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의 이름은 으제니오, 여리고 어리숙한 엄마가 애써 생각해낸 교훈적인 이야기엔 콧방귀나 껴대는, 나름대로 도통하고 영악한 아이,,, 그런 아들이 유일한 가족인 엄마에게 코 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를 대체 어떻게 보내게 해줄 거냐며 시도 때도 없이 보채고 다그치며 스트레스를 있는대로 준다. 크리스마스에 "죽은 쥐새끼처럼 둘이서만 집구석에 처박혀 있기 싫다"며 엄마 속을 있는대로 뒤집어 놓는 아들놈도 아무리 엄마를 볶아대도 결국은 별 뾰족한 수가 없으리란 걸 알고 있다. 그러기에 엄마가 들으면 가슴 뜨끔해질 찔리는 말만 골라서 조잘대며 심통을 부리는 것이다. 한때 촉망받는 화가였던 엄마는 이제는 그림도 영영 접고 도서관 사서로 일하며 이혼 뒤 달랑 남은 아들과 함께 하루 하루 고군분투하며 삶을 헤쳐가는 예민하고 감성적인 여성이다. 자고로 성탄절이란 "사랑하는 이들에 둘러싸여 북적북적 즐겁게"란 강박 관념에 꼼짝 없이 세뇌당한 인간 세상이니 이 두 외로운 모자 역시 여기에 휘둘려 가랑이가 찢어질 판이다. 삶을 보는 엄마의 시선은 자의식 강한 그녀이니만큼 고통과 회한에 차 있지만 담담하고 처연히 생을 받아 안아야만 하는 체념만이 자기에게 남겨진 유일한 선택임을 알고 있다. 성탄 다음 날, 해변에서의 그녀의 독백은 그래서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