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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지탄'이라는 말이 있다.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면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의미의 고사성어이다. 가시면 다시 볼 수 없는 부모님에 대한 슬픔을 표현한 고사성어이다. 왜 부모님의 빈자리는 안 계신 후에야 깨닫게 되는 것일까? [굽은 길들이 반작이며 흘러갔다]는 '아버지'를 주제로 쓴 시들을 모아 한 편의 테마 시집이다. 49명의 시인들이 다양한 시각에서 '아버지'를 그렸다. 한국대표시인 49명에는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부터 등단한 지 10년 안팍의 젊은 시인들까지 연령층이 다양했다. 그들의 시에는 아버지와의 추억과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하나 하나 모여 한행 한행이 되었고 시 한편이 되었다. 시의 끝에는 이 시를 짓게 된 사연들을 시작 메모에 적어 놓았다. 그 메모들을 보면 좁은 공간에서 함께 잠자던 모습, 함께 밥을 먹는 모습, 항상 타시던 자전거 등등 사소하다. 하지만 지금 할 수 없다는 것 자체가 사사롭지 않다. 어쩌면 나의 삶의 순간 순간에 묻어있는 아버지의 존재가 공기 같아서 모르고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잘 모르고 지나갔던 부분들을 다시 꺼내어 보니 아버지는 묵묵히 함께 길을 걷고 계셨다. 추억도, 현재 상황도 모두 다르지만 시들에 나타나있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꿋꿋하게 다짐한 자식에게도 아버지의 길과 겹치기도 하고, 사춘기 시절부터 아버지와 계속 불화였던 시인도 아버지를 그리워 한다. 내게 피와 살과 뼈를 나눠준, 그리고 더 줄 것이 없는지 계속해서 주시는 아버지의 삶은 순탄하지 않는 굽은 길들이지만, 그 길들에서의 점들 하나까지 반짝이며 빛난다. 내일은 친정집에 한 번 들러야 겠다. [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에서의 시들을 보니, 곁에 계신 아버지께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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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나무옆의자에서 좋은 시집이 또 한 권 발간되었다. 지난번엔 ‘어머니’라는 테마시집이 출간되었는데(『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 서울: 나무옆의자, 2015.), 금번엔 ‘아버지’라는 테마로 한국대표시인 49인의 시들을 모아 출간하게 된 것이다. 시집의 제목은 『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
독자의 입장에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여러 시인들이 노래한 시들을 한 자리에서 감상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큰 행운이며, 배부른 순간이다. 탐욕스레 그 순간을 누려본다.
시집을 통해 다양한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때론 성실하셨지만 무능한 아버지를 만나기도 하고, 때론 폭군과 같은 아버지를 만나기도 한다. 또한 젊은 시절을 상상할 수 없이 이제는 늙고 연약하고 병든 아버지들을 만나기도 하고. 때론 언제나 벗어나고 싶은 지붕으로서의 아버지, 굴레와 같은 아버지를 만나기도 한다. 지금은 뵐 수 없는 그리운 아버지들을 만나기도 하고, 때론 성실하게 새벽을 열던 아버지의 모습을 반추하며 그리워하기도 한다.
새벽은 숫돌에서 푸르게 빛이 섰다 / 어둠 속에서 낫을 미시는 아버지 어깨가 / 두꺼운 어둠 벽을 무너뜨렸다 / 새벽 들길에 이슬 한 짐 지고 오셨다 // 나의 아침잠에서 깨어날 즈음 / 안마당에 부리시던 아버지 지게 / 어둠 속에서도 점점 부풀어 올랐다 / 아버지 뒷동산을 지고 일어서셨다 // - 김완하, <새벽의 꿈> 일부
우리네 모든 아버지는 가족을 먹이기 위해 이처럼 묵묵히 새벽을 여셨다. 어떤 두꺼운 어둠 벽마저 무너뜨리고 나가 일하셨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수고로움에 감사를 드리게 된다. 그 수고로움이 헛되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할 텐데 하는 자괴와 다짐도 함께 해보고.
49편의 시를 통해 다양한 아버지를 만나고 추억하고 그리워하게 되는데, 유독 마음을 끄는 내용은 아버지의 모습이 내 안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음이다. 아버지가 어떤 모습이든, 닮고 싶은 모습이든, 닮지 않고 싶은 모습이든, 때론 이해되지 않던 모습마저, 어느 샌가 내 삶 속에서 그대로 되살아나고 있음을 문득문득 느끼게 된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서재에 들어가면, 그곳엔 벽면 가득한 책과 함께, 책상 위엔 언제나 쓰디쓴 블랙커피가 놓여 있곤 했다. 호기심에 한 모금 살짝 입술을 적셔보면, 그 쓴 맛이 온몸을 찡그리게 만들던 그 커피. 아버지는 왜 이런 커피를 드시는 걸까? 싶던 내가 지금은 진한 블랙커피가 없으면 하루를 시작하기 어려울 정도니 어느 샌가 아버지의 모습은 내 삶에 이어지고 있다.
언제나 책을 가까이 하던 그 모습은 우리 형제들의 모습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게 되었음에 감사하다. 책 띠지를 오래내 책갈피로 사용하시던 모습은 왜 그리 궁상을 떠나 싶었었는데, 벌써 몇 년째 내 책꽂이 곳곳에 꽂혀진 책갈피가 되어버렸다(어쩌면 이런 나의 버릇은 아버지를 닮은 것만이 아니라, 책의 띠지 글귀를 신뢰하지 않아 책을 사면 띠지부터 버리는 습관과 맞물린 것이리라.).
이처럼 아들은 어느 샌가 아버지를 닮아간다. 이젠 닮고 싶던 아버지도, 경외의 대상이던 아버지도, 회한의 대상인 아버지도 모두 내 안에서 다시 살아난다. 내 아이들을 향해. 괜스레 삶이 무거워진다.
웃는 모습이 아빠 닮았다 // 밥 짓고 집 짓느라 / 발이 닳은 아빠 // 창가에 앉아 아빠 생각하다 / 맑아진 볼우물에 꽃이 피었다. // 집 나선 달팽이가 꽃 속을 기었다 // 달팽아 달팽아 / 천천히 가라 // 볼우물에 사랑사랑 / 고운 파도가 일었다. - 박장호, <꽃과 민달팽이>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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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표시인 49인의 테마시집 아버지 저자 :고두현, 출판 : 나무옆의자, 발행 : 2016.10.17. 간단하게 요약 이 시집은 '아버지'라는 공통된 주제를 중심으로, 49인의 시인이 각자의 경험과 감정을 바탕으로 쓴 시들을 모은 작품입니다.각 시인은 아버지에 대한 다양한 감정을 시로 표현하며, 이를 통해 독자들은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서평 『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는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49인이 '아버지'라는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풀어낸 시들의 모음집이다. 책 제목에서부터 이미 한 편의 시와도 같은 정서를 풍긴다. ‘굽은 길들’은 인생의 험난했던 여정이자, 아버지라는 존재가 걸어온 무거운 삶의 궤적을 상징하고, ‘반짝이며 흘러갔다’는 표현은 그 고단했던 길이 뒤늦게 빛을 발하며 우리의 가슴 속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음을 말해준다. 이 책은 단순히 '아버지를 추억하는 시집'이 아니다. 시마다 아버지를 대하는 시인의 태도는 제각각이다. 어떤 시는 깊은 존경과 사랑을 담고 있고, 어떤 시는 미처 다하지 못한 말에 대한 후회와 회한을 담고 있다. 또 어떤 시는 아버지의 그림자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되돌아보고, 한 시대를 관통한 ‘아버지 세대’에 대한 집단적인 성찰을 담아내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집이 아버지를 이상화하거나 낭만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로는 무뚝뚝하고, 어설프고, 말 한마디 없던 아버지이지만, 그 속에 담긴 깊은 사랑과 책임감이 시인의 시선으로 투명하게 드러난다. 이 때문에 시들은 오히려 더욱 진실하고, 우리 자신의 이야기처럼 마음에 스며든다. 49인의 시인들은 각기 다른 세대, 배경, 문학적 색채를 지닌 만큼 시편들도 다채롭다. 어떤 시는 간결하고 절제된 언어로 마음을 찌르고, 어떤 시는 서정적인 문장들로 아버지의 이미지를 눈앞에 그려낸다. 또 다른 시는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아픔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독자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결국 ‘아버지’라는 존재는 한 사람의 개인이자, 시대의 상징이며, 우리 내면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저 생계를 책임졌던 가족의 가장이 아닌, 꿈을 접고 가족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았던 한 남자.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너무 늦게 이해하게 되는 자식. 그 간극과 사랑, 오해와 회복의 과정을 이 시집은 조용히 풀어낸다. 『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는 아버지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순간, 혹은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에도 아직 하지 못한 말들이 마음에 남아 있는 독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울림을 준다. 사람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다르지만,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 모두는 같은 기억의 강가에 앉아 있다. 그곳에서 흐르는 굽은 길을, 반짝이며 지나간 사랑을, 조용히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 서평이 늦었습니다. 집을 정리하고,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정리하다가 못올린 책읽기 원고가 있어서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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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아버지 면도를 해드린 일이 아버지가 살아계신 일이었음을 밤새워 돋아난 아버지의 수염은 아버지의 가난한 눈물이였음을..."
나는 류근, 장석주, 정호승, 최돈선, 함민복 등 49인의 시인분들께서 저술하시고 <나무옆의자출판사>에서 펴낸 이책 <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를 꼼꼼이 읽다가 내가 무척 좋아하는 시들을 많이 지으셨던 정호승시인의 <아버지의 수염>이라는 시에서 특히 윗구절을 읽고 가슴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아 정호승시인께서는 <서울의 예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슬픔이 기쁨에게> 등 시들은 물론 <우리가 어느 별에서>, <내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등 산문집들을 통해 많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셨던 내가 참으로 존경하는 시인이시다.
특히,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시의 첫구절을 읽었을때 나는 류시화시인의 시 <지금 알고있는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을 첨 접했을때 또 안도현시인의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는냐>를 첨 접하고 전율을 느꼈을때 이후로 세번째로 헤어날 수 없는 시적 감흥에 사로잡혔고 전율의 소용돌이속에 또 빠지고야말았다.
아버님이 돌아가실때까지 매일 아침마다 아버님 면도를 해드렸다는 정호승시인...
그런데, 아침마다 아버님 면도를 해드린 일이 아버님이 살아계신 일이었음을 깨달으셨다는 이 애틋한 시에 이렇게 사나이가슴을 울릴줄이야...
아 나는 정호승시인의 이 시를 읽고 나의 아버님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았으며 앞으로 더욱 잘보살펴드려야겠다 바로 그걸 또다시 깨닫게되었다.
정호승시인의 시는 항시 따뜻함과 정겨움을 안겨준다. 그리하여 이시에서도 아버님을 향한 존경과 따뜻함은 물론 애틋함까지도 느껴지게 해주었고 거기에다가 진한 감동까지 안겨주었다.
49인의 시인분들께서 들려주시는 <아버지>를 주제로한 시...
정말 그 49편의 시들이 모두다 가슴찡하게 다가왔다... 근데 이 49인의 시인분들 면면이 다 화려하시다.
류근, 장석주, 정호승, 최돈선, 함민복...
존경하는 시인분들이신데 이분들의 작품들이 실렸다니 나는 무척 반가웠고 이에 시들이 더욱 술술 읽혀나갔다...^^*
특히, 최돈선시인분과는 <페북팔로워>로서 그분과 소탈하고 담백한 삶의 이야기 많이 나누고있다. 최근에 내신 산문집 <느리게 오는 편지>도 아주 잘읽었다. 평소 페이스북에서도 이외수작가님과 같이 탁구를 치시는 장면도 올리시는 등 소탈하게 있는그대로 일상을 들려주시는데 이책에 실린 시에서도 예순도 못되어 돌아가신 아버님을 그리워하는 애틋함이 짠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글고 <눈물은 왜짠가>라는 명시를 남기신 함민복시인과의 만남도 참으로 반가웠다.
참으로 심금을 울리던 정말 좋은 책이었다.
따라서, 이책은 아버지를 주제로 49인의 남성시인이 지은 시들을 편하게 감상하고싶으신 분들이라면 꼭한번 읽어보실 것을 권유드리고싶다.
아 이 시집을 읽고나니 문득 류근시인이 지은 시에 가객 김광석씨가 곡을 붙이고 직접 노래까지 불렀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첫소절이 생각나누나...
이 시에서 그대가 꼭 연인이 아닌 자신이 사랑하는 그어떤 대상도 될 수 있기에...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새와 작별하듯
그대 떠나보내고 돌아와 술잔앞에 앉으면 눈물나누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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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재간이 없었던 아버지 이야기를 시인들이 하다 시인은 말을 모아 말을 엮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말이 그냥 말이 아닌 까닭이다. 시인이 아닌 사람들은 자신이 느끼고 겪는 것들을 표현 할 길이 없다. 게다가 몇가지 낱말에 자신의 삶을 규정 짓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시인의 말을 찾는다. 시인의 말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통찰하고 위로를 받고 희망을 얻는다.
세상 살이를 하면서 표현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부모의 사랑이다. 부모의 사랑만큼 귀하고 소중한 것이 드물다는 것을 살면 살수록 사무치게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 귀한 사랑이기에 자신의 언어로 그 사랑을 함부로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아니, 할 재간이 없다. 그런 사랑을 시인들이 이야기하고 모은 시집이 있다.
49명의 시인이 말을 모으고 엮은 아버지에 관한 시 49편을 실은 시집 『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가 바로 그것이다. 시집 제목은 류근 시인의 ‘세월 저편’의 한 행을 옮긴 것이다. 작년(2015년) 49명의 시인이 어머니의 사랑을 담은 시집 “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의 후속작이기도 하다.
시집 “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는 시 못지 않게 편집과 구성이 아름다운 시집이다. 시인의 시를 담고 ‘시작 메모’를 첨부하고 있다. 시작 메모는 시를 이해하고 깊은 맛을 느끼는 안내자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심지어 시인 개인에게 친근감마저 느끼게 한다. 또 인상적인 구절을 그림과 함께 싣고 있어 시에서 얻은 감흥을 더하기도 하고, 잠시 쉬면서 놓친 구절을 다시 음미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또 시인들이 노래한 아버지의 사랑을 다시금 새기기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시집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3부로 나누어 하고 있다. 1부 ‘사라진 별똥별처럼’에서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억하는 시들을, 2부 ‘세상에서 가장 아픈 이름’은 아버지들의 살아온 삶을 아들의 눈으로 그리고 있다. 3부 ‘아버지, 어디로 갈까요’는 아직 살아계신 아버지의 삶을 통해 지혜를 구하고 삶의 방향을 묻는 시들로 묶었다.
49편의 시 모두 아름답고 귀한 시들이다. 그 시 모두 말이 되어 나오지 않던 아버지에 대한 편린들이 무엇이었는지 전해주고 있다. 그저 한숨과 가슴만 두드리던 아버지를 향한 말들을 시가 대신해 주고 있다.
두서 없이 몇편의 내용을 옮겨본다.
고진하 시인은 ‘사라진 별똥별처럼’에서 고등학교 때 아버지의 죽음을 ‘그 어떤 매장 뒤에’라는 심각한 제목으로 시를 썼지만, 인생의 열쇠가 되어준 아버지의 부재가 얼마나 큰 슬픔인줄 한참 뒤에야 알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나 또한 아버지의 죽음앞에서 이상하리만치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눈물은 더 진해졌고 눈물을 흘리는 시간은 길어지고 있다. 살아가면서 아버지의 부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부모로 살면서 그때의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고 그분이 노고와 고통을 비슷하게나 느낄 수 있기 때문일게다. 시인이 한참 뒤에야 큰 슬픔인줄 알았다는 말을 그리고 내가 장례식장에서 울지 못했던 이유를 이 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김종해 시인의 ‘따뜻한 봄날’은 아내에게 진달래를 꽃을 꺽어다준 아버지, 그 진달래꽃을 간직하는 어머니를 그리고 있다. 그들은 남자였고 여자였다. 박후기 시인도 ‘작약과 아버지’를 통해 얼굴 붉어지는 남녀상열지사가 아버지에게도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어머니, 아버지, 그들은 여자였고 남자였다. 그들의 성을 알았지만 자각하며 살지 못했다.
최정용 시인은 ‘하차’에서 아버지를 모시던 아버지를 바라보는 시인, 할아비와 아비와 시인이 겹쳐지는 하늘 가는 길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시또한 마음에 담기가 버겁게 우리 마음을 누른다.
고두현 시인의 ‘배는 묵어 타고 집은 사서 들라’에는 집에 대한 애착으로 집을 짓다 ‘배는 묵어서 타고 집은 꼭 사서 들어라.’고 말하던 아버지의 정수리 경전을 인정하는 아들의 모습이 나온다. 자랄 때 나 잘났다고 아버지를 무시하고 고집을 피우고 시도하지만 결국 아버지의 말을 맞다는 것을 살면서 알게 된다. 그때마다 머리를 숙인다. 나의 경험을 읽었다.
김정수 시인의 ‘파묘’
가슴이 저며왔고 먹먹해졌다. 꺼이꺼이 목이 메였고 꾸역꾸역 눈물이 기어 나왔다.
이재훈 시인은 시는 ‘국수’다. 당신의 꿈을 꼭꼭 숨겨둔 책상 밑 원고, 70이 넘어 집을 마련하고 이사하는 날, 아들은 아버지가 숨겨 놓았던 원고에서 시인을 닮은 청년이 울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아버지께 젊어 소설도 쓰셨나고 묻지만 아버지는 국수만 드신다. 시인은 지금껏 내가 아는 것은 아버지가 국수를 좋아한다는 것 뿐이라고 말한다.
시인만 그렇까. 대부분은 아버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꿈꿔왔는지 모를 것이다. 나 또한 모른다. 내 아버지가 무엇을 꿈꿨는지.... 자식이 잘되는 것만 바라는 게 부모의 마음이라고 자위하며 자식은 부모에게 얼마나 가혹하게 굴고 있는가.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식은 부모의 자유와 꿈을 빼앗지는 않았는가. 시인처럼 나도 아버지의 꿈을 모른채 살아왔고 앞으로 또 그렇게 살게 되었다. 아버지에게 너무도 죄송하다. 당신의 꿈을 잡아 먹은 듯 죄스럽고 미안하다.
이진우 시인의 ‘애비는 잡초다’는 잡초처럼 포기를 모르고 자식을 길러낸 아버지, 자식들이 덜떨어졌다고 비웃어도 자식의 애비고 내일의 너희다라고 아버지는 말한다. 지금 나도 아이에게 그렇게 비칠지 모른다. 나도 시인의 아버지처럼 말한다. 그래도 난 네 엄마고 내일의 너라고.
이창수 시인의 ‘효자폰’는 재밌다.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자식을 졸라 얻게 된 휴대폰은 요금이 안 나온다고 매일 자식들에게 전화를 건다. 아버지는 딸이 요금을 대신 내는 걸 모른다. 형제들은 누나가 부담될까 아버지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아버지는 전화기가 잘 안된다며 새로 바꿔야 한다고 하신다. 급변하는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 세대 아버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를 귀엽게 그리고 있다.
49명의 시인들은 아버지 이야기를 가슴 깊게 읽어내어 썼다.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는 시들이다.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과 아버지를 바라보고 아버지를 생각하는 아들의 사랑도 함께 볼 수 있는 시들이다. 그렇기에 내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내가 본 아버지를 말할 수 있었다.
“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에 담긴 시들에서 내 아버지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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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
아버지란 어떤 존재인가. 어릴때는 정말 어마어마한 존재로 하늘같은 존재가 아버지란 존재였다면 지금 돌이켜보면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점점 더 힘이 없어지고 자신의 있어야할 자리를 잃어가는게 아버지에 자리인듯 싶다. 젊었을때는 자식들을 위해 자신에 온힘을 다해서 키우고 늙어서는 힘없는 사람으로 낙인되는 아버지란 존재..하지만 이 시에서는 49인의 작가들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를 만들었다. 그 시로 인해 다시금 아버지란 존재를 돌아보고 그곳에서 아버지란 사람에 대한 사랑을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가슴 깊이 들어보자.
이책에서는 총 3분류에 의해서 책속 내용을 정리해 놓았다. 1부 사라진 별똥별처럼 2부 세상에서 가장 아픈 이름 3부 아버지,어디로 갈까요. 우리들에게 모든것을 나눠주시고 자신에 힘을 다해서 사랑을 주시던 아버지이지만 진작 그들은 자식들에게 가족들에게 외면을 당하는 경우가 많이있다. 왜 그런것일까.요즘 아버지들은 그렇치 않으나 예전에는 아버지라면 강압적이고 무서운 존재로 밖에 기억되는것이 없다. 하지만 내가 살아오면서 아버지에 강압적이고 보수적인 모습만 기억하는것은 아니었다.너무도 무섭고 늘 고함만 지르셨던 아버지는 우리 남매가 어릴적 은근하게 술에 취하셔서는 월급날이시면큰 봉지 두개를 들고 들어오셨다. 우리들에게 똑같은 과자들이며 사탕들을 한보따리 두봉지 가득 싸우지 말고 먹어라고 사오곤 하신것이다. 그리고 내가 어릴적 늘 이곳저곳 휴일이면 먼곳까지 동생과 나를 데리고 좋은곳으로 바람을 쐬어주시던 아버지는 무서운 존재가 아닌 우리를 너무도 사랑한것이라는걸 내가 다 커버린 내 자식을 가지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지금 나에 자식들에게 그렇게 해줄수 있는가 .. 나는 못해주고 있다.그렇게 해준다는게 얼마나 대단한것인지. 이제야 깨달은 내가 참 바보라는 생각이 절로든다.
이런 나에 마음을 읽는 시들이 이책속에는 가득하다. 단 한가지 주제로 쓴 시 49편이라고해서 지루하거나 단조롭지 않으며 각기 다른 시인들의 매력들로 책은 채워져 있는것이다. 이책이 특이하다는건 49인 모두가 남성으로 구성되어져 다양한 계층에 다양한 능력에 경력에 시인들이 아들의 눈에 비친 아버지의 초상,아버지에서 아들로 면면히 이어지는 삶의 내력, 시대와 가족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조화 - 손택수 어버이날에도 한번 달아드린 적이 없는 꽃
평생 받지 못한 꽃을 한꺼번에 다 품으셨습니다.
짧지만 이시를 읽으면서 눈물이 핑돈다. 이시가 말하는 그 아픔을 아직은 나는 겪지 못했지만 우리가 지금 계신다고 조금만더 성공하면 잘해드려야지 하는 생각은 버리고 살아계실때 정말 조그마한 거라고 신경써드리고 전화라도 자주 드리는것이 효도일것이다.그것이 어렵다는걸 알지만 우리를 낳아주시고 자신을 희생해가면 우리를 위해 고생하신분..그리고 우리도 그 부모가 되면서 아픔을 알기에 사랑해드리는것이 맞는것일리라... 책속에 담겨진 큰 그리움으로 때로는 원망과 자책으로 절절한 아픔으로 삶을 비추는 빛과 위안으로 다가오는 아버지를 노래하고 있다. 책밑에서 이야기하는 시작메모는 한편 한편의 글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사연을 설명해 놓아서 더 깊은 감동을 선사해주기도 한다. 시는 짧은 글들에 수많은 감정들로 가득채워져 있다.그 감동 비록 다 느끼지는 못하더라고 다시 한번 아버지란 귀한 존재에 대한 마음을 상기시키고 사랑을 간직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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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싶더니 때이른 한파가 찾아와 낙엽을 밟아보기도 전에 추위에 오들오들 떨었었다. 갑작스레 찾아왔던 추위가 지나가고 낙엽이 우수수 쏟아지는 요즘 한국의 대표시인 49인의 '아버지'에 대한 주제로 엮인 시 한권이 나에게 찾아왔다. 시를 음미하며 읽어보기가 얼마만인가 싶어 감격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아버지'라는 주제로 시가 되어 전해지는 느낌은 모두 다르다. 우리들이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각각 다르게 품고 살고 있듯이 시인들의 눈에도 가슴에도 아버지에 대한 느낌은 다 다르게 다가왔다. 아버지를 대하는 무뚝뚝함과 세월이 지나 뾰족함이 깍여 태산같이 높았던 아버지에 대한 느낌을 끌어안은 중년의 나이가 되어 느끼는 감정, 어렸을 때의 아버지에 대한 상처가 중년의 나이에도 아픔으로 남아있는 감정, 인생을 먼저 살았던 아버지의 덤덤함... 나에게 아버지란 그저 곁에 아버지라는 의자에 그대로 앉아있기만 했던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라는 기억이 제일 강하게 남아있다. 어린 나이에 이해하기에는 본인의 주장만을 강요하는 모습에 이기적이라는 인상이 많았었고 자식을 위하는 모습을 느낄 새 없이 온몸으로 세월을 맞이했던 것 같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친혈육이 아니었기에 서로 그런 느낌으로 몇십년을 지내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나에게 아버지란 고민이나 하루의 일과를 말로 전달하는 친근한 느낌이 없었고 나의 감정을 헤아려받기보다는 아버지의 감정을 먼저 이해하고 그 기분에 맞췄던 기억이 강하다. 그런 기억들 때문인지 나무 옆 의자에서 나온 '어머니' 편을 읽을 땐 공감도 많이 되지더니 '아버지' 편은 쉽게 마음으로 와닿지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더....슬퍼졌다. 남들과 다른 아버지의 기억으로 학창 시절에도 아픔을 겪었던지라 그런 그들의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이 슬프게 다가왔다. 하지만 시를 읽어내려가며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들이 공존하는 시 속에서 나에게 전달되는 수많은 '아버지'에 대한 감정들을 가슴으로는 덜 느껴져도 이해할 수는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다정하고 따스했던 아버지는 아니었더라도 비슷한 기억들을 나도 가지고 있었기에 내가 가지고 있었던 아버지에 대한 슬프고 공허한 기억의 벽이 조금은 허물어진 느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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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한국대표시인 49인의 아버지 노래~
아버지를 주제로 한 시집 〈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를 읽으며 지난 번에 읽은 어머니를 주제로 한 시집 〈흐느끼는 밤을 기억하네〉를 서가에서 끄집어냈다. 모두 나무옆의자 출판사에서 나온 한국대표 49인의 테마시집이다. 지난 번에는 한 권의 책에 어머니를 주제로 한 시집을 만난 기뻐했고 한국대표시인 49인을 알게 된 것에 감사했다. 이번에는 아버지를 주제로 쓴 시를 통해 아버지에 대한 여러 감정을 체험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힌국의 대표시인 49인을 만난 것도 행복이다. 아쉬운 점은 이번에는 남성 시인들로만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딸로 살면서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감정과 아들로 살면서 아버지에 대한 감정은 서로 다를진데.
탈관을 하고 삼베에 싸인 당신의 주검이 흙구덩이 속으로 던졎던 그 매장의 기억만큼 강렬한 경험은 아직 없지요. 내 인생을 열어준, 그 열쇠가 형상을 여의고 사라졌을 때 사라진다는 것이 슬픔인 줄은 한참 뒤에 알았죠.
(중략)
깊이 생각해보면, 그래요 이젠 당신이 다른 몸이 되어, 보랏빛 엉겅퀴로 피고 고추잠자리, 혹은 송장메뚜기로 날아다닐 때 출생의 그것은 물론 사라짐의 암흑과 신비마저 이해하도록 당신이 건네준 무형의 열쇠를 나도 누군가에게 전해주어야겠죠.
-고진하 '사라진 별똥별처럼' 중에서
한 권에 담긴 한국대표시인 49인의 아버지에 대한 회상이 제각각이어서 서로 달랐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된다. 아들의 눈에 비친 아버지의 모습은 나이가 들수록 영웅이나 위인에서 점점 쇠락하는 육신의 늙은이로 그려져 있지만 정신만은 가장의 무게를 진 책임감으로 무장되어 있는 모습이다. 물론 아닌 아버지도 있지만. 시 속의 시인의 아버지들은 죽어서도 살아있는 듯하다. 육신의 껍질이 흙이 되고 물이 되고, 공기가 되고, 바람이 된 이후에도 시인의 아버지는 늘 아들 곁에서 생전의 말씀을 녹음기 돌리듯 되풀이 하고 있다. 회한에 젖은 아들의 목소리에 시인의 아버지는 화답한다. 시인들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부재의 슬픔, 투정이나 자책을 할 때마다 아버지는 마치 살아계신 듯 울리는 음성을 들려준다. 점점 희미해지지만 여전히 아버지 노릇을 하겠다는 음성으로.
꽃은 어떻게 해마다 혈색을 기억해내는 걸까? 나는 작약만 보면 속살을 만지고 싶어진다
- 박후기 '작약과 아버지' 중에서
만삭의 하늘이 능선 끝에 제 내부의 붉은 어둠을 쏟아내는 시간까지 나 한 번 흘러가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 그 먼 강의 배후까지를 의심하였다 의심할 때마다 계절이 바뀌어 그 이듬의 나뭇가지 젖은 손끝에 별들이 저무는 지평까지 나는 자라고 풍찬노숙의 세월을 따라 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
-류근 '세월 저편' 중에서
누구나 유한한 인생이기에 언젠가는 죽은 자가 되고 죽은 자의 집으로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죽은 자가 간 주소나 연락처를 모르기에 누구나 떠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이 더욱 절절한 게 아닐까. 형상과 유전자, 삶의 모습까지도 아바타처럼 뿌려주고 가는 아버지이기에 아들 시인은 아버지가 건네 준 손길과 미소, 엄한 꾸짖음까지 기억하며 슬픔과 회한에 잠기나보다.
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 저자가 남성 시인들로만 이뤄진 시집이다. 아버지를 테마로 쓴 아주 특별한 책이다. 아직 살아있지만 미래체험을 하듯 아버지를 떠올려 보기도 했다.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사셨던 내 아버지도 이젠 뼈가 살을 먹었나 싶을 정도로 말랐지만 아직 눈의 힘은 펄펄나기에 옛말처럼 살아계실 때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 아주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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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해 대티고개 너머 구덕산에서 아버지가 지게로 지고 오신 나뭇단 꼭대기에 진달래꽃이 꽂혀 있다 젊은 아버지가 장난삼아 지게 위에 쓴 시(詩)는 눈부시고 아름다웠다 어머니는 진달래꽃만 곁에 두고 솔가지를 꺾어 아궁이에 넣었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은 어머니의 얼굴 위에 황홀하고 발그레한 무늬를 수놓았다 시보다 아름다운 무늬가 젊은 어머니를 뜨겁게 했다 물은 설설 끓고 가마솥 위에 떡시루 김은 하얗게 장지문을 적시는데 떡은 다 익었다, 떡은 다 익었다, 절구통에 떡 칠 일 빼놓고도 젊은 아버지는 할 일이 많으시다 따뜻한 봄날 부엌강아지 같은 어린 아들이 할 일 많은 아버지 옷깃에 자꾸 걸치적거린다 출근길에 가끔, 이른 아침부터 편의점 앞에 삼삼오오 앉아 있는 청년들을 봅니다. 아침부터 나아온 것인지, 밤새도록 앉아 있었던 것인지 모르지만, 그들이 건네는 말을 토막토막 들어보면 대리운전 일을 하며 무리를 지은 듯합니다. 세상에 의지할 것은 친구밖에 없다는 듯,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고 함께 있으면 즐거운 그들이지만, 또 무엇에 수틀리면 서로를 죽일 듯이 주먹질을 하고, 쌍욕을 해댑니다. 그 청춘들의 아침이 고단해 보이는 건, 내 마음 탓일 겁니다. 나이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고단한 청춘들을 볼 때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아버지'가 아닐까 혼자 생각해보는 날이 많습니다. 우리에게 유산으로 물려줄 것이 가난밖에 없을지라도 세상 가장 값진 보물처럼 자신을 귀하게 여겨주는 아버지를 가졌다면. 어느 생이든 아버지라는 이름은 참으로 간절한 것이기에, 그만큼 미움도 크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 없이 세상에 태어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데도, 세상에 아버지의 자리가 비어 있는 인생은 왜 그리 또 많은지. 세상에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아들이 생각보다 많은 건, 늙어버린 아버지에게도 여전히 아버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걸, 나이가 들어서야 알았습니다. 늙은 아버지도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아들이었다는 걸 말입니다. <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는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아픈 이름 "아버지"를 불러보는,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49인의 노래입니다. 대부분의 시인에게 아버지는 ""그대들은 이제 고아(孤兒)네"를 읊조리며 / 하늘 가는 길" 이별한지 오래이고. "사라진 별똥별처럼 / 몇 줄 언어의 그물에 걸린 그 아득한 기억"이 되었지만, "내 몸 마디마디 뿌리내린 흔적을 지울 수가 없으니 그곳이 내가 쉴 자리"로 남아 계십니다. 그러나 아버지라는 이름에 그리움만 있는 것은 아니라서 "아버지와 함께한 나날은 그야말로 부정교합(不正咬合의 세월이었다"고 고백하는 시인도 있고, "사춘기 이후로 오랫동안 불화한" 아버지를 아버지보다 더 나이를 먹은 뒤에야 불러보는 시인도 있고, "아버지를 벗어나고 싶어 많은 방황을" 한 후에야 다시 아버지에 선 시인도 있습니다. "아버지는 젊은 옛날 사람, 아버지, 아버지, 나는 자꾸 늙어요"(장석주, 33). 이제 아버지가 된 아들은, 젋은 아버지보다 더 나이를 먹은 늙은 아들은 자신의 늙어가는 얼굴 속에서 아버지를 발견하고, 아버지와 같은 종점을 향해 가면서 깨닫습니다. 아버지도 하나의 인생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어느 생인들 두껍게 간이 배지 않은 게 있으랴"(정한용, 35). 성실했지만 무능한 아버지, 정확하고 재미없었던 당신이었지만, 아버지로 인해 나 지금 살고 있으며, 미워했어도, 사랑했어도, 그리워했어도, 잊었어도. 아버지는 여전히 내 안에 살고 계신다는 것을요. <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는 그렇게 통속적인 그리움을 노래하며, 통속적인 회환을 담았습니다. 통속적일 수밖에 없지요. 통속적이어서 더 슬픈 걸요.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그 어떤 시어보다, 그 어떤 사연보다 가슴을 아프게 하는 건, 이 한 줄 문장이었습니다. "내 어릴 때 떠나신 내 아버지. 이 별에서 딱 열 해를 같이 지냈다"(정일근, 136). 어떤 아버지라도 그냥 곁에 있어주시는 것이 가장 감사한 일 아닐까요. 일찍 아버지를 잃어버린 아들보다 더 가엾은 생은 없기에. 세상에서 제일 아픈 이름 이재무 떠올릴 때마다 황경막 근처로 회한의 피가 몰려오는 듯 가슴 위아래가 까닭 없이 묵직해지고 답답해지는, 살았을 적엔 살붙이로 따뜻한 정 나누지 못했던, 일자무식에다가 술주정 심해 가급적 그 언저리에도 가고 싶지 않았던, 무능하고 고지식해서 오직 당신의 육체만을 생계의 수단으로 삼아야 했던, 우여곡절과 파란만장과 요철의 생 마감할 때까지 태어나 자란 곳 벗어나지 못했던, 내게 가난과 다혈을 유산으로 물려주신, 온몸을 필기도구 삼아 뜨겁게, 미완의 두꺼운 책 쓰다 가신 세상에서 제일 아픈 이름 아버지! 당신에게 진 빚 다 갚지 못한 나는 크게 병들었는데 환부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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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한국의 대표 시인들의 아버지에 관한 주제로 묶어 놓은 한 권의 시집을 통해서 아버지의 삶에 대해 다시한번 느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책 제목에서도 나왔듯이 아버지의 인생은 굽은 길들의 연속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길들이 어느새 반짝 하며 인생을 즐길 겨를이 없이 지나가고 흘러가서 이제는 하나의 추억으로 남게 됩니다. 사실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기에는 어렸을때는 몰랐지만 이제 나이가 들면서 같은 남자로서 어느정도의 공감되는 부분들이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모습은 외롭습니다. 어느 누구도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하므로 오게 되는 자신의 마음 속에 품었던 마음의 감정들이 겉으로 드러가게 될 때 사실상 그 감정도 아버지는 알지 못하고 나타냄으로 괴로워하고 자신 스스로가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멀리하게 됩니다. 아버지는 한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사회 생활에 몰두하다 보면 당연하리만큼 가족간의 대화에서 거리감을 느끼게 됩니다. 나이가 젊었을때 한창 왕성한 사회 생활로 가정의 경제력을 책임지고 있을 때에 가족들은 그 경제력 때문에 아버지를 인정해 줄 수도 있지만 어느새 나이가 들어 직장에서 은퇴하거나 일자리를 잃었을 때에 가정에 기여도가 떨어져 가족들에게 마치 미운털과 같은 이미지를 내비치는 경우도 있게 됩니다. 안타깝지만 씁쓸한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느 남자든지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고 아버지가 되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아버지의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평생 추억거리 하나 없이 가족들만을 위해 헌신하신 그 모습에 아버지에 대한 감사를 어떻게 표현할런지 감히 아버지에 대한 존경합니다는 말 밖에 해 드릴 것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