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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공기 뚜껑의 따스함이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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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한 손추운 겨울 어느날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앉아 밥이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밥뚜껑 위에 한결같이 공손히 손부터 올려놓았다 - 고영민님, '공손한 손' 중에서 - 밥이 나오면 먼저 밥공기뚜껑에 두 손을 올려봅니다. 손안 가득 전해지는 따뜻함에 마음까지 환해집니다.밥이 내게 오기까지의 여러 사람들의 수고가 느껴집니다.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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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한 손


추운 겨울 어느날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앉아
밥이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밥뚜껑 위에 한결같이
공손히
손부터 올려놓았다

- 고영민님, '공손한 손' 중에서 -


밥이 나오면 먼저 밥공기뚜껑에 두 손을 올려봅니다.
손안 가득 전해지는 따뜻함에 마음까지 환해집니다.
밥이 내게 오기까지의 여러 사람들의 수고가 느껴집니다.
힘을 내라고 말하는 밥.
그래요. 오늘도 힘내십시오.... 라는 !!!

 

매일매일 사색의 향기에서

좋은 글을 받아보고 있는데...  몇일전에 보았던 고영민님의

공손한 손이었다.  10월 13일이 전시회를 위해서

이글 저글 많이 찾아보고 있는 중인데... 주제와 어울리는 글을

아직 찾지는 못했지만 지금처럼 시집을 많이 읽어본적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시집 한권에 아~  하!!  이글이다 하고 마음에 들어오는 글은 

한두개정도.   글쓴이는 어렵게 쓴 글이겠지만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은...   아니 나의 상황에 어울리는 

글이라서....   마음에 들어오는 것일것이다.

 

 

 

 

j*****7 2012.03.2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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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록장 천백삼십오번째.- 공손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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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자취하고 있던 시절의 꿈을 꾸었다. 사람의 관계는 오래가질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 사람이 알고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대단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두 사람분의 고통을 짊어지고 살만큼 강인하지도 정에 매이지도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아직까지 기억한다는 건 미련에 불과하다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눈에 덮이고 추운 그 길들은 보인다. 다시는 그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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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자취하고 있던 시절의 꿈을 꾸었다. 사람의 관계는 오래가질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 사람이 알고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대단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두 사람분의 고통을 짊어지고 살만큼 강인하지도 정에 매이지도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아직까지 기억한다는 건 미련에 불과하다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눈에 덮이고 추운 그 길들은 보인다.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아무래도 일평생 잔상으로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 나를 죽이고 싶어서, 나를 살리기 위해 만날 수 없다던 중2병 남자. 현실에선 뉴스에 살인사건이 뜰 때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 옛날의 그. 그래도 꿈에서만은 좋게 나왔구만. 

요지는 꿈을 열라 요상하게 꿔서 무슨 세종 아니 태종이 정도전과 쎄쎄쎄 BL찍는 것처럼 있을 수 없는 상황을 본 지라 실연시를 읽으니 마음에 확 와닿고 기분이 묘해지더라는 이야기. 어쩐지 이 시집 읽고 싶더라니.. 서평이란 깜빡이를 봤어야 했는데 못 봐서 교통사고 났으니 이 마음은 술로 치료해야겠구만.

그런데 이 시 읽을 때 초반엔 묘하게 거부감이 들었다. 그보다 왜 이렇게 여성과 폭력적으로 붙으려고 한다냐 전생에 엿이었나... 과거에 옛 여친과 힘겹게 보냈다는 사실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가려고 한다. 자기 행동에 좀 문제가 있던 게 아닐까? 물론 시인 자체가 아니라 시 속에 나오는 화자 이야기이다;; 그런데 60년대 초반생이신 어머니께서는 이 시를 굉장히 재미있어하셨다. (역시 아재 냄새가...) 어머니 말씀으로는 가족이 싸우고 나서, 상대방을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한 부끄러움을 잘 표현한 것 같다고.

 

무늬

서산에서 과수원을 하던 넷째 형이
감전사고로 죽기 전,
속초에 살던 셋째 형은 이유 없이
며칠을 앓았다

중국 한나라 때 미앙궁에는
커다란 종이 있었는데
서촉의 동산에서 캐어낸
동으로 만들었다
어느날, 누가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이 종이
숨죽여 울었다

그날, 서촉의 동산이 붕괴되었다
당신은 내가
한 달도 못 견딜 거라고 했다 

 

무려 속초에서 살았는데 이유 없이 아플리가 없지 ㅋㅋㅋ 시인이 한 달도 못 견딘다는 건 과수원 농사인가 아님 속초살이인가.

v*******5 2018.11.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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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보이는 것은 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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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입속   여섯살 된 딸이 생선을 먹다가 목에 가시가 걸렸다 밥 한 숟가락을 떠 씹지 말고 삼키라 했다 딸아이는 울며 입속의 밥을 연신 우물거린다 씹지 말고 삼켜라 그냥 씹지 말고! 어릴 적 나도 호되게 생선가시 하나가 목에 걸린 적이 있다 밥이 삼켜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직접 밥 한 숟가락을 떠 꿀꺽, 씹지도 않고 삼켜 보였다 그리고 아, 입을 벌려 당신의 입속을 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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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입속

 

여섯살 된 딸이 생선을 먹다가 목에 가시가 걸렸다 밥 한 숟가락을 떠 씹지 말고 삼키라 했다 딸아이는 울며 입속의 밥을 연신 우물거린다 씹지 말고 삼켜라 그냥 씹지 말고!

어릴 적 나도 호되게 생선가시 하나가 목에 걸린 적이 있다 밥이 삼켜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직접 밥 한 숟가락을 떠 꿀꺽, 씹지도 않고 삼켜 보였다 그리고 아, 입을 벌려 당신의 입속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 아버지

 

돌이켜보면 내 어릴 때도 생선을 먹다가 가시가 목에 걸린 적이 있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바다를 처음 볼 정도로 바다와 멀었던 고향.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아 생선을 먹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 자주 있었던 제사 때나 밥상에 생선이 올랐던 것. 그것도 조기만 줄창 밥상에 올랐고 아버지가 어느 정도 드시고 난 뒤 먹으라는 말이 떨어져야 비로소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그러니 생선은 얼마나 귀한 먹을거리인가. 성급하게 살점을 헤집어 입에 넣었을 테니 목에 걸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때의 아버지,  

 

엄정했다. 가시가 목에 걸렸는데 가시를 빼내줄 생각은 않고 ‘밥 한 숟가락을 떠 씹지 말고 삼키라 했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까닭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세월은 가고 내 딸 해인이, ‘여섯살 된 딸이 생선을 먹다가 목에 가시가 걸렸다’. 나는 쩔쩔매고 아내가 의연하게 대처했다. 결국 나는 아버지를 잇지 못하고 살았던 것. 아버지를 잇지 못한 것은 아버지가 상징하는 아버지 세대와 고향마저 잇지 못했다는 말이겠다. 한 달에 한 번씩 보는 어머니가 그나마 고향을 잇는 작은 끈이 될 수 있을까.

 

 

# 고향

 

아버지는 중간에서 호스를 당겨주는 어머니의 도움으로 만평 과수원의 사과나무 한 그루 빠짐없이 농약을 친다. 어린 내가 하는 일은 농약이 바닥에 가라앉지 않도록 하루종일 약통을 저어주는 일.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햇빛에 앉아 농약통을 젓는 일은 지루하고 심심한 일이라서 긴 막대기로 씨발이라고도 쓰고, 보지라고도 쓰고 하는데, 한나절 사과나무에 약을 친 아버지가 물큰 농약냄새를 풍기며 걸어와 하시는 말이, 너 하루종일 약통에다 뭐라 썼는지 내 다 안다(「과수원」).

 

군것질거리가 없던 어린 시절 치약 한 통을 다 먹어버린 날, 저녁 무렵, 아버지가 내 뒤꼭지에 슬쩍 한마디를 흘린다, 큰일 났네 누구 그 독한 치약을 한 통 다 먹었나봐, 그걸 한꺼번에 먹으면 멀쩡한 어른도 성치 않지, 누군지 모르겠는데 오늘 중으로 물 세 바가지는 먹어야 죽지 않을 텐데 말야. 그 날 저녁 나는 오로지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바가지에 얼굴을 박고 꿀꺽꿀꺽 물을 마시고, 어느덧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서도 한밤중 부엌에 나가 무슨 이유로 꿀꺽꿀꺽 세 바가지의 물을 마신다(「치약」).

 

아버지를 잊지 않았다는 것은 고향을 잊지 않았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고향의 정서를, 마을의 정서를, 공동체의 정서를 오롯이 간직하며 살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하여 고영민 시인이 보여주는 ‘등을 보이는 것은 지는 것이 아니다 / 잠깐 다른 곳을 보는 것이다 / 옷을 갈아입는 네가 부끄러울까봐 / 멋쩍게 돌아서주는 것이다’(「책의 등」) 같은 시, 그리고 겨울날 식당에 들어가 밥뚜껑 위에 공손히 손을 올리는 사람들 풍경을 그린 「공손한 손」 , 그리고 다음과 같은 시는 애틋한 공감을 길어 올린다.

 

 

아랫목

 

한나절 새끼 낳을 곳을 찾아 울어대던

고양이가 잠잠하다

잠잠하다

 

불을 지피러 아궁이 앞에 앉으니

구들 깊은 곳 새끼고양이 울음소리가

야옹지다

 

오늘밤, 이 늙은 누대(累代)의 집은 구들 속

새끼를 밴 채 진통이 심하겠다

불 지피지 마라

불 지피지 마라

 

냉골에 모로 누워 식구들은 잠들고

나 혼자 두렷이 깨어

바닥에 귀 대노라면

내 귀 달팽이는 감잎만큼 커졌다가

연잎만큼 커졌다가

 

쉿, 누가 들을까

어미는 발끝을 든 채 새끼를 물어

눈 못 뜬

자리를 옮기고 또,

자리를 옮기고


YES마니아 : 골드 g*******g 2009.06.0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