 이해가 되었다. 중년이후의 새로운 삶에 대한 열정과 의욕이 넘치는 반면 불안과 혼돈이 함께 존재하는 과도기에 놓여 있는 주인공들을 통해 희망적인 내인생 중년의 청사진을 그려본다.
 
k*****5 2009.03.0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브리지 파트너
"브리지 파트너" 내용보기
돌아왔다.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야 하는 봄이 됐건만 바람은 여전히 차다. 오늘은 김수환 추기경님의 장례가 있는 날이다. 그의 죽음에 4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명동성당으로 달려가 눈물을 흘렸다. 이 시대의 아픔을 쓰다듬을 줄 알았던 그였기에 그의 죽음은 더욱 가슴 아프다. 반면 뉴스에서는 연일 살해니, 자살이니 하는 기사들이 한 두개, 많게는 그 이상 올라오고 있다. 가슴
"브리지 파트너" 내용보기
돌아왔다.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야 하는 봄이 됐건만 바람은 여전히 차다. 오늘은 김수환 추기경님의 장례가 있는 날이다. 그의 죽음에 4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명동성당으로 달려가 눈물을 흘렸다. 이 시대의 아픔을 쓰다듬을 줄 알았던 그였기에 그의 죽음은 더욱 가슴 아프다. 반면 뉴스에서는 연일 살해니, 자살이니 하는 기사들이 한 두개, 많게는 그 이상 올라오고 있다. 가슴 아픈 현실이다. 어떤 뉴스에서는 우울증을 앓는 사람 10명 중 7명은 자살을 생각했다고 한다. 아마 '브리지 파트너'의 첫번째 이야기인 '웃으면서 죽는법'은 이를 이야기 하고 싶었으리라.

 


'웃으면서 죽는법'은 자살을 꿈꾸는 한 중년여성의 이야기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오래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루게닉병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제법 씩씩하고 자신의 신념이 강했던 그 친구가 루게닉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인공은 죽어버리라고 이야기한다. 아주 오래전에 무심코 내뱉은 말이었지만 그 친구는 그 이야기에 그만 주인공이 떠난 자리에서 울어버리는 것으로써 대답을 대신한다. 아마 그런 마음이 99.999%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0.001%의 희망으로 버텨보려고 했지만 친구의 현실적인 말에 그만 자신도 모르게 현실을 인정한다는 눈물이었을 것이다. 이런 기억들을 간직한 여주인공은 자살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진 채 그 친구를 찾아간다. 허름한 가죽공장 옆에 살고 있는 그녀는 비록 루게닉병을 앓고 있지만 행복해 보인다. 적어도 이 이야기를 잃고 있는 나에게는 삶에 애착을 가지며 사는 현임과 죽음에 강박을 느끼는 여주인공 중 현임이 더 행복해 보였다는 것이다. 사실 이야기의 끝은 흐지부지하다면 흐지부지하다. 그러나 중년여성이 겪는 왠지 모를 공허함이 느껴졌다.

 

 

'나쁜 자식'은 요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사이코패스란 말이 떠오른 작품이다. 무언가를 때리고 괴롭히지만 죄책감은 커녕 쾌감을 느끼는 아이의 모습이 섬뜩했다. 그러나 더 섬뜩했던 것은 아이가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개구리를 죽여놓고 고양이를 죽였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반응하는 그의 부모를 보며 아이는 많은 외로움과 혼란을 겪었으리라. 그래서 더 큰 죄를 짓고 그들의 반응을 꽤하고 싶었을 것이리라.

 

 

이 소설집에는 하나같이 아프지 않은 화자들이 없다. 다들 상처가 있고 그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으며 낫게 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난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순간 인생의 방향을 잃어버린 듯한 그들의 모습에 연민의 감정이 생긴다. 오히려 그들의 상처가 그대로 상처로 남았기에 더욱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소설집인 듯 싶다.

b**********0 2009.02.2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