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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고 생각했던 자의 죽음에 대한 미스테리에서 인간의 선과 악까지 다룬 [제3의 사나이]를 보고나서 마치 새끼치듯 보고싶은 작품들이 마구 생겼는데, 하나는 죽음에 대한 의혹과 음모를 다룬 [현기증], 그리고 오손 웰즈의 [맥베스], [오셀로], [시민 케인], 그리고 조셉 코튼이 나온 [제니의 초상], [의혹의 그림자] (헉헉, 숨가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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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과는 벗어난 한줄소감이지만 이 영화를 보면 궁극적으로는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부른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냥 남자가 그녀를 쏙 빼닮은 여자를 찾았을때 그것에 만족했다면 어땠을까? 기쁜 순간에는 기쁨에 충실하고 충격과 의문은 접어두고 기쁨과 사랑을 만끽한 후에 물어봤으면 어땠을까? 스릴러물을 떠나서 이런 안타까움이다. 어찌 해볼수 없는 치를 떨게하는 무력함과 절망이 되풀이되는 악몽, 너무나 기쁜 순간에 기뻐할 틈도 없이 눈 앞에서 사라지는 신기루.....마치 오르페우스 신화 같다. 어쩌면 집요함이 화를 부른다로 기억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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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만든 영화마다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솜씨를 지녀 가장 뛰어나다는 말을 듣는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 그 시절에 내로라하는 배우들은 한 번씩 히치콕 감독의 영화에 나왔다. 제임스 스튜어트, 캐리 그란트, 그레고리 펙, 로렌스 올리비에, 잉글릿 버그먼, 그레이스 켈리, 조안 폰테인...그러니 그가 만든 영화를 싫어하는 이가 어디 있으랴?
1958년에 만든 <현기증 Vertigo>도 마찬가지다. 이제 보아도 옛날 영화같지 않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현기증이 나는 사람을 골라 그와 엮인 사람들의 돈과 사랑에 대한 모습을 보여준다. 프랑스 사람이 쓴 소설 <죽음의 입구 D'Entre Les Morts>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찍었는데 금문교와 바닷가, 언덕길 따위가 보기에 좋다.
히치콕 감독은 만든 영화에 꼭 한 번은 나온다. 아무 생각없이 보면 지나치기 쉽지만, 알고 보면 궁금해진다. 여기서는 어디에 나올까?
2. 나쁜 놈의 뒤를 쫓다 높은 곳에서 떨어질 뻔 했는데, 구하려던 다른 경찰이 오히려 떨어져서 죽는 바람에 고소공포증이 생긴 경찰 존 스카티 퍼거슨(제임스 스튜어트). 아예 사립탐정으로 일자리를 바꿨다.
그런데 대학을 같이 다녔던 개빈 엘스터(톰 헬모어)가 일거리를 준다. 제 아내인 매들린 엘스터(킴 노박)가 귀신에 씌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을 한다며 알아봐 달라고 한다. 날마다 어디에 갔는지, 누굴 만났는지 나중에는 생각이 안 난다고 하는데, 정신병원에 보내야 하지만 무슨 일인지를 먼저 알아보고 보낼 생각이라며 스카티한테 맡긴다.
다음날부터 스카티는 매들린을 몰래 따라 다닌다. 아파트를 나선 매들린은 꽃집에 들러 꽃을 사고, 공동묘지에 가서 한동안 머물다가 다시 그림을 구경하러 가고, 호텔에 들어간다.
뭘까? 날마다 되풀이 하지만 매들린은 제가 무엇을 하고 돌아다니는지 모르고... 스카티가 알아보니 무덤에 적혀있는 이름은 칼로타 발데스이고, 그림 속에 있는 아낙네도 이 사람이다.
칼로타 발데스는 애를 낳았지만 집에서 쫓겨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살다 스물여섯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매들린의 증조할머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매들린 몸 속에 들어왔단 말인가? 매들린도 칼로타 할머니처럼 길을 마구 돌아다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운명인가?
3. 금문교 다리 아래 바다에 뛰어든 매들린을 살려낸 스카티는 아리따운 매들린한테 빠져들어간다. 매들린도 사랑없이 사는 옆지기 개빈보다는 스카티가 마음에 든다. 제 목숨도 구해주었고...
이들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마음 속에 들어있는 이가 자꾸 죽으라 한다며 매들린은 걱정한다. 매들린이 스물여섯 살이므로, 죽은 할머니의 나이와 같아 할머니가 가로막는다. "우리의 사랑은 너무 늦었어요" 하며 꿈에 보았다던 교회 종탑에 올라가는 매들린.
스카티는 따라가서 말리려 하지만 높은 곳에 올라가다 어지러워 더 올라가지 못한 탓에 놓치고, 매들린은 아래로 떨어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꿈속에서 본대로 제 할머니처럼 살다 간 매들린. 돈 많은 매들린 집안에서 혼자 남은 매들린이 죽으면 그 돈은 모두 옆지기인 개빈한테 돌아갈텐데...
매들린을 밀어 죽였을까봐 재판까지 받고 죄가 없다며 풀려나긴 했지만, 스카티는 살 맛이 안 난다. 어지럽지만 않았으면 붙잡았을 텐데, 그 때 놓치는 바람에 사랑하는 사람을 저 세상으로 보내다니... 그 때 일어난 일이 아직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꿈을 꾸는 듯 하다.
몇 년 뒤 길가다 보게 된 아가씨가 눈에 쏙 들어온다. '매들린을 빼닮았어...' 매들린이 머물던 호텔 방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따라 간다. "이야기 좀 할까요?" "누구신데요?"
샌프란시스코에 온지 3년이 되었다는 쥬디 바튼(킴 노박)은 운전면허증을 봐도 매들린은 아니다. 그런데 너무나 닮은 모습이라 스카티는 머리가 어지럽다.
4. 돈 때문에 나쁜 짓을 벌인다면 좋은 쪽으로 끝이 날 리가 없다. 일을 벌이는 가운데 사랑이 싹틀었다 하더라도 나쁜 속셈이 지워질 수가 없는 법. 그런데 정말 나쁜 놈은 싹 빠져나가다니...틈바구니에 낀 사람만 마음이 아프다.
매들린 엘스터와 쥬디 바튼, 두 사람을 맡은 킴 노박의 연기는 소름이 돋을만큼 빼어나다. 꿈속을 헤매다니는 매들린의 모습과 스카티가 마음에 들지만 어쩐지 두려워지는 쥬디의 모습을 같이 보여주는데, 아찔하면서도 서글픔을 안겨준다. 스카티가 옷이며 머리를 매들린이 했던 것처럼 하길 바라자, 쥬디는 슬픈 얼굴로 말한다. "당신이 좋아했던 그 사람처럼 하고 싶지 않아요...전 제 모습 그대로 당신이 사랑하면 좋겠어요..."
스카티와 동무처럼 온갖 이야기를 다 하면서 지내는 미지(바바라 벨 게데스)가 안타깝다. 대학 다닐 때 스카티와 약혼을 한 사이였다가 헤어졌으나 이젠 따로 산다. 그래도 여전히 스카티를 사랑하고 스카티도 좋게 보지만 둘 사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스카티한테 일어난 일을 미지와 이야기하면서 들려주려고 미지를 끼워넣은 듯 하지만,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어정쩡한 사이로 보는 이의 머리속만 어지럽게 한다.
이 영화를 찍을 때 킴 노박의 나이가 스물여섯이다. 매들린의 나이와 같은 셈이다. 그런데 사랑하게 된 사이로 나오는 제임스 스튜어트는 쉰한 살이고, 옆지기로 나온 톰 헬모어는 쉰 다섯 살. 아무리 영화라지만 나이가 너무 맞지 않다. 아버지와 딸이 가시버시로 나온 셈이니 어처구니가 없다.
5. 50년이나 지난 영화이지만, 오래된 영화라는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 좋은 영화는 세월을 이기는 법. 매들린을 떠나 보낸 뒤 스카티가 꿈속에서 종탑에서 스카티도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줄 때는 갖가지 빛깔의 무늬들을 보여주어 요즈음 팬터지 영화보다 더 앞선 모습을 보여준다. 어떻게 50년 전에 저렇게 만들 생각을 다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디브이디는 화면이나 소리는 그런대로 좋다. 가끔 뿌옇게 보일 때도 있지만. 보너스로 예고편과 히치콕 감독이 만든 영화 줄거리 그림과 영화 포스터 따위가 들어있는데 봐줄만 하다.
디브이디를 사려고 목이 빠져라 찾아다녔지만 없던 놈이 갑자기 눈에 띈다. 보자마자 샀다. 이런 옛날 영화 디브이디는 요즈음 2,900원짜리가 많은데 거꾸로 9,200원이지만, 이게 웬 떡이냐 싶어 망설이지 않고 꾹 눌렀다. 아직 못 산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도 나오길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