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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톨의 밀알>의 시공간적 배경은 독립을 앞둔 케냐다. 영국 식민주의자들에 대항해서 봉기를 일으켰던 기쿠유의 마우마우단 운동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들어 알고 있었다. 19세기말 서양 제국주의 세력이 전 세계를 멋대로 지배하던 시절, 동부 아프리카의 케냐 역시 해가지지 않는 제국의 식민지가 되었다. 백인 지배자들은 케냐의 비옥한 토지를 차지하고, 흑인들을 형편없는 임금으로 자신들의 대농장에서 착취했다. 또 히틀러와의 전쟁에서는 그들을 동원해서 전쟁까지 치렀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도도한 민족자결의 역사 앞에 케냐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왜, 조상들의 땅을 백인이 차지하고 우리는 노예와 같은 처지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가. 조모 케냐타로 대변되는 흑인 민족주의자들의 독립운동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
응구기 와 시옹오의 논픽션 리얼리즘 소설에는 다양한 갈등이 녹아 있다. 우선 백인지배자와 흑인피지배자 간의 어쩔 수 없는 갈등이 그 첫 번째다. 식민 종주국 영국은 독립을 염원하는 케냐 사람들의 의지를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무력을 동원해서 그들을 진압한다. 비상사태 선포로 백인들에게 끌려갔다가 수년간의 수용소 생활을 마치고 룽가이 마을에 돌아온 무고는 졸지에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영웅이 된다. 물론 무고 이전에 아예 대놓고 백인 지배자를 상대로 무력투쟁을 벌이다가 체포되어 처형된 키히카도 있다. 독립을 앞둔 기쿠유 전사들은 키히카가 밀고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고 복수를 다짐한다.
두 번째 갈등은 백인의 지배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고 그들의 편에 붙은 마을 자치대장이 된 카란자와 그에게 사랑하는 아내 뭄비를 빼앗긴 기코뇨의 그것이다. 기코뇨가 악몽 같았던 긴 수용소 생활을 이겨낼 수 있었던 바로 뭄비에 대한 절절한 사랑의 힘이었다. 그런데 천신만고 끝에 수용소에서 풀려나 마을에 돌아왔을 때 그를 반긴 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카란자는 맹세를 어기고, 살기 위해 배신의 길에 들어섰다. 기코뇨는 모든 것을 잊기 위해 오로지 돈버는 일에만 몰두했다. 영국으로부터 해방이 되었을 때,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백인의 땅을 사겠다는 그의 꿈은 정치모리배의 획책으로 어그러진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독립이고 해방이었단 말인가?
바로 그 지점에서 응구기 와 시옹오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위대한 기쿠유 독립투사 키히카의 죽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누가 키히카를 배신하고 백인에게 밀고를 했단 말인가? 소설에 나오는 모든 정황 증거는 자치대장 카란자를 가리킨다. 물론, 이 미스터리가 그렇게 쉽게 풀릴 거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오산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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