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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전체 의학이 차세대 의학의 주류 트랜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 의학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나 암환자의 경우, 환자가 가진 유전자에 따라 양상도 여러가지이고, 치료 방법도 달라진다는 것이 확인되었기에, 유전체 의학은 더욱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물론 여기엔 외부 요인, 즉 DNA 염기 서열 분석 기술의 발달로 유전체 분석의 정확도와 속도 그리고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양은 비약적으로 상승한 반면 들어가는 비용은 격감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1953년에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처음으로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발견한 이후로, 유전자는 인간의 생명과 존재가 가진 신비를 풀 열쇠로 간주되어 많은 학자들이 인간의 유전자를 해독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그러다 1977년, 영국과 미국 학자들에 의해 유전자 해독법이 처음으로 고안되었고 1990년, 마침내 정부 주도로 인간이 가진 모든 유전자의 지도를 그리는 것을 목표로 한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13년이 흐른, 2003년, 드디어 32억개로 이루어진 한 인간의 전체 게놈이 완성된다. 이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첫번째 인간 게놈 해독을 위해 걸린 시간은 7년이었고, 수 백 대의 분석 기계들이 동원되어야했으며, 여기에 들어간 총 비용만 해도 무려 27억 달러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고 많은 기계를 동원할 필요도 없다. 비용 역시 천 달러 정도로 분석 가능하도록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유전체 의학은 특히나 스마트 환경과 맞물려 한층 더 각광받고 있다. 앞으로 더 분석 기술이 발달하고, 비용이 저렴해지면 스마트 폰의 앱만으로도 한 인간의 유전자 분석이 가능해질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분석된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의 진단을 받을 필요 없이 앱 자체가 질병의 관리와 치료 방법을 내놓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손 안의 의사'도 불가능 하지 않다. 하지만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었을 때조차 이런 유전체 의학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많이 없었다. 한 인간의 유전자 분석이 실제 치료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오늘날과 같은 유전체 의학의 부흥을 가져온 것은 한 소년 때문이었다. ![]() 그 소년의 이름이 바로 니콜라스 볼커다. 그에겐 병이 있었다. 스테이크를 너무나 좋아하는 아이지만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음식을 먹기만 하면 '소년의 내장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작은 연필 막대 같은 구멍이 생겼기 때문이다.'(p.23) 2년 동안 많은 의사들이 달려들어 소년의 병을 연구했지만 발병의 정확한 이유도, 치료 방법도 찾을 수 없었다. 갖은 방법을 다 써봤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닉의 병은 흡사 인간 의학에 절대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존재로 보였다. 닉의 담당의 메이어는 닉의 질병이 마치 용과 같다고 생각했다. '병은 사실이라고 믿기 어려울만큼 파괴적이었다. 자신이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없었더라면 그런 질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을 것 같았다. 자신의 모든 의학 기술을 동원해 용을 겨우 달래서 일시적인 수면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 가라앉고 있는 배에서 물을 퍼내는 것에 가까워 보였다. 배가 계속 떠 있게 할수는 있지만 물이 어디서 새고 있는지 밝혀낸 것은 아니었다. (p. 151) 그런 닉은 혈액 주사를 통해 직접 영양분을 공급 받으며 하루하루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거기에 마지막 방법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유전자 분석이었다. 메이어는 닉이 가진 유전자의 결함으로 생겨난 병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쨌든 그가 시도해 볼 수 있는 최후의 복안이었다. 그래서 메이어는 당시 최고의 유전체 서열 해독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하워드 제이콥에게 도움을 구한다. 그 때만 해도 유전체 서열 해독 기술이 실제 의학에 사용될 수 있는지 확실치 않았었다. 제이콥은 의사가 아니었다. 그저 생리학을 전공하고 쥐를 가지고 유전자 서열 해독을 연구하는 과학자였다. 하지만 제이콥은 닉의 엄마 애밀린이 블로그에 쓴 일기를 읽고, 자신 역시 두 딸을 가진 아버지로서 닉과 부모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여 결국 닉의 유전체 서열을 분석하기로 결정한다. 그에겐 워디란 직원이 있었다. 그녀는 원래 시애틀생명의학연구소에 있다가 일년 전, 면접에서 제이콥이 2014년부터 아픈 아이들의 DNA 염기 해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 말에 감명 받아 제이콥이 있는 위스콘신 의과대학으로 자리를 옮겨왔다. 닉의 해독은 원래 계획 보다 5년이나 앞당겨진 것이었지만 제이콥과 함께 과감히 뛰어들었다. 제이콥은 워디에게 때가 왔다고 얘기했다. 의사들의 손발을 들게 한 치명적인 질병에 고통받은 끝에, 오직 게놈 해독만이 운명을 바꿔줄 수 있는 환자가 눈앞에 있다.(p. 164) 워디에겐 희망이 있었다. 닉이 가진 병의 초기 증상은 근본적으로 너무 낯설고 불가사의하며 위협적이라 분명 유전적인 것이 원인으로 보였다. 그리고 만일 정말 그렇다면 반드시 닉의 30억개 유전체 서열에 무언가 나타나게 되리라 믿었다. 그녀는 표준 게놈 서열과 닉의 게놈 서열을 비교했다. 표준 게놈이란 '무엇이 정상적인 사람의 게놈인지 그 기준을 알려주고, 질병을 가진 사람의 게놈과 비교하여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p. 168)이다. 하지만 이것이 모범 답안인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표준 게놈이 기반하고 있는 것은 고작 28명의 게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28명 모두가 알려진 희귀 질환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를 위한 출발점은 되었다. 그러나 이런 표준 게놈이 있다고 해도 어려움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인간이 가진 DNA는 모두 32억개. 이것들을 소수의 사람이 소수의 도구들만 가지고 전부 분석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워디는 인간 행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있는 엑솜(exome)에 집중했다. 이 엑솜은 전체 게놈 중 1.2%에 지나지 않기에 분석하기에 훨씬 유용하다. 더구나 '상당수 유전 질환이 단백질 문제에 있었기 때문에 닉의 병 역시 엑솜의 어떤 부위에서 기인'(p. 172)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티스푼 정도의 혈액에서 닉이 가진 병의 탐색이 시작되었다. 그 혈액은 DNA로 축소되고, DNA는 엑손(exon), 액손은 염기 서열의 구성 문자인 A(아데닌),C(사이토신),G(구아닌),T(티아민)로 환원되었다. 하지만 모든 걸 기계가 하지 않았다. 유전자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우리 몸의 기본 단위인 백혈구의 핵을 뚫어야 한다. 그것은 사람이 직접 해야 했다. 그렇게 분석되었다. 물론 그 과정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 그래도 어떻게 2009년 10월, 닉의 유전자는 다섯 번째로 해독되었고, 그 결과 16,000개에서 32개로 변이 유전자의 후보를 좁힐 수 있었다. 그것들을 대상으로 워디와 동료들이 직접 개발한 분석 프로그램인 '카르페 노보'를 사용한 끝에, 결국 병을 일으킨 유전자를 찾아내었다. 범인은 바로 XIAP였다. XIAP에 문제가 생기면 면역체계가 좋은 균과 나쁜 균을 구분하는 능력에 이상이 생겼다. XIAP의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XIAP 단백질 생산이 줄었다. 닉의 백혈구는 필요한 XIAP 단백질의 60%만 가지고 일하고 있었다. 닉의 몸 속에서 일어난 대혼란은 32억개의 DNA 염기서열 중 단 하나의 염기가 잘못된 염기로 치환되는 바람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잘못된 염기를 바로 잡아야했다. 그러자면 골수 이식밖에 없었다. 결국 닉은 골수이식을 받게 되었고, 생명과 건강한 삶을 되찾았다. 이렇게 니콜라스 볼커는 당시까지만 해도 반신반의의 대상이었던 거대 게놈 프로젝트과 의학의 연결을 현실적으로 확인시켜 준 계기였다. 이 치료의 성공으로 오늘날과 같은 스포트라이트가 유전체 의학에 비로소 비춰졌던 것이다. '니콜라스 볼커 이야기'는 이 과정을 굉장히 상세하고 충실하게 담고 있다.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니콜라스 볼커의 병을 씨줄로 하여 유전체 의학의 등장과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날줄로 잘 누벼놓았기 때문에 유전체 의학의 전모마저 잘 살벼볼 수 있게 해 준다. 유전체 의학이 대체 무엇인지 궁금하셨던 분들이라면 정말 좋은 안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 곧 입시철이다. 지금 중3들은 과학고 지원으로 한창 바쁠 때다. 그러고 보니, 요즘 과학고에선 아예 모집 공고를 낼 때부터 의대 갈 학생들을 지원하지 말라고 직접 써 둔다고 한다. 의대 진학을 위해 과학고를 이용하는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전체 의학이 지금의 의학 패러다임을 많이 바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유전체 의학이 상용화되면 의사에 대한 수요는 지금보다 훨씬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영화 '프로메테우스'에 나오는 자동 수술 기계도 정녕 꿈만은 아닌 것 같으니. 그러므로 기술로 대체 가능한 의사가 되기 보다는 그 기술 자체를 만들어내는 분야에 뛰어드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어진다. 미래의 직업은 보다 더 많이 알 때, 더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다. 학생이라면 교과서만이 아니라 이런 책을 읽는 것이 자신의 삶을 위해서도 더 좋지 않을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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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체 의학의 불씨를 당기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제목에 사용된 이름, 니콜라스 볼커. 낯설다. 유전체 의학에 획기적인 기여를 한 과학자, 혹은 의사? 아니면 과학 행정가쯤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 기억의 데이터 속에는 그런 이름은 없다. 비록 이쪽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유전체 의학(genomic medicine)의 불씨를 당길 정도의 사람라면 내가 한번도 이름을 들어보지 못할 리는 없을 것 같은데…
몇 장을 넘기면서 ‘니콜라스(닉) 볼커’는 다름 아닌 두 살 짜리 꼬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전혀 진단이 되지 않는 질병으로 생사의 경계를 오가는 투병을 하는 꼬마 환자. 그 환자에 대한 가족, 특히 엄마의 헌신과 그 꼬마 환자를 살리기 위한 의사와 과학자 들의 활약이 바로 『니콜라스 볼커 이야기』이다.
의사와 과학자 들의 해답이 바로 유전체 의학이었던 것이다.
딱딱한 과학 교양서가 아닌 르포 형식의 이 책은 두 개의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 축은 볼커 가족 이야기이다. 닉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생사의 경계를 오가고, 그를 돌보는 엄마 애밀린을 중심으로 한 가족의 이야기가 한 축이고, 또 한 축은 하워드 제이콥을 중심으로 한 과학자와 의사 들에 관한 이야기가 또 한 축이다. 과학자와 의사에 관한 이야기도 그들의 업적에 관한 것보다는 그들의 역할과 관련해서 어떤 삶을 살아 왔는지를 적지 않게 설명한다(사실 이런 건 좀 낯 간지럽긴 하다). 두 이야기는 만난다. 그 극적이지만 필연적인 만남(닉이 아니었더라도 언젠가는 만나야 하는 분야이므로)으로 유전체 의학이 환자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이용된 첫 사례가 기록되었다.
인간의 유전체가 해독되었다고 미국 백악관에서 클린턴과 NIH의 수장 콜린스, 셀레라지노믹스의 벤터가 기자회견을 한 지가 15년도 더 된 일이다. 그 의미에 대해 떠들썩했지만,
언제나 덧붙이는 말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이었다. 놀라운 진보였지만,
사람의 질병은 한두 가지 유전자의 단순한 염기서열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고, 설령 그런 질병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안다는 것 자체가 치료할 수 있다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너무도 적어서 한 사람의 유전체를 전부 해독한다고 하더라도(지금은 그게 별로 힘든 일도 아니다) 그것으로 알아낼 수 있는 것도 많지만, 여전히 알지 못하는 것도 많다. 그럼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은, 닉 볼커의 사례에서 보듯이 그게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닉의 경우엔 유전체 의학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약간은 운이 좋은 경우에 속한다. 어쨌든 질병의 원인(XIAP라는 단백질의 결함)을 찾아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알아낸 것을 기초로 골수이식을 했고, 건강해질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도 원인을 알 수 없는 환자 100명을 비슷한 방식으로 유전체를 해독했을 때 원인을 찾아낼 수 있는 확률은 약 20%에 이른다고 한다. 시간이 갈수록 그 비율은 증가하지만(해독해 놓은 데이터를 그 동안 쌓은 다른 증거를 통해 해석하는 경우다), 여전히 절반에는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군다나 닉의 경우에는 역시 운이 좋았지만, 유전체 해독을 통해 원인을 알아낸 경우에도 치료법이 없는 경우에는 속수무책이 되어 버리고 만다. 유전체 의학은 치료에 관한 분야가 아니라 진단에 관한 분야니 말이다.
그렇다고 유전체 의학이 소용 없다고 실망할 수는 없다. 과학과 의학은 그렇게 발달해 왔다. 작은 실마리를 통해 한 사람을 살리는 것으로 시작해 왔다. 그리고 모든 사람을 살릴 수 없다고 해서, 몇 사람이라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의 유전체 의학의 발달 속도는 어마어마하다. 데이터는 기하급수적으로 쌓이고, 그 데이터는 지속적으로 유전체 의학의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다.
닉의 사례는 비록 단 한 사례지만, 바로 그 유전체 의학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바로 거시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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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볼커 이야기』 유전체 의학의 불씨를 당기다 One in a Billion The Story of Nic Volker and the Dawn of Genomic Medicine
지은이: 마크 존슨, 케이틀린 갤러거 엮은이: 금창원, 김세환, 김지웅, 한주현 펴낸이: 최성훈 펴낸곳: MID(엠아이디) 초판 1쇄 인쇄: 2016. 9. 20 초판 1쇄 발행: 2016. 9. 27 "닉은 모든 검사 기준을 무사히 통과했다. 200일,1년, 심지어 메이어가 생각했던 기준인 2년이란 기간을 별 탈 없이 지나간 것이다. 그의 위장 건강 상태는 좋았다. 더 이상 고통스런 구멍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닉은 자신이 원하는 어떠한 음식도 먹을 수 있었다. (262쪽)" 닉콜라스 (닉) 볼커라는 2살 밖에 되지 않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에게 질병의 마수가 검은 손길을 뻗었다. 아주아주 지독한 그 질병의 원인은 아무도 몰랐다. 날고 긴다는 하는 소아과전문의들이 모두 달려들었지만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그 질병이 왜? 무엇때문에 발병되는지를 알아야 치료도 가능할텐데, 아무도 그 원인을 몰랐다. 이런 질환을 희귀난치병이라고 하지만, 병명조차 모른 상태에서는 미지의 질병일 뿐이다.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다른 질병의 치료법을 총동원했지만 잠시 호전을 보일뿐 근원적인 치료가 되지 않았고 고통만 가중될 뿐이었다. 환자인 닉 뿐만 아니라 온가족이 커다른 고통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기나긴 고통과 실망에 빠져있던 환자의 가족들과 의료진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비쳤다. 그것은 바로 유전자 게놈 분석이었다. 요즘에야 귀에 익숙한 이야기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치료에 게놈분석을 통한 유전자 치료라는 것은 극히 일부 과학자들의 망상으로 치부되던 시절이었다. 닉의 질병원인을 밝히기 위해 게놈분석을 한다는 것은 의료진조차 생각도 나지 않던 시기였다. 게놈분석시스템이 갖추어진 곳 조차 극히 드물던 시기에 유일하게 완벽한 게놈분석 시스템을 갖춘 곳은 때맞춰 닉이 입원하고 있던 병원과 의과대학이었다. 밀워키 위스콘신 의과대학과 어린이병원이 바로 그곳이었다. 하워드 제이콥을 수장으로 한 유전자 게놈분석을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수행할 거의 유일한 곳인 그곳에 닉이 있었다. 닉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마지막 순간. 닉의 가족은 마지막으로 게놈분석에 동의했다.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수 개월 진행된 신속한(?) 게놈분석의 결과가 나왔다. XIAP 유전자의 변이가 가져온 질병이었다. 이제 원인이 밝혀졌고 그 치료에 대한 해결은 골수이식. 마골리스 골수이식 전문의의 허락이 떨어졌고 닉은 드디어 골수이식을 받는다...과연...^^;; 이 책은 투병기가 아니다. 희귀난치병을 극복한 인간승리의 기록이 아니다. 희귀난치병 치료를 위한 의사들의 가이드지침서도 아니다. 과학의 투쟁과 성과를 알리기 위한 과학안내서도 아니다. 유전자 게놈분석이라는 과학분야와 질병치료라는 의학분야가 뭉쳐서 인간질병을 극복해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 유전자 치료라는 새로운 질병치료의 패러다임을 개척한 유전자 관련 학자들과 의료진들의 연대기이다. 낯설고 생소한 분야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과학자들과 의료진들의 위대한 도전과 닉 가족의 용감한 결정이 내린 의학적 진보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3년 동안 지옥과 같은 고통과 아픔을 겪고 이를 이겨낸 닉의 가족들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이런 어려운 과정을 거쳐 새로운 질병치료의 새장을 연 유전자치료의 첫번째 사례인 닉의 이야기는 단순한 질병극복이 아니다. 의학과 과학의 결합이라는 새 패러다임을 창조했다. 새 패러다임은 알 수 없는 고통과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의 끈을 던져주었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이 책에서도 나와있듯이 닉의 질병은 어머니로부터 유전되어 나타난 것이다. XX염색체와 XY염색체라는 교묘한 남여 성염색체 중 여성인 에밀린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 XIAP의 변이. 이것은 그녀의 딸들이 아들을 낳았을 때 또 다시 발현되어 닉과 같은 질병을 초래할 것이다. 이것은 어떤 문제를 야기할까? 게놈분석을 통해 얻어진 각종 비밀들에 대한 소유는 누구의 것인지? 미래에 찾아올 질병을 알려줄 것인지? 말것인지? 등등의 문제가 산적해있다. 그건 나중에...^^;;; 앨런 메이어를 비롯한 의료진과 하워드 제이콥을 비롯한 유전자 관련 과학자들의 도전과 성공, 협력에 다시한번 박수를 보낸다. 개인맞춤의료의 필수인 유전자 치료를 개척한 공로에 아끼없는 박수를 보낸다. 닉의 가족과 밀워키 위스콘신 어린이병원의 관계자 분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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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볼커 이야기/MiD/마크 존슨/케이틀린 갤러거/유전체 의학, 맞춤의학시대를 열다...
개인의 질병에 맞춘 진단과 치료가 가능한 맞춤의학 시대가 된다면 치료하지 못할 질병이 무엇이 있을까요? 맞춤의학이란 개별적 유전자 정보를 활용해 질병의 예방은 물론이고 진단과 치료까지 가능하다는 미래형 의학인데요. 여태 의료계에서는 남녀, 노소, 인종 등에 상관없이 보편적 치료를 했습니다. 하지만 미래엔 유전체 의학을 통해 유전자 분석을 하고 개별적인 유전자적 변이나 질병에 따른 유전자적 특이점을 안다면 그에 따른 맞춤형 의료가 가능하다고 했는데요.
천 달러 게놈! 불치병을 앓던 니콜라스 볼커(닉)의 이야기는 유전체 의학에 불씨를 당기고 미래형 의학을 현실로 바꾼 신호탄 같아서 놀랍고 감동이었습니다.
음식을 먹으면 내장에 구멍이 생기는 불치병을 앓는 2살배기 아기를 보는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고통이고 슬픔이었을까요? 그런 아기를 환자로 두면서 온갖 시술을 시도해야 했던 의사들의 마음은 얼마나 참담했을까요? 그렇게 위스콘신 어린이병원에서 병원에서 4년여를 고생하다가 유전자 분석에 근거한 골수이식술을 통해 치료를 받았을 때는 얼마나 감동이었을까요? 마법과 같은 기적의 치료의 바탕엔 유전체 의학이 있었습니다.
책 속에는 그동안 엄마, 아기, 의사, 과학자들이 아기의 완쾌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들이 눈물나게 그려져 있기에 소설같이 읽히기도 했는데요. 저자들이 건강과 과학기자, 경제기자의 눈과 귀로 취재하고 인터뷰해서 연구실과 수술실에서 묵묵히 일한 과학자나 의사의 피와 땀방울이 잘 그려놓았기에 더욱 생생한 느낌을 주었는데요. 저자들은 볼커의 이야기로 퓰리처 상을 수상했을 정도입니다.
자가면역질환으로 몸의 방어체계가 무너져 음식을 먹을 때마다 장기에 구멍이 생기는 닉의 불치병 원인을 진단받고 골수이식수술로 치료받은 이야기엔 부모와 의료인들, 과학자들의 피와 땀이 모여있기에 눈물 없이 읽을 수 없었던 감동의 드라마였어요. 닉의 투병과 치료 이야기는 여태 보편적 치료의 시대에서 개별 맞춤형 치료 시대를 여는 축포 같습니다. 막대한 투자를 하고 연구를 해서 드디어 게놈 30억 쌍의 염기서열 정보를 분석해 내고, 염기서열에서 발견한 유전자 변이를 통해 병을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치료법을 찾았다니. 이젠 이런 표적 치료가 일반화되면 세상에 많은 불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원인불명의 불치병 환자로 여겼던 닉을 포기하지 않고 닉의 게놈을 분석하고 DNA 염기 해독을 통해 진단하고 골수이식까지 성공한 의료혁명이야기는 개인 맞춤 치료를 여는 신호탄 같아서 반가웠습니다. 물론 닉은 두 개의 DNA를 가지기에 또다른 문제점은 있을 것이기에 조심스럽지만 말입니다.
이 책을 읽은 후로 보편주의적 의학시대에서 개개인에 알맞은 맞춤의학시대를 여는 유전체 의학이야기가 자꾸만 눈에 들어왔는데요. 한국은 연구 목적 이외에는 환자 유전체 검사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 한국인의 유전체 지도를 해독했다는 논문이 네이처에 실렸다는 소식, 서양인의 유전체 지도로는 한국인에게 적용하기 어렵기에 한국인 유전자 지도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는 이야기 등 한국 의료인들도 유전체 의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이었어요. 요즘 유전체 의학에 대한 뉴스를 접하다 보면 한국에서도 생각보다 빠르게 맞춤의학 시대가 도래할 것 같습니다. 환자가 가진 특이한 유전자 변이를 찾아 그에 맞는 치료나 약물 사용을 하는 맞춤의학은 이젠 먼 미래 의학이 아니었어요.
DNA 지도 제작, 유전자에 대한 빅데이터 처리, 게놈의 전 영역 조사, 특정한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 발견, 인간 게놈 해독이 100만원 정도로 가능한 시대, 컴퓨터가 모든 유전자를 더욱 값싼 비용으로 분석하는 맞춤의료의 시대 등 미래에나 가능한 이야기를 접하며 과학이나 의학의 발달은 어디까지 가능할 지도 궁금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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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부모라도 자신의 아이가 아프면 차라리 자신이 아팠으면 합니다. 신종 플루가 전국을 뒤덮을 때 저도 딸아이를 데리고 응급실에서 초조하게 보내고 타미플루를 먹고 환청에 환각에 시달려하는 아이를 껴안고 울었던 적도 있습니다. 하물며 그 아이가 어디가 어떻게 아픈 지 스스로 설명하지 못하는 두 살배기인데다가 가장 신뢰해야 할 의사마저도 정확한 진단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아이는 먹기만 하면 장에 염증이 생겨서 또래 아이들과 비교해서 하위 3%에 해당하는 정도의 체중으로 갈수록 앙상하게 말라만가고...아이의 엄마인 애밀린 볼커는 가슴 성형 수술까지 받아 가면서 여자로서의 삶보다 엄마로서의 삶으로 올인을 합니다. 이야기는 5년의 세월을 정확한 병의 진단을 위해 찾아 헤맸던 "닉 볼커"라는 아이에게서 32억 쌍이 넘는 염기서열에서 딱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발견해내고, 아이의 면역체계 전체를 송두리째 바꿔주는 치료를 통해 아이를 살려낸다는 기적 같은 얘기입니다. 이제 닉 볼커는 11살이 되어서 집 근처 숲을 뛰어다니고, 더 이상 먹는 것으로 괴로워하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괜찮아"진 것이지요. 1953년에 제임스 왓슨James Watson과 프랜시스 크릭 Francis Crick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하고, 1990년부터 시작한 미국 정부 주도의 인간 게놈프로젝트가 2003년 32억 개로 이루어진 한 인간의 전체 게놈을 분석하고 나서도 게놈 해독의 완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닉 볼커 이후에 드디어 미국에만 2,500만에서 3,000만 명에 달하는 미국인 10명 중 1명에 해당하는 희귀 질병 환자들은 또 다른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공동저자인 마크 존슨 Mark Johnson과 케이틀린 갤러거 Kathleen Gallagher는 2011년 퓰리처상 해설보도 부문을 수상한 언론인들입니다. 2010년 12월에 닉 볼커의 이야기를 비전문가가 이해할 수준으로 상세하게 보도하였던 것을 다시 한 권의 책으로 구성하여 2016년 현재의 닉 볼커 이야기와 당시 보도되지 않았던 내용까지 꾸민 것이 이 책입니다. 닉은 조나스 브라더스 밴드를 좋아했다. 애밀린은 닉이 그 밴드 노래들 중 한 곡의 특정 소절을 부르는 것을 자주 들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난 괜찮아질 거야"라는 부분이었다. 책에는 내용이 상세히 소개되지 않았습니다만, 조나스 브라더스 밴드에도 Nick 과 이름이 같은 Nick Jonas가 있습니다. 1형 당뇨병으로 고생하던 Nick Jonas가 직접 불렀던 "A Little Bit Longer"의 가사에는 'A little bit longer and I'll be fine'이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네 살 먹은 꼬마 아이가 자기와 이름이 같은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부르며 스스로 힘을 내다니, 닉 볼커의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은 유전체 의학을 다루는 의사들이나 그의 어머니나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은 가족도 있지만, 살려는 의지를 결코 놓지 않은 닉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연히도 두 명의 Nick의 이름의 유래가 된 성 니콜라우스는 3세기~4세기 동로마 제국에서 활동하였던 기독교의 성직자로, 산타클로스의 유래가 된 인물로 어린이의 수호성인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제대혈 이식을 앞두고서는 여태껏 배트맨 망토를 두르고 배트맨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던 닉은 <라스트 에어벤더="" the="" last="" airbender=""> 라는 영화를 보고서는 스스로를 '아앙Aang'이라는 주인공이 되려고 합니다. 물과 불과 흙과 공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진정한 영웅이 되려고 100번이 넘는 수술을 거치고도 다시 용기를 낸 닉은 이식수술 후 합병증을 견뎌내고 진짜 영웅이 되어갑니다. 한편, 닉의 치료 방법을 놓고 고민하던 의사들은 정답을 알아내고서도 다시 한번 고민을 합니다. 게놈 해독을 치료에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나서도 "닉의 치료에 성공하고 유전체 의학의 선구자가 되는 대신, 의학에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해를 끼치지 말라'는 원칙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었다." "참 괜찮은 죽음"으로 번역된 헨리 마시의 책의 영어 원제가 "Do No Harm"이었습니다. 골수이식으로도 환자의 병이 해결이 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어찌할지, 그런 경우에 인정하기 힘들지만 현대 의학을 하는 의료진의 무지를 인정하고 내버려 두는 편이 오히려 환자 입장에서 더 나은 것은 아닌지 겸손하게 다시 고민하는 의사들의 모습에서, 그렇게 고민을 하고 나서도 "우리가 이것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우리는 왜 여기에 있습니까?"라고 다시 물으면서 실패를 각오하고 불확실하고 자신의 경력이 끝장날 수도 있는 한 걸음을 내딛는 의사들의 모습에서 저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닉의 질병에 대한 수수께끼를 푸는 것보다 닉과 그의 가족의 입장에서 질병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 치료로까지 이어져야 성공으로 보겠다는 그들의 굳은 결심이 진정으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따르는 참된 의료진의 자세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책은 시간 순서와 상관없는 23개의 장으로 구성됩니다. 매트 리들리 Matt Ridley의 "Genome : The Autobiography of a species in 23 chapters"가 23장으로 구성되었던 것과 유사합니다. 사람의 모든 유전자가 23쌍의 염색체 속에 들어 있는 것처럼 닉 볼커가 스스로 삶의 끈을 놓지 않고 버티고, 그런 닉 볼커를 살려내기 위한 그의 가족들과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이 23개의 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물론 사람의 모든 유전자가 23개의 염색체 내에 있는 것은 아니듯이 이 책에 담아낸 내용 외에도 닉 볼커 이야기는 분명히 더 있겠지요. 물론 닉 볼커를 살려냈다고 해서 모든 환자들의 게놈을 분석해야 된다는 당위성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사람을 살려내는 것이 게놈체 의학을 돈벌이 사업으로 연관시키는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어서도 안되는 것이구요. 번역도 매끄럽고 어려운 전문 용어 없이 책이 술술 읽히는 것이 장점입니다. 다만, 4명의 옮긴이의 공동 작업의 영향인지 닉이 다른 아이들이 잠들 때 쥐고 자는 곰인형과도 같은 베이글 바이츠 Bagel Bites 봉투가 12장과 1장에서 다르게 설명되는 것과 같은 미미한 오류(아마 23장을 장별로 나눠서 작업하신 듯)는 있어 보입니다. 원저자들이 해설보도로 퓰리처상까지 받은 언론인들이라, 이런 주제를 처음 대하는 사람도 미리 사전 학습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다 싶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게놈에 대해서 더 자세히 공부하고 싶다는 분들은 MID 출판사에서 이전에 나왔던 "천달러게놈"이나 과학동아에서 나왔던 "내 생명의 설계도 DNA", 김영사에서 처음 나왔다가 절판되고 최근 반니에서 다시 나온 매트 리들리의 "게놈"을 다시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분류상 과학책으로 봐야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책 자체로도 감동을 받았고 또다른 책을 찾아보게 만드는 책이어서 저는 별 다섯 개를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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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볼커 이야기 (유전체 의학의 불씨를 당기다)
-저자 : 마크존슨,케이틀린 갤러거 지음 -옮김 : 금창원 외 -출판사 : MID 이 책은 2살 어린 아이인 '닉' 이 주인공으로 마치 소설처럼 이야기를 이끄는 형식이 독특하다. 원인불명의 희귀병을 얻은 닉이 3년여의 사투끝에 유전체해석의 의학과 과학기술의 발전, 그리고 엄마와 가족들의 뜨거운 열정이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한 생명을 지켜내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유전체, 유전자 과학에대한 지식을 알려준다기 보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등장하는 인물들과 자연스럽게 필요한 만큼만 용어나 지식에대해 등장한다. 오히려 등장인물들의 배경이나 성격, 지향하는 마인드등이 주로 서술되는 형태라서 마치 소설같은 느낌도 받는다. 의학/과학기술의 발전으로 32억개에 달하는 게놈해석이 가능해지는데, 현재는 전세계에서 몇 명안되는 사람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분석된 정도이다. 의학기술이 발전한 미국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하는 희귀병. 원인을 알지 못하기에 처방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어린 닉은 수백번의 병원, 수십번의 수술을 하는 동안 또래의 아이들보다 몸무게도 작아 하위 3% 일 정도로 야위었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3년여를 버틸 수 있었는지. 특히 엄마의 헌신적인 열정이 아니었으면 어려웠을 것이다. 그녀는 의사들에게 아이를 완전히 맡기지 않고 틈틈히 공부를 하였다. 그들과 대화하고 참여하기 위해 학습하는 엄마가 된 것이다. 심지어 유방축소수술까지 감행한 그녀는 벼랑끝에 희미해진 상황에서조차도 희망의 끈을 결코 놓지 않았다. 그녀의 바램과 노력, 그리고 신념이 어우러져 아이는 새로운 생명을 살게 된다. 32억개의 게놈해석을 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기 때문에, 대신 단백질의 염기서열분석으로 압축하여 분석을 시도한다. 닉은 소화기관에 구멍이 나는 병을 앓고 있다. 음식을 먹으면 토하고 열이 나는 등 부작용이 생긴것. 그 어느 누구도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하자 결국 게놈해석으로 원인을 찾고자 마지막 방법을 택한 것이다. 결국 의료진의 노력으로 염기서열이 뒤바뀐 것을 발견하게 되고, 골수이식을 통해서 새생명을 찾게 될 수 있었다. 골수이식은 결코 쉬운 수술이 아니다. 몸안의 면역체계를 완전히 사라지게 한 후(즉 쉽게 외부 균의 침입을 받을 수 있는 상태) 이식을 하는 것이라서 수술 이후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닉은 수술을 마쳤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열이 나 많은 고생을 하게 된다. 그러나, 고비를 넘기고 6개월이 지나고 1년이 지나자 건강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생명은 소중하다. 생명에는 숫자의 잣대가 개입할 수 없다. 하나의 생명이 열 생명보다 덜 중요할 수 없다. 의료진들은 하나의 소중한 생명을 위해서 위험을 감행했고, 투자를 단행하였다.
유전체 분석으로 이전에 없었던 병명을 알게된 점은 획기적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드디어 유전체 분석이 미래 의학의 핵심역할을 하게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래에는 지금까지 알려진 병과는 다른 새로운 병, 새로운 바이러스 등이 계속 출현할 것이다. 그 때마다 병명을 찾지 못해 백신도 처방이 안 되고 병명을 찾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려 생명에 위험이 있을 지 모른다. 이제는 컴퓨터 처리기술의 발전과 유전체 해석의 기술발달로 지금보다 더 빠르고 저렴한 비용으로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할 수 있게 된다면 병에 대한 대처능력이 비약적으로 커질 것이다. 생명연장, 노화의 방지 등 또다른 가치있는 일들도 가능해 질 것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윤리적인 것으로, 인간의 유전자 지도의 해석된 데이터가 보험사 등에 넘겨질 때에는 그 악용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된다면 보험사는 한 인간의 미래의 질병을 예상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유전자 정보가 가치가 높아지면 데이터로 거래가 될 수 도 있을지 모른다. 그 안에는 한 인간의 평생동안에 걸친 유전적 정보가 총 망라되기 때문이다. 부모로 부터 물려받은 지능과 감성, 질병의 유무, 성격 등 모든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정보보호의 핵이 될 것이다. 어쨋든 이번 건에서는 생명을 구한 큰 공덕이 만들어졌다. 이로서 유전체 해석의 긍정적인 면이 부각되었고, 그 공헌은 찬사할 만하다. 궁금해진다. 미래에 정말 유전자정보가 모두 해석이 되는 때가 온다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지도와 다름없지 않은가? 두렵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다. 이 책은 마치 소설처럼 엮여있어 스토리가 이어지므로 쉽게 책장을 뗄 수 없었다. 실화의 사실적인 이야기라서 더더욱 실감을 더한다. 괜찮은 책이고, 유전자 dna 해석의 미래에대해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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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킬로그램밖에 나가지 않는 두살배기 아기, 니콜라스(닉) 볼커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내장에 구멍이 생기는 희귀하고 미스터리한 병을 앓고 있다. 의사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이기에 치료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완화하고 아이가 버틸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다였다, 닉의 이런 미스터리한 질병 그러니까 의학저널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미국 정부의 추산으로 2,500만~3,000만명, 즉 10명 중 한명 꼴의 미국인이 희귀 질환을 앓고 있다고 한다.(헉 -_-;) 음식을 먹으면 생명을 위협당하는 질병. 그 질병이 나았다 싶으면 패혈증 쇼크가 발생하고 폐가 함몰되는 허탈폐 증상으로 고통을 받고 폐렴까지 앓게 됐음에도 3번째 생일 파티를 앞둔 조그마한 아이가 매번 끔찍을 질병을 이겨낸다. 사람의 장에 구멍이 나 피부밖으로 배설물이 흐르는데도... 그 어린 것이 그럼에도 살아간다는 것이, 생명은 대단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들게 한다. 게다가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몇번이고 들었을텐데 닉의 곁에 끝까지 자리를 지킨 아이의 엄마 애밀린의 모성애는 실로 대단하다. 에밀린은 의료진이 닉을 치료하는데 의사결정을 재량껏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데 동의했다. 하지만 의료진의 치료의 실패를 목격할 때마다 애밀린은 그들이 자신이 아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닉에게 필요한 치료법을 알게 되면 그 치료법의 의사를 데려오기도 하고 닉의 치료를 서툴게 하는 간호사는 병실에 나갈것을 부탁하기도 한다. 그(메이어)가 지적하듯, 애밀린은 마치 닉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고려되어야 하는 닉의 또 다른 장기가 된 것 같았다. 닉에겐 심장이 있고, 신장이 있고, 결장이 있으며 애밀린이 있었다. / 139 닉의 질병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엄마 애밀린은 달라진 것이다. 에밀린이 의료진을 조종하고, 압박하고, 간호사를 울리는 사람이라고 병원에 소문이 돌 정도였지만, 그런 강인함이 없었다면 닉이 게놈 해독 프로젝트에 참여할수 있는 기회를 진작에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애밀린이 온라인 일기에 써놓은 '신은 언제나 옳다'의 말에 공감이 간다. 닉이 겪는 이 시련이 결국은 게놈 해독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한 촉매제 역할이 되었기 때문이다. 판도라 상자와 같은 게놈, 게놈을 해독하는 것은 닉의 정보뿐만 아니라 부모, 형제 자매의 유전자까지 볼 수 있어서 모르고 살아도 될뻔한 (파킨슨이나 치매와 같은) 진실까지도 알게 되는 것이었지만, 의사들이 손발을 들게 했던 닉의 질병의 마지막 희망이었고, 결국 닉의 운명을 바꾸었다. 마치 인간 극장을 보는 것 같았던 <니콜라스 볼커 이야기>, 닉과 애밀린, 가족, 의료진의 긴여정을 보고 있노라면, 내 아이가 지금껏 아무 탈 없이 건강한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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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1.3)
<니콜라스 볼커 이야기>
(원제: One in a Billion: The Story of Nic Volker and the Dawn of Genomic Medicine)
마크 존슨(Mark Johnson), 케이틀린 갤러거(Kathleen Gallagher) | 금창원 외 옮김| MID
<One in a billion>이라는 원제를 가진 이 책은 한 아이가 30억 개의 염기 서열 중 하나에 발생한 문제로 겪게되는 드라마를 들려준다. 이 책의 원제는 일간지 ‘뉴욕 타임즈’의 인기 다큐멘터리 코너 였으며, 2010년 에미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One in 8 million’에서 영감을 얻은 듯하다. 뉴욕 인구 8백만 명 중 평범한 한 사람을 선정하여 이들의 삶의 단면을 사진, 인터뷰 음성, 음악을 곁들인 멀티미디어 다큐멘터리 기획으로 내가 아주 좋아하 코너였다. 8백만 명의 뉴욕 인구 중에서 한 사람과 만나게되는 희귀한 인연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One in a billion>도 마찬가지로 30억 개의 염기 중 하나의 돌연변이로 질병을 앓게 된 어린 소년의 희귀한 사례와 그 극적인 치료과정을 담고있어 책의 제목으로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서두의 감수사를 읽기 시작하며 가장 먼저 떠올린 궁금증은 수많은 유전자 관련 실험처럼 어떤 개체가 태어나기 전에 ‘유전자 조작’을 통해 어떤 질병을 치료할 실마리를 얻는 경우가 아니라, 이미 어린 아이에게 발병된 사례를 과연 유전자 분석을 통해 사후 치료가 가능한 일일까 하는 점이었다. 또한 유전체 의학은 우리에게 선인가 악인가하는 일말의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빠르게 읽어나가게 되었다. 이 책은 주인공인 니콜라스 볼커(이하 닉)라는 이름의 어린 소년이 겪게되는 치료 과정을 대략 시간 순서대로 따라간다. 2살 때 닉의 아랫 배에 이상한 징후가 발견된 이후 수 년간 병원이 곧 집이 되었던 닉 볼커와 엄마 애밀린의 힘겨운 나날을 상상해보는 것만 해도 답답하고 조바심이 났다.
► 닉의 발병과 치료과정
이 책은 우선 두 명의 기자가 평이하게 글을 기술해나가긴 했지만, 닉의 치료과정에는 현대의 첨단 유전체 연구와 생리학적 연구를 배경으로 한다. 따라서 닉의 치료과정과 관련한 정보를 먼저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 닉의 증상: 닉은 정상적인 음식을 먹으면 장 내에 누공이라는 구멍이 끊임없이 생겨나 복통을 호소하고, 분비물이 체내 감염을 유발한다.
● 원인: 결론적으로 말하면 닉의 성염색체 내 유전자 중 특정 부위에 있는 염기 하나(구아닌, G)가 다른 염기(아데노신, A)로 치환되어 있었다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32억 개의 유전자 중 하나에 일어난 변이로 초래된 희귀 면역 질환이었다. 이 책의 원제목 <One in a billion>은 그러한 연유에서 탄생한 제목일 것이다. 아울러 책의 원제목에 나오는 모든 a가 빨강으로 표기되어있는 것은 바로 이런 사실을 반영한 디자인일 것이다. 이 변이로 인해 유전자가 정상적인 단백질을 생성하지 못했고, 면역 관련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였다. 다시말해 세포가 죽어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제대로 못하게 되고, 면역 체계가 내부의 장기를 공격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장 내부에 끊임없이 구멍이 생겨났다. 설상가상으로 닉의 유전자 해독 검사를 통해 닉에게는 또 다른 희귀한 면역 질환이 잠재되어 있음을 알게 되는데, 이로부터 닉은 골수이식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얻게 된다. 닉이 보유한 성염색체의 변이 유전자를 포함한 염색체(X’)는 엄마인 애밀린으로부터 온 것으로 밝혀졌다. 엄마인 애밀린의 경우, 성염색체는 XX’ 과 같은 형태로 존재하여, 변이를 갖지 않은 염색체 X가 변이가 있는 염색체(X’)를 보완해줌으로써 질병이 발현되지 않았다. 반면 남자 아이인 닉의 경우, X’Y형태의 성염색체를 가지므로, 문제가 되는 변이 염색체(X’)는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성염색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엄마에게는 발병이 되지 않았어도, 아들 닉에 와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닉의 희귀한 질병은 여자보다 남자에게 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질환이다.
● 치료과정: 우선 닉의 질병을 유발하는 면역체계를 닉의 신체에서 완전히 제거한 후 골수이식을 진행해야 했다.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처방 그리고 타크로리무스라는 면역체계 억제제를 주입하고, 거의 매일 혈액과 혈소판을 투여하여 닉의 신체 내에서 기존의 문제를 일으키던 면역 체계를 완전히 제거한다. 그리고나면 골수를 이식하여 기증자의 새로운 면역 체계가 닉의 몸 내부에 뿌리내리도록 하였다.
기본적으로 닉의 질병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희귀 질병이었기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도 못하고 닉의 통증완화에만 손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의료진과 과학자가 닉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치료책을 시도해본 상황에서 골수이식은 유일하게 남은 방법이었다. 치료가 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 학제간 연구의 중요성 그리고 팀웍 – 과학 그리고 진보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닉 볼커의 치료과정에서 주목하게 된 점은 닉이 안고 있는 질병의 원인 규명 작업을 가능하게 한 주변의 환경 내지는 기반이다. 의과대학에서 하나의 연구에 지원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가는 모습이나, 담당 과학자가 자신의 전공분야가 아닌 의료진 및 전문가들과 만나 수많은 대화를 나누고, ‘크게 생각하는 법’을 터득해가는 모습은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다. 유전체 연구는 분자생물학적 관점에서 물질을 최소 단위로 분해해 연구하려는 태도를 취하지만, 생리학자인 과학자들은 이러한 관점에 매몰되지 않고, 인간의 신체 기능과 어떤 영향을 주고 받으며 생명체가 유지되는지를 통합하려 하였다. 다시 말해 닉의 치료를 맏았던 과학자들은 ‘DNA염기 서열과 생체기능 사이의 연결고리를 잇는 작업’(39면)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이들은 ‘스스로 큰 그림에 집중하며, 인체를 연구하는 미시적 관점과 전체를 관장하는 시스템적 관점(복잡게 연구)을 연결’해 통합을 추구하였다. 나아가 분자생물학, 생명공학, 컴퓨터공학, 유전체학 등의 연구자들이 닉의 치료에 함께 참여하게 된 점은 성공적인 팀웍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물론 이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이 모여 성공적인 효과를 낸 사례는 현실 세계에서 그리 자주 볼 수 있는 경우는 아니다. 의료진 및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에 자부심을 가지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일은 보다 쉬운 일일 수 있으나, 어느 집단의 공통적인 비전과 이해에 구성원들이 얼마나 공감을 하고 결과적으로 팀웍을 이루어내느냐가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았다. 구성원들이 각자 다른 비전을 가지 있을 때, 집단의 존립 자체에 위기를 맞게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아 왔기 때문이다.
유전체 과학자인 제이콥이 워디를 비롯한 다른 과학자 및 의료진을 소집하여 닉의 유전체를 해독하고, 치료를 감행하겠다는 결심을 하며 사람들에게 선언했던 다음의 말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이것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우리는 왜 여기에 있습니까? 이것이 우리가 여기에 있는 모든 이유입니다.”(177면) 이 선언은 제이콥을 비롯하여 닉의 치료에 관여하는 집단의 공통적인 비전과 희망에 집중하도록 해주는 동기이자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떨까? 홍보를 위한 선행이 아니라 이들과 비슷한 비전과 열정을 가진 국내 과학자들이 모여 큰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여건과 역량을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제이콥을 비롯한 과학자들은 무엇보다도 닉의 치료에 일종의 장애가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윤리적인 고민과 법적 절차에 대한 해결책도 모색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우리도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타산지석으로 참고하고 배울만한 점이 분명 있을것이다.
►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안다는 것의 의미 – 개인의 알 권리 문제
현재 한국인의 개인 정보가 마치 전세계에 공유되듯 유출된 상황임을 누구나 잘 알 것이다. 앞으로 개인의 염기 서열이 좀더 쉽게 해독되고 1 GB도 채 안되는 텍스트 파일로 저장된다면, 이 유일무이(일란썽 쌍둥이를 제외하고)하고 근본적인 인간의 정보가 유출된다는 것은 어떤 결과를 낳게될까? ‘게놈은 한 개인을 나타내는 상상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가장 큰 영역’(182면)이라고 유전자 정보의 중요성을 저자들은 전한다. 만약 개인의 유전 정보가 유출된다면 어떤 문제가 가능할까. 이 정보가 보험회사에 유출된다면, 그리고 우리가 치명적인 유전자 변이를 지니고 있을 때, 우리는 의료 보험에 가입하거나 혜택을 받는데 차별을 받게 되지는 않을까. 그리고 중병에 걸렸을 경우,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이 때 유전자 정보는 사회를 통제할 수 있는 하나의 권력이자 자본으로 군림하게 될지도 모른다. 또 요즘 실업률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고용주가 지원자들의 유전정보를 갖게 된다면, 그야말로 청년들은 수퍼 을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결국 취직에도 차별을 받지 않을까. 한편 이제는 상당히 자본주의화 되어버린 우리의 결혼 문화에도 유전자 정보는 큰 변수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과연 어떤 기능을 하게 될까. 아직 변이를 가진 유전자가 발현되어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도, 변이 유전자를 보유한다는 정보만으로도 파혼을 당하고 새로운 이혼 소송이 시작되지는 않을까. 그리고 유전자는 하나의 자본으로 자리매김하여,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남자들의 ‘정자’가 암시장에서 활개를 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유전자 해독 정보의 보편화가 새로운 우생학의 서막을 알리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야말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결함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소외되고 통제되는 상황은 영화만의 상상력은 분명 아닐 것이다.
한편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안다는 것은 우리 조상이 고민하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를 가져올 수도 있다. 누군가 자신의 유전자 해독 결과를 알게되는 문제는 한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곧 결함 유전자를 누가 자녀에게 전달했는가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나 이에 수반되는 비난 가능성, 그리고 그 당사자가 갖게 될 죄책감의 문제가 그러하다(183면). 개인이 자신의 게놈 정보를 알게 됨으로써 우리에게 한 가지 더 불행한 일이 추가된다면 이는 우리가 감수해야만 하는 과정일까? 또한 환자 자신의 입장에서 환자의 알권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가족 중에 누군가 힘든 질병, 그리고 오랜 기간 병원에서 고통을 받은 사람이 있었다면 환자 및 보호자의 심리적 상황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잘 알것이다. 그런데도 환자는 모든 진실을 다 알아야 할까? 아니면 어느 선까지 환자 자신에 대한 정보를 알려줘야 옳을까? 이런 끝도 없는 문제점들이 우리의 미래에 놓여있다. 걱정이 많은 나로서는 이런 우울한 상황에 보다 더 민감한 모양이다.
닉의 질병 치료를 담당했던 과학자들과 의료진들이 직면해야했던 현실적인 문제점 중 하나가 윤리적인 사항과 관련한 절차의 문제였다. 닉의 염색체 해독을 통해 병의 원인 규명과 치료까지 영역을 확대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이 과정이 ‘의료 행위’인지 아니면 ‘순수한 연구’를 위한 과정인지에 대한 논란과 이에 관련한 엄격한 규제를 눈여겨보게 된다. 과정이 순수한 연구 목적이면 무관하지만 치료라는 명목에 적용되려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 표준 게놈을 확보하여 비교하기 위해 보다 많은 사람들의 게놈 정보를 얻어야 했던 상황은 우리도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이다. 볼커 가족이 겪는 고통에 공감하며 2200명의 유전 정보와 비교할 수 있도록 허락을 해준 담당 과학자들 또한 많은 고민을 했으리라. 물론 여기에는 앞으로 개인의 유전 정보를 누가, 어떻게 관리해야하는가 하는 보다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다. 조만간 우리에게도 직면하게 될 상황인 것이다.
► 진화론과 유전체학의 접목
책을 읽어나가며 흥미를 가졌던 부분은 학창 시절에 배웠던 고전적인 진화론의 지식과 유전자 발견 이후 진화론이 어떻게 새롭게 해석되고 있는가였다. 100여 년 전 콩의 형질 유전에 관한 멘델의 연구방법을 적용한 첨단 유전체 연구 결과도 흥미로웠다. 특히 닉의 염기 서열을 해독한 후, 사람이 아닌 닭이나 초파리의 염기 서열과 비교한 부분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지구 상의 다양한 생명체는 그 모습을 달리해도 상당한 부분의 유전자를 서로 공유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특히 초파리는 사람의 유전자와 60%를 공유한다는 사실이나, 침팬지는 사람의 유전자와 99% 가까이 공유한다는 점은 통상 일어나지 않는 닉의 ‘희귀한 유전 변이’를 확인해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곧 어떤 염기 변이가 자연계에 존재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알려주는데 사용되었다. 닉의 경우, 이러한 염기 변이가 다른 어떤 종에서도 발견되지 않음을 확인해주었다는 사실은 우리가 발견했던 기존의 지식을 앞으로 어떻게 접목하고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마리를 주고, 연구자들의 직관과 안목 그리고 건설적인 토론이 중요함을 일깨워 준다.
“만약 모든 종에 걸쳐 닉의 염기 변이의 위치에서 시스테인만이 발견된다면 이는 기나긴 진화의 시간동안 시스테인이 다른 것으로 바뀌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225면) 유전자 분석 전문가인 워디의 말이다. 이 말은 인간의 유전자와 60%만 공유하는 초파리의 유전자와 비교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줄 수 있는지 시사한다. 분자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유전체 연구의 발전도 진화론의 시각에서 그리고 생리학적 시각에서, 다시말하면 보다 큰 틀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음을 가르쳐 준다. 유전자 연구는 닉의 치료과정에서처럼 그 중요성은 날로 커져가는 반면 환원주의적인 시각에 매몰될 우려도 있다. 이런 우려에 대한 보완점으로서 생리학과 진화론적 관점은 새로운 시각에서 균형잡힌 시야를 갖도록 도와줄 것이다.
► 저널리즘적인 글쓰기
이 책은 <밀워키저널센티넬>의 두 기자 마크 존슨과 케이틀린 갤러거가 5년이 넘는 기간동안 볼커 가족과 의료진 및 주변 친인척 등을 취재하고 써나간 역작이다. 어려운 생리학 및 유전학적인 지식을 배경으로 하는 닉의 치료 과정을 일반인이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쉬운 말로 풀어쓴 노력이 엿보인다. 어려운 용어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반복적으로 표현을 달리하여 설명함으로써 어려운 개념에 대해 책을 읽어나가면서 점점 익숙해지도록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명의 기자가 글을 나누어 써서 그럴까, 여러 번 같은 설명이 나오는 대목을 만나게 되면 다소 지루한 인상을 준다. 이 점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이 글은 서사적인 흡입력이 강하고, 나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붙들어 매었다. 그만큼 저자들은 논픽션 글쓰기에서 일반적인 보도 기사와 사뭇 다른 ‘스토리텔링 기법’에 숙련된 베테랑들일 것이다. 주인공인 닉과 볼커 가족이 겪는 극심한 고통과 가족 해체의 위기, 의료진 및 과학자들이 맞닥드리게 되는 문제점 및 경력의 위기와 같은 순간을 통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 다만 군데 군데 보이는 반복적인 설명은 흐름을 오히려 방해하는 요소가 되었다.
두 저자의 글쓰기를 통해 또 한 가지 배운 것은,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가치 판단을 배체하려고 노력한 점이었다. 이 책은 단순한 보도 기사와는 다른, 하나의 구체적인 스토리를 끌고나가는 글이었으므로, 객관적인 자세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데는 상당한 주의가 필요했을 것이다. 또한 두 저자는 닉의 치료과정을 따라가며 닉의 상황에 주목하고, 닉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하였고, 때로는 엄마인 애밀린의 입장에 주목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두루 살피고 있다. 이와 함께 과학자 및 의료진의 관점과 상황을 함께 기술하며, 닉을 치료하려는 과학자 및 의료진의 입장 뿐만 아니라 이들과 입장을 취한 회의적인 과학자 및 의료진의 입장도 가치판단 없이 균형있게 배치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였다.
아울러 저자의 균형잡힌 ‘보도’를 지향하는 점은 유전자 염기 해독이 가져오는 장점과 문제점을 (깊이는 제한적이지만) 골고루 언급하려는 노력이 보였다. 유전자 염기 서열의 해독으로 맞춤형 치료의 가능성을 확보하였다. 현재 미국 인구의 약 10%에 해당하는 2500만 명 - 3000만 명이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고 추산되는데, 닉의 사례는 이들에게 앞으로 큰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유전자 해독 초기에는 32억 개의 염기들 중 약 1.2%에 해당하는 엑솜(단백질 생성에 중요한 정보를 보유하는)만 분석하는 데에 수 개월이 걸리던 염기 분석 시간이 이제는 24시간으로 줄어들어 환자들은 이러한 혜택을 보다 더 빨리 받게될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 그리고 환자의 부모로서 – 애밀린의 일기쓰기
닉의 치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들은 물론 의료진과 과학자들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사람은 닉의 엄마인 애밀린이다. 그리고 애밀린의 사랑과 헌신적인 노력이 닉의 치료 과정 내내 함께 했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그녀는 의료진의 선택과, 보험문제, 자금모금, 아이와 관련 있을 법한 질병에 대한 정보 등을 수집하기도 하였으며, 아이의 치료에 손을 쓰지 못하는 의사들을 상대하고, 장례식장을 알아보라는 친척들의 권유를 무시하고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 나아가 애밀린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시선으로 인해 아이의 치료에 영향을 주지 않기를 바라며 타인의 비난과 눈길을 무릅쓰고 성형수술까지 감행하는 용감한 여인이었다.
무엇보다 나의 주목을 끌었던 것은, 부모로서 손을 쓰지도 못하고, 고통받는 아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고통을 감내하며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기도하고, 온라인에 일기를 쓰던 모습이었다. 고통스러워서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며 힘들어하던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애밀린은 자신의 일기장에 ‘신은 언제나 옳다’라고 적었던 어머니였다. 힘들고 지쳐있었지만, 그녀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는 점이 무엇보다 놀라웠다. ‘대체로 비관적’인 나로서는 애밀린이 가질 수 있는 한계란 과연 어디까지 였을지 놀랍기만 했다. 결국 어머니는 강했다. 하지만 애밀린을 ‘버티도록’ 해준 것은 그녀의 일기쓰기도 한 몫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통과 번민, 공포, 슬픔을 모두 일기장에 담아내는 행위는 한 어머니를 더욱 강하게 지탱해준 근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글쓰기의 힘을 다시금 주목해본다.
► 결론
처음 서두의 감수사를 읽을 때 품었던 궁금증인 ‘닉의 치료 결과는 어떻게 되었고, 그 후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하는 의문은 해소되었다. 닉이 골수이식을 통해 치료를 받고 나서 여러 작은 문제점들을 겪기는 했으나, 2015년 10월 26일 기준[초판(271면)에는 2016년 10월 26일로 나와있다. 아직 3주 앞의 미래이다!]으로 만 10세가 되었다고 한다. 저널리스트인 두 저자의 흡인력있는 글쓰기를 통해 어려운 유전체 의학의 위치와 가능성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많은 의료진과 과학자들이 모여 하나의 공통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간 사례는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 한편 희귀질병을 접하게되는 의사들은 언제나 좌절과 함께 겸손함을 배운다는 말을 기억한다. 무엇보다 건조해보이는 과학계의 일화에서 사람에 대한 신뢰와 따뜻한 인간애마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아울러 유전자 염기 해독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도 언젠가는 직면하게 될 여러 문제들(윤리적인 문제, 법 및 절차상의 문제) 또한 다시금 살펴보게 된 시간이었다.
(참고)
► 번역에 관한 잡생각
1. 우선 역자가 4명이나 되는데, 감수사는 있어도 역자의 말이 없다. 심지어 대표 역자의 말도 없는 점이 독자로선 아쉽다. 물론 서구에서는 역자의 말이 없는 것이 일반적이라고는 하지만,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번역 문화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말로 번역되는 책에 역자의 말이 없는 책에는 왠지 모르게 호감이 잘 가지 않는다. 한편 군데 군데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는 문체는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분명 느낄 수 있어 다소 아쉬웠다. 이 정도 분량과 잘 읽히는 텍스트라면 한 명이 일관되게 했으면 어땠을까.
2. 닉의 어머니인 애밀린의 가족과 종교 배경이 나오는 대목이 있다. 필리핀계 아버지와 프랑스계 미국인 어머니로부터 태어난 애밀린은 필리핀과 프랑스 모두 카톨릭 국가라는 공통점으로 미루어, 애밀린도 카톨릭 신앙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아들의 이름인 니콜라스가 아이들의 수호 성인의 이름이라 더욱 맘에 들어 했다는 대목만 보아도 닉의 가족은 카톨릭을 믿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66면에 교회의 ‘목사’라고 번역하기 보다는 ‘사제’로 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애밀린이 기도하는 대목이나 성경구절을 인용한 대목에서도 단순히 God을 신이라고 일괄적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하느님’이라고 번역해도 좋았을 것 같다.
3. 용어선택에 대한 제안 – (168면) ‘정부와 사립’이라고 한 대목보다는 ‘정부와 민간’이라고 하는 것이 좀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4. 사람의 이름을 읽는 법 – Michael Stephens(123면)를 역자는 ‘마이클 스테픈스’라고 표현했다. 만약 그렇게 읽는다고 하면, 작가 Stephen King도 스테픈 킹으로 번역해야할텐데, 보다 많은 책과 역자들이 ‘스티븐 킹’으로 번역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관례’에 따라 ‘마이클 스티븐스’라고 하는 것이 좀더 자연스러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