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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신나는 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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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는 아버지와 엄마가 크게 싸우기라도 하면 마치 내가 잘못해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자책했다. 그때는 아버지와 엄마의 싸움이 얼마나 무섭고 조마조마했던지. 그 자리를 떠나 영원히 돌아오고 싶지 않았고 나는 커서 절대 싸우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이튿날이면 혹시 엄마가 짐을 싸서 도망가지 않았을까 엄마의 존재를 확인했다. 아버지와 엄마가 싸운 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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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는 아버지와 엄마가 크게 싸우기라도 하면 마치 내가 잘못해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자책했다. 그때는 아버지와 엄마의 싸움이 얼마나 무섭고 조마조마했던지. 그 자리를 떠나 영원히 돌아오고 싶지 않았고 나는 커서 절대 싸우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이튿날이면 혹시 엄마가 짐을 싸서 도망가지 않았을까 엄마의 존재를 확인했다. 아버지와 엄마가 싸운 탓을 내 죄를 받아들인 경우야 아버지와 엄마의 화해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만약 더 크고 나쁜 일이 벌어졌다면 어땠을까?


김옥의 『준비됐지?』는 5학년 지효가 감당하기 어려운 사고를 당한 뒤 그것이 자기 잘못이라고 여겨 방황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지민이가 기차에 치여 죽자 엄마는 아예 입을 닫아 버리고 아빠는 잠시도 쉬지 않고 무섭도록 일만 한다. 식구들 중 어느 누구도 지민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그러니 지효의 자책은 깊어만 간다. 처음 자위행위를 한 뒤에 일어난 사고, 사고 뒤에 이사한 곳에서 아빠는 충직한 교회 관리인인데 느닷없이 찾아온 실직, 지효가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아이는 다른 친구를 좋아하고……. 지효의 고통은 겹겹이 겹쳐 더해만 간다.


지민이가 아빠를 마중하러 타고 간 자전거를 고장 낸 사람이 지효라는 것을, 만약 지효가 고장 난 자전거를 미리 고쳐 놓기만 했어도, 고장 났다고 미리 말만 했어도, 타고 나가지 못하게 말리기만 했어도, 아니, 지효가 미리 그 자전거를 끌고 나가기만 했어도, 그러기만 했어도 지민이는 죽지 않았을 거라는 걸, 엄마 아빠는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지효는 믿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지 못한 자신이, 모든 것이 자꾸만 너무나 미웠다. 모든 것이 지효 자기 탓이었다. (69-70쪽)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지만 지효는 하나님을 믿을 수가 없다. 끝까지 악랄하게 아이들을 괴롭히던 선생님도 자기가 바라는 학교로 가고, 성경보다 부동산 지도를 끼고 산다는, 돈 말고는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는 친구 엄마도 기도밖에는 의지할 데가 없는 자기 엄마보다 훨씬 부자이고 행복해 보인다. 반면에 자기네 식구는 정말 교회를 열심히 다니고 착하게 살고 있는데 고난만 주어지니 차라리 지효네 식구를 괴롭히는 하나님을 안 믿는 게 행복할 것 같다. 


지효는 교회에서 하는 연극에서 가인 역할을 자청한다. 스스로 가인이 되어 벌을 받고자 하는 것이다. 뼛속까지 진짜 가인이 되어 버린 듯한 기분을 느낀 연극. 겨울에는 주름투성이 붉은 여자아이가 지효 동생으로 태어나고, 아빠가 슬며시 지효 방에 들어와 사랑한다는 말을 한 뒤 지효는 마음 깊은 곳을 무겁게 억누르고 있던 무언가가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죄책감에서 비로소 해방되어 새 날을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때맞춰 행복하고 신나는 몽정도 한다. 그것은 인위적인 자위행위가 아닌 자연스런 성장의 징표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10.11.29.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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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딛고 성장하는 이야기, 그러나...
"아픔을 딛고 성장하는 이야기, 그러나..." 내용보기
솔직히 우리나라 동화를 읽으면서 이처럼 종교와 연관성이 있는 책을 처음 접했다. 물론 이 작가의 책 중 종교적 색채가 훨씬 강한 책이 있지만 그것은 제목부터 아예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생각지도 않았는데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마침 얼마전에 대략적인 내용이나마 성경을 읽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무슨 소리인지 모를 뻔했다. 하긴 그걸 모른다
"아픔을 딛고 성장하는 이야기, 그러나..." 내용보기

솔직히 우리나라 동화를 읽으면서 이처럼 종교와 연관성이 있는 책을 처음 접했다. 물론 이 작가의 책 중 종교적 색채가 훨씬 강한 책이 있지만 그것은 제목부터 아예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생각지도 않았는데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마침 얼마전에 대략적인 내용이나마 성경을 읽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무슨 소리인지 모를 뻔했다. 하긴 그걸 모른다고 해도 동화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그다지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지효의 자위행위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나쁜 짓을 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렇다면 그것은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누군가가 알려주면서 지효가 커가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이겠군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내내 그런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 그저 그 또래 남자아이의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한다. 게다가 사는 곳이 아주 시골인가 보다. 지효 아버지는 교회 일을 봐주는 독실한 기독교신자로 항상 반듯한 생활을 한다. 그러나 지효는 그런 반듯한 아버지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따스하게 말 걸어 주고 인정해주는 아버지를 원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아버지는 지효에게 엄격하기만 하다. 대신 동생 지민이에게는 한없이 너그럽다. 물론 그것은 지민이가 살갑게 굴기 때문이지 부모님이 누구를 편애해서가 아니다. 다만 지효는 그것을 알면서도 겉으로 표현을 못 하는 것 뿐이다.

 

비록 부모님이 동생을 더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긴 해도 주변에 있는 다른 아이들의 생활환경과 비교해볼 때 지효네는 그럭저럭 행복한 편이다. 아빠는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엄마는 언제나 노래를 흥얼거릴 정도로 상냥하다. 그러나 갑작스런 지민이의 죽음으로 모든 것은 엉망이 되고 만다. 게다가 하필이면 지효가 고장내 놓은 자전거를 타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어느 누구도 지효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지만 지효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마치 자신이 카인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면서. 그리고 그렇게 동네를 떠나서 서울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간다.

 

그런데 이사를 간 곳에서도 역시나 교회라는 공간을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물론 이야기의 중심에는 항상 종교적인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결국 나중에 교회에서 뮤지컬을 할 때 지효가 자원해서 카인 역을 맡고 처음엔 반대하던 아버지도 결국은 허락한다. 그러면서 아들을 사랑하며 믿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지효는 그간의 고민과 방황을 끝낸다. 그러나 이야기 전개가 오로지 결론을 내기 위해 만들어진 듯한 인상을 준다. 또한 각 사건의 연관성이 약해 보인다. 특히 지효가 새로 전학온 학교에서 만난 선생님 이야기는 꼭 필요한 것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나중에 두 부자는 관계를 회복하고 새 보금자리를 찾아가지만 어딘지 어색함이 많이 남는다.

l*****8 2009.02.0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