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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우 시 「휴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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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향한 지극한 열망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 같은 정신도 신라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을 끝끝내 하나인데 …… 우리 무엇에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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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향한 지극한 열망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 같은 정신도 신라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을 끝끝내 하나인데 …… 우리 무엇에 불안한 얼굴의 의미는 여기에 있었던가.

 

  모든 유혈(流血)은 꿈같이 가고 지금은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광장, 아직도 정맥은 끊어진 채 휴식인가 야위어가는 이야기뿐인가.

 

  언제 한번은 불고야 말 독사의 혀같이 징그러운 바람이여. 너도 이미 아는 모진 겨우살이를 또 한 번 겪으라는가. 아무런 죄도 없이 피어난 꽃은 시방의 자리에서 얼마나 더 살아야 하는가. 아름다운 길은 이뿐인가.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둠 속에서 꼭 한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 박봉우, 휴전선

 

 

1950년대 시인 박봉우가 쓴 휴전선을 읽는다. 제목에 나타난 대로 분단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통일만큼 우리에게 절실한 과제가 있을까? 휴전 상태가 지속되는 한반도 상황을 생각한다면, 통일은 한반도 평화를 이끄는 근본 조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인은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으로 시를 시작한다. 믿음이 없는 얼굴들이 만나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되려는 사람들이 있다. ‘요런 자세는 믿음이 없는 얼굴로 상대를 적대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지금 남한과 북한의 상황이 그렇지 않은가? ‘빨갱이라는 말로 상대를 부정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은 요런 자세를 풀지 않으려는 고집에서 비롯되고 있는 셈이다.

 

시인은 우리 얼굴을 스치는 불안을 이야기한다.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우리는 그 하늘 아래서 불안에 떨며 살고 있다. 이곳에는 고구려 같은 정신도없고 신라 같은 이야기도없다.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던 길은 이미 사라져버렸다.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광장에서 인간이라고 서 있을 수 있겠는가? 삼팔선으로 갈라진 몸뚱아리는 점점 야위어가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누구나 통일을 원하는 것 같은데 시간이 흐를수록 왜 통일은 멀어지기만 하는가? 원래부터 하나로 살던 사람들이었다. 남과 북이라는 말은 다만 방향을 나타내는 기호일 뿐이었다. 그런데 남과 북에 이데올로기가 들러붙어 사람들을 비극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데올로기는 무엇을 위해 있는 것인가? 사람이 있고 이데올로기가 있는 게 아닌가? 이데올로기에 치여 정작 사람을 잃는 우리네 세태가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휴전 상태는 전쟁을 잠시 멈춘 상태를 의미한다. 언제든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가 휴전이란 말에는 내포되어 있다. 시인은 이런 상황을 언제 한 번은 불고야 말 독사의 혀같이 징그러운 바람이여.”라고 표현한다. 우리는 독사가 내미는 혀에 둘러싸여 있다. 상황만 이루어지면 독사는 사정없이 우리를 물어뜯을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적대라는 이데올로기를 놓지 못하고 있다. 적대의 결과가 무엇인지를 우리는 이미 6.25 전쟁을 통해 겪었다. 적대는 전쟁을 낳는다. 적대를 풀지 않고 어떻게 평화에 이를 수 있겠는가? 모진 겨우살이를 또 한 번 겪으면 한반도라는 이 땅은 과연 살아남을까? 시인은 아무런 죄도 없이 피어난 꽃은 시방의 자리에서 얼마를 더 살아야 하는가.”라는 구절로 우리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쟁은 사람만 죽이는 게 아니다. 핵폭탄이 터지는 끔찍한 상황을 그려 보라. 그곳에 한반도라는 땅은 없다.

 

시인은 우리가 걸어가야 할 아름다운 길을 묻고 있다. 아름다운 길에서는 모든 유혈(流血)이 거부된다. 피로 피를 씻는 전쟁은 남과 북이 공멸하는 길일 따름이다. 공생이라는 아름다운 길을 놔두고 우리는 왜 굳이 공멸이라는 저주의 길을 가려고 하는가? 시인은 1연에 표현한 내용을 마지막 연에서 다시금 반복하고 있다.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를 유지하는 건 우리가 가야 할 아름다운 길을 저버리는 행위이다. 전쟁 위기를 빌미로 권력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게 있다. 권력은 더불어 사는 세계에서 나오는 힘이다. 공멸한 세계에서 나오는 권력에는 이러한 마음이 결여되어 있다. 믿음이 없는 얼굴로 바라보는 세상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당신은 공생을 원하는가, 아니면 공멸을 원하는가?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공생을 버리고 공멸로 치닫는 사람들이야말로 이 작품을 읽을 필요가 있다. 1950년대에 발표된 작품 속에 우리가 가야 할 아름다운 길이 선취되어 있는 것이다.

 

 

 

o*****s 2018.05.14.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