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알려져 있다시피 차이코프스키 5번은 너무나도 명연이 많은 곡입니다. 언뜻 떠오르는 것만 하더라도, 므라빈스키의 전설적인 연주(DG, Stereo), 마리스 얀손스의 출세작인 깔끔한 연주(Chandos), 베를린 필의 기량이 최고도로 발휘된 카라얀의 연주(DG), 이색적이지만 잊을 수 없는 번스타인의 연주(DG) 등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은 한번만 들으면 결코 잊을 수 없을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는 연주를 담고 있습니다. 내지에 보면, 빈필과 게르기에프는 첫 만남에서 단번에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다고 적고 있는데, 이 연주를 들으면 이러한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오케스트라와 지휘자가 모든 면에서 깊이 공감하여 이 곡을 혼신의 힘을 다하여 연주하고 있고, 이러한 장점은 실황녹임인 탓에 훨씬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빈필이 이 정도로 강렬한 연주를 들려준 것이 언제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주는데, 연주만 듣는다면 마치 정통 러시아의 오케스트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게다가 이 음반을 더더욱 자주 찾게 하는 요소는 매우 사실적이고 뛰어난 녹음을 들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단번의 실황녹음임에도 불구하고 음질에 있어서 나무랄만한 점이 전혀 없고, 특히 빈필 특유의 음색을 이 만큼 사실적으로 살려낸 음반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즐비한 명연들에도 불구하고 최상위에 당당히 위치할 자격이 충분한 음반이라고 생각하며, 이 음반을 다 듣고 나면 말미에 수록되어 있는 열광하는 청중들과 함께 나 자신도 박수를 쳐주고 싶을 심정이 되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