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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콜레주 드 라 시테’ 라는 제호아래 매년 12회의 컨퍼런스가 개최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는 공유 가능한
과학문화도구를 만들고, 과학과 사회에 대한 담론을 윤택하게 하며, 과학기술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 등, 짧지만 독창적이며 최근의 통계치 까지 적용된 여러 학자들의 연구성과가
발표 된다. 프랑스 ‘르 포이에’ 출판사와 ‘파리 과학산업관’이
공동으로 편찬한 기획전집 [르 콜레주 드 라 시테]는 바로
이 컨퍼런스에서 발표되는 내용 중, 우리시대의 중요한 쟁점들을 골라 주제로 삼고 이와 관련된 이론들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국내에서는 알마에서 [과학과 사회] 시리즈로 소개하고 있다. 학제간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이 시리즈를
통해서 과학적인 주제를 인문학자들은 어떻게 풀어내고 있으며, 그리고 인문학적인 주제를 과학자들은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통찰할 수 있다고 한다.
2009년
첫 권 [성의 역사와 아이를 가지고 싶은 욕망]이 출간된
이래 8년째인 올해 25번째의 책 [진공이란 무엇인가]가 출간 되었다.
첫 권이래 책이 나올 때마다 찾아서 읽고 있지만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를 만나면 곤혹스럽기까지 하다. 이 책 역시 그러한 주제중의 하나이다.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학교 다닐 때 진공에 대해서 배울 때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하긴 30년도 더 훨씬 전의 일이니까, 진공을 이해하기 위해 고민했던 흔적들은 없어졌겠지만 말이다.
진공은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자연과 우주를 이해하려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과학자들을 괴롭혔던 문제라고 한다. 흔히
우리는 진공을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는 공간으로 이해하지만, 완전한 진공은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진공은 이상적이면서도 실현 불가능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원자론자들에게 있어 진공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의 근간이었다. 그들에 따르면 진공은 물체가
존재하고 운동하는데 필요한 조건이었으나,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존재를 부정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사실상 진공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다른 개념들을 도입했고, 이는 진공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그럼에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으로 진공은 중세 르네상스시기에 이르기까지 그 존재가 부정되었다고 한다.
갈릴레이와
뉴톤은 물체의 운동을 진공을 기준으로 파악했으나, 일반물질과 빛의 운동학이 서로 다르고, 또 중력문제로 인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이를 해결한 것이 아인슈타인이었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에서 서로 분리되어 있던 시간과 공간을 시공간이라는 새로운 실체로 대체하여 물질에도, 빛과 같은 전자기파에도 똑같은 운동학이 적용됨을 보여주었고, 또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진공은 물질원이 전혀 없는 시공간으로 규정하면서 중력문제를 해결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진공에 대한 연구는 우주론에까지 확대되었다. 아인슈타인은 우주를 진공상태의 유한한 크기의 모델로 보았지만,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에 따라 그의 이론은 폐기되었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우주상수와 암흑물질에 대한 가설의 토대가 되어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우주는 가속팽창하고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측결과이다. 왜 그런지는 아직도 알지 못하지만, 과학자들은 그것에 대한 해답을 진공이 줄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고 한다.
사실 진공이라는 것에 대해 우리 일반인들이 깊게 알 필요는 없다. 책을 읽으면서도 이해될 것 같다가도 이내 이해 불가한 경우가 많다. 아마 물리학에 대한 기초지식이 제대로 있지 않아서 일 게다. 그럼에도 이 시리즈를 찾아서 읽는 것은 새로운 과학기술의 동향을 알아보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지만, 한가지 주제에 대해 과학자들, 혹은 인문학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유하는 방법을 통해 나 또한 주변들의 현상을 이해하는 법을 배울 수가 있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책을 읽는 이유가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 우리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이해불가다. 이 책보다도 더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