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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무속인의 삶..
"잘못된 무속인의 삶.." 내용보기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에 대한 얘기를 학문적 관점에서 서술하는 작업은 어찌 보면 고생스럽고 지난한 작업인지도 모른다. 인터뷰 대상들이 한 곳에 몰려 있는 것도 아니고 전국을 떠돌며 갖가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텐데 그럼에도 진실한 인터뷰를 따온다는 것도 무척 힘든 일일 것이다. 무속의 원초적인 내면세계와 그들의 접신 과정을 통해 특이한 한국적 샤머니즘에 접근한
"잘못된 무속인의 삶.." 내용보기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에 대한 얘기를 학문적 관점에서 서술하는 작업은 어찌 보면 고생스럽고 지난한 작업인지도 모른다. 인터뷰 대상들이 한 곳에 몰려 있는 것도 아니고 전국을 떠돌며 갖가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텐데 그럼에도 진실한 인터뷰를 따온다는 것도 무척 힘든 일일 것이다.

무속의 원초적인 내면세계와 그들의 접신 과정을 통해 특이한 한국적 샤머니즘에 접근한다는 것은 전문학자가 아니고선 엄두도 못 낼 일이며 또 이런 대상들에 대한 확대된 저술 작업도 저자인 서정범 교수의 열정이 아니고선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여러 상황과 업적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비판을 면할 수 없는 중대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입으로 그린 꽃”을 예로 들어보자.

‘입으로 그린 꽃’은 천존이라는 부부 무속인의 여러 확인할 수 없는 신이한 능력에 대해 장황하게 서술하고 있는 홍보형태의 광고지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이렇게 까지 객관적이지 못한 상황과 결과를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소개할 필요가 있을까? 이 부부 무속인의 치료능력은 과히 신과 같은 초능력인데 믿을 수 없는 일을 믿게끔 써 놓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나는 한때 이 글을 진실로 믿고 부부무속인이 전국에 지부를 두고 운영한다는 “천존의 집”을 찾아갔는데 이곳은 당시로선(1990년대 초반) 대단히 큰 전국조직을 가지고 있었다. 흡사 종교단체를 방불케 했는데 외양은 단전호흡에 관한 수련장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당시 나는 중국기공이나 한국 단학에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였고 혼자서 수련하다가 의문이 생기면 각종 관련서적을 참고했고 전문단체에 가서 지도도 받아보았지만 그렇게 탁월한 진전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출판사를 통해 “천존의 집”을 찾아갔을 때는 “천존회” 무슨무슨 지부라는 형식으로 되어 있었는데 결국은 종교단체(관련정부기관으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은 종교단체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였다. 조상에 대한 제사를 지내야 한다느니, 산신제를 지내러 산에 가야한다느니... 무속신앙이 결국 이런 것으로 변질되는 것을 현장에서 목격한 셈이었는데... 나처럼 이 책을 보고 찾아 온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은 수련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 후 강원도 홍천에 있는 그들의 성지(총본부 격이다), 대라천궁을 방문한 일이 있는데 전국에서 모인 많은 사람들이 부부교주(그때는 이미 종교의 외양적 형식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단체로 기(氣)를 받고 있었다. 또한 거기에 상응하는 금액을 헌금이라는 형식으로 바쳤었는데 어디 지방에서 온 누구가 얼마를 성지에 올렸다는 내용을 계속 당사자들을 호명해가면서 발표하는 장면을 나는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어느 미혼 여성은 마산의 한 방직공장에서 십여 년 넘게 일해서 모은 몇 천 만원을 내 놓기도 했었다. 나도 당시 지부장으로부터 조상천도를 하지 않는다면 여기 와서 호흡 수련을 하는 행위가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조상천도의식을 갖자는 반강제적인 상담을 여러 차례 받기도 했다. 결국 당시 돈으로 200만원 정도를 무슨 조상 천도 형식으로 내 놓았었는데 별 효험도 없었다. 행사를 마친 후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나는 곰곰 생각했다. 이 곳이 혹시 사이비 종교 단체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는 대라천궁을 갖다오고 나서 바로 그 단체에 나가지 않았다. 그 후 천존회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조사가 이루어졌고 이들 부부무속인과 고위관련자는 모두 구속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어 검찰에서 발표된 내용을 들어보면 이 부부무속인이 수많은 사람을 상대로 엄청난 돈을 성전에 헌납한다는 구실로 받아 챙긴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각종 부동산 사기와 병원건설을 미끼로 한 수십억 갈취, 신도 1500여명을 동원해서 맞보증을 시키고 300억원의 불법대출을 받은 혐의, 종말론 유포, 기치료를 빙자한 각종 헌금유도 등등... 이로 인한 이혼, 가출, 가정 파괴, 구속, 죄없는 사람들의 자살, 직장에서 강제퇴직 당하는 사태까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신도들은 받았던 것이다. 결국 이들 관련자는 대법원까지 상고했지만 확정판결을 받고 서울고법에서 징역 3년형에서 8년형까지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대상이나 단체, 혹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에 대해 소개 글을 쓴다면 그것은 학술적인 형식이든 대중적인 스토리든 관계없이 신중하고 합리적이며 객관적인 자세에서 기술되어야만 한다. 이 책처럼 마치 무슨 대단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듯 서술한다면 대중들 중에는 현혹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처럼 저명한 대학교수가 소개하는 책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년 전에 TV에서 저자가 수맥전문가로 나와 좋지 못한 기를 방출하는 장소를 찾는답시고 폐가나 폐건물 여기저기를 쑤시고 다니며 스텐레스 계통의 반짝거리는 물건을 들이대는 장면을 봤는데 아직도 저런 일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무속인들의 특이한 샤머니즘이나 학술적, 영화적, 소설적 이용가치에 관심 있는 사람 외에 일반인들은 볼 필요도 없는 책이다. 이런 책의 서술내용을 믿고 현혹된다면 이는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많이 배우고 사회적 지위도 높은, 더더욱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인사들은 대중들을 대상으로 저술활동을 할 때는 판단선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내용들에 대해 신중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