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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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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보이지 않는 옆모습이 석연찮았지만, '미소'라는 단어와 분홍색 표지는 이 책에 대한 밝은 이미지를 갖게 했다. 그런데 내리 세 편의 중단편은 시신경을 조이며 눈에 통증을 가져오고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어지는 네 편의 중단편도 감정을 무겁게 가라앉혔다.'쇼코는 나를 보고 조용히 웃었다. 친절하지만 차가운 미소였다. 다 커버린 어른이 유치한 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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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보이지 않는 옆모습이 석연찮았지만, '미소'라는 단어와 분홍색 표지는 이 책에 대한 밝은 이미지를 갖게 했다. 그런데 내리 세 편의 중단편은 시신경을 조이며 눈에 통증을 가져오고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어지는 네 편의 중단편도 감정을 무겁게 가라앉혔다.

'쇼코는 나를 보고 조용히 웃었다. 친절하지만 차가운 미소였다. 다 커버린 어른이 유치한 어린아이를 대하는 듯한 웃음이었다.'(14쪽)

타이틀인 쇼코의 미소는 순수하고 밝은 이미지의 웃음이 아니다. 소유는 쇼코의 미소를 보며 서늘함을 느낀다. 마음에 서늘함을 느끼지 않았던 때는 쇼코가 병으로 마음이 무너져있을 때였다. 소유는 그때 우월감을 느꼈다. 이 글의 무엇이 내 감정을 몰아세우고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을까. 쇼코나 소유의 이기적이고 못되먹고 못난 모습은 싫은 아이들이다는 감정을 갖게 했는데 말이다. 이들이 나이를 먹고 이 두 소녀를 사랑했던 할아버지들이 떠나고 두 소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 나를 울게 했다. 살아서는 깨닫지 못했던 사랑, 고인이 된 상태에서 깨달은 조부의 사랑이 둘을 성숙시키고 삶을 바로 세워주는 끝없는 사랑이 나를 눈물짓게 만들었다.

'"정말이에요. 우린 정말 아무도 해치지 않았어요."'(79쪽)

'씬짜오, 씬짜오'는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에게 가족을 잃은 베트남 가족이 나오는 이야기다. 나도 그런 줄 알았다. 아무도 해치지 않은 줄 알았다. 그렇게 배웠으니까. 그런데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도 그렇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씬짜오, 씬짜오'는 나를 미안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울게 만들었다. 소설 속 인물인 응웬에게, 호 아저씨에게, 투이에게 나도 우드스탁의 엄마처럼 미안합니다 하고 말하고 싶다. 아니 내가 베트남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면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감정을 억누르는 응웬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작가가 짧은 단편으로 내게 미안함을 알게 해주었다.

'순애 언니, 나는 언니가 싫고, 언니의 집이 싫고, 언니의 모든 것들이 싫어.'(120쪽)

누군가가 싫어질 때 그건 상대방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다. 어릴 땐 누군각가 싫으면 상대가 싫은 이유를 가지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내가 싫어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다. 세상을 살아보고 나이를 먹고 조금은 철이 들다보니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순애가 가난한 게 싫고, 하반신 마비의 남편을 둔 게 싫고, 그런 남편이 보는 소변에 옷이 젖는 게 싫고, 싫어하는 게 당연하고...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그러한 상대의 모습을 견디지 못하는 것은 나의 문제다. 내 마음이 여유로울 때는 상대의 모습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 마음이 각박할 때 상대방을 견디기 힘들어진다. 누군가를 꺼리는 마음을 당연하게 여기면 안된다. 정말 소중한 사람을 잃을 수 있다.

'내가 한지를 조금이라도 덜 좋아했다면 솔직하게 말했을지도 모른다.'(156쪽)

<한지와 영주> 난 한지가 한국인 여자아이일 줄 알았다. 제목을 보면서말이다. 한지는 케냐인인 까만 남자애다. 프랑스 리옹 근처의 수도원에서 영주와 한지는 만나고 썸을 탄다. 그런데 영주는 한지에 대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다.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만약 영주가 카로에게 한지에 대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했다면 한지는 돌변하지 않았을까?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다. 영주에게 다정하던 한지가 한순간에 냉정하게 대하다가 영주의 진실이 담긴 말에 울기만 하다가 케냐로 돌아가버린 일을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껏 혼자라고 <한지와 영주>를 읽으며 생각했다.

'먼 곳에서 온 노래', '미카엘라', '비밀'은 소중한 사람을 죽음으로 잃은 사람에 이야기다. 이별은 슬프다. 특히나 준비되지 않은 죽음으로 영영 볼 수 없게 되는 것은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일이다. 산 사람은 살기마련이라는 말은 무책임하지만 그 죽음의 이별을 이겨내기 바란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고집세고, 날이 서있고, 예민하다. 온화하고, 유하고, 성격 좋은 그런 인물들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을 그리는 작가의 시선이 온화하기에 이들을 밉다, 싫다 하지 않기에 읽는 독자는 글에서 따뜻함을 느낀다.

o********o 2019.11.22. 신고 공감 11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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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소설 《쇼코의 미소》(2016) - 감성풍부한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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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최은영 저 | 문학동네 | 2016.07 | 296쪽"2014년의 젊은 작가상 심사에서 「쇼코의 미소」 는 일단, 발표된 지 얼마 안 된 신인의 등단작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특별한 인상을 주었다. " (270쪽) 처음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은 1년전, 도서관 독서 모임에서 책선정으로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전 이 책 한권이 모두 같은 내용인 줄 알았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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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최은영 저 | 문학동네 | 2016.07 | 296쪽


"2014년의 젊은 작가상 심사에서 「쇼코의 미소」 는 

일단, 발표된 지 얼마 안 된 신인의 등단작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특별한 인상을 주었다. " (270쪽)



 처음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은 1년전, 도서관 독서 모임에서 책선정으로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전 이 책 한권이 모두 같은 내용인 줄 알았다. 이 책의 차례를 보면, 여러 소제목이 있는데 첫 회가 쇼코의 미소 단편작이고 다른 것들은 다른 내용의 단편 소설이다.  짧은 소설만 모아놓은 단편집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읽기전 책을 훑어보고는 거부감이 조금 들었다. 


 하지만 읽어야 했기에, 시작한 독서는 그저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저자의 글은 묘한 매력이 있었다. 문학이다!라는 문체를 많이 썼는데...감정이입이 되는...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드러운 무언가가 내 감정에 들어왔다.


저자의 이력을 보면 역시 국문과 답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되었다. 국문과 답다라는게 어떤건지 정확히 표현할 수 없지만, '그래서 책 속에 쓰여진 문장들이 그 특유한 맛이 있었구나' 라고 개인적인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사는 고등학생 주인공인 '나'와, 일본 학생들의 교류로 알게된 '쇼코'. 쇼코는 주인공의 집에 가게 되고, 말이 없으셨던 할아버지는 쇼코와 일본어를 나누며 웃으며 이야기 나누는데, 주인공은  할아버지의 모습이 어색하다. 좋은 시간을 보내며 쇼코는 일본으로 돌아간다.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할아버지와 그녀에게 편지를 2통씩 보내는 쇼코는 전혀 다른 내용의 편지를 보낸다. 무엇이 진실일까? 그러다 편지가 끊기게 되고 궁금함을 느끼는 그녀는 어떤 계기로 일본에 찾아가게되는데...


최은영저자의 이 책에 담은 단편소설들은 다들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나마 이 『쇼코의 미소』는 결말이 있다고는 하나, 소설안에서 인물들간의 관계, 쇼코의 심리상태, 주인공과 할아버지, 쇼코의 관게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했고, '한지와 영주'라는 단편소설은 아예, 결말자체가 아쉬움이 남으면서도, 뭔가 남는....


이 책에 있는 대부분의 단편소설들이 할머니 혹은 할아버지와 손자와의 관계가 유독 눈에 많이 들어온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왜 우리 할머니가 생각이 나는건지...나만 그런건가?...갑자기 궁금해지기도 하네...

m***m 2020.12.07. 신고 공감 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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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따듯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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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해한 사람>을 읽고 이 책을 읽었다. 어떤 게 먼저였어도 상관 없었겠지만, 두 번째 작품집을 먼저 읽어서 다행이다. 내게 무해한 사람은  그냥 내 이야기 같았다. 기교나 이야기의 특별함 없이도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쇼코의 미소>는 첫 소설집인 만큼, 작가가 마음먹고 감정을 건드리는 소설을 넣은 게 아닐까 싶었다. 나의 곁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 언제나 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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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해한 사람>을 읽고 이 책을 읽었다. 어떤 게 먼저였어도 상관 없었겠지만, 두 번째 작품집을 먼저 읽어서 다행이다. 내게 무해한 사람은  그냥 내 이야기 같았다. 기교나 이야기의 특별함 없이도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쇼코의 미소>는 첫 소설집인 만큼, 작가가 마음먹고 감정을 건드리는 소설을 넣은 게 아닐까 싶었다. 나의 곁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 언제나 곁을 내어주는 가족에 대한 글들이 이렇게까지 특별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깊이 빠져들었다.

 

 내게 무해한 사람에서도 마찬가지로, 굉장히 특별하기 때문에 그 문장이 남은 건 아니다. 그냥 무덤덤하게, 그 사람에게 있을 법한 감정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그 소설은 그렇게 계속 오래 머리에 살아 있게 된다.

 

 * * *

 

살아오면서, 내가 겪지 않았지만 잊고 싶을 만큼 큰 사건들이 몇 가지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절대 잊지 않아야 한다고 되씹는 그런 사건들. 85년에 태어나 고작 33년을 살아온 나에게는 세월호가 그렇다. 한때는 노란색 리본만 봐도 마음이 울컥할 때가 있었다. 왜라고 묻는다면, 왜 넌 안 그러느냐고 묻고 싶을 정도로 슬픔은 거대했다.

 

마지막 작품 미카엘라와 비밀을 읽고서 꽤 많이 울음을 참았다. 버스였고 지하철에서 읽게 된 부분이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 관련 작품을 보면 처음부터 세월호를 앞세우는 작품들이 많았다. 몇 장만 읽어도 단번에 '세월호겠다. 나는 이 글을 읽을 수 없겠다'라는 그런 마음이었다. 하지만 최은영 작가는 세월호를 조금 뒤에 두었다. 이야기상 결코 앞과 뒤를 나눌 수 없고 애초에 세월호라는 걸 숨기겠다는 지점은 보이지 않지만, 조금의 준비도 없이 그 부분을 읽어나가게 됐다. 무엇보다 조금은 숨겨져 있던 죽음에 대한 접근이라는 것. 그만으로도 작가는 작가의 할 일을 한 게 아닐까 싶었다.

 

 * * *

 

최은영의 작품에서는 유난히 죽음이 많다. 그리고 유난히 한국이 아닌 곳에서의 시간,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과의 관계가 많다고 느껴진다. 죽음과 삶이라는 극과 극의 상태를 만들지 않고 한국과 외국, 한국인과 외국인이라는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건 작가의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고 본다.

 

다른 건 없다. 죽음은 살아 있는 지점과 그다지 멀지 않다. 죽음은 어디에든 있고 누구든 겪는다. 곁에 있는 가족일 수도, 가족만큼 소중한 사람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나 바깥에는 각자가 다 다양하다. 굳이 나의 나라, 나의 나라 사람이라는 경계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는 건 의미가 없어보이기도 하다.

 

그 전에도 이렇게 남긴 것 같다.

최은영이라는 작가의 그다음은 기다리겠다고.

 그리고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l******n 2018.11.29. 신고 공감 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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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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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소설이란 어떤 느낌일까? 예전엔 문학작품이라 하면 의례 소설을 읽어야 하는 줄 알았다. 비록 작가의 상상력에 의지한 허구이지만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그리고 내가 나에게 물어보아야 할 일들을 소설을 통해 알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읽다 보면 감정이입이 되기도 하고 또 많은 생각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이상하게 소설을 읽는 것이 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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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소설이란 어떤 느낌일까? 예전엔 문학작품이라 하면 의례 소설을 읽어야 하는 줄 알았다. 비록 작가의 상상력에 의지한 허구이지만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그리고 내가 나에게 물어보아야 할 일들을 소설을 통해 알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읽다 보면 감정이입이 되기도 하고 또 많은 생각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이상하게 소설을 읽는 것이 힘들었다. 첫 장을 넘기기만 하면 되는데 그 첫 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지만 특별한 이유는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불편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의식적으로 피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또한 요즘의 소설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선입감도 한 몫 했던 것 같다. 우연히 읽게 된 소설들이 예전에 읽던 소설들과는 달리 쉽게 이해할 수 없었던 기억이 그런 선입감을 만들었을 게다. 그러다 요즘들어 소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물론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줄구장창 소설만을 읽는다는 것은 아니고, 가능하면 피하지 않고 읽는다는 소리이다. 어느 순간 나의 책 읽기가 너무나 편향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소설이 가벼운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최은영 소설집 [쇼코의 미소]는 소설을 읽겠다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구매하게 된 소설집이다. 작가에 대해서도 모르고 그리고 단편소설집 인줄도 몰랐다. 주위에서 괜찮다는 소리를 듣고 구매하여 한 열흘쯤 책상위에 묵히다가 읽었다. 역시 내가 소설을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처럼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지만 생각은 많아졌다. 내 삶 또한 작품 속 화자들처럼 이별과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일 게다.

 

  표제 작 [쇼코의 미소]를 포함하여 7편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은 나에게 관계와 유대감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또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유대감을 형성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막상 내 주위의 사람들, 가족이나 친구사이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다. 당연히 이해하리라는 생각에, 언제든 내가 손을 내밀면 잡아주리라는 착각속에서 무관심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나서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지만 그 때는 이미 아픔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쇼코의 미소]에서 먼저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작중 화자인 소유와 쇼코의 관계보다 각자 자기 할아버지와의 관계였다. 아버지가 부재인 상황에서 조부와 손녀의 관계는 어쩌면 아버지와 딸, 아니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로 치환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동갑내기인 소유와 쇼코의 관계는 교환학생으로 만난 일회성 관계이기에 앞서 우리들이 흔히 겪는 친구라는 관계가 아닐까 싶다. 이런 관계는 매 작품마다 형태를 달리하여 나타난다. [씬 짜오, 씬 짜오]에서는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게 주위사람들이 학살된 응웬 아줌마 식구와 우리 식구가 독일 어느 도시에서 이웃으로 살며 관계를 맺고, [언니, 나의 작은 순애언니]는 엄마인 해옥과 엄마의 먼 친척이었던 순애이모의 관계가, 그리고 [먼 곳에서 온 노래]는 소은과 노래패 선배인 미진의 관계 등, 우리가 주위에서 쉽게 접하는 관계임에도 그 관계가 어떻게 이어지고 끊어지는지를 작가는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면 작가는 이런 만남과 헤어짐의 관계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시간이 지나고 하나가 관계가 끝날 때마다 나는 누가 떠나는 쪽이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생각했다. 어떤 경우 나는 떠났고, 어떤 경우 남겨졌지만 정말 소중한 관계가 부서졌을 때는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알 수 없었다. 양쪽 모두 떠난 경우도 있었고, 양쪽 모두 남겨지는 경우도 있었으며, 떠남과 남겨 짐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았다.

 

크게 싸우고 헤어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주 조금씩 멀어져서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후자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관계를 맺었던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그 중에는 부모도 있고 형제도 있고 친구도 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고, 같은 하늘아래 살고 있지만 잊힌 사람도 있다.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졌는지 알지 못하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아리송한 사람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그런 사람들을 하나씩 더듬어 본다. 쇼코가 출국장 유리문 안으로 들어가기 전 소유를 쳐다보며 짓던 미소, 그 미소를 보고 소유가 서늘해짐을 느꼈던 것처럼 내마음도 서늘해진다.

k*****1 2018.07.12. 신고 공감 6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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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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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집_쇼코의미소 너무 좋아서 좋은 구절 찍을 정신도 없었다. 맑고 투명하고 한없이 슬픈, 취향저격의 소설이었다ㅠ 단편집은 보통 몇개만 맘에 들고 나머지 몇 개는 작가 혼자 제멋에 겨워 쓴 의미가 뭔지 모르겠는 글들이 꼭 껴있어서 별로라 생각하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글이 쉽고 마음에 눈물나게 젖어든다. #쇼코의미소삶에 찌든 주인공 손녀에게 나중에 할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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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집_쇼코의미소

너무 좋아서 좋은 구절 찍을 정신도 없었다. 맑고 투명하고 한없이 슬픈, 취향저격의 소설이었다ㅠ 단편집은 보통 몇개만 맘에 들고 나머지 몇 개는 작가 혼자 제멋에 겨워 쓴 의미가 뭔지 모르겠는 글들이 꼭 껴있어서 별로라 생각하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글이 쉽고 마음에 눈물나게 젖어든다.

#쇼코의미소

삶에 찌든 주인공 손녀에게 나중에 할아버지가 넌 참 대단하다면서 손녀의 단편영화를 이해도 못하면서 너무도 보고 싶어했다는 이야기 읽고 너무 속상해서 너무 따뜻해서 울었다ㅜㅜ

#씬짜오씬짜오

작가는 아마도 예민하고 감수성 짙은 사람같다. 몇몇 단편 속에서 그러한 인물들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느껴진다. 베트남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

#언니나의작은순애언니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눈물 났던 단편. 인혁당 사건이나 그외 비슷한 여러 종류의 간첩 조작 및 사법 살인(재판) 사건에 관한 이야기인데 한가족이 망가진 모습도 매우 충격적이었고 그 가족을 결국 외면하고 멀어지게 된 이기적이지만 평범하게 나약했던 주인공의 모습이 너무 슬프지만 공감가게 그려져있다.

#한지와영주

결국 그 두사람의 사이가 틀어진 이유가 뭔지 나오지 않아 답답했지만ㅠ 그냥 영주의 마음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낸것만으로도 수작같다.

#먼곳에서온노래

존멋인 97학번 선배가 나온다. 예민하지만 엄청 직설적이고 평등함과 옳고 그름에 대해 집착하며 꼰대들에게 일갈할 줄 알면서도 아픈 후배에게 따뜻한 여자 선배 이야기. 이것도 또 너무 슬펐다.

#미카엘라

교황을 보러 갔다가 세월호 집회에 가게 된 엄마 이야기. 지겹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상처받고 말수가 줄면서도 늘 머리를 말아주고 커피를 대접하던 엄마. 이것도 너무 슬펐다.

#비밀

할머니에게 한글을 가르쳐준 첫번째 따뜻한 선생님이었던 손녀가 어느날부터 보이지 않는데 식구들은 자꾸 손녀가 중국에 기간제 교사로 간 거라고 하고 할머니는 울면서 한글로 편지를 쓴다. 손녀가 죽은건 공공연한 사실인데 가족들 사이에서만 비밀인 듯. 딱히 언급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에 미카엘라를 읽고나서인지 세월호 기간제 교사 얘기 같았다. ㅜㅜ

읽으면서 단편 하나하나 안 울고 지나간게 없는 것 같다. 모든 걸 돈으로 환원해서 따지는 버릇은 안 좋지만 올해 들어 산 것 중 가장 돈이 아깝지 않았던 만족한 책이다ㅜㅜ 죄다 슬픈 단편 뿐인데 진짜 너무 좋다고 얘기하면 내가 뭔가 죄짓는 기분이고 이상한 사람 같지만;; 여기 저기 지나가는 사람마다 붙잡고 추천하고 싶다. 작가 84년생 밖에 안되었던데.. 와 어떻게 이렇게 좋은 글들만 썼는지 놀라울 뿐이다.
a******a 2018.12.10.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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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부리는 변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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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단편이 들어있다.  - 쇼코의 미소 - 씬짜오, 씬짜오 -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 한지와 영주 - 먼 곳에서 온 노래 - 미카엘라  - 비밀  단편들에서 하나의 키워드를 꼽자면 ‘관계’ 라는 단어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어떤 관계가 되었든 ‘기-승-전-결’이 존재하는 정규분포가 떠오른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 좋은 감정이 생기고 너무 좋아하는 단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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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단편이 들어있다.

 - 쇼코의 미소

 - 씬짜오, 씬짜오

 -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 한지와 영주

 - 먼 곳에서 온 노래

 - 미카엘라

 - 비밀

 

단편들에서 하나의 키워드를 꼽자면 관계라는 단어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어떤 관계가 되었든 ---이 존재하는 정규분포가 떠오른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 좋은 감정이 생기고 너무 좋아하는 단계가 있다고 치자. 내가 호감을 가진 사람, 닮고 싶은 사람은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마음에 든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좋아진다. 호감의 상대는 내 머릿속에 완벽한 사람으로 설정된다. 그러나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완벽한 상대가 조금씩 허점이 보이고, 사소한 오해나 거슬림으로 서서히 틈이 생긴다. 그 틈은 급격하게 떨어져 결말을 맺는다. 때로 좋아했던 강도만큼의 미움이 쌓이기도 한다.

상대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 내 안에서 벌어지는 내 마음이 부리는 변덕이다.

만난지 얼마 안된 커플이 눈에 콩깍지가 씌어 결혼한 후에 벌어지는 잦은 다툼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성급하게 결혼한 커플 말고도 상대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높이 올려놓으면 낙하의 폭도 그만큼 커지는 게 당연하다. 이미지 좋은 연예인의 사소한 실수가 크게 부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 제목으로도 쓰인 단편 쇼코의 미소는 소유가 화자다. 소유는 손녀이자 딸이자 쇼코의 친구다. 일본인 친구 쇼코와의 관계, 할아버지와 손녀의 관계, 엄마와 딸의 관계가 그려진다. 과묵하고 삶에 즐거움이 없어 보이던 할아버지는 쇼코를 만나서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말이 많아지고 다정다감하고 친절하다. 원래 할아버지의 모습인지 손님 접대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할아버지가 너무 낯설다. 엄마도 마찬가지다. 별 것 아닌 일에도 미소 짓고 살뜰하게 쇼코를 챙긴다. 소유에겐 보여주지 않던 모습이다.

짧은 홈스테이 생활을 마치고 쇼코는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편지 릴레이. 편지는 할아버지와 소유에게 똑같이 도착하지만 내용은 너무 다르다. 할아버지에겐 발랄하고 유쾌한 일화가 들어있다. 십대소녀의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다. 소유에겐 지루한 일상과 때로 우울하고 짜증난 이야기가 들어있다. 쇼코의 솔직한 마음이 정제되지 않은 채 들어있다.

어떤 모습이 진짜 쇼코일까?

처음 만난 쇼코는 예의 바르고 배려심이 많았다. 호감을 넘어 동경하는 마음까지 품었다.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한 쇼코가 멋있어 보였다. 그에 반해 소유는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되고 싶은 목표도 없었다. 그러다 쇼코의 영향으로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꾼다.

쇼코와 소유는 편지도 소원하고 한동안 연락이 끊긴 채 살았다.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게 된 쇼코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부럽고 닮고 싶었던 쇼코는 실망스럽게 변해있었다. 초라한 모습의 쇼코를 보며 소유는 감정에 변화를 느낀다. 쇼코의 이미지를 고귀한 자리에 올려둔 자신의 마음을 거둔다. 환상이 깨지는 순간 억울함과 보상심리가 작동하는지도 모른다.

쇼코는 처음부터 우울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 소유가 쇼코에 호감이 있는 상태여서 안 보였던 것이다. 할아버지는 그런 쇼코의 불안정함을 알아봤다. 그래서 넓은 품으로 안아주려 했다. 말도 많이 시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관심을 줬었다.

상태가 조금 나아진 쇼코가 소유를 다시 찾는다. 그러나 소유는 예전만큼 쇼코가 반갑지 않다. 예전의 쇼코를 보듯 좋은 마음이 더 이상 생기지 않는다.

쇼코는 달라진 게 없다. 소유 안에서 벌어지는 소유의 마음이 부리는 변덕이 있을 뿐이다.

 

쇼코의 미소단편들은 모두 사람과의 관계 사이에서 벌어지는 감정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밀하게 묘사하기도, 알 듯 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게 설명해 주기도 한다.

쉬운 듯 그러나 어려운, 사람의 감정에 몰입한 작가의 시도가 좋았다.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서툰 이야기다.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만한 시행착오들이지만 소설은 답을 제시하진 않는다. 매번 어렵다고 느끼는 인간관계에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위로는 되었다. ‘내게만 어려운 건 아니구나안심이 되었다.

 

 

s***r 2017.11.28. 신고 공감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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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공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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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소설집 『쇼코의 미소』(문학동네, 2023) 중 「씬짜오, 씬짜오」를 읽고        2013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소설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 『애쓰지 않아도』, 장편소설 『밝은 밤』이 있다.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주목하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중시하는 소설을 써 왔다는 평을 받는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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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소설집 『쇼코의 미소』(문학동네, 2023) 중 「씬짜오, 씬짜오」를 읽고     

 

2013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소설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 『애쓰지 않아도』, 장편소설 『밝은 밤』이 있다.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주목하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중시하는 소설을 써 왔다는 평을 받는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는 전혀 짐작할 수 없는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 물음에 정직하게 마주한 최은영 작가의 질문으로 읽힌다는 설명을 봤다.    

 


  

독일 플라우엔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곳에 다시 온 지 석 달 만에 식사 초대를 받는다. 엄마는 연습했던 베트남 인사말인 “씬짜오”라고 인사한다. 이 집엔 베트남 사람의 집이기 때문이다. 아빠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호 아저씨’네 집이다. 아저씨의 아들 ‘투이’와 같은 반이 된 것을 알고 가족 초대를 한 것이다.

    

“투이네 식구 모두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던 일, 그 환대에 기뻐하던 엄마의 모습, 어떤 조건도 없이 받아들여졌다는 따뜻한 기분과 우리 두 식구가 같은 공간에 모여 음식을 나눠 먹던 공기를 기억한다. 어떻게 그렇게 여러 사람의 마음이 호의로 이어질 수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고작 한 명의 타인과도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는 어른이 된 나로서는 그때의 일들이 기이하게까지 느껴진다.” - p69에서     

 

독일에서의 기억을 묘사하는 작가의 말이 그가 얼마나 따뜻한 사람이며, 소통과 공감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를 알 수 있게 한다.

 


 

투이네 가족과 일주일에 한 번은 같이 저녁을 먹었다. 투이네 가족도 주인공이 가족도 서로의 가족 이외에는 딱히,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이 없었다. 번갈아 집을 오가며 함께 있는 동안, 평소에 늘 소원했으며 말을 섞지 않고 서로 투명 인간 취급하며 지냈던 엄마 아빠도 사이좋은 척 말을 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무심결에 툭 건드리기도 했다. 서로 미워하는 부모의 모습에 상처가 컸던 주인공은 그런 풍경을 좋았다.       

 

투이네 집에는 제단이 모셔진 서재가 있었는데 주인공은 우연히 그곳에 들어가게 된다. 사진들을 보고 무서움을 느끼는데 그 사람들이 응웬 아줌마의 친척들로 한국 사람한테 죽은 사람들이었다.    

  

소통이 부재한 두 사람. 엄마는 독일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친구 하나 없이 지내며 살다가 응웬 아줌마와 친하게 지낸다. 응웬 아줌마는 엄마의 장점을 늘 칭찬해 주었다. 세상 사람들이 지적하는 엄마의 예민하고 우울한 기질을 섬세함으로, 특별한 정저적 능력으로 이해해 준 유일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며 주인공도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주인공은 투이와 순수하고 맑은 우정을 쌓아갔다. 함께 밥을 먹고 책도 읽으며 평생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소중한 추억들이 쌓여가는 서사가 참 좋았다.  

    

어느 날, 주인공은 어른들의 대화에 끼어 칭찬받고 싶어서 일본의 식민치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한국은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 없어요.”라는 말을 한다. 투이가 “한국 군인들이 죽였다고 했어”라고 말한다.

     

 

엄마는 곧바로 사과하고, 아빠는 자기도 그 전쟁을 통해 형이 죽었고, 이미 지나간 일인데 언제까지 사과해야 하느냐며 인간으로서 다른 인간을 위로하는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려고 하지 않는다. 그 일로 인해 두 가족은 왕래가 끊기게 된다.  

    

엄마는 귀국하면서 응웬 아줌마네 가족들에게 선물로 목도리, 털모자, 털장갑 세트 세 벌을 선물한다. 응웬 아줌마가 그곳의 겨울을 유난히 추워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가을부터 뜬 목도리였다. 엄마의 선물이 차갑게 얼었던 투이네 가족의 마음을 다 녹일 것만 같았다.     

 

주인공은 세월이 흘러 엄마가 돌아가신 다음 해에 독일에 간다. 마지막 문장에서 “씬짜오. 씬짜오. 우리는 몇 번이나 그 말을 반복한다. 다른 말은 모두 잊은 사람들처럼”이라고 끝을 맺는다. 더 이상 어떤 말이 필요할까? 이야기의 시작과 끝에 등장하는 “씬짜오”는 사뭇 다른 뜻과 정서를 보여준다.

 

     

하필이면 독일에서, 하필이면 베트남 사람들을 만나 서로의 친구가 되었다가 상처가 드러나고 멀어지는 이야기가 응웬 아줌마로서도 크나큰 보상을 바란 것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사과 한마디였으면 되었을 텐데 아빠는 그마저도 허용하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다시 혹독한 겨울처럼 추운 관계로 끝나고, 어떠한 이별의 말도 없이 헤어져야 했던 사람들의 응어리가 아프게 남았다.  하지만, 주인공의 마음속에 소중한 추억이 되었던 공간과 그곳에 남겨진 사랑스러운 아이와 떠다니는 말들은 내 마음에도 잔잔한 울림으로 남았다.     

 

슬픔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행복도 슬픔과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최은영 작가의 낮고 담담한 문체,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이 많아서 밑줄이 많이 그어졌다. 전쟁이라는 큰 사건을 크게 다루지 않으면서도 개인적인 문제처럼 숨겨 놓은 장치 이면에 말하지 않고 있지만, 반드시 해야 할 ‘사과’를 통해 소통과 공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YES마니아 : 로얄 c**6 2023.09.06.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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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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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물 중심의 연대의 서사는 순하고 맑은 힘이 있다. 자극적이거나 화려한 기교 없는 대신 인간의 내면 속의 어떤 부분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문체와 이야기는 최은영 소설가만의 강력한 무기이다.관계 맺기에 서툰 인물들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서로에게 다가가는 것을 두려워 하기도, 주저하기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고 인물들 간의 유대는, 아주 거창한 계기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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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물 중심의 연대의 서사는 순하고 맑은 힘이 있다. 자극적이거나 화려한 기교 없는 대신 인간의 내면 속의 어떤 부분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문체와 이야기는 최은영 소설가만의 강력한 무기이다.


관계 맺기에 서툰 인물들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서로에게 다가가는 것을 두려워 하기도, 주저하기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고 인물들 간의 유대는, 아주 거창한 계기가 아닌 사소한 행동, 대화를 통해 시작되는 것도 그렇다.


사는 일이란 어제까지 멀쩡하게 잘 쓰던 우산이 꼭 필요한 오늘 고장나버리는 방식으로 굴러간다. 홀로 외로움을 견디다가, 함께 외로움을 터놓고, 어느 순간 상대를 오해하고, 다시 외로워진다. 인간관계에서 해피엔딩은 무엇일까. 

c********6 2020.04.05.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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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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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유명한 쇼코의 미소 보다도. 그 뒤로 이어지는 단편작들이 너무 좋아서. 울고 울고 왈칵왈칵 거렸다. 최은영은 정세랑과 다른 감성이 있다.  축축하면서도 메마른 듯한  신짜오 신짜오? 도 너무 좋았다. 그리고 세월호 이야기도 좋았고.나의 작은 순애 이모 이야기도 너무. 울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고. 한지 와의 나의 이야기도.지질학에 파고드는 이야기가 정말 . 정말.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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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유명한 쇼코의 미소 보다도. 그 뒤로 이어지는 단편작들이 너무 좋아서. 울고 울고 왈칵왈칵 거렸다.

 

최은영은 정세랑과 다른 감성이 있다.

 

축축하면서도 메마른 듯한

 

신짜오 신짜오? 도 너무 좋았다.

그리고 세월호 이야기도 좋았고.

나의 작은 순애 이모 이야기도 너무.

 

울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고.

 

한지 와의 나의 이야기도.

지질학에 파고드는 이야기가 정말 . 정말. 좋았다.

 

최은영을 왜 이제 알았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좋았다.

YES마니아 : 로얄 s****n 2019.05.29.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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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잔잔하게 소소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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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드나드는 인터넷 카페에서 추천하길래 구입했다. 누군가 읽을 책 좀 추천해 달라고 글을 올리면 카페 회원들이 댓글을 달아주는데, 한 명의 추천을 받았다면 나는 그냥 넘을 갔을텐데, 댓글에 또 대댓글로 추천하길래 사 봤다. 제목부터가 뭔가 일본스러운게 솔직히 일본 작가가 쓴 것인가, 일본 관련 소설인지 생각했다. 하나의 장편 소설인 줄 았았으나 7개의 각각의 이야기로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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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드나드는 인터넷 카페에서 추천하길래 구입했다. 누군가 읽을 책 좀 추천해 달라고 글을 올리면 카페 회원들이 댓글을 달아주는데, 한 명의 추천을 받았다면 나는 그냥 넘을 갔을텐데, 댓글에 또 대댓글로 추천하길래 사 봤다. 제목부터가 뭔가 일본스러운게 솔직히 일본 작가가 쓴 것인가, 일본 관련 소설인지 생각했다. 하나의 장편 소설인 줄 았았으나 7개의 각각의 이야기로 구성된 소설집이었다.

 

매번 그러하듯 한 번만 읽어서는 책 내용 파악을 잘 못하고 기억이 남지 았으니, 처음 읽은지 한참 후인 근래에 두번째로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7개의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흐르는 게 무엇일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의 리뷰를 훑어 보니, 이 7가지 이야기의 공통적으로 '이별'이라는 있다는 걸 보고 곰곰히 생각해 보니 진짜 '이별'이라는 단어가 설명하기에 딱 좋았다. 이별을 통해 그 존재와 추억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쇼코의 미소.

학생 교류 프로그램으로 일본 소도시에서 사는 쇼코가 나 '소유'의 집에 머물게 된다. 쇼코 덕분에 엄마와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소유에 집에 서먹서먹한 기운이 가시고, 화기애애한 가족의 분위기가 조성된다. 특히, 할아버지의 변화가 가장 크다. 아픈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쇼코는 할아버지한테 받은 편지를 나에게 들려주는데 할아버지의 진심을 알게 된다. 쇼코와의 짧은 이별과 재회, 할아버지와의 긴 이별. 소유는 할아버지가 자신한테는 그러지 않고 내색도 없었으나, 나를 생각해고 나름 나의 지지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씬짜오, 씬짜오.

독일에서 교민 생활을 하는 우리 가족은 베트남에서 온 투이네 가족과 이웃사촌이다. 특히 엄마가 가장 좋아한다. 베트남 전쟁에서 가족을 모두 잃은 응웬아줌마(투이의 엄마)와 우리 가족의 말다툼?으로 인해 이 두 가족은 사이가 멀어지고 엄마는 침묵하기 시작한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엄마를 엄마 그 자체로 인정해준 응웬아줌마가 떠올라 그녀의 찾아간다. 엄마와의 긴 이별.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에 엄마는 투이네 가족과의 시간이 제일 행복했고 예뻤고 , 잘 웃었고 응웬아줌마가 엄마의 훌륭한 친구이고 의지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언니, 우리 작은 순애 언니.

엄마의 먼 친척인 순애 이모와의 이야기이다. 엄마와 순애 이모는 어렸을 때 친하게 지냈으나 순애 이모의 남편 일로 인생에 힘든 시기를 겪은 그녀에게 엄마는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사이가 멀어진다. 순애언니의 죽음. 엄마의 병실에 처음 만날 적의 열여섯살의 순애언니가 찾아와 엄마를 용서한다.

 

한지와 영주

프랑스 수도원에서 만난 케냐 친구인 한지는 영주의 친한 친구가 되면서 산책도 하고, 한지의 가정사와 직업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좋아하게 된다. 한지가 케냐로 돌아가기 몇 주 전부터 둘의 사이가 틀어지고 영주는 아직도 그가 왜 그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으면서도 그를 그리워한다. 이유없는 이별. 나도 참 궁금하다. 정 떼려고 영주를 그림자 취급했나. 세상 이별이 까닭없는 게 많다더니, 이 이야기 또한 그러한 건지.

 

'먼 곳에서 온 노래'는 병으로 세상을 떠난 선배를 보러 러시아로 가서 그녀의 자취를 따라다니면서 그녀와의 대학시절 노래패에서의 추억을 떠올린다. 선배의 죽음. 나를 아껴준 그녀의 죽음으로 나는 그녀가 살았던 러시아를 방문하고 선배와의 추억을 간직한 율라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미카엘라'는 교황이 서울을 방문해서 교황을 보러 올려온 엄마가 연락이 두절됐는데 우연히 TV에서 엄마를 보고 광화문으로 찾아간다. 엄마는 바쁜 딸이 일하는데 방해될까봐 서울에 올라왔음에도 연락도 못하고 찜질방에서 만난 할머니를 따라 할머니의 지인을 찾으러 광화문으로 간다. 할머지의 지인은 손녀를 세월호에서 잃어버려서 여기저기 다닌다고 했다. 나와 엄마는 그 광장에서 세월호 관련 사람들을 보면서 무심하고 그 일이 희미해진 기억이 되는 거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내 주변인의 죽음. 내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그들의 상황을 보면서 나 '미카엘라'와 엄마는 마음 속의 양심이 꿈틀거린다.

 

'비밀'은 세월호로 인해 손녀를 잃었는데 중국으로 간 줄로만 아는 아픈 할머니의 이야기이다. 손녀의 죽음. 애지중지 키운 손녀가 세상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딸과 사위는 비밀로 하고 할머니는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쓰면서 손녀를 무척 그리워한다.

 

줄거리를 엉성하게 썼으나 직접 읽어 보면 가슴 한 구석이 슬퍼지려고 하고 뭉클하기까지 한다. 위의 4가지 이야기에서 정말 잘 지낸 사람들이 서로가 서먹해지면서 관계가 단절 되고 나중에는 다시 만나는 이야기 인거 같다(한지와 영주는 제외다.).

소설이 주는 즐거움과 느낌을 제대로 전달 받는 거 같다. 어디 내 주변에서 있음직한 이야기. 이야기 하나하나 곱씹을수록 마음 한 켠이 씁슬해지고 한 편으로는 추억과 이별에 대해 공감과 더불어 생각지도 못한 소소한 감동까지 더하게 된다.

 

 

 

 

 

 

n*****1 2019.06.16. 신고 공감 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