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리. 어렸을 때 읽은 '논리야 놀자' 시리즈 이후로 제대로 된 논리책을 읽은 기억이 없어 항상 아쉬웠던 터였다. 얼마전 읽은 '지의 정원'에서 사토 마사루의 강력한 추천이 있어 절판된 이 책을 중고로 구했다.
두껍지 않은 데다가 줄 간 간격도 넓고 중간중가에 그림도 들어가 있어서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이라고나 할까? 총 여섯 파트로 나눠져 있다. 1. '생각한다'는 것은 대체 뭘 하는 것일까? 2. 다양한 물음의 형태 3. 논리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4. 말이 없으면 생각할 수 없다. 5. 보이지 않는 틀 6. 자신의 머리로 생각한다?
간단히 추려보자면 - 먼저 '생각한다'는 의미에 대한 고찰이다. 우리가 평소에 말하는 생각한다는 행위 혹은 과정은 다음 사전에서 검색해봐도 8개의 뜻이 나오듯이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몰입'의 의미로 설명을 한다. 즉 어떤 문제를 껴안고 있는 다는 것. 민감하게 귀를 열어놓는 다는 말이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물음'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제대로 된 물음이 있어야 제대로 된 대답을 얻을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자주 놓치게 되는 점을 지적한다. 문제를 적절하게 파고드는 과저은 대답을 구하는 과정과 서로 나선형으로 엮이는 과정이다. 다음 파트에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논리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없다' 고 말한다. 논리적이라는 과정 자체가 생각을 하지 않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논리적이라는 것은 생각의 단 하나의 기로 간다는 것이며(혹은 계산), 이와 달리 생각한다는 것은 여러 갈래 길 위에 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개별적인 상황에 맞게 적절한 논리를 가져다 써야 한다. 네 번째 파트에서 역시 중요한 주제를 건드린다. 즉 말이 있어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말인 즉슨 말이라는 날개를 가져야 가능성의 세계로 들어가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양한 언어를 가진 사람일수록 더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으므로 언어 능력을 갈고 닦을 것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틀'이란 일반적으로 상식을 의미한다. 절대적인 상식은 없으므로 상식과는 다른 생각을 즉, 보이지 않는 틀을 깰 것을 주문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머리로 생각한다'는 우리가 흔히 쓰는 말도 옳지 않다고 한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생각(이미지 조작)을 위해서는 수작업이 먼저 필요함을 말한다. 암산보다는 필산을 먼저 배우는 이치다. 그래서 저자는 항상 노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생각을 표현하고 또한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정리해서 한눈에 확 둘어올 수 있도록 해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장한다. 둘째로는 자신만의 의견이란 있을 수 없으며 생각이란 결국 타인에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익숙하지 않은, 낯선 생각을 접하 때 생각의 범위가 넓어지므로 타인과의 만남과 대화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 책을 읽고 논리학에 대한 엄청난 지식을 배운 느낌은 없다. 하지만 뭔가 기본적인 준비를 한 기분이다. 앞으로 공부를 해나가기 전의 마음가짐에 대해 배웠다고나 할까? 한없이 어려울 수 있는 논리에 대해 이제 막 출발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부답스럽지 않게 접근할 수 있게 한 저자의 역량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 지금 이렇게 「처음 생각할 때처럼」이 2003년 세종서적을 처음 여는 책으로서 내 손 안에 들어와 있지만, 한 1년 전쯤 처음 이 책과 만났을 때를 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아담한 사이즈에 여유가 느껴지는 그림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는 예쁜 책. 글보다는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인지상정인지라, 부드러운 연필로 그려진 그림들을 보면서 난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짐과 자꾸 나를 먼 곳으로 가게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글에서는 철학적 사유를 다룬 분명히 철학책임에도 불구하고 에세이처럼 편안함과 위트, 따스함 등이 느껴졌다. 한 마디로 난 이 책에 매료되고 말았다. 하지만 기획 단계에서는 여러 가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했으므로 잠시 내 느낌은 접어두고 이 분야에 대한 시장조사와 다른 책들과의 차별성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우선 시장을 조사해보니 철학서는 크게 둘로 세분화되어 있었다. 첫째,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적으로 철학적 지식을 전하는 '정통철학서'와 둘째, 중·고생들의 대입 논술을 대비하기 위한 '논술책'이 바로 그것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철학'은 일반 대중들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다음 차별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 책은 다음 세 가지가 돋보였다. 첫번째는 "철학을 가르칠 수는 있지만, '철학함'을 가르칠 수는 없다"고 충고하는 위대한 철학자 칸트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지며, 철학적 지식들을 열거하던 과거에서 탈피하여 본격적으로 철학의 본질적 목적인 '철학함'을 가르쳐준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두 번째는 이미 여러 권의 철학책을 낸 바 있는 일본 도쿄대 대학원의 노야 시게키 철학교수가 그동안 철학서를 집필하면서 '생각한다는 것(철학)'이 전공자들만의 전유물인 아쉬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아리스토텔레스, 베이컨, 니체, 소쉬르 등등 철학계의 거장들이나 어려운 철학용어를 사용하는 대신에, '식탁 위의 컵, 수수께끼, 밤하늘의 별, 주사위놀이, 곰돌이 푸와 당나귀 이요' 등등 우리가 먹고 자고 생활하는 일상을 바로 주인공으로 삼아 글을 전개하고 있어서 참 신선하게 느껴졌다. 물론 그러면서도 '논리학의 원칙들, 오류론, 가능태와 현실태, 개념화와 추상화의 과정' 등 철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문제들은 빠짐없이 다뤄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내용 비중상 이 책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유려한 '삽화'는 이 책을 이루는 또 하나의 텍스트로서, 글에 종속되어 있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서 삶에 대한 사색과 여유를 갖게 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놀이(철학놀이)와 그림놀이를 동시에 즐길 수 있게 한다는 점도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판단과정들을 거치면서 난 다시 한번 철학(생각한다는 건)과 대중들과의 거리를 실감했고, 우리 출판사에서 그런 갭을 메워보면 어떨까? 하는 당돌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구든 생각을 하지 않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고, 어차피 생각을 해야 한다면 그것을 제대로 도와줄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의 책을 내는 건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이 책을 꼭 내야겠다는 더욱 생각이 강해졌다. 물론 기존 시장의 분위기를 업고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 부담은 상당히 크겠지만 잘만 하면 독자들에게 '철학'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님을 전해줄 수 있는 신선한 시도이자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 어쨌든 생각을 깊게 하고 제대로 하고 싶은 독자들의 니즈는 있다는 판단이 들었으므로, 용기를 갖고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이 책의 주 타깃을 정할 때 보통 에세이를 읽을 수 있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제목과 책 전체의 컨셉을 통일시켰다. 어쨌든 이런 과정들을 통해 나온 「처음 생각할 때처럼」은 일반 대중들이 '철학의 무대'에서 관객이 아니라 배우로 참여해 즐길 수 있는 기회는 주는 새로운 책이라고 한 마디로 말할 수 있다. 며칠 지나긴 했지만, 2003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또다시 우리의 머릿속은 분주하다. 새로운 각오, 희망, 이러저런 계획들로 생각에 가득찬다. 하지만 늘 '생각하는 일'이란 힘겹다. 무엇이 중요한 생각인지, 그 생각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처음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생각을 해나가야 할지 막막하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생각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말고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한다는 것' 자체를 한번쯤 정리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 ''생각한다''는 것은 뭔가를 하고 있을 때 무엇 때문에 그것을 하는가 하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의도, 즉 ''...할 생각'' 이란 것은 결코 마음의 상태는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 p.29 - 시장에 갈 계획을 가지고 있을 경우, "너 어디 가니?"라고 물으면. "시장에"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시장에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아니다. 이것저것 다른 일도 하고 다른 생각도 하고, 다른 사람들도 쳐다보고~ 시장에 갈 것이라는 생각 외에 하고 있는 것이 다양할 것이다. 그러니 저 문장이 나오게 된다. ~할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이 곧 생각인 것은 아니라는 것. 다른 일을 하고 있다손 치더라도 시장에 갈 ''생각''은 변함이 없다는 것. 사고자 하는 책이 있어서 서점에 갔다가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도 역시 나는 책을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1초의 틈도 없이 완벽하게 생각할 수 없어서 ''생각한다''는 말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도 역시 당신은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p.31 ''생각한다''는 것은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감각을 예민하게 해두는 것이다. p.37 - 아침에 어떤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하자. 그 문제에 대한 답이 바로 나오질 않았다. 출근을 하거나 학교에 갔을 때 문득 문제에 대한 답이 떠올랐다. 자~ 당신은 하루 종일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가? 밥 먹을 때도, 수업을 듣거나 일을 할 때에도?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생각한다''는 것은 답을 찾을 때까지 감각을 예민하게 해두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논리는 생각하지 않기 위해 존재한다. p.93 생각해서 나온 답이 논리적이다...가 아니라 생각할 필요가 없기 위해서 논리는 존재한다고 한다. 1+1=? 생각이 필요한가? 공식이 존재한다는 것은 결국 논리적인 과정이 있다는 말이기에 따로 감각을 예민하게 할 필요가 있는 ''생각''은 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이해가 되는가? 이해하기가 너무 쉬운가? 이 책의 질문들과 이 책의 내용들을 몽땅 쏟아내어 버리고 싶다. 한 쪽에 이야기를 시작하면 다음 쪽은 그 전의 이야기에서 나온 문제로 다시 이야기가 시작되고,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 도중 답이 나오지 않아도 다시 다른 문제로 넘어가고... 이 책은 문제들로 가득하다. 생각할 거리만 잔뜩 내어 주고,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도 있다!라고 염장을 지른다. 나는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 문제로 선택했을까? 과연 생각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고자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철학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말장난이라고도 하지만, 머릿속이 파래 엉킨 것처럼 마구 얽혀 있다. 명쾌하고 명료한 답을 내어 주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고 있는 ‘생각’이라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생각이 많아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사색의 길잡이’라고 책 소개를 하며 나를 유혹했지만, 그렇지 않아도 생각이 많아 견딜 수 없는데 신경질 나도록 생각할 거리를 잔뜩 안겨준 사색의 문제집이라고 대답해 주고 싶다. |
| 이 책은 여유롭다. '철학하기', '생각하기'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차분하고 넉넉하다. 넓은 종이에 여백이 많은 조금은 엉성해보이는 그림을 그려놓은 느낌이다. 하지만 때로는 채워짐보다 빈 것이 더 정곡을 찌를 때가 있으니. 이 책이 그렇다. 책 속에 들어있는 그림을 통해 독서의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어 좋고 깨끗한 여백에 자신의 어지러운 생각을 늘어놓을 수 있어 또 좋다. 치열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치열한 생각에 빠질 수도 없음을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생각한다는 것이 논리 이상의 것임을 역시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생각은 정교한 것이 아니다. 정교하지 않은 생각도 생각하기의 결과임에 틀림없다. 생각에 구멍이 송송 뚫려있어도 좋다. 그것은 과정일 뿐이다. 문제 하나를 끌어앉고 그것에 깊이 침잠해 들어간다. 하지만 안테나는 수면 위로 높이 세우고 결정적 계기를 기다린다. 왕관의 부피라는 문제를 끌어앉고 아르키메데스는 욕조에 들어간다. 그리고 외친다. '유레카!' 왜? 생각은 그렇게 온다. 머리 속을 번잡하고 하게 그것들을 휘젓는다. 그리고 비운다. 비운다고? 그렇다. 잊는 것이 아니라 비운다. 그리고 다시 채우고 휘젓고 버리는 것의 반복. 마침내 유레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