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문호에 귀족이었던 톨스토이는, 직접 땀 흘려 일하여 먹고 사는 러시아 민중들을 사랑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영지인 야스나야 폴라냐에 무료 초등학교를 설립하여 본격적으로 교육활동을 한 바 있을 정도로 민중 교육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이를 몸소 행동으로 옮겼던 그야말로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다. 역자의 작품 해설에 따르면 이 책에는 톨스토이가 민중들을 위해 집필한 <새 초급 독본에 실린 이야기들> 및 총 네 권의 <러시아 독본의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책을 번역한 것이다. 그래서 책의 분량이 700쪽이 넘는 방대한 양이며 러시아의 민담과 전설, 우화, 과학적 지식 등 230편의 짧은 이야기들을 모아놓고 있다. 이 책 속엔 우리가 어렸을 때 읽었던 「바보 이반」,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정말 인간에겐 많은 땅이 필요한가」와 같은 잘 알려진 이야기와 함께,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훨씬 더 많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나 「부활」 등으로 더욱 유명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짧은 이야기들은 러시아 민중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도 교훈적인 글들이 많아 누구보다도 민중을 사랑했던 그의 사랑과 인생관이 잘 드러난다. 이솝 우화처럼 동물들에게 빗댄 짧은 우화들도 여럿 보인다. 말 두 마리 말 두 마리가 각자 짐수레를 끌고 있었다. 앞의 말은 잘 끌고 가는데, 뒤의 말은 자주 멈추었다. 그래서 말 주인은 뒤의 말이 끄는 수레의 짐을 앞의 말이 끄는 수레로 옮겨 실었다. 짐을 옮기고 나자 편히 갈 수 있게 된 뒤의 말이 앞의 말에게 말했다. “고생하며 땀이나 흘리게. 애를 쓰면 쓸수록 사람들이 자넬 더 힘들게 할 테니.” 이윽고 주막집에 도착하자 말 주인이 말했다. “말 두 마리를 다 먹일 필요가 없겠어. 한 마리가 짐을 끌면 되니 그놈에게만 여물을 주고, 다른 녀석은 가죽이나 가져가야겠군.” 그러고는 그렇게 해버렸다. (133-134쪽) 이 우화처럼 열심히 일하는 말이 여물을 많이 먹는 것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도 일하고 노력한 만큼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이 되어야 할 텐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맡은 바를, 남이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간에 꾸준히 묵묵하게 해 나가는 많은 정직한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노인과 죽음 어느 노인이 장작을 패서 들고 가고 있었다. 가야 할 길은 먼데 기운이 빠지자 노인이 장작 다발을 내려놓고 푸념했다. “어이구, 차라리 죽기라도 했으면 좋을 텐데!” 그러자 죽음의 신이 찾아와 말했다. “자, 내가 왔네. 무엇이 필요한가?” 당황한 노인이 말했다. “장작 다발을 들어 올려야 한다네.” (219쪽) 어렸을 때 동화책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바보 이반 이야기는 톨스토이가 러시아 구비전설에 등장하는 성스러운 바보 이반과 그의 교활한 형제들에 대한 모티브를 차용해서 만든 대표적인 민화라고 한다. 어른이 된 지금 읽어도 훌륭한 이야기인데, 그 속에 숨겨진 뜻이 참으로 심오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정말 우리 시대의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손에 굳은 살이 박이지 않은, 일하지 않은 자는 철저히 홀대 받는 이반의 나라는, 물질만능으로 인간의 존엄성이 사라지고 돈이 곧 권력인 현재 우리가 봉착한 문제적 시대에 경종을 울리는 것 같다. 톨스토이의 작품을 읽다 보니 문득 일전에 보았던 영화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2009)>이 생각난다. 허연 수염을 길게 기른 톨스토이의 모습이 마치 산신령 같기도 하고, 인생의 경지에 다다른 수행자 혹은 성자 같기도 하다. 톨스토이는 민중을 위해 쓴 자신의 작품을 민중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면서, 작품의 저작권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한다. 그리고는 이를 반대하는 그의 아내 소피야를 피해 가출을 하고 여행을 하다가 작은 간이역 아스타포보역(지금은 톨스토이역)의 역장 관사에서 삶을 마감하는 이야기였다. 자신의 자식들을 더 걱정하는 아내 소피야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톨스토이의 삶 내내 그를 내조했던 것처럼 남편의 큰 뜻을 지지하고 진정으로 이해해주었더라면, 그의 마지막 인생이 더욱 아름답고 편안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영화를 보는 내내 톨스토이의 개인 비서 발렌틴 불가코프 역을 맡은 제임스 맥어보이에 계속 눈길이 머물긴 했지만 말이다.
출처: daum영화 톨스토이의 작품이나 그의 행적을 보면, 위대한 작가이자 사상가, 교육자, 종교가, 더 나아가 위대한 참인간이었던 것 같다. 남겨진 그의 글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깊은 울림을 통해, 세상의 때로 지저분해졌을 나의 마음을 닦아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