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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노래하는 말 271 요로케 알기 옹삭한 것이 시다냐? ― 국수는 내가 살게 김정원 글 삶창 펴냄, 2016.9.5. 8000원 교사로 일하는 김정원 님이 쓴 시집 《국수는 내가 살게》(삶창,2016)를 읽습니다. 교사로 일하기 때문에 대학교를 코앞에 놓고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 아이들을 마주합니다. 앞날이 까마득하다고 여기는 아이들 마음을 달래야 하고, 아이들 마음을 달래다가 김정원 님 스스로 예전에 이녁이 아이로 살던 나날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삶과 이야기를 고스란히 시 한 줄로 옮깁니다. 허기진 길손이라도 불쑥 찾아올까봐 / 저녁마다 초가 아랫목 솜이불 밑에 / 따뜻한 밥 한 그릇 묻어두시던 어머니 (까치밥) 우리 마을 / 큰 느티나무가 쓰러졌다 / 그 아래서 그의 이야기에 / 아이들이 당나귀, 노루귀 같은 / 귀를 쫑긋쫑긋 세우고 / 밤낮으로 푹 빠졌던 / 도서관이 불탔다 (정자나무) 정자나무 한 그루가 쓰러진 모습을 보고 난 뒤 시를 쓸 수 있던 모습을 되새깁니다. 시인 스스로 정자나무 한 그루를 ‘그냥 나무’가 아닌 ‘어릴 적 이야기가 깃든 터전’으로 삼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시로 옮길 수 있을 테지요. 정자나무 한 그루는 ‘그냥 나무’를 넘어서 ‘도서관’으로 여길 수 있는 마음이 있기에, 시린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시를 쓸 수 있을 테지요. 9월 수능 모의고사가 끝나고 /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 진로 고민을 삼키지 못해 속 앓는 아이와 / 속 풀기 위해 영산강 상류 뚝방에 올라 / 담양 진우네 국숫집에서 / 얼얼한 비빔국수를 시켜 먹는다 (국수는 내가 살게) 수많은 아이들이 대입을 앞둔 모의고사를 치르면서 “진로 고민을 삼키지” 못한다고 합니다. 점수가 잘 나오면 잘 나오는 대로 걱정이요, 점수가 잘 안 나오면 잘 안 나오는 대로 근심이겠지요. 교사로서 아이들한테 들려줄 수 있는 말이란 ‘어느 대학교 어느 학과에 들어가서 어떤 일을 찾아보자’는 대목을 넘어서기 어려우리라 느껴요. 그래도 교사인 시인은 아이를 이끌고 국숫집에 갔다고 해요. 국수 한 그릇을 사 주면서 마음을 달래 주려 했다고 해요. 아마 ‘한 반에 100명이 웃돌던’ 예전이라면 이런 일은 꿈조차 못 꾸었으리라 느껴요. 한 반 100명이 아닌 50명이라 하더라도 교사 한 사람이 모든 아이들을 달래거나 다독이기 어렵겠지요. 아무튼 대입을 앞둔 아이는 ‘선생님이 사 준 국수 한 그릇’에 천천히 마음을 풀어놓는다고 합니다. 시인인 교사도 덩달아 마음이 놓이고, 둘은 주거니받거니 이야기꽃을 피웠다고 해요. 국수 한 그릇 때문이라기보다, ‘나(아이)한테 마음을 기울이면서 시간을 써 주는 어른(교사)’이 있다는 대목 때문에 그 아이는 틀림없이 새롭게 기운을 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빠, 내가 왜 만화책 훔치던 버릇을 고친 줄 알아?” // 아버지는 조용히 그의 눈만 바라보았다 // “십계명 때문도, 벌칙 때문도 아니고, 뺨이 아파서도 아니야. 아빠의 눈물을 보고 마음먹은 거야.” (아빠의 눈물) 스스로 마음을 열어 다가서기에 서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 마음을 열지 않는다면 서로 마음을 주고받지 못합니다. 십계명도 벌칙도 뺨따귀도 아이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대요. 그러나 아이는 제 아버지가 흘린 눈물을 보고는 마음을 움직였대요. 아버지는 스스로 못 느꼈을는지 모르지만, 아니 아버지는 뺨따귀를 때리고 나서야 아이가 마음을 움직였다고 느꼈을는지 모르지만, 아이는 “아버지가 흘린 눈물”을 보고서 마음을 움직였다고 털어놓았대요. 아버지가 펼쳐보시더니 / …당최 무신 말인지 모르것다야. 요로케 알기 옹삭한 것이 시다냐? / 하셨다 (받아쓰기) 당찬 할머니가 서슴없이 말했다. “기사 양반도 항꾼에 타고 왔응께 절반은 내야 경우에 맞지라우, 앙 그려?” 운전사는 언덕길을 올라 현관 안까지 함박보다 큰 누런 호박을 날라죽고서도 할머니의 큰딸에게 만 원을 더 달라고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 (더치페이) 시집 《국수는 내가 살게》는 대단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시인이자 교사인 김정원 님 스스로 ‘미처 마음을 열지 못했을 적’에는 아무런 이야기가 샘솟지 못했구나 하고 느낀 삶이 고스란히 시 한 줄로 드러납니다. 이러다가 ‘아하 이렇게 마음을 열며 서로 만났네 하고 깨달을 적’에는 온갖 이야기가 샘솟았다고 알아차린 삶이 차근차근 시 두 줄로 나타납니다. 시인을 낳아 돌본 아버지는 흙만 만지고 살았다는데, 시인이 어릴 적에 그 아버지한테 ‘시 자랑’을 하려고 보여준 글을 이녁 아버지가 읽고서 투박하게 대꾸해 주던 말마디를 어른이자 교사로 살아가는 오늘날에도 마음으로 또렷이 되새기면서 시 석 줄로 옮깁니다. “알기 옹삭한” 시가 아니라, 알기 좋고 재미나며 즐겁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럽고 신나며 멋들어진 춤사위랑 노래가 흐르는 살림을 꿈꾸면서 시 넉 줄을 빚어요. 참말로 그렇지라. 알기 옹삭하게 써서야 무슨 시가 되겠어라? 항꾼에 손 맞잡는 마음이 될 적에 비로소 시가 되지 않겠어라? 2016.11.22.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시읽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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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김정원은 여러 명이 있다. 일단 내 동료직원 중 김정원이라는 호리호리한 분이 있다. 그리고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있다. 그리고 내가 최근 알게 되었으며 딱 우리 어머니가 좋아할 만한 교훈적인 시를 짓는 시인 김정원 님이 있다. 근데 왠지 다 남자들이다(...) 아무튼 이 분과는 가족보다도 더 돈독하다는 페친 사이가 되었는데, 황송하게도 꽤 오랫동안 나의 페친이 되어 주셨으며 내 글에 좋아요를 많이 눌러주신 작가 이인휘 씨가 직접 연결고리가 되어주셨다. 이 글에서 감사를 표하려 한다. 작가님의 작품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ㅠㅠ
시인은 담양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살고 있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 알려지기 거부하는 시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혼자 걸어다니기를
좋아하며 불의에 참지 못하는 불같은 천성도 있다고 하신다. 이를 '하느님이 주신 고마운 성격'이라고 말씀하시는 걸 보면 개신교이건 천주교이건
독실한 신자이심이 틀림없다. 아드님에게 밥상머리 교육은 물론 십계명도 아낌없이 가르치시는 바른생활 선생님이시다.
전라도에 찾아오면 술을 사주시겠다고 하시는데, 빈말이라도 너무 반갑고 황송하다. 이인휘 작가분이 하신 것처럼 시화라도 그려서 마음을 전하려고 했는데, 미친 짓이라기보단... 슬픈 짓임을 알았다. 보고 또 봐도 진짜 존못... 어떻게 이렇게까지 인간이 퇴화될 수 있는가... 빨리 캘리그라피 펜 사서 시화를 더 그려야 할 거 같습니다 ㅠ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