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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나이를 먹는 설날도 지나고. 슬슬 세월의 압박을 느껴가는 시기에 영화를 보았다. 옛날(이라고 해봤자 영화가 2007년 개봉이니 사실 옛날도 아니다만)에는 영화의 주인공, 정완과 희수와 나 사이의 나이차가 참 크다고 생각했었다. 오늘 영화를 보며 생각 외로 나와 멀지 않다는 걸 알고 사실 살짝 충격ㅋ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내 주위의 33살과 영화 속의 33살의 모습이 너무 다른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두 부분으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싶다.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희수(이태란)이 이혼을 하는 순간을 기점으로 해서.
앞부분은 휴.. 한숨만 나온다. 솔직히 난 앞부분을 보며 이 영화가 여성을 그리고 있지만 분명 감독은 남성이리란 확신을 가졌다. 내 추측이 확실하리라는 회심의 미소를 짓기 위해 검색을 하다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이 감독님이 여성인 것은 물론, 다름아닌 임수정, 김래원 주연의 영화 <ing>의 그 감독님시라는 게 아닌가. 내가 너무 너무 사랑하고 아끼던 그 영화. 뒤늦게야 본 탓에 dvd를 소장하고 싶어 온갖 곳을 모두 뒤졌지만 구할 수 없었던 바로 그 영화. 보고 보고 또 보고 좋아하고 또 좋아했던 너무나 순수하고 사랑스럽고 연약해보이나 강하던 그 아름다운 영화의 감독님이 이 영화의 감독님이라니.. 그런데 이토록 다를 수 있다니.. 이렇게 날 실망시키다니..하고.
글쎄 전반부.. 전반부에서는 주로 주인공들의 멋지고 쿨한 도시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데 치중되었던 것 같다. 한마디로 쿨하다. 멋지다. 고층 빌딩, 런닝 머신, 와인 바, 스쿠터, 커리어 우먼. 현대를 사는 도시 여성의 로망이라 할 만한 소재들이 아닐까? 그래서 초반부 내내 섹스 앤 시티가 생각나기도 했다. 노골적인 노출이나 그..장면들도 그렇고.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메세지가 서서히 귀에 들어오고 감독이 여성이라는 게 드디어 믿어지기 시작한 것은 후반부부터였다. 후반부는 꽤 마음에 들었다. 결말 부분에 가서 감독이 정말 말하고 싶었던 건 뭐였을까 잠시 혼란이 오기도 했지만, 두 번이나 선명하게 들리는 "현실을 직시해."라는 대사처럼, 쿨하고 싶지만 쿨할 수 없는 주인공들ㅡ"여성"ㅡ의 모습에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고 공감이 되기도 하고.
하지만 그럼에도 100% 공감할 수 없고 이 영화를 지지할 수 없는건, 앞부분이 너무..뭐랄까.. 너무.. 깨끗하지 못하게 그려졌달까.
"믿을 만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믿어지게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라는 말을 어디서 들었던가. 뒷부분의 메세지가 받아들여지고 믿어지기에는 앞부분에서 주었던 거부감이 너어무 컸다. 주인공들이 하는 행동들은 모두 '불륜' '죄'로밖에 느껴지지 않았고 공감이나 연민의 감정보다는 .. 지저분하달까 ㅜㅜ 그런 감정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ㅜㅜ 섹스신때문인지 비단 그것때문만은 아닌것같은데 표현 능력 문제인건가 아무튼 .. 명품을 밝히는 모습들도 정말 너무 보기 싫었고 특히 주인공 둘이서 이상한 비디오를 보는 장면, 진짜 진짜 싫었다. 일부러 그렇게 그린 건지, 쿨한척 하려 노력하는 그녀들의 모습들도 정말 너무 보기 그랬다.. 오로지 거부감 거부감만 느껴졌을 뿐. 난 '된장녀'라는 단어를 진짜 싫어하는데, 영화를 보며 된장녀 운운하며 씹어대는 사람들이 공감이 되었달까 그랬다 ㅜㅜ 너무 멋을 부리려다 현실성이 떨어진것 같기도 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그런 꺼림칙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게 감독의 의도였는지 아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앞부분에서 든 거부감이 좀 적었다면 뒷부분에 펼쳐지는 그녀들의 사연, 그리고 그녀들이 부딪히게 되는 현실을 보며 좀 더 공감하고 마음 아파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부분 정말 너무 싫었다 너무ㅜㅜ
그리구 말 나온 김에 포스터에 마르코 .. 포스터에 나오기에는 비중이 촘 작았던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뭔가 마르코의 이야기를 하려다 만 것 같은 기분.
암튼 과거나 지금이나 여성의 삶은 정완의 말대로 "남자가 더 유리한 세상"에서 고달픈 게 사실이고 (남자의 삶은 고달프지 않다 뭐 이런 말이 아님) 그녀들의 공항에서의 마지막 모습은 또 감독의 의도이건 아니건 상당히 씁쓸해보였던 것도 사실이고. 결론적으로 멋진 겉모습에 비해 전하는 메세지도 전달 방식도 씁쓸한 영화였다. 메세지가 씁쓸했던 거야 현실이 그러니 어쩔수 있겠느냐만은 전달 방식이 씁쓸했던 것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네요..
사족이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영화를 보고 난 뒤에 글을 쓰노라면 늘, 뭐랄까. 무언가 손목을 누르는 느낌이 든달까 그렇다. 영화를 만들어보지도 않았고, 영화 한 편을 위해 얼마나 많은 눈물과 노고와 마음이 들어가는지도 모르는 주제에 함부로 남의 작품에 이런 말들을 내뱉어도 되는 걸까, 하고. 그런 찜찜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영화가 이랬네 저랬네 글은 계속 쓰고. 그래 뭐 그런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