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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지만 겉멋이 잔뜩 들어 있는...
"치열하지만 겉멋이 잔뜩 들어 있는..." 내용보기
『플리머스에서의 즐거운 건맨생활』이라는 재미난 제목의 소설로 99년이던가 민음사의 을 수상했던 작가의 장편 소설. 그 사이 단편집도 한 권 낸 것 같은데, 그것은 읽어보지 못했다. 어쨌든 소재의 특이성과 유쾌함, 하지만 문제의식의 애매모호함이라는 장단점을 한꺼번에 생각하게 했던 작가로 기억된다. 이번 소설은 그와는 전혀 다른 소재, 그러니까 여타 젊은 작가들이
"치열하지만 겉멋이 잔뜩 들어 있는..." 내용보기
『플리머스에서의 즐거운 건맨생활』이라는 재미난 제목의 소설로 99년이던가 민음사의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던 작가의 장편 소설. 그 사이 단편집도 한 권 낸 것 같은데, 그것은 읽어보지 못했다. 어쨌든 소재의 특이성과 유쾌함, 하지만 문제의식의 애매모호함이라는 장단점을 한꺼번에 생각하게 했던 작가로 기억된다. 이번 소설은 그와는 전혀 다른 소재, 그러니까 여타 젊은 작가들이 누구나 한번쯤은 쓰는 모던한(약간의 시니컬한 감상, 예측불허의 남녀, 그 과감함이 오히려 순진해 보이는 섹스 등의 특징을 지니는) 사랑을 다루고 있다. 소설의 무대는 어느 지방 도시(대충 경북의 대학이 밀집한 대도시 즈음)이고, 주인공들은 대학가 주변에서 잠시 정착한 이방인처럼(대개의 대학가란 곳이 어쩌면 이방인의 잠깐 정착지 아닐까) 살아가는 대학생인 민혁과 아르바이트하는 휴학생인 은희(샤넬), 그리고 은희의 친구이자 낙태와 함께 그 대가로 카페를 갖게 된 미영(티파니)이다. 어쩌면 그 곳에서 작가 자신이 대학을 다녔을 것으로 짐작이 되고, 따라서 소설은 대충 작가의 자전적 사랑 이야기쯤 될 것 같다. 사진을 찍는, 마조히스트인 목사 아버지를 두었던 은희/샤넬을 사랑했고, 하지만 그 시절의 사랑들 대개가 그렇듯 보기 좋게 꽃피울 수는 없었던, 그런 사랑...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조금은 가슴 아픈 대목들도, 그리고 아슬아슬한 표현들도 있음으로해서 구색은 갖추고 있는 소설인데, 그렇다고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두 주인공의 뿌리, 그리고 그 뿌리로 인한 현재라는 결과의 연계가 뚜렷하지 못하고, 완성 불가능의 사랑이라는 애석함의 조장도 조금은 싱거워 보인다. 젊은 시절의 방황이라고 하기에는 덜 치열하고, 언제나 그렇듯 겉멋은 겉멋으로만 남는다. 아쉽지만, 어차피 지나간 사랑은 아쉬운 법 아닌가, 라고 스스로를 위무한다. 그래도 옛사랑 떠오르게 만들어주지는 않았는가,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침대맡에 이 소설을 두고, 어지간히도 곤하게 낮잠을 자는 중간 대학시절 첫사랑의 전화를 받았다. 사소한 안부 전화일 수도 있고, 남편과의 다툼 끝에 처진 마음 추스리고자 한 전화일 수도 있고, 자라나는 아이와 관계된 하소연을 늘어놓고자 한 전화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졸리니까 잠깨면 걸겠다고 하고서는 끊어버린 후 재통화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소설을 정리하다가 갑자기 그 생각이 나버렸다. 그런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을 잠시 까먹은 것이다. 첫사랑에게 미안해진다. 언젠가는 그 사랑을 소설로 쓸 수 있겠지, 그리고 그때 이것도 용서받아야겠지, 라고 생각해버린다. 처량한 새벽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06.05.2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