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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해도 너무 한 것 아닌가. 아 머리야.
3년 전에 크리스토퍼 놀런의 <조커正傳>이 개봉하였을 무렵, 어떤 사람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영화는 기승전결이 아닌, 절정-절정-절정-절정-대단원으로 이루어진 구성이었다.' 그리 숨가쁘게, 그러나 이유 있게 독자를 이리 몰고 저리 휘두르는 솜씨란 비단 대중이 볼 거 못 볼 거 다 구경하여 닿고 닳아진 세기말, 천년기초에 비로소 등장한 것은 아니었다. 이 이야기를 내가 너무 자주 되풀이하는 감이 없지 않으나, 이미 백여년 전 인류 문화, 아니 문명은 엔터테인먼트 리터러쳐 부문에서 분수에 과한 재보를 이미 품었던 셈이었다. 아, 물론 무려 레종도뇌르 수훈자인 무슈 르블랑을 고작 대중작가로 폄하하는 건 아니며, 다만 내 들뜬 기분이 그저 선의의 관람자들께 행여 오도된 지식을 전달하는 결과를 빚는 걸 피하고자 애써 절제된 평가를 하는 중일 뿐이다.
야오이물이라고 한 것은, 일부 분들이 즐긴다고 하는1) 그 BL물(소위)과 비교한 건 물론 아니다. 다만 주인공의 캐릭터상, 활약상의 비현실성이 이 정도면 정말정말 너무한 것 아닌가, 아, 정말 그런 생각에 호흡이 좀 곤란해져서 내뱉은 말일 뿐이다. <813>에서 뤼팽이 빌헬름 2세를 무슈 호엔촐레른이라고 부르는 장면이 과연 있었는지 집에 가서 복습을 좀 해봐야겠다(꼼꼼하게도 역주를 달아 놓으시는 성귀수 역자께서는 이런 건 그냥 상식이지 설명 따위를 뭐하러 하느냐는 듯 노코멘트다. 이런 대가의 솜씨는 설사 침묵과 생략만 있는 대목마저도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셈이다. 으, 기막혀).
분명, 해도 너무하는 필치로 이 두꺼운 분량(까치판 뤼팽 시리즈 중 세번째로 두껍다. 황금가지판은 두 권인 걸로 안다)을, <다빈치코드>의 허무맹랑함과 <뮌히하우젠 남작>의 대놓고 허풍식의 유머로 가득가득 잘도 채우고 있지만, 맨 마지막 대목 '그저 웃음이 필요한 시점인 줄 안다'에서 작가의 기실 진지한 속뜻을 캐치하고 마음이 풀려, 빼려던 별 한 개를 마저 채운다. 대전 말엽 프랑스가 많이 고생하던 시기, 임란 후의 우리가 대리만족 역사대체물을 갖고 상처받은 자존을 위로하듯 그들에게도 그런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물론 단점보다는 장점이 압도적으로 많기에 이런 말은 다 부질없는 사족객설에 불과하다. 성귀수 선생의 번역은 무려 뤼팽만큼 좋다. 성 선생님, 진심 존경합니다.
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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