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보금은 우리 딸아이가 좋아했던 [반짝벌레]라는 책의 작가다. 그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읽었던 딸아이와 나는 그 뒷이야기를 무척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작가는 그럴 생각은 없는지 다른 동화들만 쓰고 있어 조금 아쉽다. 하지만 이 책은 갖가지 이야기들이 담긴 주머니속 여행으로 또다른 재미를 주는 책이다.
주머니 도서관이라 해서 진짜 주머니 속에 책이라도 들어 있을까 싶겠지만 그런게 아니라 갖가지 주머니를 다니며 그 주머니속에 담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듣는 책이다. 여하튼 차보금 작가의 상상력은 여전히 남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꼭 탈무드의 지혜가 담긴 깔막한 이야기들을 듣는듯 한 느낌이 든달까?
혹 밤마다 악몽을 꾼다면 무지갯빛으로 물든 주머니 안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악몽을 대신 먹어주는 괴물이 등장해 꿈속의 악몽을 모두 먹어 줄지도 모른다. 이루고 싶은 소망이 많다면 알록달록 주머니속 소파에 앉아 소원을 말해 보자. 남들과 달라 자신감이 없을때는 알록달록한 엉덩이를 가진 히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하얗고 파란 땡땡이 주머니속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신감을 가질수도 있다.
알록달록한 단추같은 쓸데 없는 수집품을 모은다면 단추가 다닥다닥 붙은 주머니를 들여다보며 생각지도 못하게 쓰일데가 올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자신감이 붙을지도 모르며 혼자서만 반짝반짝 보석을 달고 특별해 보이려던 임금님이 보석의 가치를 모르는 백성들때문에 조각조각 이어 붙인 보자기를 뒤집어 쓰고도 행복해 하는 알록달록 조각천으로 이어진 주머니 이야기와 둘이 힘을 합쳐 멋진 거미줄 양말을 만들어 놓고 서로 자기이름을 붙이겠다고 다투다가 그만 모든 일이 헛수고가 되어 버리는 얼키설키 실로 엮은 주머니 안의 이야기등 비록 서너페이지 정도의 짧은 이야기지만 교훈과 감동과 재미와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드는 주머니다.
책을 읽던 우리 아이들은 아마도 우리 할아버지는 이런 코트가 없냐고 조를지도 모른다. 책속의 할아버지 이야기처럼 이 세상에는 셀수 없이 다양한 이야기들이 널려 있다. 다른 사람의 주머니속이 아닌 내가 직접 내 이야기 주머니속을 채울 수 있으면 더 좋겠다. 꼭 주머니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
| 표지엔 분명 '장편동화'라고 써있다. 하지만 그렇게 분류하기엔 뭔가 꺼림칙하다. 작가의 이름이 낯익고 제목이 재미있어서 골랐지만, '장편동화'라는 소개는 옥의 티다. 감이의 멋쟁이 할아버지의 코트 속에는 아주 많은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그 속에는 할아버지가 여행을 하면서 담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이야기도 있고, 조금 흔하다 싶은 이야기도 있다. 이야기에 맞는 주머니 묘사는 재미있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서 감이의 역할은 없다. 할아버지의 역시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작은 이야기들의 나열에 불과하다. 마지막 장에서 감이의 이야기는 감이가 채워야하는 거라고 했다. 이것은 심각한 모순이 아닐까? 여행의 경험에서 '나'가 제외되어 있다니. 작은 이야기들을 '주머니 도서관'이라는 소재로 연결시키고자 한 것이 이 책의 기획이었다면 그 정도로 만족해야겠다. 그림은 자유분방한 것이 재미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