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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듯 없는 듯. 있으면서도 없어야 하고, 그렇다고 아주 없는 듯 해서도 안 되는 삶. 호텔 보이로서 주인공의 삶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걸 체코 문학의 대가가 썼단 말이에요. 친숙한 동유럽 작가는 밀란 쿤데라 밖에 없는데, 이 분은 일찌감치 어두운 체코를 떠나 글을 썼죠. 밀란 쿤데라의 작품은 고향이 끝내 가지 못하고 떠도는 오디세우스의 느낌이 강해요. 그런데 이 작가는 그렇지 않습니다. 피를 흘리며 이 땅에 남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의 글이에요.
수많은 사람이 잠깐 왔다 떠나가는 호텔. 그런데 이 호텔에 어제나 지금이나 묵묵히 남아있을 수 밖에 없는 주인공의 모습에서는 작가를 보는 것 같습니다. 온 이들을 정성으로 돌봐주고, 떠날 때는 웃는 얼굴로 배웅해야죠. 아픔과 인내. 호텔보이 주인공의 삶과 애환은 우리를 닮았습니다. |
|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통해 보후밀 흐라발 작품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스토리, 동유럽 풍의 이국적인 분위기, 작품에 꽉꽉 차있는 개인의 방대한 자아 서술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다가 들게 된 작품이 바로 이 《영국 왕을 모셨지》였다. 주인공인 호텔 웨이터 '디테'가 호텔을 전전하며 그리는 삶을 그린 소설인 듯 한데, 작품 전반적으로 만연한 성적 대상화 때문에 속이 안 좋아서 다 읽지는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