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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 해마다 노벨상을 시상할때쯤 되면 한번씩 거론되는 이름. 너무도 유명하고 많이 알고있는듯한 시인이지만, 솔직히 나는 고은의 시는 잘 모른다. 그래서, 이 책 제목도 약간 어려운듯 보이고, 어떤 책일까, 궁금했다. 시집같기도, 시화집같기도 하고, 에세이집같기도 하고.. 책을 받아 펼쳐보니 여러 개념들이 춤을 춘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단어들을 시인의 개념으로 용어풀이해놓은듯한 느낌. 그냥 사전적인 뜻이 아니라 시인의 견해가 많이 들어간 개념이라 뭔가가 더 어렵고 난해한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몇번을 곱씹어 봐야할것같은 생각이 든다. 아마도, 고은의 시세계나 평소의 성향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 이해가 쉬울것같은 생각이 든다. 개념의 숲에서 한참을 헤맨듯한 느낌이랄까.. 가끔씩 공감이 가는 글귀를 발견할때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림들..단순하면서도 역동적인 느낌이 들어 그림들도 찬찬히 즐기면서 보면 좋을듯하다. 뒤의 에세이 들어가니 더 어려워진다. 점점 개념이 확장되어가는 글속에서 무엇을 말하는지 약간 더 헤매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어렵지만, 몇번 더 읽고 생각을 해보다보면 나 스스로 나만의 개념을 세울수 있을지 누가 알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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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선생의 서화집 《개념의 숲》은 인문학적 아포리즘과 철학적 에세이, 그리고 상징적인 아크릴 그림으로 이루어진 마치 한 권의 상징어사전 같다. 책표지의 그림은 〈인내〉, 거친 풍파에도 질기고 강건하게 살아온 민족시인의 기백과 열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붉은 피 끓는 시인의 개념나무는 리좀 같은 혈맥을 얼퀴설퀴 드러내며 광풍의 매서움과 어둠의 폭력에 항거하고 있다. 위태하나 잘 버티고 있는 형세다. 동틀녁이면 곧 잠잠해지리라.
아포리즘은 저자가 날마다 주시하는 마음의 북극성 「시」에서 출발하여 금기시되는 시인의 재주 「투시」로 마무리된다. 여기 낭만시인이 내던진 단상의 씨앗은 개념의 싹을 돋우고 인문의 나무로 성장하여 악의 꽃을 피우고 인식의 결실을 맺는다. 그리고 다른 나무와의 연대와 소통을 통해 공동체의 꿈을 구상한다. 그러나 시인은 경계의 말 또한 잊지 않는다. 「공동체의 꿈 없이는 현세는 절망이다. 그러나 수많은 공동체의 이론들을 경계하라. 또한 그 이론들이 잠드는 것도 경계하라.」 고은의 아포리즘은 허무주의를 극복한 아나키즘과 화엄사상을 양분으로 삼아 자라난다.
책 속의 아크릴 그림은 여러 개념어들과 호응하며 책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모던하고 강렬하게 부각시킨다. 내가 보기에 고은 선생의 사상과 주제를 압축적으로 나타내는 그림은 〈불나무〉와 〈환희〉, 그리고 〈달의 춤〉이다. 그러나 내가 오래도록 응시했던 재미난 그림은 〈그녀〉이다. 보기에 따라 단발머리 소녀 같기도 하고, 상심해 울고 있는 아가씨 같기도 하다. 삼총사에 나오는 기사를 닮은 것도 같고, 앉아서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강아지를 닮은 것도 같다. 여러분 눈앞엔 뭐가 보이는가.
「지평선」이란 타이틀을 단 철학적 에세이는 자연과 문명, 생명과 사멸, 스승과 제자, 낭만과 잡초, 나무와 책, 고독과 무한 등을 두서없이 말하고 있다. 「두서없이」말하는 방식이, 여기저기 꼬리를 무는 방식의 글쓰기가 이 에세이의 필법이다. 오해가 없길 바란다. 「거침」도 붓을 부리는 기교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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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중산층 독자들에게 고은의 「개념의 숲」을 읽고 “언어(말)는 자연의 가시적인 형상들과 비교적 언설(秘敎的 言說)의 비밀스러운 적합관계들 사이에 어중간하게 서 있다.”(미셸 푸코, 이광래 역, 말과 사물, 서울:민음사, 1987. 62 쪽)“언어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고 약속도 없이 계속 번식할 수밖에 없다. 문학의 텍스트가 날마다 추적하는 것은 이 공허하지만 근본적인 공간의 행정이다.” (같은 책, 73쪽) 박정희의 통치와 권위주의 문화가 득세했던 1970년대. 이때는 말이 죽어버린 시기이기도 했다. 정치권력이 사람들의 삶의 영역들을 지나치게 통제하고 억압하고 있었고, 사람들의 입에 재갈을 물려버렸기 때문이다. 말이 제 역할을 못하고, 사물들의 형상을 제대로 그려내기 어려워 신음하고 있었다. 이 야만적인 틀을 깨버리려던 문학인들은 ‘죽어버린’ 말들을 살려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들 가운데 고은이 있었다. 나는, 그가 ‘사랑’이라는 말을 수렁에서 구해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른바 70년대는 비정치적이고 감각적인 수필이나 에세이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때이기도 했다. 그러기에 고은 같은 시인들의 움직임은 말의 고통을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이었다. “그러므로 암수컷의 그것이든 민족의 사랑이든 세계사 전체에 대한 사랑이든 그것은 목숨을 건 사람들에게만 뜻이 되는 사랑이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고은, 사랑을 위하여, 서울:전예원, 17쪽) “불교가 세속을 떠나서, 현실을 떠나서, 승려사회를 이루고 거기서 날마다 나무잎새나 산이나 바라보며 밤마다 물소리나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수행(修行)을 하는 승려사회로 닫혀 있을 때, 그런 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불쌍한 중생, 고달픈 현실의 사람들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이 더욱 큰일입니다.”(위의 책, 201쪽) 나는 시를 잘 알지 못한다. 그가 노벨문학상 후보로까지 성공한 시인인지, 그리고 그의 시가 문학적으로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도 나는 잘 모른다. 그의 삶과 글이 거리가 멀지 않다는 걸, 그의 말과 그의 말이 기술하는 사물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걸 나는 높이 산다. 내가 그의 시보다는 산문들에 더 매력을 느껴온 이유도 그 때문이다. 몇 년 전 프랑스의 어떤 출판사가 세계의 지식인 20여명에게 지정해 풀이를 요청했다는 250여 개의 개념들을 고은은 「개념의 숲」에 거침없이 풀어놓았다. 이 책을 통해 나는, 그가 여전히 민족과 세계사 전체에 대해 애착하고 보듬고 사랑하려 하고 있음을 보았다. 이 책을 보며, 우리 시대 역시 말이 사물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나는 깨닫게 되었다. 그가 건져 올린 말들로 이뤄진 개념 풀이를 통하여 우리의 삶과 연관될 수밖에 없는 사물들과 나의 삶을 다시 한 번 깊이 돌아볼 기회를 나는 가졌다. 「사랑을 위하여」가 나온 지 30년 이 흘렀다. 고은은 이제 무어라고 사랑을 이야기할까. “소유에의 장님. 헌신에의 장님. 이 두 장님만이 사랑을 완성한다.”(24쪽) “이 가족의 의미가 21세기에는 사라져 간다. 한 번쯤 그래야 한다.”(14쪽) 그의 사랑 이해는 ‘암수컷의 그것’보다 훨씬 크고 너른 개념임을 다시 확인하여 주고 있다. 그는, 민족과 세계사를 애착하는 사람답게 서구 중심의 문명, 국가, 현대의 자본과 자본주의, 민주주의, 매체와 인터넷을 강하게 비판하는 말들을 이 책에 실었다. “서구중심사관은 이제 끝내야 한다.”(94 쪽) “국가-국가는 얼마나 국가의 범죄와 탐욕을 쌓아가는가.”(88쪽) “화폐-화폐는 인간적이다. 증권은 비인간적이다.”(79쪽) “세계의 모든 가치가 가격으로 환치되고 그 가치의 본질이 변질되는 경제 이데올로기는 지난 세기가 전쟁과 이념의 폭력으로 차 있던 야만의 시대라고 정의된 것 이상으로 더 야만의 연대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232) “민주주의는 어느 시기까지만 세계 공화국들의 형식일 것이다.(68쪽) “전제주의-현대의 자본과 매체, 인터넷이 이미 전제주의를 표방한다.(72쪽) 이런 비판과는 달리 생태공동체와 사회주의, 공산주의, 소수자에 대해서 고은은 몹시 애착하고 있는 것도 보인다. “짐승들의 존엄./미생물들의 존엄과 함께/ 인간의 존엄이 성립된다.”(72쪽) “역사는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이 그것이다.”(191쪽) “자연은 인간의 상대 가치가 아니다. 자연이 인간의 범주 안의 이분법에 해당한다는 논리야말로 근대의 미혹(迷惑)이다.”(192쪽) “마이너리티-소수민족의 비애가 있는 한 세계는 비애의 행성이다.”(78쪽) “공산주의-인류의 꿈이다.(중략). 25세기 그 시대에는 단계적으로 실현되리라.”(57쪽) “사회주의-여전히 내일을 꿈꾼다.”(146쪽) “아나키즘-여기 이데올로기가 있다! 생태공동체 이데올로기가.”(22쪽) “나의 세계관은 세계 각 지역의 언어 몇 천만 종種이 아직 남아있다는 사실에 관련된다.”(82 쪽) ‘종種-지구의 멸망은 종種의 멸망으로 진행된다.“(109 쪽) 그의 시론, 예술론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추(醜)에 대한 그의 관심, 고뇌라는 산고의 과정을 통해 낳게 되는 옥동자라고 한다면 지나치게 그의 생각과 멀어지는 것일까. 그는 미의 개념에 醜의 얘기를 덧붙인다. 그의 문학에서 리얼리티와 현실은 결코 생략할 수 없는 개념이자 숙제다. “그러나 미에 대한 추醜에 미는 무력하다. 아, 슬픈 미!”(26쪽) “리얼리티-비유에서 어서 돌아오라./허구에서 어서 돌아오라./ 영광스런 성역(聖域)에서 어서 돌아오라.// 여기 진흙탕에 묻힌 네 어미의 해골이 있다.”(134쪽) “현실-모순과 갈등의 구조물. 이 구조물 이외에는 내가 살 곳이 없다.”(134) “시는 나에게 길을 걸어가는 자이게 한다.”(10쪽) 그의 이성 비판은 이성과 그 가치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한다. 그의 이성 비판은 그가 "근대를 재근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서 그리 멀지 않다. 그는 결코 이성의 가치와 효용을 부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것이 어찌하여 제 기능을 못하는가를 다만 지적하려는 것이다. 우리 시대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중산층의 멋부리는 생각과 삶이 그의 비판의 대상이다. “아, 20 세기 중산층적 이성이여! 가장 경멸할 대상이여! 오도 가도 못하는 그 중산층이야말로 유토피아의 적이다.”(133 쪽) 고은에게 과학·기술 비판은 자못 흥미롭다. 이는 이성에 대한 그의 비판과 그 맥을 같이 한다 할 것이다. 과학적이지 못한 현실 인식에서 문학이 현실 또는 사람들의 삶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화학적이기보다 물리적일 것” (105) “나는 과학이 생태 환경의 생명을 해치는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학은 오히려 더 필요하다. 과학의 과학 말이다.”(144쪽) 모든 인문(人文)들이여, 기술을 멸시하지 말라. 그대들이 기술을 멸시한 벌을 지금 받기 시작하지 않느냐. (170쪽) 고은은 우리 시대, 이른바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 좇아가는 가치와 삶의 방식에 대해서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이 책은 우리에게 전해준다. 투기와 돈놀이의 매력에 빠져 부를 축적하고 노동을 우습게 여기는 우리 시대 풍속을 그는 여기서 생략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 인간의 조건으로서의 노동(175쪽)”이라고 썼을 것이다. 우리 시대 하나의 경향처럼 흐르고 있는 ‘생명주의’에 ‘평등’이라는 방점을 덧붙여 놓은 것도(182 쪽) 고은다운 발상이다. 우리 시대 생명에 대한 관심이 생명들의 열악한 ‘현실’을 오히려 오도하고 덮어버리는 관제 이데올로기로 전락하여서는 안 된다는 경고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개념 풀이들은 우리에게 말이 그 생명을 찾도록 부추긴다. 그 말들은 우리가 감추고 싶은 치부들을 헤집고 나아간다. 그의 생명력 있는 말들이 우리의 위장술을 여지없이 깨부수고 우리의 부끄러운 속살들이 드러나게 한다. 노동으로 땀을 흘리기보다는 자본의 흐름에 의지와 몸을 맡기고 적당히 즐기고 살아보려는 우리 시대 ‘자기중심’의 중산층 독자들에게 고은은 말을 걸어온다. 긴 여운을 남긴다. 나는 누구인가? “강가에 서 있을 때 강 건너 저쪽은 나의 대상이고, 강 건너 풍경에 의해서 나는 대상으로 전락轉落한다. 나는 대상이 되어가는 존재일 뿐이다.”(92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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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이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그 이름은, 시를 모르는 내게도 무척 익숙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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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이 시간에 쫓긴다. 하루하루로부터 의미를 발견해야 하지만, 눈을 떠 다시 눈을 감기까지의 시간은 너무나 짧다. 모든 개념을 놓아버린 건 당연한 처사였다. 그러잖아도 경쟁에 치이기에, 많은 것을 생각할수록 정체하게 되고 이는 곧 도태와도 같이 여겨졌다. 수많은 개념들을 난 과연 내 언어로 표현할 수 있긴 할까. 결국 세상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 해석하는 자에 따라 각기 다른 의미를 갖는 법이거늘 내겐 지금까지 세상이 아무런 색도 띠지 않고 있었다. 내 스스로 아무런 의미도 그려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고령의 작가는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몇 달 전 서울 도심의 한 서점에서 한창 진행 중인 저자의 사인회에 참석했었다. 붓펜을 들어 정성스레 한 글자씩 적은 후 행여나 글씨가 번져 못 알아보는 일이 생기진 않을까 휴지로 꾹꾹 누르는데, 그 모습에서마저도 정성이 느껴졌다. 아마도 그와 같이 이제껏 글을 토해오지 않았을까 싶다. 생각을 여러 번 곱씹어 마침내 세상에 내놓는, 정성 없이는 불가능한 그 일을 벌써 몇 십 년째 저자는 계속해오고 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었다. 앞 부분은, ‘고은 특유의 시각이, 불러내는 세상 개념에 대한 <<다수>> 다수는 투표에서만 살아난다. 다수는 봉기에서만 살아난다. 그러고는 다시 잠든다. 잠을 깨어도 어제와 오늘이 일관되지 않는다. <<매스미디어>> 과연 정신의 시대는 끝났도다! <<물질주의>> 철학으로서의 물질은 향기롭다. 이념으로서의 물질은 경건하다. 유물론은 물질주의가 아니라 정신주의다. 자본주의의 바다에서 오직 물질의 조류가 활동한다. 화려한 물질에 집중하는 세상, 거대한 힘을 발휘하긴 하나 그 영향력이 우매한 방향을 향할 때가 많은 우리. 개념 없는 세상, 개념 없이 사는 사람들. 짧은 글이 부담스럽다면 책이 후반부를 찾아 넘기면 된다. ‘세상을 향한 내면의 사유를 흔들어 깨워줄 철학적 에세이’. 말이 다소 어렵지만, 읽다 보면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앞부분의 상세한 연장임을… 이 책에는 그 흔한 추천글이 없다. 감히 대작가의 글을 소개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자가 없기 때문이리라. 아니,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개념을 잊고 사는 이 시대이기 때문일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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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행복은 철학의 지옥이다. 시의 무덤이다
이 글만 네번은 읽었다. 무슨 뜻인가...
조금은 알 것 같다.
이책은 몇번은 읽어야 파악이된다.
그러나 그 뜻을 알면... 아~~ .
책의 성격이 어떻든 한두번쯤은 더 생각하고
뇌를 움직이게 하는책..
나의 뇌에겐 좋은 선물..내 눈은 힘들지만...
고맙다.. 고은님에게 또한 이선물을 준 니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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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사전을 옆에 끼고 책을 봤다. 술술 읽히는 에세이나 소설만 보다가 상념이 깊은 책을 읽었더니 너무 많은 생각들로 무겁다. 무수히 많은 개념들 마조히즘, 사디즘, 데카당스, 니힐리즘, 오리엔탈리즘, 로고스, 아나키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용어들의 해석을 위해 사전을 열심히 뒤지고, 아 그거였지 하며 필기도 하면서... 고은이라는 작가는 참 유식도 하지. 어떻게 그렇게 모든 개념들을 요리할 때 양념을 가미하듯 버무릴 수 있는 것인지... 예전엔 "좀 쉽게 쓰지, 꼭 가방끈 짧은 놈이 유식한 말로 쓰더라" 싶어 그런 글은 읽고 싶지도 않았더랬는데, 한 문장, 한 문장을 곰곰히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 때로는 나에게 약이 됨을 오늘 알았다.
촛불이 초를 죽이는 것처럼 의무는 삶의 대부분을 헌납하게 만든다.
세계는 각각의 말로 말해야 한다. 하나의 말로 말하는 세계는 세계가아니다.
은총은 믿는 자에게 은총이 있다. 은총은 이기주의다.
많은 글들이 깊었다. 하지만 많은 글들을 다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몇 개는 가슴에 와 닿았으니 성공한 셈이다.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그림이다. 고은 선생님이 직접 그린 유화작품들. 안목이 짧아 그림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다. 화집을 표방한 책이던가... 스승의 날을 맞춰 읽은 책은 아닌데도 잘 읽었다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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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의 숲을 한참동안 헤매었다.
큰 시인인 고은, 그저 민족시인이라 어렴풋이 알고
개념의 숲이 내게 길을 열어 준 셈이다.
개념에 대한 혼란을 줄이려... 이 책에 기대어 볼 양으로 책을 들었지만 시인의 살아온 세월이 묻어나는 글과 그림.
생명은 주어인가. 아닐 것이다. / 아무래도 생명은 술어일 것이다.
이제 깊은 겨울을 보내고 생명의 개막을 맞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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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란 17세부터 노(老) 시인의 북극성이었다고 고백한다.
‘별 하나 우러러보며 젊자’ 눈 부릅뜨고 주먹 그러쥐며 조국의 별을 우러르던 시어에 익숙해있던 터라 노 시인의 사유와 상념의 숲에서 피톤치드 가득 삼림욕이나 하자, 입산하였다가 잠시잠깐 길을 잃어버린 듯하다. 포플러숲 나무 그 아래에 기대 깜빡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아까시 향 그득한 산언저리 어디쯤에 두고 온 어떤 개념을 찾느라 헤매었는지도... 인간 인간을 정의하지 말자. 인간은 개념화가 불가능하다. 그래 어차피 정의도 개념화도 불가해한 인간이라는 이름을 두고 불가결하고 불가피하게 욕망을 두런거리지도 말자 어차피 천국은 없고, 지옥은 이 세계 안에 있을 뿐이니... 표지는 검은 나무 세 그루가 무수한 바람이 머리를 풀어헤친 광녀처럼 흔들린다. 그 아래 빨강색 굵은 직선들 나무의 존재적 근원인 뿌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흔들리는 나무 아래에서 군무를 추는 인간 군상들처럼 보이기도 하다 독특한 글씨체로 “개념의 숲”이라는 제목 아래 고은 글.그림 이것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 가슴 일렁이는 매력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 가족, 욕망, 인간, 문학, 경제, 교육, 형이상학, 니힐리즘 등 시인의 심장속에서 갓 꺼낸 사유가 시인이 그려놓은 그림속에 녹아드는 듯 강렬하다. 지평선이라는 제목으로 몇 편의 에세이에서 말한다. 역사는 혼자가 아니다. 시골의 할머니와 토인비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역사가이다. 하나는 구어口語로 역사를 살고 하나는 문자언어로 역사를 사는 차이뿐이다 (나는 열망한다, 경계없이 탁 트인 대지의 역사를 中) 구어로 역사를 살고 문어로 역사를 살고 우리는 이렇게 살고 개념 지어지는 영속성에서 시인이자 철학자를 만났다. 그 만남속에서 잠깐 길을 헤맨들, 잠시 나무 밑둥에 기대 잠을 잔들, 휘몰아치는 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후욱후욱 숨을 빨아들인들, 얼마나 황홀했던가 얼마나 환멸이었던가 얼마나 숭고했던가 얼마나 공허했던가! 사상을 개념화한 시인의 표현처럼 말이다.
조국의 별 <고은>
별 하나 우러러보며 젊자 어둠 속에서 내 자식들의 초롱초롱한 가슴이자 내 가슴으로 한밤중 몇백 광년의 조국이자 아무리 멍든 몸으로 쓰러질지라도 지금 진리에 가장 가까운 건 젊음이다 땅 위의 모든 이들아 젊자 긴 밤 두 눈 두 눈물로 내 조국은 저 별과 나 사이의 가득 찬 기쁨 아니냐 별 우러러보며 젊자 결코 욕될 수 없는 내 조국의 뜨거운 별 하나로 네 자식 내 자식의 그날을 삼자 그렇다 이 아름다움의 끝 항상 끝에서 태어난다 아침이자 내 아침 햇빛 떨리는 조국 오늘 여기 부여안을 일체 결합의 젊음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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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의 숲. 개념의 나무들이 모여서 개념의 숲을 만들어 낸다. 한 바보의 낙서라고 자신을 겸손히 낮추어 말하지만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는 깊은 묵상의 산물. 특히 고은님의 철학적 에세이에 더 관심이 간다. 책에는 그의 그림이 많이 있다. 2008년 작품들.......... 적은 시간으로 볼 수 있는 책이다. 생각하지 않고 그냥 읽으면 한시간 안에 읽을 수 있는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