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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길을 가다 사소한 장면에 발을 잠깐 멈추곤 했다. 아주 잠깐이지만 그 장면에서 생각이 자라나 뻗어나가려 할 때, 고개를 돌리고 가던 길을 가곤 했다. 어떤 기억은 아무일도 아닌, 큰 의미도 없어보이는데 기억의 서랍에 위쪽에 자리잡아 쉽게 떠오르곤 했다. 의미없다 생각했지만 사실 의미가 있는건가? 상충되는 생각을 번갈아하며 헷갈려 했다. 길 위의 카네기홀 이야기를 읽곤, 그 길을 지나다 장면만 단편적으로 봤으면 의미없다 느꼈을텐데 그의 이야기를 쭉 읽고 나니 너무 슬프면서도 기쁘고 다행이고 소중한 이야기였다. 그런 이야기들이 세상엔 얼마나 많을까?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자주 생각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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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은 흔히 떠올리는 사회학 책과는 많이 다르다. 통계나 이론으로 사회를 설명하기보다 사람들의 삶에서 흘러나온 작은 이야기와 기억, 말의 조각을 통해 사회를 바라본다. 그래서 학술서라기보다 사회학적 시선을 가진 에세이에 가깝게 읽힌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을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로 정리하려 하지 않는 태도였다. 실제 우리의 삶도 언제나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는 않는다. 우연한 만남과 선택, 실패와 기억, 의미 없어 보이는 순간들이 뒤섞여 지금의 자신을 만든다. 저자는 바로 그런 단편들을 억지로 하나의 원인이나 구조로 환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오키나와인, 재일 코리안, 장애인, 이주민 등 사회에서 쉽게 이름 붙여지고 분류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도 인상 깊다. 그들을 단순히 ‘소수자’라는 범주로 설명하거나 대상화하지 않고 한 사람의 구체적인 삶과 목소리로 보여준다. 사회학에서 사람을 분석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때 놓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특히 ‘평범함’에 대한 이야기가 오래 남았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설명해야 하지만 어떤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 우리가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상태 자체가 사실은 사회적 조건과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거대한 이론이나 완결된 설명만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누군가가 무심코 들려준 짧은 이야기 하나가 사회의 모습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사람의 삶을 너무 쉽게 판단하거나 하나의 틀로 설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조용히 일깨워주는 책이다. 사회학이 결국 사람의 삶을 이해하려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 좋은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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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림이 아닌 다르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수많은 미련과 미안함이 있어야한다는 걸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세상에서 나와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받아들이는데 있어 저자도 독자도 그저 공들이는 세월과 노력이 필요하다는걸 알려주는 책이였네요^^ (더불어 일본이라는 사회의 다양성과 개방성을 엿볼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