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0%
  • 리뷰 총점8 10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8.0
리뷰 총점 종이책
“엄마 옆에 눕겠다며 동생과 다투는데”
"“엄마 옆에 눕겠다며 동생과 다투는데”" 내용보기
시인을 몇 번 본 자리는 모두 문학 강연회였습니다. 어린이 문학을 하는 작가와 평론가들을 모셔다 독자들에게 강연하고 대화하도록 하는 작은 자리였습니다. 건장한 체구의 시인은 쌀 한 섬은 너끈히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선한 웃음과 부드러운 말씨로 사회를 봤습니다. 악수를 하면 시골 아저씨의 투박한 온기가 그대로 전해올 것 같았습니다. 시집을 읽으면서, 그때 마치 시인과 악수
"“엄마 옆에 눕겠다며 동생과 다투는데”" 내용보기
시인을 몇 번 본 자리는 모두 문학 강연회였습니다. 어린이 문학을 하는 작가와 평론가들을 모셔다 독자들에게 강연하고 대화하도록 하는 작은 자리였습니다. 건장한 체구의 시인은 쌀 한 섬은 너끈히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선한 웃음과 부드러운 말씨로 사회를 봤습니다. 악수를 하면 시골 아저씨의 투박한 온기가 그대로 전해올 것 같았습니다. 시집을 읽으면서, 그때 마치 시인과 악수를 한 듯 투박한 온기가 느껴졌습니다. 시인의 따뜻한 시선은 농촌 아이들에게 집중되어 있는데 오랫동안 농촌 교사 생활을 해온 경험의 소산이 아닐까 싶습니다. 도시 아이들 이야기가 아주 없지 않지만 시인의 주 관심사는 아무래도 1980년대 농촌 아이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시의 특징도 담담히 들려주는 ‘이야기 시’입니다. 서시이자 표제작인 「재운이」부터 그것은 확연합니다. ‘일년 내내 / 옷이 한 벌뿐’이라서 운동회 날 학교 망신을 시킨다며 교장 선생님에게 볼때기를 맞는 재운이를 그린 작품으로 무려 14연 58행의 긴 이야기 시입니다. 그림책 텍스트로도 쓰인 「영이의 비닐 우산」도 이야기 시로 드물게 성공한 작품입니다. 비 내리던 월요일 아침, 영이는 학교 가는 길에 거지 할아버지가 담벼락에 기대어 앉아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할아버지 옆에는 빗물이 촐촐 넘치는 쭈그러진 깡통이 놓여 있습니다. 거지 할아버지는 아이들의 놀림과 문방구 아주머니의 핀잔을 받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영이는 아침 자습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거지 할아버지에게 머뭇거리면서 자기의 비닐우산을 씌워 줍니다. 그날 오후 맑게 갠 하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영이는 거지 할아버지가 있던 담벼락을 봅니다. 할아버지는 없고 영이가 준 비닐우산만이 놓여 있습니다. 영이가 ‘말갛게 개인 하늘을 쳐다보며 중얼거’리는 말 - “할아버지가 가져가셔도 괜찮은 건데……” -로써 시의 품격을 확보하였습니다. 비닐 우산도 소중하던 1980년대 풍속과 거지 할아버지에 대한 영이의 애틋한 마음이 담백한 수채화처럼 잘 드러났습니다. 닭과 나 닭들은 참 신기해요 먹을 게 있으면 혼자 먹지 않고 꼭 동무들을 불러모아 같이 먹지요. 나는 맛있는 게 있으면 동생에게 주지 않고 나 혼자서만 먹어 치우는데. 닭들은 참 신기해요 해가 질 때면 꼭 동무들을 불러모아 횃대에 올라 같이 자지요. 나는 밤에 잠잘 때 엄마 옆에 눕겠다며 늘 동생과 다투는데. 시인의 작품은 운율의 미를 적극 고려했을 때조차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도 시의 품격을 잃지 않는 이유는 체험의 진솔함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농촌에서 닭과 지내지 않은 사람이라면 쓸 수 없는 체험과 진솔함이 진하게 담겨 있으니 말입니다. 아울러 ‘잠잘 때 / 엄마 옆에 / 눕겠다며 / 늘 동생과 다투는’ 아이들 세계를 잘 포착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 시가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외려 자주 시의 품격을 잃으며 산문으로 전락합니다. 단순히 시의 형식만을 이야기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이오덕 선생님이 ‘시는 머리로 쓰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온몸으로 쓰는 것’이라며 시인의 작품을 칭찬했는데, 시인에게 가해지는 비판 역시 똑같은 말로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시인의 작품 속 아이들은 한결같이 ‘꾀부리지 않고, 점수 많이 따서 저 혼자 살아가려고 하지 않는 아이들, 그래서 어딘가 못나고 어리숙해 보이는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너무 착한, 그래서 살아 숨쉬는 아이들로 보이지가 않는 것입니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06.03.2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