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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 좀 들어봐>의 10년 후 이야기이다.
가장 절친했던 친구와 아내에게 배신을 당한 스튜어트가 10년 후, 사업에 성공하고 나서 런던으로 돌아와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
여전히 그들은 각자 자신이 본대로, 같은 상황을 다르게 이야기한다. 모든 개인의 지구는 각자 그들을 중심으로 돈다.
역시나 소설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장면은 한 극장의 무대 위, 커다란 회전형 원판이 있고 각 주인공들은 따로 따로 앉아있다. 서로 떨어져 있으며 서로를 볼 수 없다. 자신의 말만 하며, 말이 끝나면 무대가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돌며 다른 주인공이 말을 잇는다.
분명 같은 사건을 두고 말을 하는데 각자 주장하는 바가 다르다. 가령, 거실에서 벌어진 섹스를 두고, 한 쪽은 위로, 다른 한 쪽은 강간이라고 단정하는 식으로 말이다.
"모든 인간은 자기중심적이다." "믿음은 불신, 배신으로 끝이 난다."
이 한 권의 수다스런 소설을 읽고 난 뒤 얻은 진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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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형식은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커다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줄리언 반스' 라는 작가의 작품은 항상 놀라움 그 자체를 선물해 준다.
[사랑, 그리고] 는 세 남녀가 10년 뒤에 다시 모여 서로의 생각이나 상황 그리고 상대방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고백체 형식을 띤 소설이다. 이 책은 [내 말 좀 들어봐] 의 속편으로 (아쉽게도 이 책은 품절로 뜨고, 아직 읽어보지 못한 상태) 질리언, 올리버, 스튜어트 세 남녀가 10년 전의 아픔을 뒤로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서 각자의 심정을 솔직하게 들려준다. 올리버와 스튜어트는 어린시절부터 함께 보낸 절친이다. 스튜어트의 부인인 질리언은 어느 날, 친구 올리버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급기야 둘은 스튜어트를 배반하기에 이른다. 이혼후 프랑스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그들에게 배반의 아픔을 간직하고 질리언을 사랑하고 있는 스튜어트는 그들을 위한 복수를 결심하고 프랑스로 향한다. 하지만, 정작 그 둘 앞에 나서지 못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스튜어트, 이런 스튜어트의 행동을 미리 예견한 두 사람은 그들이 불행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연극을 꾸민다. 과연, 그러한 두 사람의 행동이 스튜어트의 마음에 입은 상처를 치유하는 데 어느 정도의 도움을 줄 수 있는건가.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용서를 구하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나서는 두 사람이 조금은 뻔뻔스럽게도 보인다.
10년 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미국에서 사업가로서 성공을 거둔 스튜어트는 올리버와 질리언이 살고 있는 영국 런던으로 터전을 옮겨 오면서, 그들의 삶에 개입하기 시작한다. 과거와는 다르게 올리버는 자신이 쓴 영화 각본에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질리언에게 기생하는 삶을 살아가고 매사를 시니컬하게 대하며 그의 우울증은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외모와 경제적으로 한층 여유로워진 스튜어트는 그런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일자리와 자신이 예전에 질리언과 살았던 집을 내놓는다. 스튜어트의 그러한 행동이 과연 그 둘을 용서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는 것인지 조금은 의심스러웠다. 올리버는 스튜어트의 그런 행위가 성공한 친구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질리언은 '왜?' 라는 의문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과거지만 현재의 그들은 스튜어트에게 커다란 상처를 안긴 가해자 입장이고, 그런 그들이 그러한 호의를 받는다는 것은 옳지 못한 입장으로 해석되어진다.
시종일관 시니컬하고 다소 도전적인 올리버의 자기 고백과 어딘지 모르게 10년 간의 세월 속에 감춰버린 자신을 잘 포장하며 살아가는 질리언의 대화는 흥미롭기도 하면서, 언제 터질지 모를 풍선처럼 조마조마함도 함께 했다. 반면, 처음엔 모든 것을 용서하고 수용할 듯 보이던 스튜어트는 그의 얘기가 진행될수록 어딘지 석연찮은 느낌을 받게 된다. 그가 진정으로 그들을 용서했다기보다는 그가 누리고 있고, 가지고 있는 경제적인 부가 그러한 너그러움으로 표현된어진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튜어트는 결코 그 둘을 용서하지 않고, 지금까지도 자신이 사랑한다고 믿는 질리언을 되찾고자 하는 하나의 술책이 아닐까 생각되어질 정도로 숨겨진 감정들이 많아 보인다.
이 책에는 그 이외에 조연들의 고백체도 등장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 사람과 어떻게 얽혀있고, 세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 조금더 깊이있게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사랑, 그리고]는 같은 상황을 놓고도 각각의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의 차이를 보이는지 서로의 속마음을 통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언쟁을 하고 다툴 수밖에 없는 것인가??
"스튜어트 : 첫사랑이 유일한 사랑이다. 올리버 : 가능한 한 많이 하는 사랑이 유일한 사랑이다. 질리언 : 진정한 사랑이 유일한 사랑이다. "
사랑을 정의함에 있어서 세 사람의 성격을 짐작케하는 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소설 전반에 펼쳐지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극명하게 다른 세 사람의 생각과 용서와 화해의 방법은 달랐다. 외국 소설을 읽을 때면 느끼게 되는 문화적 차이점을 또다시 갖게 되고, 거기서 오는 나의 빈곤함으로 소설의 의미와 맛을 제대로 알아가지 못한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다양한 삶의 형태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책 한 권의 바다에서 건질 수 있는 행운 또한 함께 누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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