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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표시-
유명하디 유명한 히치콕이지만 나는 사실 이 분(!)의 영화를 처음 보았다.
예전에 잠시 보았던 <새>에서 사람들이 새에게 쫓기는 장면이 지금같이 CG가 발달한 시대의 눈으로 보면 조잡할 정도였는데도 어찌나 가슴 졸여 주시던지. 스릴러의 거장이라는 히치콕의 진수를 아주 잠깐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고 덕분에 무서운 영화 못보는 나와 히치콕의 인연은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났다.
하지만 검색을 해보다 이 영화는 그나마 힘 빼고 찍은 영화라고, 그리고 스토리상 그닥 공포스럽거나 가슴 졸일 부분이 없을 것 같아 머리를 식히고자 하는 의미에서 보게 되었는데.
영화에 익숙한 세대, 어찌 보면 닳고 닳았다고 할 수 있을 2천년대를 사는 관객인 나를 과연 50년도 전에 만들어진 이 영화가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냐! 하고 다소의 의구심과 불안함을 갖고 시작한 영화인데 영화를 시작하자마자 10분도 되지 않아 흥미진진함의 그물이 나를 그냥 마구 영화 속으로 끌고 들어갔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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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열심히 잘 사는 광고업자 남주인공. 어느날 두 명의 남자에게 납치되어 처음 보는 저택으로 끌려가고 저택에서는 저택의 주인인 타운젠드라는 남자가 자신을 케플란이라고 부르며 주인공더러 지금까지 정체를 잘 숨겨 왔다면서 위협한다. 강제로 술을 잔뜩 마시게 되어 취한 주인공은 차를 타고 탈출하다 경찰에 붙잡혀 법정에 서게 된다.
그런 일이 일어나기까지의 경위를 설명하기 위해 케플란~사건도 이야기하게 되고 경찰들, 어머니와 다시 그 저택을 찾는데 웬걸 술을 억지로 마시게 한 흔적도 없고 본 적도 없는 여인이 거짓말을 해대며 그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억울한 주인공은 케플란을 찾기 위해 그가 있다는 호텔로 가지만 그의 정체는 묘연하다. 주인공은 급기야 자신을 납치했던 남자의 직장이라는 UN을 찾아가게 되는데 하지만 저택의 주인인 타운젠드는 처음 보는 사람. 아연해하는 주인공 앞에서 타운젠드는 갑자기 자신을 납치한 사람에게 살해당한다. 그는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경찰에 쫓기게 된다.
<여기서부터 스포 시작>
이 즈음 해서 이 모든 미스터리의 비밀이 밝혀지게 되고 사건은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게 되는데, 오늘날 영화에서 심심찮게 쓰이는 <배후의 거대한 세력> 혹은 <정부의 음모>가 바로 이유이다. 그를 납치한 자는 바로 벤담이라는 범죄 조직 우두머리였는데 이 사람을 잡기 위해 정부(혹은 경찰 고위 간부)가 허위로 만든 가상의 인물이 케플러이고 우연찮게 주인공은 케플러로 오해를 받았던 것이다.
정부는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주인공을 보호하는 것을 포기하고 주인공은 케플러를 찾기 위해 기차를 타고 시카고로 가다가 묘령의 아름다운 여인에게 도움을 받게 된다. 그녀의 도움으로 케플러와 만날 약속까지 잡게 되지만 막상 약속 장소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그를 죽이려 하는 비행기.
주인공은 다시 여인을 만나게 되는데 알고보니 그녀는 벤담의 정부. 죽을뻔한 위기를 재기로 모면한 주인공은 CIA를 만나게 되고 사실은 그녀가 CIA의 비밀 요원임을 알게 된다. 주인공의 실수로 정체를 들킬 위험에 처한 여인을 구하기 위해 그들은 연극을 공모하고 성공하는 듯 하나 벤담은 그녀의 정체를 알아채고 처리하려 한다. 결국 주인공의 도움과 마지막에 나타난 CIA요원들로 인해 그들은 목숨을 구하게 되고 사랑을 재확인하게 된다.
<스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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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주인공과 케플란 사이의 미스테리가 풀리기 직전, 그러니까 케플란의 정체를 관객에게 알리는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가 가, 그리고 정말 재미있었다. 과연 주인공은 왜 오해를 받는 것인가? 오해는 풀릴 것인가? 이 모든 상황의 원인은 무엇인가? 케플란은 도대체 누구인가? 이 모든 의문들에 관객은 대답과 해결을 기대하며 탐정 소설을 방불케 하는 흥미진진함과 스릴, 긴장감에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도대체 이 대단한, 지금 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오히려 어떤 영화들보다 나은 재미와 몰입을 자랑하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는 도대체 누구인가 찾아보게 한 것도 바로 이 앞부분이었다.
과연 이런 몰입과 흥미는 감독이 만드는 것인가 작가의 덕인가? <스토리의 힘>이 절절히 느껴져 급기야 영화를 멈추고 시나리오 작가를 찾아 보기까지 했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시나리오를 잘 쓴거야? 찾아보니 대단하신 분이셨다. 무려 <사운드 오브 뮤직><왕과 나><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이름만 들어도 입이 떡 벌어지는 영화들의 각본을 맡으신 어니스트 레흐먼!
하지만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가 있어도 좋은 연출이 없다면 말짱 꽝일 것이다. 화면에서 관객이 꼭 보아야 할 곳과 보지 않아도 괜찮은 곳을 콕 콕 찝어내어 그리로 관객의 시선을 유도하고 영화에 익숙한 지금의 눈으로 보아도 절로 긴장감을 느끼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히치콕 옹의 연출 솜씨.
특히 그 유명한 <농작물도 없는데 왜 비료를 뿌리죠?> 대사가 나오는 비행기 추격 장면. 와우. 머리 식히려고 본 영화였는데 머리를 식히기는 커녕 머리와 가슴이 둘다 그야말로 바짝 긴장하는 사태가 되어버린 영화, 그 중에서도 절정에 달하는 장면이었다. 지금 봐도 정말 진짜 전혀 손색이 없다니깐.
앞부분의 자동차 도망씬도, 지금으로부터 50년도 전에 만들어진 영화라는 게 믿을 수 없을 만큼 굉장한 스릴을 주는 씬이었다.
영화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었을 때 앞부분에서 긴장과 스릴을 주는 것은 대체로 스토리(시나리오)의 힘으로 느껴졌고 앞부분과 특히 스토리의 재미가 다소 떨어진다는, 산만해진다는 느낌을 주는 뒷부분까지 영화의 재미를 주는 것은 감독의 연출의 힘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앞부분은 정말 "와!" "와!" 감탄하며 보았는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장르가 스릴러에서 로맨스로 변하는 느낌을 주며 무언가 살짝 .. 처음의 긴장감과 스릴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에 감히 점수를 매긴다면 앞부분은 10점 만점에 10점, 뒷부분은 글쎄 생각을 좀 해봐야 되는 그런 점수일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가 50년도 전에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특히나 기술적인 부분이 많은 영역을 차지하기에 진보도 빠르고 유행도 빠를 '영화'라는 장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왜 사람들이 히치콕을 대단하다고 칭하는지 수긍하고 응당 당연한 것으로 여길 수 있다.
그 어떤 '전례', 선배들이 걸어간 길이 적은 상황에서 이만큼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것은 음, 참 대단하다.
비록 몇 가지 흠 아닌 흠이 느껴지긴 했지만 예를 들면 사람 많은 UN에서 먼 거리에서 그것도 칼을 날려 죽였는데 주인공이 살인범으로 철썩같이 오해받게 되는 것이라거나 (다른 그 수많은 사람들의 눈은 장식인가?) 주인공이 여자를 어떻게 그렇게 의심없이 믿을 수 있는지 (물론 이건 도망자 특유의 혼란스런 심리 상태 때문이라고 볼수도 있다..) 특히 마지막에 남주와 여주 모두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게 되는 장면은, 하하. 그래도 다들 귀여운 수준이라 애교로 넘겨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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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며 특히 재미있던 것은 처음에 자신을 케플란이라 부르는 사람들에게 한사코 자신은 케플란이 아니라 로저 O.손힐이라며 극구 자신의 신분을 강조하던 주인공이 점차 타의와 주위 상황에 의해 케플란이 되어가고 나중에는 자신의 필요를 위해 적극적으로 케플란임을 자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주인공이 광고업자(허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라는 직업을 가진 사실과 묘하게 맞물려 꽤나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또 하나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는 인물 또한 빼먹을 수 없다.
이 영화에서는 '허구'와 '거짓'이라는 두 가지가 꽤나 중요한 소재로 작용하는 듯하다.
케플러의 정체, 주인공을 납치한 자들의 정체, 여자의 정체 등 비록 모두 드러나긴 하지만 많은 것이 베일에 가려있는 설정들 또한 그것이 사람과의 관계이건 물리적인 것이건 사회적인 문제이건 기만과 허구로 가득한 현대 사회를 묘하게 빗댄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나저나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어머니가 참 중요한 듯 아닌 듯 등장하는데 나중에는 '도대체 이 분 왜 자꾸 나오셨던 거지?' 할 만큼 의아한 .. 무언가 맡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배역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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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뒷부분은 몰라도 앞부분은 분명 재미있다. 끔찍하고 잔인한 장면의 거의 등장하지 않는 스릴러 영화를 찾으시는 분이라면 만족하실 수 있을 것이다. 뒷부분은 잘 모르겠다. 장담할 수 없다~
참고로 영화를 보고 나서야 알게 된 한 가지 놀라운 것이라면 이 영화의 매력적인 여주인공이 바로 <타이타닉>에 나온 그 주인공 할머니이시라는 것. 안 놀라운가? 난 엄청 놀랐는데.
아, 그리고 영화가 은근히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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