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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클라이버가 경쾌하고 신나는 지휘자라고 착각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기야 전세계적 명반인 베토벤 교향곡 5번 + 7번부터 지휘자 칼뵘 추모식 실황 연주인 교향곡 4번(ORFEO)까지 들어보면 그의 방랑자 기질이 집시처럼 리듬있게 느껴진다. 하지만 음색 비교를 해보면 그는 무정한(?) 사람이다. 오히려 사관학교 교사같이 엄숙한 표정을 짓는 카라얀의 앙상블은 부드러울 정도이다.카라얀의 연주는 유화와 같아 풍성하고 기름지다. 상임이었던 베를린 필의 웅장한 관악 연주를 부드러운 현악기가 동그랗게 감싼다. 이어 수박장사가 익었나 덜 익었나 확인하듯 타악기는 박력있게 그렇게 응집된 소리 덩어리를 두들기는 것이다.
하지만 클라이버는 백지에 색모래를 미친 듯이 뿌려놓은 전위예술과도 같다. 현악은 부드럽게주선율을 노래하고 관악은 그 위층에서 따로 날카롭게 울부짖는다. 피치카토나 스타카토 부분에서 클라이버는 아주 잘게 선율의 흐름을 쪼개어놓는다. 이런 건조한 연주 스타일은 베토벤, 브람스, 슈베르트 쪽에서 효과를 발한다. 하지만 상상하건대 브루크너나 말러에는‥ (* 실제로 클라이버의 브루크너, 말러 음반은 못 보았다. 하기야 베토벤 교향곡 9번 녹음도 없으니) 이런 건조한 연주 스타일이니 당연히 오케스트라는 독일 남부 쪽이어야 좋다. 빈 필하모닉이나 Munich Bavarian State Orchestra가 그에게 걸맞는 "악기"인 것도 당연하다.
그의 브람스 4번은 격정적이거나 슬프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푸르트뱅글러(+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처럼 울부짖으면서 어두운 심연을 헤쳐나가지 않는다. 오히려 푸른 섬광이 반짝이는 진공 세계 속에서 추상화된 슬픔의 형식을 탐미적으로 읊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하여 정격연주나 전위적인 연주처럼 아카데믹하거나 고전적이지만은 않다. 딱 뭐라 지칭할 수 없지만 "세라믹 같은 현대적 감각"이라고 얘기하면 알맞으려나 ? 낭만적인 연주로는 푸르트뱅글러, 고전적인 연주론 최근 전집으로 출반된 칼 뵘, 풍성한 연주로는 카라얀 것을 추천하겠다. 그리고 새로운 계시를 받고 싶으신 분에게 본 클라이버 반을 기탄없이 보여드리고싶다. 단 알아둬야할 사항 -브람스 교향곡 4번에서는 소위 '결정반'이라고 찍어둘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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