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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좋아하는 여자 홀리. 그녀는 노래를 한다. 자기의 분신같은 인형을 가지고 있다. 고양이 한마리가 함께 한다. 그녀는 위층에 이사온 남자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그가 무엇을 하는지 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는 그런 집의 구조때문이었을까. 그들은 어느날 계단에서 넘어진 할머니를 병원으로 옮겨주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붉은 비늘을 가진 부드러운 물고기처럼 그녀의 날씬한 허리가 하늘거렸다. 하얀 손목은 깜박 잊었다는 듯 아래로 떨궈진 채 흡사 작은 종처럼 흔들렸고, 마이크에 바짝 기울인 입술은 자줏빛으로 물든 포도송이 같았다. 길고 검은 머리는 별빛처럼 빛났고, 동그란 턱과 이마, 부드러운 어깨는 음을 고를 때마다가 가늘게 떨렸다.(72p) 글을 쓰는 작가 그 남자. 여자친구가 있다고 홀리에게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끌리는 것은 어쩔수 없다.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았을때도 그랬다. 그녀에게 빠져들수 밖에 없었다. 서울의 어느 변두리에서 사랑을 속삭이던 남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눈 내리는 센트럴 파크에서 그녀를 회상하는 남자는 우연히 만난 자신의 팬이라는 젊은이와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까. 그녀와 그. 각기 두사람의 이야기가 교차편집되는 가운데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수 밖에 없다. 처음에는 같은 시점인가 싶다가도 읽다보면 그와 그녀 사이에 묘하게 갭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분명 사랑했던 그들. 시간이 지난후 옮겨진 장소만큼이나 그들의 사랑도 멀어진 것일까. 로맨스 영화를 좋아해서 모든 영화를 다 본 여자. 뉴욕에 가보지 않았는더도 모든 영화속에서 배경이 되는 그 곳을 보면서 그곳에 언젠가 가고 싶다는 꿈을 꾸는 여자. 영화속 주인공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삼은 여자. 그런 여자를 남자는 이해할수 있을까. 로맨스 영화는 보지 않는다는 남자. 글을 쓴다는 남자. 그 남자에게 그 여자는 어떤 존재일까.영화속에서 본 그 장소, 티파니에서 언젠가 아무 약속없이 만나자던 그들의 약속은 지켜질수 있을까. 남녀간의 심리를 다룬 심리학책도 아닌데 끊임없이 남녀사이의 차이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그래서 더 이해할수 없는 것일까. 아니면 그래서 더 끌리는 것일가. 다르다. 신체구조도 다르고 정신세계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르다. 그런 남녀가 만나서 사랑을 한다는 것은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일일 수 밖에 없다. 그런 기적은 그들에게 일어날까. 뻔한 로맨스와는 다르게 단 한번이 모든 것을 뒤집어 놓는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이라서 더욱 당황스럽다. 앞쪽에서 어떠한 암시라도 주었던가. 주었다. 분명 작가는 처음부터 그녀의 이름을 알려주면서 드러내고 있었다. 단지 읽는 내가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나 알아채지 못해서 다행이다 싶다. 적어도 작가는 그런 반전을 원했을테니까 말이다. 처음부터 다 알고 봤더라면 오히려 더 재미없을뻔 하지 않았는가. 작가의 숨겨진의도를 이해하고 나니 다르게 보인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어느 시점에서 더 어떻게 교묘하게 트릭을 숨겨놓았는지 다시 한번 보게 된다. 미스터리도 아닌데 다시 처음부터 돌아가서 단서를 찾아가면서 읽다니 참 재미난 작가임에 틀림없다. 남자는 한때만 꿈을 꾸지만, 여자는 영원히 꿈을 꾼다는 거에요.(81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