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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문명교류학자 정수일이 세 번에 걸쳐 76일간 아프리카 22개국을 방문하고 그들의 문명과 유적에 대해 쓴 문명기행문 [문명의 요람 아프리카를 가다]를 읽은 적이 있다. 아프리카에 관한 그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알게 되었고, 라틴아메리카 역시 아프리카처럼 단편적인 지식에 의해 알고 있는 피상적인 대륙에 머물러 있기에 망설임없이 읽었다. 그는 해상실크로드를 통한 문명교류의 양상을 밝히기 위해 전 세계를 여행했다고 한다. 흔히 실크로드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오아시스 육로와 초원로를 떠올리지만, 문명교류의 통로로써 실크로드는 구대륙에만 한정되지 않고 16세기 초부터 해로를 통해 신대륙으로 뻗어나갔다고 그는 말한다. 이 책은 해상실크로드가 지구의 서편에 있는 그 땅까지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고증하고 확인하기 위해 두 번에 걸쳐 80일간 라틴아메리카 20개국을 문명 탐방하고 쓴 글들을 모아 엮은 책으로 그의 일관된 화두는 문명이었다.
라틴아메리카는 잉카문명, 마야문명, 아스떼끄문명 등 고대문명이 자리했던 문명의 보고이지만, 16세기 대서양 항로 개척으로 구대륙에 처음 알려진 이래 제국주의자들의 침략과 수탈로 인해 식민지로 전락하고 원주민인 인디오들이 몰살당한 비운의 땅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들의 문명과 유적, 유물을 확인하기 위해 라틴아메리카의 최남단인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에서 북단 멕시코와 쿠바에 이르기까지 동서로, 남북으로 현장 탐방하면서 쓴 69편의 글을 1권과 2권, 두 권으로 나누어 엮었다. 먼저 1권인 이 책에서 저자는 포르투갈의 해양 왕자 엔히끄가 대서양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출발했던 포르투갈의 리스본 후까곶을 돌아본 뒤 브라질, 파라과이, 우르과이, 아르헨티나 등 라틴아메리카 남동부를 거처 북서쪽으로 올라오면서 볼리비아, 에콰도르, 콜롬비아까지 9개 나라를 다루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대부분의 나라는 구대륙에 알려지면서 사탕수수와 같은 농산물, 황금으로 대표되는 광물로 인해 열강들의 각축장이 되었고, 그 뒤 대부분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그 과정에서 옥수수, 감자, 고추, 땅콩과 같은 라틴아메리카의 특산물이 유라시아에 전해지기도 했지만, 고대문명의 유물, 유적들이 파괴되었고 그런 문화유산을 가진 인디오들이 학살당하면서 그들의 역사 행적은 15세기부터 끊기게 되었다. 저자는 잉카문명과 마야문명의 흔적을 찾아 둘러보면서 원주민인 인디오들이 만들어낸 토기와 도자기 그리고 황금문화는 세계 어느 곳보다도 월등하고 뛰어났다고 평가한다. 흔히 토기와 도자기는 고대 동양에서 발전했고, 황금문화 역시 유라시아 대륙에서 이루어졌다는 통설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역사가 15세기를 기점으로 단절되었다는 것은 서구 식민주의자들의 만행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그 결과 그들 대부분의 국가는 서구 어느 나라의 하부단위로 전락했고, 독립 이후에도 고대문명을 빈 공간으로 남겨둔 채 강대국들의 개입과 부패로 얼룩진 근현대사를 간직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아옌데, 체 게바라, 네루다, 리베라와 같은 라틴아메리카의 변혁에 앞장섰던 인물들의 삶을 통해 그들의 공과를 살펴본다. 그런가 하면 저자는 마젤란이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바닷길을 열어놓은 마젤란해협, 다윈의 흔적이 있는 비글해협 등을 찾아보며 그들의 여정을 항로를 중심으로 재구성하여 우리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라틴아메리카 인디오들의 이주경로였다.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호모사피엔스의 동진은 인도양을 건넌 후 두 갈래 방향으로 갈라졌다고 한다. 일파는 시베리아로 북상하여 베링해협을 거쳐 북아메리카로 들어갔고, 다른 일파는 한반도 등 동아시아 해역을 거쳐 태평양을 건너 라틴아메리카로 들어갔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이주경로가 라틴아메리카 몇몇 박물관에 지도로 명시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저자는, 인디오들의 일부 문화가 우리네 그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은 고대로부터 시작된 문명의 공유결과라고 조심스레 추측하기도 한다. 또 한 가지는 광장을 중심으로 중요기관들이 모여있는 큰 도시들의 구조가 국가를 불문하고 동일한 것은 수백 년 전에 세워진 식민지의 흔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전해주는 도시들의 모습은 흡사 판에 박은 듯하다. 이러한 모습이 라틴아메리카의 각 나라들이 처한 현실의 유사함과도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프리카에 대한 저자의 글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이 책 역시 라틴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문명과 근현대들어 사회변혁을 위한 라틴아메리카인들의 투쟁사, 그리고 각국의 역사, 지리, 사회를 포함한 인문서라는 느낌이 들었다. 2권에서는 이른바 중미라 불리는 나라들과 카리브해의 나라들을 다루게 될 것이다. 그곳 나라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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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문명교류학자 정수일이 세 번에 걸쳐 76일간 아프리카 22개국을 방문하고 그들의 문명과 유적에 대해 쓴 문명기행문 [문명의 요람 아프리카를 가다]를 읽은 적이 있다. 아프리카에 관한 그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알게 되었고, 라틴아메리카 역시 아프리카처럼 단편적인 지식에 의해 알고 있는 피상적인 대륙에 머물러 있기에 망설임없이 읽었다. 그는 해상실크로드를 통한 문명교류의 양상을 밝히기 위해 전 세계를 여행했다고 한다. 흔히 실크로드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오아시스 육로와 초원로를 떠올리지만, 문명교류의 통로로써 실크로드는 구대륙에만 한정되지 않고 16세기 초부터 해로를 통해 신대륙으로 뻗어나갔다고 그는 말한다. 이 책은 해상실크로드가 지구의 서편에 있는 그 땅까지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고증하고 확인하기 위해 두 번에 걸쳐 80일간 라틴아메리카 20개국을 문명 탐방하고 쓴 글들을 모아 엮은 책으로 그의 일관된 화두는 문명이었다.
실크로드의 환지구성을 밝히고자 라틴아메리카의 문명과 유적을 찾은 저자가 1권에서는 브라질로부터 시작하여 라틴아메리카 남동부를 거쳐 북서쪽으로 올라오며 탐방했다면 2권은 이른바 중미라 불리는 지역과 카리브해 연안의 나라들을 다루고 있다. 1권에서 포르투갈의 해양 왕자 엔히끄의 대서양 항로 개척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2권에서는 콜럼버스의 여정을 복기하며 구대륙과 신대륙의 교류에 초점을 맞춘다. 또한 1권에서 소개한 칠레의 아옌데 대통령, 빠블로 네루다, 체 게바라처럼 라틴아메리카의 독립을 이끈 영웅들로 베네수엘라의 국부로 추앙받는 볼리바르, 20세기 사회주의 주창자 차베스, 인디오의 대모 리고베르따 멘추, 멕시코벽화운동의 거장 리베라, 쿠바혁명의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의 삶을 살펴보기도 한다.
저자의 라틴아메리카 문명기행 2권은 베네수엘라를 시작으로 파나마,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멕시코 등 중미를 거쳐 쿠바, 도미니카, 자메이카 등 카리브해 연안국가들로 이어진다. 먼저 중미는 몰메가문명, 마야문명, 아스떼끄문명 등으로 부리는 메소아메리카 문명의 보고이기도 하다. 엘살바도르는 마야문명의 남계로 안데스문명인 잉카문명과의 교접지대였으며, 멕시코의 아스떼끄문명은 멕시코문명의 종막이자 인디오문명의 꼭지점으로 불린다고 한다. 특히 멕시코 유까딴반도의 치첸이차 유적은 정글 속에 묻혀 있던 마야 최대의 신전도시 유적인 과테말라 띠깔 유적과 더불아 대표적 마야유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유적들도 서구 식민주의자들에 의해 난도질 당하면서 역사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저자는 1권에서와 마찬가지로 각국의 박물관을 순례하면서 인디오들의 기원에 관심을 갖는다. 지질학적인 연구 성과로 보면 몽골로이드 계통의 북방인류가 베링해협-알래스카를 거쳐 남하하여 아메리카 남단까지 이르렀다는 것이 정설에 가장 가까운 일설로 보이지만 시베리아와 북미간의 문화적 상관성, 원주민들의 다양한 유전자 분포, 언어적 기원 등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아스떼끄 문명과 한민족 문명은 언어 생활풍습에서 상사성 내지는 일치성이 존재하며, 한국인과의 유사성은 미토콘드리아 DNA 염기서열이 가장 까깝다며 고대에 두 문명의 공유성을 추측하기도 한다. 고대 인디오 문명을 둘러본 저자는 이어서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을 둘러보면서 미국과 쿠바의 오래된 관계와 콜럼버스의 여정을 복기한다. 서구의 라틴아메리카 식민 개척의 척후병이었던 콜럼버스의 카리브해 항해는 라틴아메리카 식민화의 서막이자 모든 화근의 불씨였기 때문이다. 저자가 콜럼버스의 항로를 재구성해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미의 국가들 역시 남미와 마찬가지로 국가를 불문하고 도시들의 구조는 유사하다. 이는 식민지의 흔적 때문일 것이다. 격심한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심각한 치안 문제와 연관되고 이는 각 나라들이 처한 현실과도 유관해 보인다. 아프리카에 대한 저자의 글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이 책 역시 라틴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문명과 근현대들어 사회변혁을 위한 라틴아메리카인들의 투쟁사, 그리고 각국의 역사, 지리, 사회를 포함한 인문서라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고서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그림이 조금이나마 그려진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