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구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전통 시오노 나나미의《로마인 이야기》를 읽고 배울수 있는 두가지 교훈의 들라면 나는 첫째는 개방과 관용정신이요, 둘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철학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민족을 정복하며 세계의 국가로 끊임없이 영토를 확장해 가면서 잊지 않았던 점은 피정복민자들에게도 로마시민이 되는 길을 항상 열어두었던 개방과 관용의 정신이 있었으며, 전쟁때마다 로마의 귀족들은 대열의 선두에 서서 용기와 희생이라는 덕목을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군대를 이끌어 갔다는 점이다. 특권층의 도덕적 의무야말로 로마사회를 떠받침 커다란 기둥이었던 것이다.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재발견 그럼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존재하는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이 커다란 사회이슈가 되고 있다.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해이가 연일 신문의 주요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통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그럼 지금부터라도 만들어 가면 될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 역사상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보여주는 선조들의 사례를 찾아 참고하면 어떨까? 개인적으로는 제일 먼저 경주최씨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런 생각의 바탕에서 한국의 명문가들을 찾아 과거와의 대화를 시도한 것이 이 책《조용헌의 명문가》의 저술배경이 되었다. 저자는 수백년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집안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자존심과 품위를 지키며 살아가는 우리의 미래모습을 조명하고 있다.
한국 명문가의 공통된 특징들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의 명문가로 꼽을 수 있는 9개 집안을 둘러보고 있다. 도덕적 카리스마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논산의 명재 윤증의 고택에서부터 나라가 어려울 때 칼을 들었던 독립투사형 가문인 담양 창평면 고씨 집안, 우당 이희영 일가의 이야기, 안동 고성이씨의 종택 임청각에 이어 문화재 보존으로 독립운동을 한 간송 전형필 집안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이야기들을 살펴보고 있다.
개개 명문가의 전통과 스토리가 있겠지만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공통점은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사주명리학의 대가답게 명문가의 탄생조건과 특징들을 설명해 나가고 있다. 저자는 ‘지리’에 ‘인물’과 ‘덕행’이 더해졌을 때 비로소 명문가가 탄생했다고 보고 있다. 소위 '명당'자리에 터를 잡고 평소에 덕행을 쌓았던 명문가들만이 혼란의 역사 속에서도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결국 명문가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몫이었던 것이다. 권력을 가졌을 때에는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힘썼고, 권력을 등졌을 때에는 향토공동체의 안위와 내실을 기하는 데 기여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에는 가진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을 향해 달려갈 뿐이었다.
우리 사회를 통합할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주인공은? 오늘부터 우리나라도 이제 인구 5천만의 대국에 들어선다고 한다. 하지만 5천만의 마음은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념적 대립으로 분열되고 있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양극화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인구의 고령화를 대변하는 노년층과 반듯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88만원 세대를 비롯한 세대간 갈등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우리 앞에 놓인 일한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를 통합해 나가는 지혜와 위대한 정신은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고 자존심과 품위를 지키며 살아가는 삶은 어떤 것일까 하는 질문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명문가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속에 담긴 삶의 철학과 그들의 행동을 공부해 보아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을 통해 기근에는 창고를 열고 국난이 닥쳤을 때에는 분연히 일어섰던 그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
|
2009년 대한민국은 또 한번 커다란 시련을 겪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 경제 의 거센 한파가 한반도를 거침없이 얼어붙게 만들고있다. 대한민국을 말할때 참 살기좋은 나라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재(財)를 가진자들의 낙원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다. 무엇이든 가 능한 나라라고 말하기도 한다. 돈만 있으면 무슨일이든 가능한, 가진자들의 천국 대한민국속에 서 서민들의 시름, 못가진 자들의 고통과 상대적 빈곤은 그래서 더욱 심해져만간다.
조폭까지 동원해 아들을 때린 사람에게 복수하는 재벌회장, 재벌가의 이혼으로 누구는 얼마를 받네마네 떠도는 억억소리나는 이야기들, 한 나라의 법쯤은 우스울정도로 쥐락펴락하는 재벌 가의 탈법과 불법을 오가는 만행들... 명문가(名文家)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이름있는 문벌, 훌륭한 집안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소위 재벌이라 불리는 그들에게 명문가라는 타이틀을 쥐 어 줄수가 있을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NO!' 다. 그 이유는 바로 문(文)과 재(財)의 차이, 수신제가(修身齊家)와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의 차이가 아닐까?
역사는 흔히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 '보수와 개혁의 끊임없는 마찰'...우리 근세사에서 아쉬운 대목은 공존의 교훈을 터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P. 99) 무엇이 명문가를 만들까? 이 질문에 앞서 왜 우리는 명문가에 대해 알려고 하는지가 앞선 질 문의 대답이 될지도 모르겠다. 왜 명문가에 대해 알려고 할까? 그것은 바로 우리 사회가 가진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하고자 하는 바램때문이다. 재(財)로 어지럽혀진 사회를 문(文)으로 바 로 세우고자 함이다. 삐걱거리는 갈등과 마찰속에서 함께라는 '공존'과 '통합'의 빛을 찾기위 함이다. 이것이 바로 비바람치고 높은 파고의 어둠속 항해를 시작한 대한민국호의 과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조용헌의 <명문가>는 평생을 벼슬길에 오르지 않았던 백의정승 명재 윤증고택을 시작으로 해서 얼마전 드라마 바람의 화원속 신윤복의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어 유명세를 탓던 간송미술관의 간송 전형필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람들의 입에, 마음에 이름을 올린 명문가 9곳의 역사와 인물, 현재를 조명해 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몇년전에 출간되었던 <500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의 후속편인 이 작품의 주된 주제는 역시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다.
저자는 책속에서 명문가가 가지는 특징적인 것으로 고택(古宅)을 말한다. 고택의 존재여부를 명 문가의 조건으로 꼽는 이유는 역사성, 도덕성, 인물, 재력, 그리고 명당이라는 조건들로 이야기 하고 있다. 물론 우당 이회영 일가와 같이 잃어버린 조국을 떠나 신흥무관학교를 세우는 등 독립 운동을 벌인 집안은 고택이 존재하지 않지만 이런 일부를 제외하고는 오랜 역사성을 간직한 고 택을 가지고 있다. 고택의 이런 5가지 특성을 중심으로 <명문가>가 가지는 특별한 가치관과 명예의식, 그리고 명문가라는 이름을 유지하기 위한 역사속 그들의 노력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산중턱에 자리잡아 입체적인 느낌을 주는 눈덮인 양동마을, 명재 윤증 고택의 담장없는 사랑채와 늘어선 장독대의 풍경, 반드시 공경해야하는 집 '필경재'의 궁촌별묘 묘역의 웅장한 모습, 영남 풍류의 전형을 보여주는 임청각.... 등. 이들 명문가의 인물과 역사와 함께 고즈넉하고 단아한 자 태를 뽑내는 고택과 주변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잊고 있었던 한국형 노 블레스 오블리주가 숨쉬는, 수신제가(修身齊家)를 위해 가장 적합한 장소가 바로 이들의 고택이 아닐까싶다. ![]()
인간이 죽음을 극복하는 방법은 두가지다. 하나는 저술을 남기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자 식을 낳는 일이다. 자식은... 혈자(血子)와 법자(法子)다. 혈자가 피를 이어받은 자식이 라면 법자는 사상을 이어받은 자식이다. (P. 37 움베르토 에코)
다산 정약용 선생은 '3대에 걸친 의원 이라야 약에 효험이 있고, 3대에 걸쳐 글을 읽어야 다음 세대에 제대로 된 문장이 나온다'고 했다. 명문가라는 이름을 유지해 나가기란 그만큼 쉽지 않음 을 반증하는 말이기도 하다. 죽음을 극복하는 방법, 저술과 자식! 피를 이어주거나 사상을 이어 주거나, 가장 좋은건 피와 사상 모두를 이어주는 일일 것이다. 그것이 명문가를 이어주는 또 하 나의 방식인 것이다. 자식에게 이어주어야 할 것은 재(財)가 아니라 바로 문(文)인 것이다.
명문가가 가진 기본적인 조건중 하나는 바로 재력이다. 어느 정도의 재력이 뒷바침 되어야만 가 문을 유지하고 명맥을 이어갈 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가졌던 돈, 재물에서는 지금의 재 벌들에게서 나는 그런 냄새? 가 나지 않는다. 현재의 재벌들에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상대적인 박탈감과 분노라면 명예를 소중히 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던 명문가에게서 느끼는 감정은 바로 우러나는 존경심이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오늘을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
레인메이커(Rain maker) 라는 말은 말그대로 비를 내리는 사람이란 뜻이다. 요즘은 자선사업가 라는 의미로도 쓰여지는데... 우리 시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런 기부문화이다. 연말연시 구세군, 자연재해 성금...등 우리의 기부문화는 단발성, 이벤트성, 그리고 상업적 측면이 강한 기업위주로 흘러간다. 지속적이고 개인이 주도가되는 기부문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해외 최고 부자들의 기부사례를 열거하지 않더라도 지도층이나 재벌들의 기부문화는 정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누구나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부터 이야기한다. 재(財)가 가장 중요시되고 자식에게 물려줄 가 장 중요한 유산이 된다. 하지만 이들 <명문가>를 통해서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보다 수신제가 (修身齊家)가, 존중되고 이어주어야 할 것은 재(財)가 아니라 바로 문(文)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함께 해야 더 즐거운 법이다. <명문가>를 통해서 공존과 상생의 길을 배운다. 한국적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깨닫게된다. 이 책을 통해 모두가 레인메이커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차갑게 메말라버린 경제한파속에서 작은 단비처럼 내리는, 삶의 희망과 더 나은 미래를 꿈꾸어본다. |
|
조용헌의 명문가
![]()
조용헌의 새 책이 나왔다. 7년전에 쓴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를 잇는 [조용헌의 명문가]. 책 제목에 저자 이름을 적어 놓은 것은 아마 이제 [조용헌]이라는 이름이 출판시장에서 네임밸류를 가지기 때문일거다. 편리를 위해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를 1권이라 하고 [조용헌의 명문가]를 2권이라 하자.
![]()
1권에는 열 다섯 집안이 소개되고 2권은 아홉 집안이 소개된다. 역사적 깊이로 따지자면 1권이 더한거 같고 현대인이 접하기에는 2권이 더 가깝다. 저자는 1권에서 명문가의 기본 요건이 "고택"을 유지하고 있는 집안이라 판단했는데, 거기에 더해 몇 가지 공통점을 따져 1. 역사성 2. 도덕성 3. 인물 을 들었다. 그리고 두 권의 책에서 뽑은 명문가의 핵심을 "노블리스 오블리주"로 잡았다. 오늘날 소위 잘 나가는 집안이라고 부를 수 있는 많은 부를 축적한 집안들이 외국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사회적 책임에 관한 부분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찢어진 한국사회를 통합하는데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했다.
![]()
2권에서는 총 아홉 집안이 소개되는데 나의 관심을 끈 가문은 [문화재 보존으로 독립운동을 한 명문가_간송 전형필과 간송 집안], 그리고 [수백년 내력의 가풍이 만든 인재_인동 장씨 수재 집안]이다. 이 두 집안은 익히 들어 익숙한 집안이다. 새로이 인식하게 된 집안이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살아있는 전설_우당 이회영과 형제의 일가]다.
![]()
[문화재 보존으로 독립운동을 한 명문가_간송 전형필과 간송 집안]. 10만석의 부자. 우리 문화재가 일본이나 외국으로 나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사재를 털어 수집한 이가 간송 전형필이다. 도자기 만드는 곳에 몸담고 있고 서양 문화보다 우리 문화에 더 관심을 두어 너무 익숙한 인물이다. 책의 순서로 보자면 제일 마지막이자만 나의 관심이 첫째 가는 곳이어서 가장 먼저 읽어 내린 집안이다. 간송의 집안 내력과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그 많은 재산을 물려 받는 과정, 우리 문화재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 그리고 문화재 수집에 도움을 준 이들, 오늘날 간송미술관이 명맥을 유지하고 그 후손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이 많지 않는 분량에 세세히 담겨 있다.
[수백년 내력의 가풍이 만든 인재_인동장씨의 수재 집안]. 최근에 가장 주목받는 경제학자로 장하준을 꼽을 수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를 비판하고 한국 경제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몇 권의 주목 받는 저서를 낸 그는 우리가 가장 주목하는 경제학자 중 한 사람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쾌도난마 한국경제], [사다리 걷어차기] 등이 그의 저서다. 장하준이 인동 장씨다. 집안을 두루 살필 것도 없이 장하준의 할아버지를 기준으로 그 후대들만 따져도 인물들이 널렸다. 독립운동을 한 이도 많고 한국전쟁 참전은 필수다. 해방 이후에는 자유당 정권에 대항해 투쟁을 했고 유신정권에도 저항을 했다. 나라가 어려울 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일에 두려워 하지 않는 집안이다. 한편으로 교육을 게을리 하지 않아 학자로 성공한 이들이 부지기수다. 대부분의 형제, 자매, 그리고 그 후손들이 한 자리 한다. 장씨 집안의 역사는 조선조 양반 제도가 없어진 이후에 전개된 한국 근현대사에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는가를 잘 보여준다.
조용헌의 명문가. 이 책은 저자가 우리 민족은 분열은 잘 하면서 통합이 잘 안 되고, 문제에 대한 대안은 나오지 않고합의 도출도 하지 못하는데 우리 민족이 원래부터 못난 민족이었는지, 아니면 용렬한 족속이라 그런 것인지 하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난세에 영웅 난다고 분열된 혼란기에 중론을 모을 수 있는 것이 명문가의 역할이고 그래서 제대로 된 명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쓴 책이다. 결론은? 우리에게도 명문가가 있다. 오블리스 노블리주를 이야기 할 수 있는 명문가가 존재한다. 사회의 귀감은 널리 알려 본을 받게 하고 반성하게 하고,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시야를 넓혀 집안을 다스리는 본보기로 삼아도 좋을 듯 하다. |
|
묵향 그윽이 풍기는 고풍스런 고택에 들어 서 나온 기분이 이러할까. 읽는 내내 개운함으로 온몸을 휘감아 돌더니 종내에는 흐릿한 정신을 명징하게 해 준다. 실로 고마운 책이지 싶다. 역사에 분연히 스며든 명문가들의 향기에 취해 어떻게 지나쳐 버렸는지 모르게 홀연 진한 여운을 오래도록 남긴다. 아마도 그들의 족적에서 드러난 비범한 기개와 장중한 스케일에 절로 압도당하여 숙연해짐을 느껴서 인지 모르겠다.
저자 조용헌이 생생하게 온몸으로 체득하여 담아 펼쳐 낸 <명문가>는 참으로 깊은 맛이 우러난다. 첨단산업화 시대에 함몰된 우리네 얼을 되살리고 무엇이 올바른 삶인지,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본보기가 무엇인지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흥망성쇠의 부침을 당하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지켜낸 그것은 지조에 다름 아니라 하겠다.
책은 고택을 중심으로 분연히 살아 버팀목이 되고 있는 명문가를 중심으로 소개하였다. 여기에 해박한 풍수지리를 바탕으로 명문가가 발원한 지역을 살피고 재미난 일화를 곁들여 놓아 또 다른 재미를 더한다. 이렇게 저자가 밟아 찾아 간 명문가를 따라가다 보면 볼거리 많은 문화유산답사 기행을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저자는 우리네 민족에 담긴 명문가를 통해 사분오열 갈라진 우리 사회를 통합하는 본보기로 삼고자 하였음을 말한다. 구태의연한 사고의 일환으로 가두어 버리기에는 담긴 가르침의 깊이가 넓고 크다 하겠다. 혈통을 따져 묻기 이전에 명문가에 발현된 가풍, 규율, 원칙은 아무나 흉내 내어 따라 할 수 없음은 두말할 나위 없음은 물론이다.
나라가 위태로움에 빠져 풍전등화의 시국에 이르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분연히 일어나 큰일을 도모하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우당 집안과 창평 고씨 집안에게서 우리는 갚을 수 없는 빚을 졌다는 저자의 말에 뼈저리게 통감하게 한다. 진정한 오피니언 리더이기에 가능한 것으로 제 몸 건사하기에 바쁜 현재의 우리와 비교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
명문가의 가풍은 반듯한 기운에서 비롯되어서 그런지 남달리 출중한 인재를 배출한 모양이다. 대개는 한 가문에 두서너 명의 수재만 나와도 바라보는 모양새가 달라지는 법인데 인동 장씨의 계보에서 드러난 탁월한 수재의 면면은 분명 명문가의 DNA와 평범한 필부의 그것과는 차원이 달라도 한참을 다른 모양이다.
경물중생(輕物重生). '외물(名利)을 가볍게 여기고 생명을 중시한다.'는 인본중심의 사상을 몸소 실천한 평산 리의 강진 김씨, 일제의 억압에 굴복당하지 않고 분개한 안동 고성 이씨의 행적에서 외경심마저 샘솟게 한다.
분명 지켜낸 외양은 달라도 그들에게서 고유한 정취와 기풍을 흠뻑 젖게 한다. 씨줄과 날줄처럼 얽힌 신산한 삶을 걸어 온 명문가의 고단한 삶이 교활한 수단과 재력을 통해 일군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임은 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겠다.
조선의 얼은 우리 것에 깃들여 있다는 보편적인 진리를 펼쳐 보인 간송 전형필의 대범한 행적은 오늘날 재력가의 본보기가 아니라 할 수 없다. 우리네 문화를 지켜 내기 위해 조선왕조의 진정한 로열패밀리의 자존감이 무엇인지를 보여 준 전주 이 씨의 행적은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하겠다.
옛것에 대한 각별한 관심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역사를 통해 오늘을 되살리고 매몰된 민족정기를 이어가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후손들의 몫임은 자명한 이치이다. 세계화되고 평준화된 이때 혈통을 중심으로 가문의 우열을 논하는 것이 자칫 하릴없는 일로 여겨질 수는 있을지 모르나 그 속에 담긴 역사의 흔적은 무시할 수 없다 하겠다. 흔적에 담긴 명문가의 정신은 동천경지(動天驚地)함 그 이상이라 하겠다. |
|
이 책은 존경받는 상류문화 형성에 기여하기 위한 시도이다. 저자는 이제 한국도 부도덕한 졸부의 시대가 가고 제대로 된 상류층이 나와야 할 때라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어떤 문화가 진정한 상류문화인가. 또 명문가를 선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조용헌 교수는 이를 9곳의 가문 이야기를 통해 그것이 우리나라의 명문가를 통해본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이 책의 핵심내용이다. 또다른 한가지 특색은 명문가에 대한 풍수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노블레스 오블리제로 표현되는 도덕적 의무의 실천이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히 가진 자가 못 가진 자에게 뭔가 베풀어야 하는 도덕적 의무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네가 살아야 나도 산다는 '상생의 원리'로 승화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후원했던 메디치가 못지 않게. 우리나라의 명문가들은 그에 못지 않은 철학과 신념을 가졌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다음으로 명문가들은 고택을 유지해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까지 현대화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전통 고택을 유지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경제력을 갖췄다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역사성을 깊이 의식하고 있는 집안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의식하는 사람과 의식하지 않은 사람의 행동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
![]()
오랜 전통을 지닌 명문가들이 가치있는 이유.
작년 10월. 그러니까 가을 하늘이 높다랗게 치솟아 있고 들에는 누런 벼들이 바람에 넘실거릴 무렵에 문화 유적 답사 카페를 통해서 2박 3일 '구석 구석 백제 문화 특별 답사' 를 갔었다. 대학교 1학년때 처음 가입해서 답사를 참여한 이래로 꽤 몇해가 지났는데도, 역사와 답사에 대한 나의 사랑이 그윽하고, 오랜만에 생긴 연휴에 가보고 싶었던 백제 유적지를 답사한다기에 냉큼 신청을 했다. 주변 사람들을 꼬셔봤지만 유적 답사란 말에 다들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정말로 막상 혼자 거기 참석을 해보니 내가 가장 막내였다. 이제는 어디가서 막내를 잘 하지 않는데 여기는 언제가도 막내였다. 그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젊은 사람이 벌써 부터 우리같은 사람과 절 쫓다니고 그럼 어째 , 한 10년뒤에 다녀!" 라고 하셨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난 10살때부터 이런걸 좋아해버렸는데.
백제 유적 답사지를 쭉 돌다가 논산에 다다랐다. 저 멀리서 어느 기풍있고 넓직하면서도 장독대가 엄청나게 많은 한 기와집이 눈에 띄었다. 우리 코스에는 들어있지 않았지만 논산 현지 문화 해설자분이 꼭 가봐야 한다고 우리를 그 집으로 안내했다. 그곳은 다름 아닌 '논산의 명재 윤증 고택'이였다. 20여차레나 벼슬 자리를 끝까지 마다했던 옳곧음의 상징 같은 분의 살아있는 집이 바로 그곳이였다. 그 기억과 가슴에 남은 흔적이 사라지기도 전에 이 책 <조용헌의 명문가>를 만났다. 그것도 가장 첫 머리에 곳곳을 구석구석 둘러봤던 곳이 너무나도 자세하게 있었다. 어찌나 반가운지 나도 모르게 "나 여기 가봤어!"를 연일 외쳐 대었다. 보면 볼수록 반가운 책이다.
조용헌. 그는 누구인가. 불교학을 전공하여 어릴때 부터 세계의 사찰과 고택 답사를 하면서 서구적 가치관으로 몰락해가는 한국의 전통과 미를 복원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시는 분이다. 이미 그의 이름을 딴 '사찰기행' 이나 '사주 명리학' 같은 책들을 발행하여 이쪽분야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지식을 선물해주고 있다. 이번에 만나게 되는 <조용헌의 명문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즉 높은 사회적 신분에 걸맞는 도덕적인 의무를 다하는 전통 있고 존경받는 집안을 우리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소개된 책이다.
앞에서도 설명한 윤증 고택의 전망 감상을 배려한 유난히 높은 마루, 천문과 지리의 이치를 빌렸던 경주 양동마을 경주손씨 대종택이 물(勿)자 형국에서 가장 핵심적인 자리인것,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살아있는 전설인 우당 이회영과 형제 일가들의 독립투쟁, 간송 전형필이 전재산을 모두 빼앗긴 문화재 유적 되찾기에 사용했던 것 등. 셀 수 없는 사건들과 셀 수 없는 흔적들 그리고 아름다움이 온 책을 뒤덮고 있다. 저자가 얼마나 한국, 이 나라를 사랑하는 가가 여실히 잘 나타나는 책이 아닐 수 없다. 치욕의 역사 근세 100년 때문에 그동안 전통을 지켜오던 명문가들이 많이 사라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을 안타까워 하고, 아시아 국가가 서구에 밀리는 것이 바로 이 '노블레스 오블리주' 때문인 것 같다라고 비판도 아끼지 않는다. 그런면에 있어서 무조건 칭찬하지도 무조건 비판하지 않는 글들이 오히려 더 맘에 든다.
특히나 전혀 알지 못했던 역사의 흔적들을 아주 많이 찾아주었다. 자주 놀러다니더 명동길의 '명동 우당길'이 바로 우당 6형제들을 기리기 위함이였고, 양동마을이 조선의 베버리 힐즈같은 곳이였다는 것도 그렇다. 마치 계속 눈에 이물질이 많아 안보이는 상태로 삐뚫어진 길을 올바른 길처럼 걸어가다가 누군가가 눈에 끼인 먼지들을 말끔이 씻어준 기분이다. 상류층, 양반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다 횡포를 부리고, 백성을 나몰라라 한 것은 아니였구나 하는 안도감마저도 생긴다. 이런 집안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현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특히나 간송 선생님이 일본에게 넘어갈 뻔 했던 국보급 보물들을 지켜내었던 것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아무리 엄청난 부자 집안이라고 해도 나라를 위해 그렇게 하기는 거의 힘들 것이다. 아니, 현재도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책의 내용 답게, 꼼꼼하고 섬세하며 전통있는 글들로 가득 메워저 있어서 독자들이 우리나라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기분을 만들어준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이 우리에게도 이런 멋진 문화들과 전통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오늘 뉴스에서 국회의원들은 악법이니 어쩌니 여전히 멱살잡고 떠들어 대고 있어서인지 어려운 일에 가장 먼저 발벗고 나서고, 용기와 신뢰를 먼저 보여주었던 '노블레스 오블리주 ' 명문가들이 무척이나 그리워진다. |
![]()
지금 이 시대에 명문가라고 불리울수 있는 집안이 과연 얼마나 될까? 과거 조선시대에 높은 벼슬을 한 선비들은 아마 자기 집안이 명문가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적으로 집안이 몰락하기도 했을것이고 사람들의 지탄을 받을 만한 일을 하면서 예를 들면 일제시대에 일제에 협력하면서 집안을 유지하는 것 등 명문가들은 점차 사라져간거 같다. 그렇다면 현재 이 시대에는 명문가라고 불리울 가문은 없는 것일까? 만약 있다면 어떤 기준을 통해 그들을 명문가로 부를것인가가 궁금해졌다. 단순히 돈이 많다고 해서 우리나라 재벌들의 가문을 명문가로 칭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명문가라면 모르긴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그런 가문이 진정한 명문가일테니 말이다.
![]()
이 책에서 저자는 9개의 가문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명문가라 일컬을 수 있는 물증 한 가지로 고택(古宅)의 여부를 들고 있다. 수십 칸의 고택을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는 집안들에서는 역사성과 도덕성을 볼 수가 있고 학문과 인품이 훌륭한 인물이 배출되었다는걸 알 수 있으며 재력이 뒷받침 되었다는걸 볼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택들은 명당자리에 위치해 있는데 풍수에 대해 잘 안다고 말할수가 있는 것이다. 물론 고택이 남아있지 않다고 해서 명문가가 아니라는건 아니다. 언제나 예외도 있는 법이니 말이다.
![]()
이 책에 나오는 9개의 가문중 나의 흥미를 끄는 가문은 우당 이회영 일가이다. 우당 이회영 선생의 집안은 너무도 유명한 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재산을 팔아 만주로 가서 신흥 무관 학교를 세우고 독립운동에 힘쓴 가문으로써 내가 볼때 이회영 선생의 집안은 진정한 명문가가 아닌가 생각한다. 전 재산을 나라를 위해 내놓는다는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니까. 일제에 협력해 가문을 지키고 부를 확장시킨 인물들도 상
이회영 집안의 후손들이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최근 친일파 후손들이 국가에 재산 반환 소송을 하는 걸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명문가라고 칭하는 것은 아무래도 주관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명문가라고 부른 이유는 이 집안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기때문일 것이다. 명문가는 지금과 같이 살기 힘든 세상에서 더욱더 빛나는거 같다. 많은 가문들이 명문가를 자처하고 또 명문가로 대접받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문가에 알맞는 모습을 보여줘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집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과연 우리 집안은 어떤 집안일까? 생각해보니 우리 집안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는거 같다. 우리 집안은 명문가라고 불릴정도는 아닌 듯하다. 명문가라면 내가 모를리가 없을테니 말이다. 저자의 바람대로 이 책에 나왔든 나오지않았든 많은 명문가들이 찢어진 한국 사회를 통합하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진정한 명문가라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위하여 '노블레스 오블리주'라 함은 프랑스어로 "귀족의 의무"를 의미한다. 보통 부와 권력, 명성은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회지도층에게 사회에 대한 책임이나 국민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단어이다. 하지만 이 말은 사회지도층들이 국민의 의무를 실천하지 않는 문제를 비판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네이버 백과사전 참고)
이 책 <조용헌의 명문가>는 일생을 벼슬길에 오르지 않은 '백의정승' 윤증을 시작으로 문화재로 사회에 공헌한 서울의 간송 집안까지 모두 9곳의 명문가의 내력은 물론 현재 그 집안의 인물들 까지를 보여주고 있다.
충청도 논산의 명재 윤증 집안은 사랑채에 담장이 없는 집이라고 한다. 그 만큼 숨길것이 없다는 얘기이니 그 사상은 배워 마땅하다 하겠다.
조선시대 서울을 대표하는 소론 명문가인 우당 이회영 집안. 재상을 열 명 가까이 배출한 삼한갑족일 뿐 아니라 재산도 3만 석이나 될 정도로 부잣집이었다고 한다. 구한말 나라가 망하자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재산을 정리하여 만주로 가 신흥무관학교를 세웠다고 한다. 가히 '삼한갑족'다운 최후라 아니할 수 없겠다.
해방 이후에 신분계층을 결정짓는 요인이 학벌로, 수재를 많이 배출하여 학벌이 좋은 집안인 신명문가 인동 장씨 집안.
'저의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항상 강조한 교훈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많이 참아야 한다. 둘째는 어느 구름에서 비가 올지 모른다. 주변 사람들에게 덕을 쌓아야 한다. 셋째는 재판을 할 때에는 양쪽 말을 반드시 들어보아야 한다' 입니다. 제가 인생 살면서 명심한 가르침이 어머니가 강조한 바로 이 세가지 내용 입니다. ' (p.190) 신명문가 장씨 집안의 교육철학이 담겨있다. 첫째, 둘째, 셋째.. 모두 가슴에 담고 새겨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안동의 고성이씨 집안도 영남을 대표하는 양반 집안이었으나 3대가 독립운동을 한 탓에 후손들이 고아원에서 자란 이야기는 가슴 싸함을 느끼게 한다. 세속을 벗고 인간의 지존을 지킨 진정한 선비 가문이라 하겠다.
명문가의 기본 조건중 하나가 재력이 아닐까 싶다. 재력이 뒷받침 되어야 가문을 유지할 수도 사회에 공헌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가 말하는 소위 재벌가들에서는 사회 공헌이라는 말을 연상할 만한 그 어떤것도 느낄 수 없음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되기위해서는 함께 공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재력이 전부가 아니듯... 모든이들로 부터 존경받는 진정한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