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말미에 이런 글귀가 있다.
『 모든 어른들은 청소년 시기의 감성들을 야금야금 빼먹으며 늙어가는 것만 같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그 감성들의 최대치를 기억해내는 특별한 즐거움을 누렸다. 』 - 작가의 말 중.
[나는 죽지 않겠다]의 단편들 중에서 연작인 <라면은 멋지다>와 <힘센 봉숭아>가 가장 좋았다. 주인공 민수가 추운 밖에서 여자친구 연주를 기다리며, 라면집으로 향하며, 선물을 사주려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또 편의점과 분식집 등으로 아르바이트를 이어가며, 봉숭아를 위해 화분을 들고 밤거리를 뛰어가는...... 나는 민수가 되어 기다리고 일하며 뛰었고, 정체가 무엇인지 말로 형용하긴 힘들지만 뱃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순간순간의 감정을 민수와 똑같이 느낄 수 있었을 만큼 내 이성과 감성 모두를 흠뻑 적셔놓았다.
이는 책 전반에 걸쳐 소설 속 등장인물의 상황과 심정이 아주 리얼하게 살아있는 덕분일 텐데, 화려한 수사어나 포장된 표현들이 아니라 투박한 진실 그대로가 문장 속에 녹아있기 때문에 더욱 리얼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한껏 치장했었다면 오히려 '소설이니까 그렇지 뭐' 라는 반응으로 청소년의 진짜 모습과 청소년 소설의 괴리감만 생겼겠지만, [나는 죽지 않겠다]에서 느껴지는 진실성은 거부할 수 없다.
또한 여섯 단편들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또 어렵기 때문에 삶이 고달픈 가정을 배경으로 하는 공통점을 갖는데, 그 와중에도 중고등학생인 주인공들은 나름의 삶을 향한 의지와 방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 또한 뿌듯한 일이다. 말없이 돈을 가져가버린 오빠를 두었을 지언정, 아르바이트비를 떼어먹혔을 지언정, 아기를 가졌을 지언정, 부모들의 고단함과는 별개로, 아니 부모와 형제들까지도 전부 감싸안을 만큼 크고 넉넉한 마음과 생각을 가졌다는 것. 참으로 다행이고 행복한 일이다.
읽어서 충분히 재미있고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괜시리 어렸을 적으로 돌아가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릴 것같은 기분이 들게 만든다. 이젠 완전히 '어른'이 되어버린 나에겐 작가가 말한 '청소년 시기의 감성들을 야금야금 빼먹는' 아련함까지도 갖게 만든 이 책, 참 좋다. |
|
어떤 작품이든지간에 작품속에는 작가의 살아온 날의 흔적이 묻어 나온다. 이 소설의 작가인 공선옥은 '근대에 태어났지만 전근대적인 삶을 살았다'고 자신이 이야기한다. 어릴적에 아버지가 밖으로 나돌아서 3자매가 생존을 위해서 뛰어야 했던 상황에서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누리는 세상을 살지 못하고 또래들과는 다른 시대를 살았다고 한다. 과일 행상에서 부터 빚에 쪼들리는 아버지와 병든 어머니, 대학은 입학했지만 무학점 학생, 대학생 출신으로 생계를 위해 공장 취업, 고속버스 안내양 등.... 순탄하지 못한 성장기를 자랐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난한 생활이 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작가의 길로 들어 섰다고 한다. 그리곤, 꽤 이름을 날리는 여성 작가의 대열에 끼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공선옥의 글을 읽으면 밝은 느낌보다는 어둡고 힘든 일상이 고달프게만 느껴진다.
![]()
'나는 죽지 않겠다'는 공선옥이 지난 5년동안 청소년들을 위해서 썼던 글 들 6편을 묶어서 출간한 창비 청소년 문학 시리즈 중의 한 권이다. '청소년 문학'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작가는 구태여 청소년 소설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쓴 글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화자나 주인공이 청소년 시기에 있는 사람일뿐이라고 한다. 성인이 주인공인 소설을 쓸 때보다는 다른 느낌을 가졌는데, 그것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보더라도 청소년기는 모든 감성의 최대치를 경험했던 시기라고 한다. 그런 맥락을 가지고 이 소설을 읽으면 좋을 것이다. 공선옥의 글이 그렇듯이 아름답게 포장하기 위해서 가식적인 표현 방법을 쓴다거나 미사여귀를 나열하지는 않는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청소년기에 나타날 수 있는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들이 그대로 여과없이 쓰여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흔히 말하는 '엄친아'는 찾아 볼 수 없는 삶에 찌든 모습, 너무 어려운 가정 형편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그 돈까지도 받을 수 없는 그런 모습의 고단한 삶의 모습의 청소년들이다. 아직은 경제적 터전으로 내몰려서는 안 될 학생들인데.....
박완서 작가는 추천사를 통해 이 소설들이 칙칙하지 않고 어둡지 않다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표제작인 '나는 죽지 않겠다'에서 여고생이 반장이 맡겨놓은 성금을 생활고에 시달리는 엄마에게 몰래 주고, 나머지 돈을 또 오빠가 가져가서 죽을 생각까지 하는 단계에 간다는 것은 정말 견디기 힘든 생활고인 것이다. 작가는 이런 생활을 해 보았기에 그런 설정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성금을 자신의 엄마에게 주고, 오빠가 훔쳐 가고, 그 돈으로 오빠는 장갑을 사고 엄마 생일 케익을 산다는 설정자체가 결코 올바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공금은 공금일뿐이다.' 이런 행동에 자책을 느끼지 않는 것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나중에 여 주인공이 죽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전환하는 것이 글의 핵심이기는 하지만,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이 대상이라면 좀더 생각해 볼 문제인 것이다.
'라면은 맛있다' '힘센 봉숭아' 등에서는 아르바이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런 소재도 많이 다루는 것이지만, 미성년자의 아르바이트에 대한 생각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꼭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는지....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생계를 해결해 나가야 했는지를 생각해 본다. 결론은 아니다. 여자 친구의 코트를 사주기 위해서 라면 조금 납득하기 힘들지 않은가?
청소년 시기에는 그 시기에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된다. 꼭 공부, 공부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으로서 지켜야 할 본분이 있고, 학생다워야 할 책임도 있다. '정명사상'이라고 할까?
청소년 소설들이 다루는 내용이 꼭 소외된 학생들의 이야기에 촛점을 맞추고 그 학생들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느낌이 들어서 거부 반응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공부가 아닌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 자신이 꼭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청소년의 틀에서 벗어난 학생들을 너무 관대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도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
작가는 청소년들이 청소년기에 대학 갈 공부만 위해서 어른이 되어서 빼먹을 감성이 없어 많이 슬픈 삶을 살지도 모른다는 말과 함께 이 글에 나오는 '나'들이 내 글 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와 부디 아름답고 굳세게 살기를 바란다고 했다.
나는 청소년들이 공부만 한다고 해서 감성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나는 죽지 않겠다'에 나오는 류의 청소년들이 꼭 아름다운 감성을 가지고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
|
대기업에서 14여년 생활을 그만두고 금주부터 쉬면서 읽은 책! '나는 죽지 않겠다!~'
짧막 짧막한 몇 편의 소설 모음집이지만, 나의 회사 그만두고(짤리고~?) 맘이 참으로 참담한 이 상황에서 읽으니 구절 구절이 참 와닿는다.
이 책의 주인공 여동생은 아빠를 여의고 야쿠르트 배달하는 엄마와, 오빠 이렇게 셋이 살고 있다. 아빠가 돌아가시자 남겨진 빚더미~암담한 현실~ 아빠는 자살하면서 모든것이 편안해졌지만,,,남겨진 가족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엄마는 웃는다. 속으로는 울지만~ 자식들을 위해 애써 짓는 웃음이다. 처절한 삶의 환경속에서 아래 구절이 와닿았다.
"나는 엄마가 살기 위해 내지르는 모든 비명과 애원, 오빠의 슬픈 짜증이 낯설고 또 낯설다. 왜 낯서냐 하면, 이것은 내가 꿈꾸던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살아가야 한다. 어떻게 하든지 나는 명랑하게 살아가야 한다. 아빠가 돌아가시자 자기 돈도 안 주고 죽어버렸다고 빚쟁이들이 몰려와서 이미 죽은 아버지에게 욕을 퍼부어대고 엄마 멱살을 뒤흔들어댔다. 고통과 수모, 수모와 치욕의 나날을 살명서도 엄마는 말했다. 어떡하든 산 사람은 살아가야 한다고. 이 고통과 수모와 치욕 때문에라도 우린 살아야 한다고, 나는 그때, 살아 있으니까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가슴 깊이 새겼던 것이다. 그리고 고통과 수모와 치욕이 때로는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위 구절이 와닿는 것은,,,,내 삶 역시 내가 꿈꾸던 삶이 아니다. but,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그것도 명랑하게 살아가야 한다!!!
물론 자존심이 구겨질 때도 있다. but 마지막 외치는 말처럼 " 난 죽지 않는다니까. 다시 말하지만 내가 누구 좋으라고 죽냐, 죽기를."
삶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명랑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
|
사회는 점점 더 각박해지고 있다. 입안되는 정책들은 대개 보다 잘 사는,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것일 때가 많다. 학창 시절 공부를 더 잘 했으니까, 좋은 대학을 졸업했으니까 등 사회의 정점에 위치한 사람들은 모든 게 노력의 대가이기에 공정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사회는 기본적으로 더불어 사는 공간이어야 한다. 누군가는 너무 많이 먹어 병원에 다닐 때 누군가는 살기 위한 먹거리가 없어 굶고 있는 현실은 폭력의 또 다른 발현형태인 것이다. 작가는 언제나 세상의 낮은 자를 그려왔다. 극소수의 특권층이야 그러잖아도 이미 충분히 주목을 받고 있지만 평범 혹은 그 이하의 삶을 영위하는 이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모두가 동경하는 삶으로부터 약간은 비껴 서있는, 하지만 그 삶이라 하여 가치가 없진 않다. 어느 누구도 가난이나 헐벗음, 폭력 따위를 원하진 않는다. 강렬한 의지로도 극복이 되지 않는, 때론 그런 현실도 있는 법이다. 작가는 말했다. 청소년소설을 쓴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노라고. 주인공을 젊은 세대로 내세웠다고 하여 청소년 소설일 순 없지 않냐고. 맞는 말이다. 어찌 보면 이 책은 그 동안 저자가 보여준 성향(?)의 연장선이라고도 할 수 있다. 빛이 닿지 않는 곳을 향한 따스한 시선은 저자가 줄곧 강조해온 바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여느 청소년 소설보다도 청소년들이 읽어야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늘날 청소년들의 삶을 살짝 떠올려 보면 이는 더욱 자명해진다. 나의 청소년기는 말 그대로 굴곡이었다. 여전히 나는 사람 사귀기에 재능이 없는데 학창시절에는 더더욱, 누군가를 내 곁에 두질 못했다. 경쟁에서 승리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지나치게 시달린 탓이다. 아마 많은 청소년들이 나와 같을 것이다. 그들은 그저 높은 성적을 거두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사고, 정해진 답을 알아 맞추느냐 못 맞추느냐에 따라 나의 생존이 결정된다는 사실에 집중하다 보니 지금 당장 내가 행한 외면이 훗날 어려움에 빠진 나를 외면하는 타인의 시선이 되어 내게 돌아올 수도 있음까진 생각지 못한다. 자연스레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일도 등한시하게 된다. 이는 치명적이다. 자신의 삶의 터전인 사회를 제대로 이해치 못하는 상황에서 성공을 꿈꾸는 건 어딘가 모르게 우습다. 비정규직의 능력없음을 손가락질하고 철거민들의 투쟁을 손가락질하는 건 쉽다. 그렇지만 자신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불행은 특정인에게만 드리워지는 굴레가 아니다. 안타깝게도 하나의 사례를 접할 때마다 우리 모두는 판단하고 처벌하려 든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도 나름의 사연이 있다.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하여 변명할 거리가 없어서 혹은 비난이 정당하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달아나고픈 하루하루로부터 삶의 의지를 다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는 그대들 그리고 우리. 이 세상에서의 승리는 우리 모두가 누려야만 하는 권리이다. 마음이 따스해지는 건 특별한 경험이다. 그 특별함을 책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는 건 진정 복이다. |
|
이 책을 읽고 내가 편견이 많은 사람임을 깨달았다. 알바하는 아이들은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공부하기가 싫다거나 유흥비가 필요하다거나. 그리고 임신을 하는 경우란 폭행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행실이 그리 바른 녀석은 아니었을 거라는 편견. 명료하게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지만, 아이들의 시점으로 씌여진 글을 읽고 나도 "요즘 애들..." 이라고 쉽게 말하는 어른이란 것이 깨달아졌다.
뒷표지에 "진짜배기 청소년 소설이 온다!"라는 말이 실려 있다. 공감이다. 작가는 청소년소설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단지 화자나 주인공이 청소년 시기에 있는 소설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청소년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을 때 과도하게 '청소년'에 집착하는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여섯 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 모두 주변 어딘가에 있거나 있었던 사람들 같다. 가난하고 하루 하루 살기 고달픈 사람들, 식구들과 아웅다웅 하고 친구들과 과자 사먹고 분식집에서 라면 먹고 공부는 하기 싫지만 그래도 해보려고 애쓰고.
통계나 신문 속에 등장하는 청소년들은 무섭고 감정이 없는 듯이 느껴진다. 그러나 내 주변의 중고생들은 지나가면 인사하고 친구들과 수다 떨고 부끄럼 많고 성적에 고민하고 그런 모습들이다. 이 책에 나오는 '죽지 않기로 한 나', 희창이나 민수, 승애 처럼 소소하고 큰 사건들을 겪으며 자라나겠지. 담담한 문체로 씌여졌다지만 감성이 지나치게 풍부한(?) 나는 코 끝이 찡해졌다. 갈비뼈 밑에서 버져가 울렸다고 할까나. 아들 녀석이 엄마 코가 왜 빨가냐고 물었다.
설거지를 하면서 문득 생각났다. 나도 대입 치고 난 겨울, 알바를 했었다는 사실. 얼마나 시린 가슴으로 새벽에 집을 나섰던가! 그 옛날의 내가 오늘날 내가 알바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안다면 무척이나 슬퍼했겠다. |
|
요즘은 부모와 자식 관계도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부모는 후견인이 되고 자식은 투자 대상이 되어 전쟁을 치르듯 공부에 투자한답니다. 그러다 보니 돈 많은 후견인을 둔 투자 대상은 공부를 잘 하고 좋은 대학을 갈 가능성이 큰 반면 돈 적은 후견인을 둔 투자 대상은 일류 대학은 아예 포기한 채 비뚤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돈은 부모를 판단하는 기준입니다. 돈 많은 부모를 높게 평가하고 가난한 부모는 당연히 대접을 못 받습니다. 이 얼마나 어이없는 상황인지요. 그러나 우리가 마을 공동체를 이루며 고르게 가난한 사회에서는 가난은 오히려 서로를 채워주는 따뜻한 정서가 있었습니다. 서로가 부족하다 보니 서로를 채워주려고 했고 그 마음들이 모여 풍성한 사람살이를 만들었습니다. 이렇듯 가난이 자연스레 만드는 따뜻한 정서를 끊임없이 환기하는 작가가 바로 공선옥입니다. 그리고 그 특장은 청소년소설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아버진 새로운 일거릴 끝내 못 찾은 모양이다. 잡담만 해도 일하는 사람을 쫓아내는 회사에 들어간 엄마도 왠지 불안하다. 용우가 어렵게 받아낸 돈을 꺼내 본다. 저 돈 때문에 내가 울고 아줌마가 울고 엄마가 울고 아버지가 운다. 돈 때문에 울지 않는 건 무엇일까. 아줌마네 집 가게 앞에 나둥그러진 봉숭아가 생각난다. 봉숭아는 돈 때문에 울지 않는다. 내가 발로 차버렸는데도 죽지도 않는다. 아, 그러고 보면 봉숭아가 이 세상에 가장 힘이 센가, 그 아름다운 꽃, 봉숭아가! 그러고 보면 아름다운 것들은 힘이 센지도 모른다.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어쩌면 내가 아줌마네 가게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아버지 말씀대로 밖에서 공부를 한 덕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니 아줌마가 그리 밉지가 않는 것이 참 이상한 일이다. “아이고, 아무리 세상 험해도 젤 이쁜 것들은 요것들이구나.” 엄마는 베란다에 나가 식물들에 물을 주고 있다.(「힘센 봉숭아」,118-119쪽)
민수는 대학 가서 만나자는 연주랑 헤어지고 나서 연주를 잊기 위한 방법으로 떡볶이 가게에서 알바를 합니다. 민수가 아무렇지 않게 용돈을 야금야금 받아 써도 될 만큼 한가하지 않은 집안의 경제 형편도 한몫을 합니다. 그런데 채용할 때 석 달만 일하면 시급을 삼천 원에서 삼천오백 원으로 올려준다던 아줌마는 약속을 지키지 않습니다. 내일 준다고 계속 미루는가 하면 어리다고 무시까지 합니다. 그래서 아줌마가 애지중지 기르는 봉숭아 화분을 냅다 차버리고 나와 친구 용우의 도움을 받아 돈을 받아냅니다. 그러나 민수는 집안 돌아가는 형편을 살펴보고 아줌마를 다시 생각하며 저간의 사정을 이해하는 눈을 갖게 됩니다. 아버지 말씀대로 밖에서 공부를 한 덕분인지 아버지도 어머니도 누나도 이해할뿐더러 떡볶이 가게 아줌마까지 포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민수는 자기가 걷어찬 봉숭아를 다시 화분에 심으려고 새 화분을 사들고는 떡볶이 가게로 달려갑니다.
이렇듯 공선옥의 청소년소설에는 가난하지만 건강한 십대들이 나옵니다. 아니, 가난‘하여’ 건강한 십대들이라고 해야 적확한 표현이겠습니다. 공선옥의 작품에서 가난은, 요즘 세태와는 다르게, 봉숭아처럼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힘센 봉숭아」 와 주인공이 동일 인물인 「라면은 멋있다」는 여자 친구 생일 선물을 사주려고 알바를 하는 민수와 민수의 정성을 마음으로만 받는 연주의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입니다. 그런가 하면 「나는 죽지 않겠다」는 반장이 맡긴 돈을 쓰게 되어 죽음을 생각했다가 생의 의욕을 되찾는 이야기이고, 「일가」는 다른 사람의 외로움을 느끼게 된 열입곱 살의 이야기이며, 「울 엄마 딸」은 스무 살도 되기 전에 자신을 낳은 엄마를 부정하다가 끝내 받아들이는 이야기입니다. 하나같이 밀물처럼 서서히 차오르는 느꺼움이 있습니다. 의용군으로 갔던 작은아버지가 보리밭의 여우처럼 다녀간 이야기, 「보리밭의 여우」는 아주 가난했던 시절로 돌아갔습니다. |
|
나는 죽지 않겠다. 죽고 싶다가 아니라 죽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합니다. 살다보면 힘이 드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고 그 순간들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고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누군가 이 세상을 스스로 떠난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무엇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남겨놓고 떠날만큼 힘들게 했던 것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살아남아야 합니다. 힘들고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을 할수도 있지만 살아남아 자신의 행복을 찾고 다가오는 시련과도 당당히 맞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책은 표제작인 '나는 죽지 않겠다'를 포함해 여섯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지만 청소년만이 읽을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청소년 소설이라하면 그 대상이 청소년으로 한정된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누구나 읽을수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청소년기를 훌쩍 지났지만 책을 읽으며 그때의 내 모습뿐만 아니라 지금의 친구들도 만날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여섯 작품이 있지만 표제작인 '나는 죽지 않겠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요쿠르트 배달을하는 엄마의 수입으로 주인공의 가족은 살아갑니다. 여유가 없으니 월급을 받기 전에 수금한 돈을 그때그때 쓰는 엄마는 수금한 돈을 대리점에 입금하지 못해 매번 마감날이 다가오면 여기저기 돈을 구해야 합니다. 학생회장이자 반장인 주인공의 짝은 3학년 선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쓸 돈을 다른반에서 걷은 돈 100만원을 수능 보기 전까지 맡아달라고 부탁합니다. 그 돈은 수능전까지 있으면 되고 엄마도 대리점에 입금하고 나면 월급을 받을수 있다는 생각에 100만원 중 50만원을 엄마의 가방 안에 넣어둡니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나보다. 세상에, 내 가방 속에 내가 필요한 돈 오십만 원이 딱 들어 있지 뭐니?" - 본문 17쪽
처음에는 엄마의 모습에 조금은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가방 안에 들었는 돈의 출처가 어디인지 생각하지 않고 마냥 좋아하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 돈을 넣어둔 딸의 마음이 어떠할지 알기에 참으로 무책임한 엄마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 돈이 없다면 그 집의 생계는 막막합니다. 어디서 나왔느냐가 중요한 것이라 당장 그들의 숨통을 트이게하는 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게 내일이라는 삶이 주어지는 것은 아닐까합니다. 자신이 상황이 이럴수 밖에 없으니 돈을 사용하고 그 돈을 수능전까지 채워놓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바로 돌려줘야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주인공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무엇이 부끄러운가. 그러나, 부끄러움의 정체를 나는 굳이 알아보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뛰는 것뿐. 아침 햇살이 마악 퍼지기 시작하는 세상 속으로 나는 달려 나갔다. 그러면서 가만히 읊조렸다. 강가에 앉은 남자의 말을. 나. 는. 죽. 지. 않. 겠. 다. - 본문 34쪽~35쪽
여섯 작품 속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그리 넉넉치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연히 책속 주인공들과 또래의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질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이해를 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요즘 이렇게 힘들게 사는 아이들이 어디 있냐고 말합니다. 부족할것 없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언제든 가질수 있고 먹을 수 있는 아이들은 주위에 이런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지 못합니다. 가끔은 그런 부분들이 마음 아픕니다. 우리들은 이런 삶을 살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친구들의 이야기에 공감합니다. 지금의 아이들은 책속 이야기일뿐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억지로 아이들에게 책속 아이들을 이해하라고 할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이 세상에는 자신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
|
도서관에 새로 들어온 책들은 제목만 보고 있어도 행복하다. 다만 일상이 너무 바빠서 다 읽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그래도 큰 맘 먹고 책을 몇 권 골라 빌려왔다. <나는 죽지 않겠다> 가방을 맨 여학생이 얼굴이 아니 전신이 빨갛게 표현되었고 약간 어색한 자세로 뛰어간다. 아침 햇살을 맞으면서 이제 새롭게 시작될 하루를 위해 힘차게 뛰어간다. 제목이나 그림이 맘에 들어 이 책을 골랐다. 그리고 창비 청소년문학이고 공선옥이라면 작가 이름정도는 알고 있으니 실망은 않겠다는 생각이 컸다. 내가 아침 자습시간에 교실에 들고 들어가 읽고 있으니 학생들이 "선생님, 죽으려고 하셨어요?" 묻는다. 아니 "죽지 않으려고" 말했다. 확실히 제목이 눈에 띄긴 한다. 이 책은 공선옥의 단편 모음집인데 청소년문학집에 실렸다. 주인공들이 청소년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청소년 문학인지는 잘 모르겠다. 작가도 그건 잘 모르겠다고 글 마지막에 실토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나는 죽지 않겠다>와 <울 엄마 딸>이다. <나는 죽지 않겠다>는 문장 사이트 글틴인가에서 발표했던 작품이다.<문장>은 복권기금에서 운영하는 문학사이트인데 청소년들이 들을 쓰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여러가지 문학관련 플래쉬와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자주 들른다. 그리고 매일 문학 집배원이라고 해서 소설가, 시인이 플래쉬 메일을 보내주어서 잘 보고 있다. 좋은 작품은 수업시간에도 활용한다. 문장에서 발표한 작품이라서 그런지 가장 청소년 소설다웠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가 야쿠르트 판매를 하면서 살림을 하시는데 살림은 늘 어렵다. 뜨문뜨문 수금한 돈을 생활비로 다 쓰고 월말에는 늘 빚을 져서 마감을 하고 월급타면 다시 다 갚고 매달 쪼들려야 하는 생활이다. 고등학생3학년, 2학년 남매를 키워햐 하는 엄마는 언제나 삭막하다. 그런데 주인공에게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게 하는 사건이 생긴다. 수험생 선배를 위해 후배들이 돈을 모어 선물을 준비하게 되는데 그 모은 돈을 반장 대신 주인공이 보관하게 된다. 그 돈이 어찌나 쏠쏠한지 쓰는데 재미가 들린다.매일 얻어만 먹던 친구들에게 과자와 음료수를 사주고, 집에 들어갈때 군고구마를 사고 엄마가 안절부절하는 마감을 하도록 돕고, 오빠가 가져가서 수업료 내고, 오빠와 다정하게 햄버거 사먹고, 그리고 오빠가 엄마와 여동생 선물이라고 장갑을 사고 케잌까지 산다. 그리고는 주인공은 반장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잃어벼렸다고 이야기하는데 반장이 거짓말을 한다고 더럽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렇게 힘들어할 때 새벽에 안개낀 강가에 나가 죽음을 생각한다. 그냥 죽어버리면 끝일거라 생각하는데 이것저것 생각하는 사이 아침이 밝아온다. 그리고 안개가 걷히니 모든 것이 부끄러워진다. 이것이 청소년기의 특징이 아닐까? 언제나 극단적으로 치닿다가 어느순간 모든 것이 부끄러워지는 것이다. 청소년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인 것 같다. 광분하고 울컥하고 울고 반항하고 그러다가 시간을 주면 미안해하는 과정들이다. 그냥 공부도 하기 싫고 부모님도 싫고 일상이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늘 화풀이를 한다. 친구를 괴롭히고 선생님께 반항도 해보고, 부모님을 힘들게도 해보고 그러다가 그러다가 사춘기가 지나면 미안해져서 부끄러워지는 시간들이다. 이 작품에서는 비록 잘못된 방법이지만 정말 돈을 소중하게 사용한다.정말 필요한 돈이라는 생각이 든다.엄마의 월급으로 그 돈을 갚고 살림을 다시 쪼들리겠지만 2,3년만 지나면 주인공이나 오빠도 돈을 벌 수 있을 것이고 생활은 조금 나아질 것이다. 또 <울 엄마 딸>은 미혼모 이야기이다. 엄마가 스무살이 되기 전에 승애를 낳았다. 그리고는 승애를 키우기 위해서 엄마가 무진장 애를 쓴다. 결국 아빠와도 잘 되지 않고 별거를 하는 상황이고 엄마는 늘 승애를 보면 미안하고 안타깝고 속상하다.너무 일찍 낳은 자식에 대한 이중적인 마음이다. 그래서 늘 술을 마시며 넋두리, 푸념을 하는데 승애를 그것이 가장 싫다. 그래서 반항적인 마음으로 남자친구를 찾는데 일이 생긴다. 엄마처럼 고2 여름방학때 임신 사실을 알게된다. 그렇게 되니 엄마의 입장을 이해하게된다. 청소년들의 이성교제나 임신을 다룬 작품은 많다. <쥐를 잡자>,<이름없는 너에게>도 많이 생각하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이 글은 유쾌하다. 임신 사실을 알고 일단 그 남자친구와 가출을 하고 함께 고민한다. 그리고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다.매우 긍정적이다. 제목을 조금 비평적으로 바꾸면 "그 애미에 그 딸"이지만 두려움 없이 삶고 맞닥뜨려서 산다면 그것 또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의 심리도 알 수 있다. 청소년문학의 장점이 그것이다. 실제의 청소년들을 통해 알 수 없었던 심리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
|
그래 무슨 일이 있었기에 "나는 죽지 않겠다" 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을까 궁금증이 생겼다고나 할까 ^^;;
나는 죽지 않겠다 일가 라면은 멋있다 힘센 봉숭아 울 엄마 딸 보리밭의 여우
이렇게 여섯편으로 구성된 이 책의 주인공들은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돈으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이라면 가정사 혹은 성적으로 고민하는 내용들이 많지만 여기선 돈이...
그렇다. 가정에 돈이 없으면 고민하고, 힘든것은 부모만이 아니다 가족의 구성원은 모두가 힘들다. 그것이 학생이라고 해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그래서 더 힘이 들지도 모른다 어려서 겪어야 하는 아픔이니까...
[나는 죽지 않겠다]의 소녀와 비슷한 경험을 해본적이 한번쯤 있을수도 있다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어쩔수 없는 일 그럴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해결할까? 라는 고민을 시작으로 생각해도 해도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차라리 죽어버릴까? 라는 결론을 내릴지도 모른다. 어른이 보기엔 하찮은 일일지라도 당사자인 청소년에겐 커다란 문제가 된다 아니 이것은 어른과 아이의 차원을 떠나서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은 커보이고, 남에게 일어나는 일은 작아보이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기에...
제목에서처럼 아무리 힘겹고 어려워도 죽지 않겠다!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지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