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대로 지하철 안에서는 읽어서는 안될 책!
일상에 지쳐서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읽기가 힘겹다. 그래도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짬을 내어서 책을 사지만, 역시 몇 십 페이지를 채 읽지도 못하고 책을 내던지게 된다. 책을 읽을 정신적 여유도 없지만, 대개가 감응이나 재미를 주지 못해서이다.
그런데 우나무노의 <모범소설>은 몇 가지 점에서 정말 뜻밖이었다. 하나는 요즘도 이렇게 착한 제목을 쓴 책이 나올 수 있을까 의아했다. 아니나 다를까 거의 백년 전에 나온 책이었다. 그래서 든 생각은 고리타분한 고전일 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이미 구매한 책이고, 또 마침 전철 안이라서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마지 못해 책 장을 넘겼다. 물론 서문을 읽지 않고 바로 소설 첫 편으로 들어갔다.
와우, 나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첫페이지부터 너무 신나고 재미가 있었다. 빨리 페이지를 넘기고 싶을 정도로. 읽다보니 이내 30분이 지나고 환승해야 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15분 더 지나서 환승하기로 하고 계속 책을 읽었다. 시간이 왜 그리 빨리 가는지, 이제는 내려야 했다. 그런데... 내려야 할 시점에 소설은 클라이막스에 치닫고 있었다. 어찌해야할지... 결국 용기를 내어 환승역에서 내리지 않고 마저 책을 읽었다. ㅋㅋㅋ 난, 이 날 회춘했다. 어떤 책에서도 감응하지 못한 내가 책에 몰입할 수 있었다니, 고목나무에도 꽃이 핀다더니... 무지 행복했다.
결국 이 책 때문에 15년 만에 회사에 지각을 했다. 정말 유쾌한 반란이었다. 종점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시 내가 탔던 종착역까지 있었으니, 지각은 당연지사였다.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직원들에게 정말 무안했다. 평소에 지각하는 직원들을 젤루 싫어하는 나 였기에 더했다. 하지만 속으로 낄낄거린다.
너희들이 고전의 즐거움을 알어? ㅋㅋㅋ |
|
1. 요약 。。。。。。。
저자 자신의 소설에 관한 철학을 풀어 놓은 ‘서문’과 남녀 간의 지독한 사랑 이야기 세편이 실려 있는 소설집. 끊임없이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는지를 의심하며 묻는 훌리아의 이야기와 후안이라는 사내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라켈과 베르타, 동생인 루이사의 남편이 될 것을 알면서도 트리스탄을 유혹해 아이를 낳고 그 아이로 가문을 잇게 만들려는 카롤리나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2. 감상평 。。。。。。。
저명한 스페인의 철학자이자 교육자인 저자가 쓴 소설이라지만, 스페인의 문학이나 사상에는 익숙지 않았기에 그 자체가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진 못했다. 다만 생철학을 했다는 저자답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단히 격정적이고 치밀한 논리적 사고보다는 직관적인 행동으로 일을 만들고 사건을 전개시켜나간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의 주제는 ‘사랑’이다. 그것도 흔히 생각하는 ‘정형화된’ 아름다운 사랑은 아니고, 말 그대로 ‘독한’ 사랑의 이야기, 심지어 그로 인해 (자신이나 타인의) 죽음까지도 기꺼이 감수해낼 수 있는 그런 사랑이다.(참고로 요새는 이런 주제의 드라마가 많은데 흔히 ‘막장 드라마’라고 불린다.) 스토리 자체는 딱히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과하면 독이 된다는 말이 있다. 합리성을 부인하고 직관과 충동을 강조한 생철학이 결국 후에는 이탈리아와 독일의 독재자들에게 사상적 근거를 제시하는 쪽으로 나아갔다는 걸 감안한다면, 과도한 이기주의에서 발로한 집착을 사랑으로 포장하고, 여기에서 인류 공통의 어떤 ‘모범’을 발견하기 원하는 저자의 의도는 딱히 긍정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