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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가정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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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전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고전작품을 현대언어로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옮겨놓은 책은  정말 읽는 게 곤욕스럽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은 것은  이제 10개월 되는 아들내미가 내 손에 들린 것은 뭐든 뺏고 보려는 통에  얇고 가벼운 책을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서포 김만중.  나는 초등학생 때 부모님이 사다준 위인전에서 김만중을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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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고전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고전작품을 현대언어로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옮겨놓은 책은

 정말 읽는 게 곤욕스럽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은 것은

 이제 10개월 되는 아들내미가 내 손에 들린 것은 뭐든 뺏고 보려는 통에

 얇고 가벼운 책을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서포 김만중.

 나는 초등학생 때 부모님이 사다준 위인전에서 김만중을 처음 알았다.

 그 위인전에는 김만중보다 김만중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남편을 잃고 김만중의 형과 김만중을 엄하게 키워낸 현명하고 어진 어머니라고 표현했다.

 당장 먹을 쌀이나 옷값은 아끼면서도

 아들들 읽을 책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김만중 어머니를 보면서

 나도 아이를 낳으면 책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어머니가 되어야지, 했었다.

 위인전이라는 게 어느 정도 과장이 섞인 글이지만 어쨌든.

 

 사씨남정기 이야기는 한국 고전소설답지 않게 온갖 막장 요소가 섞여있다.

 어린이들 보는 만화책에도 첩인 교씨가 본처인 사씨의 반지를 훔쳐내

 외간 남자한테 줌으로써 사씨가 다른 남자와 내통했다는 누명을 씌우는 이야기 정도는 나온다.

 원작은 더 가관이다.

 남편을 두고 다른 남자와 통간하는 일은 기본이요,

 이 집에 네 혀를 뽑아 자를 칼도 있고 벙어리로 만들 약도 있다는 말도 나올 뿐더러

 교씨의 수하가 교씨의 둘째 아들을 죽이고 사씨가 죽였다고 누명 씌우는 일,

 교씨의 수하가 쫓겨난 사씨를 겁탈하기 위해 무리를 이끌고 가는 일 등.

 마지막에 정신차린 유씨가 교씨의 심통을 꺼내라 하자 옆에 있던 사씨가 그래도 시신은 수습하자 한다.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고

 마무리는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

 

 

 나는 대체 이런 이야기를 어릴 때 어떻게 읽었을까.

 그 때는 맞아! 나쁜 교씨는 죽어야 돼! 하면서 오히려 사씨가 돌아온 것을 기뻐했었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런 책을 어린이한테 읽혀도 되는거야, 하고 겁이 난다.

 

 

 해설을 보니 김만중은 한글로 소설을 써야한다고 이야기했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사씨남정기는 고전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읽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중간중간 나오는 어려운 한자들이 힘들었지 문장이나 문맥등은 쉽게 읽혔다.

 

 김만중이 사씨남정기를

 인현왕후를 내쫓고 장희빈을 중전으로 삼은 숙종을 깨우치기 위해 썼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아무리 그래도 양반출신에 벼슬까지 하던 김만중이 교씨를 이렇게까지 비유한 걸 보면

 당시에 장희빈에 대한 사람들 시선이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좋지 않았나 보다.

 해설에 국문한적인 관점에서 이 책은 당시 첩을 두는 조선의 가정문제를 다룬

 최초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한다.

 김만중은 그렇게 앞뒤 꽉 막힌 양반은 아니었나 보다.

 

 이 책때문에 귀향까지 간 김만중이

 인현왕후의 복권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는 점이 아쉽다.

 

j*****7 2011.10.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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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씨남저익
"사씨남저익" 내용보기
작품은 뭐 우리들이 학창 시절부터 익히 접해 왔고 내용도 다들 아는 바입니다. 고전을 두고 흔히 "읽지 않고서도 읽은 마냥 착각하는 작품"이라 냉소적으로 정의하기도 합니다만 이 작은 입시에 워낙 단골로 출제되므로 모의고사 풀 때마다 스쳐지나간 발췌문만 다 합쳐도 작품 하나가 온전히 꾸려질 정도이며, 깊이 있게 공부하려는 학생들을 위해 전 텍스트가 다 수록된 단행본도
"사씨남저익" 내용보기
작품은 뭐 우리들이 학창 시절부터 익히 접해 왔고 내용도 다들 아는 바입니다. 고전을 두고 흔히 "읽지 않고서도 읽은 마냥 착각하는 작품"이라 냉소적으로 정의하기도 합니다만 이 작은 입시에 워낙 단골로 출제되므로 모의고사 풀 때마다 스쳐지나간 발췌문만 다 합쳐도 작품 하나가 온전히 꾸려질 정도이며, 깊이 있게 공부하려는 학생들을 위해 전 텍스트가 다 수록된 단행본도 시중에 여럿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 이 작의 제목은 말할 것도 없고, 내용이 낯설다는 반응이라면 그 사람은 공부뿐 아니라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 일상 자체를 불성실히 살았다는 비판을 들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 신원문화사판은 구인환 교수님 번역으로 나옵니다. 서포 김만중은 효자로 이름 높으며 홀로되신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한글 소설을 지었다는 스토리가 그 자신의 문명보다 더 유명할 지경인데 "번역"이 무슨 뜻인가 싶죠. 그런데 중세, 근세 한국어를 원형 그대로 독해하기란 현대인에게 매우 어려운 작업입니다. 이와는 별개로 김춘택은 이 작품을 한문으로 다시 번역한 적도 있습니다. 

김춘택이라는 이름은 우리 현대인에게도 낯익습니다. 장희빈을 소재로 삼은 TV 드라마들에서, 장희빈의 오래비 장희재의 처 "자근아기"와 간통하여 서인 측의 음모, 책략을 성공시키는 역으로 자주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김춘택의 할아버지가 김만기이며, 그의 동생이 김만중이기도 합니다. 이 명문가는 광산 김씨이며, 제가 20기 26주차 리뷰에서 잠시 언급한 김우명이나 그 질자 김석주 같은 이들은 광산 김씨라서 전혀 다른 가문이지만 여튼 같은 서인 당색으로서 묶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주인공 정처 사씨는 인현왕후, 간악한 첩 교씨는 장옥정에 대응한다는 게 다수설입니다. 그런데 바로 위 문단에서도 언급했지만 김춘택이 한창 장녀와 남인 진영을 몰락시키기 위해 골몰할 저 무렵에 이미 이 작이 완성본 형태로 장안에 널리 읽혔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과연 창작 동기 자체가 정치 풍자였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입장도 있습니다. 또, 대개 본처를 옹호하고 첩실을 천시, 지탄하는 건 조선조, 아니 현대에 들어서도 사회의 상규에 속하므로 아예 숙종대 훨씬 전에 창작되었을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곡절이야 어찌되었건 결과적으로 정치 투쟁에서 패배한 남인 진영을 조롱하며 서인 측 명분을 널리 선전할 도구로 이 작이 활용되기엔 아주 그만이었을 듯합니다. 여튼 작품 자체의 설득력과 매력 덕분에, 현대 독자가 주인공 사씨 부인에 감정 이입할 여지는 충분도 하고 말입니다. 
v*****7 2020.01.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